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화에 관심이 많아 지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영화에 대한 해석, 관점, 그리고 비평 등한 갈급함 또한 늘어나느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공서적은 딱딱하기만 할 뿐 이런 필요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 책은 여러 영화들을 담고 있다. 영화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읽기쉽고 경쾌한 문체로 잘 그려내고 있으면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93년에 발행된 책이라 소개된 영화는 약간 시간이 지난 영화임을 알려둔다. 하지만 옛 영화라는게 그리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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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100년의 역사를 채운 영화가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한 대중 문화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산업이자 동시에 예술로서의 영화는 다른 예술이나 엔터테이먼트 산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속성장과 대중을 장악하는 막대한 영향력을 일찍이 손에 넣은,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유일한 장르가 되었다. 이에 따라 몇 년 전부터 영화관련 서적들이 봇물처럼 출판되는 것도 별다른 기현상은 아니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전문적인 영화 관련 서적이 번역 출판되기 보다는 대부분 비전문적인 일반 독자들을 위한 비전문가들의 에세이나, 평론가들이라도 쉬운 해설서 수준의 책들만이 구매력을 갖출 수 있었던 상품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영화 열기를 감안한다면 전문적인 책들이 보다 많이 팔렸으면 하지만 실제로는 거품이 아닌가 하는 인상이 들 정도로 가벼운 책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중 내가 본 책들 중에는 작가들이 쓴 것들, 이제하와 하재봉 등의 에세이 형식의 글과 전문 평론가들이 쓴 역시 비슷한 형식의 글들이었는데, 전자가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후자 쪽에서 내가 들춘 이 책은 처음 목차만을 훑어봤을 땐 별 읽을 건덕지가 없을 거라고 단정지었던 책이었다. 허나 30페이지 가량을 읽었을 땐 여러 군데서 눈길을 끄는 알맹이들이 발견되었다.
이 책은 열 명의 감독을 선정하여 그에 따라 열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저자가 얘기한대로 고작 열 명의 감독을 간략하게 살피는 것만으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는 없는 것이지만 실상 내용은 그렇게 빈약하지 않았다. 우선 선정된 감독들이 헐리우드 유명 상업 감독에서부터 헐리우드 내 사회적 영화와 프랑스의 예술 영화, 이름만 들었던 거장의 위대한 영화, 그리고 한국의 영화까지 영화 세계의 주류들을 인물로서 요약적으로 대치시켰다. 이런 요약화 과정에서 빠진 부분들, 예를 들면 B급 영화들과 컬트 영화 등에 대해서도 손을 뻗었음은 물론이다. 또한, 이것은 내가 가장 흡족해 한 부분인데, 기본적인 영화 이론들 즉 미장센이나 삽입화면, 컷, 집팬 등의 편집 기법, 피사체와 카메라 간의 각도에 따른 연출기법과 카메라기법들을 그림 해설과 실제 영화 스틸 사진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대부분의 전문적인 책들이 여러 영화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분류시키고 원리 해설과 어려운 정의만 열거한 나머지 딱딱하게 여겨졌었는데 이 책은 영화 감독들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그 사이사이 조미료처럼 영화 상식과 알찬 이론들을 적절히 첨가해 시종 재미있고 알기 쉽게 이끌어간 점이 이채로웠다. 다시 말해 영화 원리와 이론, 기술 등을 친근한 영화 감독들의 이야기 형식 속에 짜임새 있게 구성한 책인 것이다.
개인적으론 영화 역사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역사적 안목에 대한 배려에도 저자가 신경을 좀 써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 책만의 특이하면서 잘 짜여진 구성을 생각한다면 조금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 다음엔 저자가 좀더 수준 높은, 역시 지식만이 아닌 이야기들을 함께 엮은 책을 냈으면 좋겠다. [인상깊은구절] 그렇다. 문제는 정신이다. 뭐 꼭 학창시절 운동권에 있었던 사람만이 그런 영화를 만들 자격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굳이 영화를 '새롭게'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가를 준비하는 작업이 정신적인 무장은 돼 있어야 했다. 문제는 소재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정신 상태, 즉 현실 인식과 세계관에 있었던 것이다. 박광수 감독의 영화는 이에 비해 '소재를 위한 소재'의 차원에서 멀찌감치 비켜나 있다고 보여진다. 이점이 박광수식의 새로운 영화를 구분하는 제1의 요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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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에 실린 영화들은 이제 잊혀져버린 영화들일 수도 있다. 그만큼 영화산업은 대중들이 한 번 보고나면 두 번 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많게는 수십번씩 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라면 핀잔을 준다. 넌 왜 시간낭비하면서 같은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냐고. 그러면 그들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 난 '영화마니아'라고.
이 책은 그런 아마추어 영화광들이 입문하기 위한 좋은 책이다. 즉 영화가 무엇인지 쉽게 눈뜰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말이다. 저자 역시 그런 의도로 책을 썼음이 분명하다. 그는 제임스 카메론이나 폴 버호벤 등의 헐리우드 초호화 감독을 시작으로 이명세나 박광수 감독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그 분석 또한 자못 진지하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씨리즈를 카메라 앵글을 따라 서술하기도 하며(그는 패닝을 비롯해 트랙킹이나 달리 등을 설명한다), 인물분석과 서사의 구도 등을 통해 흥행요인을 꼼꼼히 살핀다.
그리고 폴 버호벤 감독의 '원초적 본능', '로보캅', '토탈리콜' 등의 흥행위주 작품이 실제로는 상당히 이론적인 심리게임이 수반되어 있음을 잘 지적해주고 있다. 즉, 아마추어들이 할리우드 흥행영화라도 이론적인 구조가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속살을 한꺼풀 벗겨서 파악하는 요령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팀 버튼, 올리버 스톤, 스파이크 리와 같은 컬트적이고 저항적이 감독들의 작품 또한 분석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은 흥행과 예술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잘 공부하고 나면 저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의 거장인 스탠릭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장치 오렌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등을 분석한다. 이 정도 작품을 볼줄 안다면 이제 자칭 '아마추어 영화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이명세 감독과 박광수 감독의 작품 역시 분석함으로서 한국 영화의 현상황도 잘 짚어주고 있다. 물론, 지금은 한국영화가 붐을 일으켜 할리우드의 영화를 능가하고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영화는 흥행성과 예술성에 있어서 다소 취약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소 잊혀져버린 영화들이지만, 영화광일수록 그런 영화들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 책을 통해 한 번 공부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개그맨' 못지 않게 '나의 사랑'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상당한 파격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내용전개가 대단한 드라마를 추구하고 있다. 일상적인 것, 지나치기 쉬운 것,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야 할 문제들을 요령있게 모아놓았다. 이 점이 제1의 파격이다. 영화는 당연히 거창한 것을 소재로 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부터 감독은 거부하고 들어간다. (이명세 편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꿈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