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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최정순 황소걸음/2022.8.19. sanbaram
숲은 인류가 태어나면서 함께하던 공간이지만 현대인들은 동떨어진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숲을 통해 치유할 수 있음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의 머리말에서는 숲을 거니는 상상을 하면서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숲의 적당한 지점에서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편하게 적었다고 한다. 내용을 읽다보면 그동안 우리가 숲을 대했던 것을 반성하게 된다. 숲과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과 감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이 모든 기저에 인도의 ‘아유르베다’ 사상이 있음을 드러낸다. 저자 최정순은 숲해설가이자 산림치유 지도사로, 산림치유에 아유르베다 이론을 접목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시 숲길 여행’을 오래 진행하고, 용인시와 안양시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펴낸 책으로 <아유르베다 이론에 근거한 최정순의 산림치유 지도 매뉴얼>, <쭉정아! 뭐가 되고 싶어?> 등이 있다.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은 ‘숲, 그 치유 속으로/쭉정이가 쭉정이에게 주는 위로/ 부록 : 아유르베다의 지각 이론과 숲 치유 원리’ 등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을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나무와 풀, 그리고 곤충과 크고 작은 포유류 동물들까지 그들의 생태와 특징을 소개한다. 그들 모두가 숲을 이루고 있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자기 스스로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인간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좀 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중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것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비탈에 선 소나무가 바람에 더 많이 흔들립니다. 비탈이라 바람을 많이 타기도 하겠지만, 바람에 흔들리면서 뿌리를 단단하게 키우는 것입니다. 세상의 바람을 자기 뿌리를 키우는 힘으로 만드는 셈이지요.(p.38)” 소나무는 햇빛을 받아야 잘 자란다. 그러다 보니 그늘에서는 싹을 잘 틔우지 못하고, 틔워도 잘 자라지 못한다. 다른 나무가 들어와 자리 잡고 그늘을 만들면 어렵게 살거나 죽고 만다. 소나무가 잣나무와 달리 구불구불 자라는 것도, 솔방울을 유난히 많이 매단 채 등산로 가까이 자라는 것도 가지를 햇빛 쪽으로 뻗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비 온 뒤 숲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이 하나같이 인편을 꼭 다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비 온 뒤에 솔방울이 인편을 닫는 것은 살았을 때의 버릇이다. 비 내리는 날에 솔씨를 내보내면 멀리 날아가지 못하다. 날아간다 해도 물에 휩쓸려 좋은 땅으로 가긴 어렵기에 인편을 꼭 다물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보내면 안 된다’는 살았을 적 버릇을 죽어서도 놓지 않는 모습을 보며, ‘우리 엄마도 내 곁에서 이렇게 내 걱정을 하시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지는 꽃에도, 바닥을 기는 애벌레에도, 벌레 먹은 나뭇잎에도, 죽은 듯 잠자는 고치에도, 흐르는 물이나 이끼 낀 돌에도 아름답고 완전한 내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p.67)”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고 어둠을 찾아 들어간다. 벌레처럼 가끔 스스로 어둠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서 더듬이가 생기고 날개가 돋아난다. 빛도 날개도 어둠을 지나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곤충의 고치가 어둡고 긴 잠을 찾아 들어간 것은 더 환하고 아름다운 오늘을 위해서다.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바닥을 기던 삶에 날개를 달아주는 건 멈춤과 어둠이라는 걸, 간절한 바람이라는 걸, 바닥을 기던 미물에게 하늘을 나는 날개가, 세상을 향하는 더듬이가 생긴다. 이해하기 어려운 미물들의 변신을 보고 저자는 생각한다. ‘내게도 저런 대단한 재주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하고 저자는 생각한다.
“잘 여문 씨앗이 다 벚나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새가 먹어 똥으로 나온 씨앗이 아니라면 아무리 잘 익었어도 발아율이 극히 낮습니다.(p.88)” 일단 새에게 먹혀서 껍질이 적당히 벗겨지고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새의 배를 지나온 다음 관문은 좋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콘크리트나 사람이 다니는 길에 떨어지면 1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다. 그 많던 꽃이 만든 씨앗 가운데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땅에 떨어져 아기 나무 한 그루 만들면 아마 벚나무의 그해 농사는 성공일 것이다. 벚나무 같은 쌍떡잎식물 새싹은 두 장을 마주 붙이고 나온다. 그 모습이 험한 세상 아무쪼록 잘 살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어미의 두 손처럼 보인다. 갓난아이 같은 새싹에 바람도 햇빛도 그늘도 잘 견디게 해달라는 어미의 마음이 없을 리가 없다. 쌍떡잎의 기도로 생을 시작하는 식물은 마침내 가장 꼭대기에서 꽃을 피워올리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옥잠화 같은 외떡잎식물 새싹은 나팔 모습으로 세상을 시작한다. ‘나 이제 나간다! 그러니 다들 비켜라!’ 외치는 것 같다. 혼자니 씩씩해야한다. 떡잎을 돌돌 말고 있다가 빛과 바람에 어느 정도 적응한 뒤에야 잎을 활짝 펼치며 생을 시작한다고 말한다.
“아유르베다에서는 국화과 꽃의 만다라 문양이 자연스럽게 묵상에 빠져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p.140)” 우리가 좋아하는 꽃이 대부분 만다라 문양이라는 것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모든 꽃은 죽어 해바라기가 되기를 꿈꾼다고 한다. 해바라기는 머리 모양을 한 두상화고, 통꽃(관모양 중심화)과 설상화(혀 모양 주변화)로 구성된다. 큰 꽃의 통꽃은 많게는 2000개 정도 꽃으로 이뤄져 있다. 50-120개 되는 꽃을 익혀 동그랗게 씨앗을 매다는 민들레도 그렇고, 2000개나 되는 해바라기꽃이 씨앗으로 들어차는 것이 신비롭다. 벌, 나비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녀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움직이다 보니 붙은 이름이다. 해바라기가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광합성을 많이 하고 꽃을 데워 곤충을 부르기 위해서다. 해바라기 씨앗이 빼곡한 것이 꽃과 곤충, 하늘이 공조한 결과라고 생각하면 신비로움을 넘어 숙연해진다고 덧붙인다.
“나무나 풀에 물이 맺히는 걸 일액현상이라고 합니다. 뿌리로 빨아 올린 수분이 액체로 배출되는 현상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가을 아침에 주로 나타납니다.(p.145)” 이른 아침에 ‘나무 비’가 내리고, 풀숲을 지날 때 바지 아래쪽이 모두 젖는 게 이 때문이다. 대기에서 수증기가 식물 표면에 맺히는 이슬과 다르다. 여름과 가을 아침 숲에는 보통 일액현상과 이슬이 모두 나타난다. 일액현상은 집 안에서 몬스테라나 알로카시아처럼 잎이 큰 식물을 기르면 잎 끝에 맺히는 물방울로 볼 수 있고, 숲에서는 오이풀 홑잎 끝이나 쇠뜨기 끝에 알알이 맺힌 물방울이 눈에 띈다. 물이 얼고 먹을 것이 부족한 춘궁기에 새들은 나무를 쪼아 물을 구한다. 단풍나무과 나무들은 단물이 많이 나와 다른 나무보다 새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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