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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는 서서히 환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전쟁의 잔혹함과 무의미함 때문은 아니었다. (...) 그녀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전쟁이 허망할 정도로 조악한 가짜라는 것이었다. (p.91)
우리나라 sf소설계의 간판스타 듀나 작가님의 신간소설인 '제저벨'을 읽었다. 사실 나는 sf를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 적응하고 이해하기 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뒤로 갈수록 몰입력이 있어,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아마 다음에 sf를 다시 읽으면 한층 더 재미있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크루소는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는' 지긋지긋한 행성이다. 성장하지도 버려지지도 않은 잊혀진 행성에서 작게나마 변화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제저벨' 뿐이다. 제저벨은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는 함선으로 선장, 의사, 항해사, 엔지니어, 요리사 등이 승선하여 여러 우주를 떠돌며 불시착한 이들을 구조하는 등의 일을 하는 떠돌이 배다. 이토록 멀고, 낯선 배경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간 본연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여전히 차별하고, 종교를 맹신하기도 하며, 바이러스나 기생충 등에 두려움을 가지기도 하는. 사실 우주라는 다른 세계로 옮겨갔을 뿐, 우리의 현재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 들어 sf의 개연성결핍을 막아주는 기분이었다.
살기 위해 처절히 싸워야하는 것은 현재나 미래나 같은가. 우주 여행을 가벼이 다녀올 생각으로 펼친 책이었으나,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었다.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생각을 꾸준히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고나 할까. |
불친절하다. 이렇게 불친절 할수가. "이 책은 종종 불친절하다는 말을 듣는다. 곽재식 작가는 듀나 소설을 <제저벨>과 같은 걸로 시작하면 이게 뭔가 하면서 헤맬 수 있다고 친절하게 경고한 적 있다".(p.301) 물론 작가님도 인정하신 부분이다. 다들 아는 데(작가님 포함) 나만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불법 침입자가 된 느낌이랄까. 책을 완독한 후에도 뭐가 뭔지 정확히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마도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제저벨>은 행성 '크루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 지구가 '다윈 우주'에 속해 있다면, 크루소는 '링커 우주'에 속해 있다('기타 등등'에 보면 작가님은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유전설이 먹히는 세계를 상상했는데, 그게 어쩌다 보니 링커 우주의 기반이" 되었다고 나와 있다. "최종 완성된 링커 우주는 라마르크의 학설과 밀접한 관계"(p.295)는 없다고 한다).
*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유전설 : 기관들은 계속 쓰면 더 나아지고 쓰지 않으면 약해지며, 환경에 의해 결정된 획득과 손실은 생식에 의해 새로 생겨나는 후대에 전달된다는 내용이다. 이 설은 다윈에 의해서 반박되었다. [다음백과]
크루소는 '아자니'를 타고 '올리비에'를 통해 외부인이 들어올 수는 있지만,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링커 바이러스'로 인해 유전자 풀이 방해를 받아 한 종족이 1세대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이런 행성의 바다를 떠다니는 배 '제저벨'의 선원인 곰 인형같은 '선장', 헐리우드 스타를 닮은 의사 선생 '플래그', 항해사 아가씨 '나지모바'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저벨>에서 나름 귀여웠던? 설정은 대륙의 이름이 월화수목금토일, 요일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다른 sf소설들은 행성의 기본 생태에 대한 설명만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제저벨>에서는 행성의 대륙마다 성격에 차이를 두고 각 대륙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초점을 맞춘 것이 신선했다. 또 애초에 진화론적 관점이 다른 우주가 있다는 가정자체도 인상적이었다. 나름 많은 sf소설을 읽어본 마니아로서 아주 신선하기도, n차 독서 의욕을 불러일으킬만큼 어렵기도 한 책이다.
초보 sf독자님들은 다른 작품들 천천히 둘러보시고 '링커 우주'에 도착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듀나 작가님의 다른 sf를 둘러보고 있겠습니다.
<제저벨>은 '지구적 단어'가 사용되지 않는 sf소설이다. 대부분의 sf소설은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그에 대해 지구적 단어로 설명을 해준다. 그러면 '아, 이건 어떤 장치구나, 어떤 행성이구나, 어떤 바이러스구나.' 등등 이해하고 상상하기 한결 편해진다. 하지만 <제저벨>은 완벽히 '크루소'인들만 이해가 가능하다. '아자니', '빨판 상어', '올리비에', '웨인'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노트에 단어가 뜻하는게 무엇일지 정리해가면서 읽었다. 그러니까 속도도 안 나고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이해가 안 돼도 '아, 그런게 있나보다.'하고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나온다. "독자들이 과연 작가가 숨겨놓은 모든 레퍼런스들을 다 이해해야 하는 걸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거운 독서가 가능하지 않을까".(p.301)
하지만 작가님. 저처럼 완벽주의적 태도를 가진 독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절대 뒤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이해될때까지 그곳을 맴돕니다. 결코 즐거울수가 없어요.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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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서평에는 해당 책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YES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듣다가, 김하나 진행자가 듀나 작가의 SF 소설 극찬하시는 걸 듣고, 궁금함이 생겼다. 그러던 중 리뷰어 클럽에서 이 작품이 서평단 모집에 올라왔고, 서평 신청을 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SF 소설을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인데, 인상 깊게 읽은 책이라서 사실 이 책에 더 기대를 했던 것도 있었다. 내가 듀나 작가의 연작소설로 제저벨이 처음이라, 사실 앞 내용을 모른 채로 시작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줄거리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제저벨은 듀나 작가의 SF 월드의 정수 ‘링커 우주’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모험에 대한 내용이다. 내가 듀나 작가의 연작소설 중 일부분을 먼저 읽느라 좀 적응이 안 된 거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진짜 소설인데 너무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오고, 상상이 안 가서 책이 잘못되었다 싶을 정도로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지? 싶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조금씩 이해가 가면서 그 이후로는 페이지터너가 되었던 것 같다. 기대했던 것만큼 내 취향에 맞지는 않았지만, 듀나 명성에 맞게 작가만의 세계관이 있고 그것을 책 한 권에 잘 녹여낸 작품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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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영화 비평가인 저자는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서 짧은 단편을 올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편소설 "평형추",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민트의 세계", 소설집 "대리전", "태평양 횡단 특급",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논픽션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을 냈습니다. 저자가 쓴 <제저벨>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로즈 셀라비'는 제저벨이라는 배에서 시작합니다. 외계 종족들을 떨구고 가지만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변비 행성인 대마젤란은하 크루소 알파b에 7년 전 도착한 주인공은 공항 구실을 하며 아자니를 받아주는 올리비에가 있다는 말에 그리로 갔습니다. 하지만 그 근방엔 엄청난 입장료를 받아 배를 불리는 시티가 있어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일 없이 얼쩡거리고 있는데 제저벨이라는 배에서 의사를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곰돌이 인형 같은 외관을 지닌 선장을 처음 만났습니다. 주인공의 기술을 보고 선장은 제저벨에 머물겠냐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내고 있습니다. 제저벨은 에너지 걱정 없고, 식사도 괜찮고, 어디에 박혀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워도 뭐랄 사람이 없는 빈둥거리기에 딱 좋은 배입니다. 선장은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며 돈을 벌었는데, 어느 날 자유함선연합의 바얀 퍼플이 몬테 그란데 부근에 도서관 큐브가 든 가방을 구해서 가져오라는 의뢰를 합니다. 갑자기 들어온 의뢰를 받고 출동한 제저벨, 조난자를 구하면서 동시에 도서관 큐브 가방을 건져냈습니다. 그런데 조난자 중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게다가 선장이 전에 일했던 항공모함처럼 생긴 고유의 의지를 가진 배, 로즈 셀라비가 제저벨을 쫓고 있습니다.
레벤튼 섬의 사람들은 잠을 잃습니다. 이것은 각성된 상태에서 스스로의 꿈을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며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병입니다. 외부의 물리적 세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지 않는 적에 쫓기고, 존재하지 않는 먹이와 짝을 찾아 허공과 바다로 몸을 날렸습니다. 두 세계를 의식적으로 갈라놓을 수 있는 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레벤튼의 아이들은 그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의지력만으로는 힘들었고, 뇌 수술이나 칩 이식, 화학 요법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뇌를 망치지 않고 잠을 되찾는 아이들은 없었고, 여전히 꿈과 함께 살아야 했습니다. 주인공 나에게 해결책은 전쟁입니다. 나는 약물과 칩 없이 크루소에서 살아남았으나 내가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고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레벤튼 섬에서 진화한 지구 나비들의 후손인 레벤튼 나비는 진화를 거듭했고, 섬의 식물들은 레벤튼 그에 맞게 열매와 가지 모양을 바꾸고, 포식자들은 나비 날개를 씹고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이와 소화기관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엄마가 죽은 소식을 듣고 이 섬에 방문한 주인공은 그곳 바다 밑에서 무언가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냅니다.
로즈 셀라비가 제저벨을 쫓는 이유는 무엇인지, 레벤튼 섬의 바다 밑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저벨>에서 확인하세요.
<제저벨>은 절대 친절하지 않습니다. 로즈 셀라비, 크루소 알파b, 몬테 그란데 섬, 수요일 대륙, 올리비에, 쿠퍼, 아자니 등 책을 읽기 시작한 15줄에 이런 단어들이 나옵니다. 네 편의 단편에서 이를 설명하는 부분도 없습니다. 이렇게 불친절한 SF 소설 <제저벨>은 앞서 출간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세계관을 같이 합니다. 자신과 숙주의 유전자를 조작해 숙주와 환경을 통합하는 바이러스인 '링커 바이러스'는 하나의 종이 아니며 통제도 파괴도 불가능한 바이러스 집합니다. 이 링커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을 개조하여 낯선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합니다. 개조한다는 것의 의미는 피부색이 바뀌거나 날개가 돋는 수준이 아니라 뇌도, 신경도 몸의 일부이기에 사고방식도 가치관도 모두 바뀌게 됩니다. 통합된 생명체들은 어떤 환경에든, 어떤 식으로든 빠르게 적응합니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이 바이러스가 처음 지구에 확산되고, 알려지고,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간성이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제저벨>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보다 먼 미래에 링커 우주, 즉 링커 바이러스로 환경 통합이 이루어진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유함선연합의 의뢰를 받고 도서관 큐브를 찾은 제저벨이 로즈 셀라비라는 거대 항공모함의 추격을 받고 벌어지는 이야기 '로즈 셀라비', 제저벨의 의사가 시드니에게 진 목숨 차용증의 빚을 갚으러 간 그곳에서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서는 이야기 '시드니', 항해사의 고향인 레벤튼 섬으로 간 제저벨이 그곳의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 '레벤튼', 제저벨의 선의 플래그가 호가스 베들레헴 수용소에 갇힌 예전의 시드니를 찾아가는 이야기 '호가스'. 작가는 링커 바이러스로 개조된 생명체들은 어떤 욕망을 가지며, 어떻게 생존하려고 하며, 반대로 어떻게 생존하려고 하지 않을지 등에 대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칩니다. 다행히 지금의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이런 상상은 소설 속에서만 잠시 하고 그치면 되지, 만약 내가 사는 곳이 '링커 우주'라면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생명체의 본질과 기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SF 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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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어쩌면 특별한 기회가 오면 읽는 정도가 더욱 정확할 것 같다. 네오픽션에서 나온 듀나 작가님의 제저벨 역시 좋은 기회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 모든 부분을 차치하고서도 현재 이 연작소설 제저벨을 포함한 소설집이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책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제저벨보다 이전에 나온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듀나 작가님도 그리고 이 책 제저벨도 이번 기회에 처음 알았기 때문에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읽어본 적은 없다. 확실한 건 그 이야기를 읽지 않았지만 책을 읽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는 것과 즐겁게 독서를 했다는 점이다.
내가 책을 읽는 습관 중 하나는 저자의 프로필을 읽고 서문을 읽은 다음 가장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서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본다는 점이다. 내가 읽은 제저벨은 개정판이어서 개정판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작가님께서 2페이지 정도로 소감 내지 인사를 했는데 제저벨은 서구인과 서구 세계를 흉내 내는 비서구인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가님께서 직접 언급했다.
소설에서 다루는 공간은 크루소이며 크루소라는 행성은 링커 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생물들이 유전자 안정성을 보호 내지 지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크루소로 들어가는 건 가능하지만 벗어나지는 불가능한 이 행성 크루소와 관련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가 좋아하는 마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혹은 조금 더 다른 느낌으로는 듄이 연상되는 이미지와 이야기들이었다.
내용 자체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큰 의미에서 우주 전쟁 내지 침략에 맞서는 활극 같은 느낌의 SF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흥미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10년 만에 개정판이 나온 것이니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을 대중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얼마 전에 돈룩업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현실을 극단적으로 비꼬고 블랙코미디 색깔이 포함되긴 했지만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여서 마냥 상상의 이야기 내지 웃긴 이야기로 취부할 수 없었던 것처럼 제저벨도 그런 맥락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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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듀나 작가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 인듯 하다. <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라는 클리세에 관한 모음집이 처음이었고 얼마전에 읽은 소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가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제저벨>이다. 듀나 작가의 책은 재미나기 보다는 흥미롭다. 영화비평가라는 표현에 걸맞는 분석과 관점의 변화가 존재한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세계관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단편소설들의 모음이었기에 쉽고 재미났었다면 <제저벨>은 연작이고 폐기된 과학이론을 밑바탕한 sf물이기에 우주가 배경이며 사물과 주변환경에 대한 설명이 조금 난해하다.
그래도 하나하나 별개면서도 쭈욱 이어지는 이야기들이기에 새롭고 재미났다. 정확히 흥미롭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나처럼 전작에 대한 이해가 없고, 작가가 생각하는 디스터피아에 대한 생각을 모른다면 정말 괴상한 이야기구나 싶을 수도 있다.
우주여행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우주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미래처럼 미지의 방대한 공간이다. 마치 <제저벨>처럼 이해하기 힘들고 이상한 진화와 불특정한 생명체와 예측불가의 상황들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지 모른다. 내가 알지 못한다고 모든이가 다 모르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정확히 알 수 없다면 많은 상상력으로 우리를 준비해 한다는 생각을 한다. 듀나 작가의 글은 흥미롭다. 재미보다는 신기하고 흥미로운 우주스릴러소설이다. 한번 읽고 나면 다시 안 볼것처럼 덮어버리고, 완전히 잊고 싶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읽고 싶어지고 의문을 떠올리게 한다. 두번째는 그 세계로 푹 빠져서 여행중인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라는 방대한 미지의 공간을 소재로 하기에 낯선공간에 대한 설명은 절대로 친절하지 않다. "이곳에 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마치 작가가 말하는 경고문 같다. "이 책을 읽는 자, 듀나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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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작가님은 소설가이자 영화비평가이다. 2022년 하반기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외의 여러 단편과 장편 '제저벨'이 함께 수록된 소설집 'Everything good dies here'이 미국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듀나 작가님의 단편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먼저 읽어 보고 읽었어야 했는데.. 첫장부터 생소한 명칭들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외계생명체들의 이름이 단편집에는 설명이 되어있다. 다른 단편들도 흥미로워 함께 읽어 보는것도 괜찮은것 같다.
크루소 알파b 행성은 이자니를 타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있어도 나가는 사람들이 없는 고립된 행성이다. "단테의 지옥문에 이렇게 새겨져 있다지 않나. '이곳에 오는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내 생각엔 이게 오히려 친절한 안내문처럼 들린다고. 그러니 너희들도 희망을 버려." 제저벨은 함선이다. 이자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것이 제저벨에 타고 있는 선원들의 일이다. 선장과 의사, 항해사와 엔지니어의 사건과 이야기를 통해서 링커 바이러스로 변이된 여러 종족들간의 처절한 혈투를 보여준다. "그들은 다시 우주로 나가기 위해 스스로를 완성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그들이 인간과 링커 기계 사이에서 어떤 역활을 하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게 될지는 누가 알랴."
대륙의 명칭도 독특했다. 토요일, 목요일, 수요일. 등장인물들도 독특한 종족들이고 인물의 성격들도 독특한것이 읽다보면 '제저벨'의 세계관이 흥미로웠다. 전혀 접해보지 못한 우주관이다. 나에게 새로운 우주관이 또 생겨버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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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거운 독서가 가능하지 않을까. / p.301
원래 스타일은 이야기가 작가의 의도에 맞게 이해하고 있는지 검열하면서 읽는 편이다. 인터넷의 리뷰를 보면서 줄거리를 맞게 인지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을 나 역시도 보편적으로 느끼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약간 다른 시각이라면 뭔가 모를 이상한 감정에 빠질 때도 있었다.
리뷰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스스로 느낀 감정과 생각을 믿게 되었다. 같은 감정을 느꼈더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표절을 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낀 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이런 생각도 있었다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생긴 하나의 습관이 줄거리를 이해하면서 리뷰의 가닥을 잡아가는 것이다. 읽으면서도 이런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서 리뷰에 남겨야겠다는 일종의 계획을 세우면서 읽게 된다. 온전히 줄거리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지독한 계획형인 나에게 아직까지는 이 습관은 잘 맞는 듯하다.
이 책은 듀나 작가님의 연작소설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듀나 작가님의 소설을 본의 아니게 도장 깨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먼저 접했던 미스터리 소설은 새로웠고, 최근에 읽었던 단편 소설은 나름 뒤로 갈수록 물음표가 들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공감하면서 잘 읽었다. 그리고 세 번째 접하는 연작소설이어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에서 크루소라는 변비 행성이 등장한다. 변비 행성은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갈 수는 없는 그런 행성을 뜻하는데 나라는 화자가 크루소 안에서 만난 사람과 벌어진 사건 등을 연작 소설의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성별을 알 수 없는 선장이 등장하고, 글을 쓰는 46호라는 사람이 등장하고, 의사와 군인으로부터 각각의 사건을 듣는다. 크루소 행성에서 벌어진 역사와 이야기들을 말이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익숙함과 낯섬의 경계를 느꼈다. 한국 작가의 소설인데 뭔가 모르게 이국적인 향기가 풍긴다. 등장하는 우주선부터 인물까지 마치 외국에서 온 듯하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크루소라는 이름부터 제목인 제저벨, 그 외에도 올리비에와 레번튼 등 불리는 명칭에서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을 하나씩 정리해서 읽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반가운 이름들도 등장했는데 자궁, 노르망디가 가장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이 이름들 속에서도 낯선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뜻과 다른 우주선이라든지 뜻을 담고 있어서 알고 있던 무언가와 소설속에서 드러나는 의미의 충돌이 있었다. 더욱 배경과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마치 전에 읽었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서 등장한 브로콜리의 존재에 당황했던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는 친절하면서도 불친절하다는 생각이다. 전개 자체가 상당히 불친절하다. 어느 정도의 진행 상황이나 이해할 수 있는 사전적 배경들을 알려 주어야 하는데 이를 전부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긴 것 같았다. 상상력이 너무나 부족했기에 줄거리를 이해하는 게 참 어려웠다. 그런데 반대로 등장 인물의 말은 또 친절하다. 말투의 친절함이 아닌 자신이 겪은 일들을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문어체로 시작하다가 갑자기 구어체가 되어서 보면 누군가 주인공에게 전달하는 과정의 내용이었다. 그런 구어체가 최소 한 페이지 이상이다. 세계관 안의 주인공에게는 너무나 쉽고 친절하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정작 세계관 밖의 독자인 나에게는 불친절하다고 느껴졌다.
사실 읽는 내내 걱정이 앞섰고, 읽고 나니 막막한 소설이었다. 덮고 나니 '이게 뭐지?' 싶은 생각으로 리뷰의 방향성이 잡히지 않았다.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한 것도 아니고, 인물의 감정은 더욱 모르겠다. 뭘 알아야 한 글자라도 적을 텐데 아무것도 없는 내 머릿속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나름 SF 소설을 좋아해 수시로 작품을 읽기는 했지만 나처럼 SF 초보 수준의 사람들에게는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적어도 중수 이상은 올라가야 작가의 광활한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는 난해하면서도 강렬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불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르는 느낌의 독서가 신선했다. 머리와 눈이 싸우는 듯한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작가의 말처럼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거운 독서가 된 듯하다. 어차피 다시 읽는다고 해도 물음표가 떠오를 테니 SF 소설의 경험치가 쌓이고 나면 다시 읽고 싶다는 다짐을 들게 한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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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벨》은 링커 우주 세계관을 토대로 한, 링커 바이러스로 한 종족이 1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행성 대마젤란은하 구석 크루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야기하듯 풀어낸다. 그리고 요일이 이름인 대륙들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몰입도를 높여 궁금증을 더한다. 책을 읽으면서 낯선 용어들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읽었지만 전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가 더더욱 궁금하고 읽고 싶어졌다. 전작을 읽는다고 해서 모두 이해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링커 우주 세계관을 지금보다는 더 깊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P.18 아마 선장은 자기만을 위해서라면 평생 혼자 살 수도 있었을거야. 하지만 그러기엔 제저벨을 너무나도 사랑했어. 배라는 기계는 그냥 물 위에 둥둥 떠다니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정말로 배를 사랑한다면 그 배에 존재이유를 부여해주어야 해. P.210 말씀의 벌레는 그에게 파괴와 수정이 불가능한 믿음을 심었다. 아마도 교회 마피아들이 믿는 것보다 보수적이고 원리적이지만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어떤 믿음이리라.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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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챕터 첫 줄부터 너무 재미있어서 놀랐다... 근데 알고보니 이 책 ㅠㅠ 브로콜리 다음이 이 책이었다!! 쿠구궁...
그래서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브로콜리쪽도 사보고 읽은다음에 다시 이걸 읽어보려고 한다. 사실 듀나님은 sns에서 뭔가 특정 영화 후기라던지 다른 종류 책으로만 많이 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소설 작품을 직접 본적은 첨이었다...내내 너무 팬이었는데 너무너무 좋아서 놀랐어 ㅠㅠ 이건 사실 이전 판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알고 있는데 표지 디자인도 너무너무 마음에 들고 구성도 너무너무 좋다 ㅠ ㅅ ㅠ
단편들을 사실 이어지는거다 해서 전개하는 방식...이거 단어를 이번 책 읽으면서 배웠는데 그새 까먹었네 옴니버스 말고 뭐가 있었는데..아무튼 그 개념을 더 살리려는 듯 연작소설이라고 표기된 부분이 맘에 든다.. 사실 읽다보면 세계관 설명도 없이 바로 뛰어들어서 이게 뭐야! 하고 헤매면서 즐거워했던 초반도 있지만 브로콜리를 읽고 이걸 읽으면 더 잘 이해되고 즐거웠겠지? ㅋ 다시 읽는게 기대된다.
나는 sf 소설이에요! 하고 온몸으로 표시 내는 것 같은 챕터별 표지도 좋았지만 그냥... 이 표지랑 날개 디자인의 모든 것이 색깔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너무 좋아 ㅎㅎ 제일 좋은 점은 뭔가 친숙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의 모음인데 그게 이해되지 않아도 그냥 즐겁게끔 글이 너무너무 물흐르듯 자유롭고 편안하다는거다. 왜 진작 소설류도 찾아보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은데... 이 작품은 위에 말한 것처럼 단편 하나하나가 이어지는 구성에 작가님의 저 고유 세계관이 핵심 내용인만큼 중요 내용을 다 적는 건 서평에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이건 정말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없는 종류같아서, 누구 한명이라도 더 이걸 읽어봐줬으면 좋겠다 ㅎ)
어딘가 시니컬하면서도 구수하고 매니아계층에게 친숙한 언어나 분위기를 타고 났다. 듀나 - 곽재식 - 김성일 님 작품들을 사실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모아두곤 하는데(서술 방식은 다르신데 뭔가 하나씩 깨부수는 것들이 있으심) 딱 기대한만큼의 즐거움이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개정판이라고 나온 책이 사실 2022년에 와서 보기에는 힘든 경우도 많이 있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다. SF 마니아들에게 추천할 책이 한권 더 늘어난것이 기쁘고(두권?)ㅎㅎ 다음번에 브로콜리쪽을 읽게되면 내용을 좀 수정해볼까 한다. 상상력을 오랜만에 많이 자극당했던 것 같아. 나는 매우 호감 있게 읽었다.
*도서를 협찬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