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헤어질 사이라면 <헤어질 결심 각본>을 읽고
2022년 칸 영화제 감독상, 제43회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화려한 수상이력만 봐도 올해의 영화로 손색없는 작품이 있다. 그런데 아직 난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미루고 미루다 결심을 못했을 뿐이다. 해마다 첫날이 밝아오면 고르고 고른(혹은 미루고 미루뒀던) 영화 한 편을 본다. 새해 첫 영화 감상을 위한 준비로, 더불어 얼마 남지 않은 2022년과 헤어질 결심으로 정서경 작가와 박찬욱 감독이 공저한 <헤어질 결심 각본>을 집어들었다. 최근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각본집이 잇따라 나오면서 영상을 좋아하는 팬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껏 각본(시나리오)은 배우들과 영상 제작자의 전유물로만 여겼는데, 이번에 처음 만나본 각본집을 통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각본집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느냐 또는 영화를 본 다음 소설을 읽느냐에 따라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흥이 달라진다. 소설과 닮은 듯 다른 각본집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만의 배우를 캐스팅하고, 실내와 야외 무대 장치를 마련하여 영화 한 편을 지휘하는 기분을 가져다준다. 또한 인상깊은 대사나 장면을 실제 영화는 어떻게 표현해냈을지 상상해보게 만든다. 무릇 이야기에는 인물, 사건, 배경이 나온다. <헤어질 결심 각본>에서는 '산'과 '바다' 그리고 '안개'라는 자연인 동시에 무대라는 요소가 사건을 마주하는 등장인물들의 복잡미묘한 감정과 생각을 더 도드라지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껏 산 사람이지만 산(山)사람은 아니라서 산에서 클래식을 들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에서 4악장까지 들으며 산을 오르고, 산 정상에 앉아서 5악장을 마저 듣는 기분은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도수는 자신의 소지품마다(심지어 아내인 서래의 몸에도) 이니셜을 새길 만큼 소유욕이 강한 남자이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등산을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남기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책장을 펼치면 '안개'가 펼쳐진 듯하다. <헤어질 결심 각본>에서 안개는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맡고 있다. 안개는 당장 등장인물들의 시야를 뿌옇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들이 각자 어떤 길에서 만나고 다시 헤어질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안개」는 정안, 해준 부부가 나눠 낀 이어폰을 통해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귓가를 촉촉히 적신다. 안개만이 자욱한 선율 위를 걷는 듯한 가수 정훈희와 송창식의 목소리는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 독백으로 바뀌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형사와 사건 용의자로 처음 만난 후 묘한 감정을 쌓아가는 해준과 서래의 이야기를 대신하여 들려주는 것도 같다.
앞서 말한 구소산 변사 사건이 <헤어질 결심 각본>의 출발점이지만, 각본집의 첫 문장은 "검은 화면에 '山' '산'이 동시에 필기체로 적힌다.(7쪽)"로 시작한다. 사건이 일단락 지어진 뒤 해준과 서래가 찾은 절이 산사(山寺)가 아니고, 그후 다시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해준의 상상을 제외한다면, 두 사람이 함께 산을 오른 적은 없다. 서로의 마음을 숨긴 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이제 두사람은 헤어질 수 없는 사이로 보인다. "화면에 '海'와 '바다'가 동시에 필기체로 적히며(110쪽)" 안개 낀 바닷가에서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일어난 또 한 번의 살인사건은 두 사람을 사건 현장으로 소환시킨다. 스릴러와 멜로 장르를 오가는 전개가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는 해준과 서래의 기묘한 인연을 표현하는 데에 절묘한 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서래는 바닷가에 자리한 산 모양 바위에서 내려오고, 해안도로를 질주하는 해준은 터널의 깜빡임을 통과한다. 안개가 낀 아침은 맑은 날의 전조(前兆)라고 하는데, 과연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이어갈 수 있을까? '결심(決心)'은 어떻게 하기로 먹은 마음 혹은 그렇게 마음을 먹는 일을 뜻한다. 어떤 일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전까지 마음을 먹는 과정이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해준과 서래의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는 공감을, 또 어떤 이에게는 공분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감에 더 가까운 입장에서 회자정리(會者定離), 즉 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져야한다는 말을 조금 비틀어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어차피 만남의 끝에서 이별이 손을 흔들고 있다면, 헤어지는 일이 그토록 힘겹다면, 헤어질 결심은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이러한 억지가 해준과 서래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영화 <헤어질 결심>을 만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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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나는 네 심장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죽지 않는 태풍의 눈이 되고 싶다. 최근 3년간 나온 한국 영화 중 최고였고, 탕웨이의 한국어 발음이 이 영화의 슬픈 미장센이 되어 버렸고, 중년이 된 박해일의 모습은 해준 그 자체였으며, 내 기준에서 봉준호보다 연출 실력이 조금 못하다 생각했던 박찬욱은 비로소 이 영화를 통해 진정 거장이 되었구나. 연출 철학의 깊이가 이 정도였구나. 그리고 마지막은 눈물 한 방울. 네가 불쌍해서. 네가 독한데 너무 가여워서. |
단일한...각본집. 한국에서는 영화 한번 봤다고 각본집 읽기를 멈춥니까. 정서경, 박찬욱이 간 길이고 우린 헤어질 수 없으니까? 각본집에 사은품 엽서를 받는다..., 소유욕. 우리 부모님도 안 놀랄 거 같은데? 그럴 줄 알았다고, 그래서 대체 N차 몇 차까지 갔냐고 싫었다고. 말씀으로 해드릴까요, 각본집을 보시겠어요? 넌 그런 얘기 들으면, N차하고 각본집 산 사람이 진상이란 생각부터 드냐? 이미 본 영화가, 각본집을 사는 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 . . . . #그만좀헤어지자 #헤어질결심 |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헤어질 결심'의 각본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바로 구매를 했습니다. 대사도 너무너무 좋고, 영상도 너무너무 좋았는데 이렇게 각본집을 읽으니까, 영화의 장면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정말 너무 완벽한 영화에 완벽한 대본집입니다. 블루레이 나오면 바로 사려고요! 여러분 헤어질 결심 열번 보세요 ㅠㅠㅠ |
#을유문화사 #헤어질결심 #박해일 #탕웨이 #헤어질결심각본 #정서경 #박찬욱 #연애소설 #소설추천 #소설영화 #영화소설 #영화각본 개인적으로 불륜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아서 드라마, 영화 등 영상화된 것은 안봅니다. 글로 볼 때는 자극적 이거나 약간 비현실적인 듯 해서 #안나카레리나 등 종종 봅니다. 사랑과 연애가 비단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지 않으니 이유로는 치졸해 보이지만 미화된 부분, 당위성을 찾는 부분이 있을 때는 감정적 불편함이 일어 나더라고요. 정서적으로 일부 이해가 된 듯 하지만 실상 현실에 드러내서 보기 좋을 리 없고 지탄의 대상이고 스스로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회의감이 드는 게 #불륜 아닐까 싶어요. 사전적 의미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다입니다. 도리를 지키려 노력하지 않는 이상, 이성의 끈을 놓고 방종하고 자신 주변의 관계를 망가뜨리지요. 각본 안에 이성적이면서도 다정다감, 온유한 해준은 자신 안에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적 동요에 대해 갈등 합니다.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질타를 받는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자각하지 못한 채 서래에게 다가서지요. 읽고 있는 독자로 하여금 서래의 감정이나 상황은 글로는 불충분한 정보로 인해 그저 건조한 상태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해준의 입장에서 흐름을 따라 가고 있기에 혼자만의 상상, 감정, 서래에 대한 배려 등 선을 넘나들지 말지 흔들리는 내적 동요를 아슬아슬하게 봅니다. 시각적인 요소가 배제된 각본을 들여다보면서 영화 스틸컷 몇 장면을 보고, 결말이 파국이어서 내심 안심 하며 다시 읽어갑니다. 영화포스터가 보여주는 내러티브가 각본의 내용과 맞닿아 있는 해요. 관찰자인 해준이 오히려 서래에게 읽히고 서래 역시 거리를 두고 지켜보지만 해준을 마음에 서서히 두게 되고 가까이 할 수 없는 그 애매하고 모호한 거리와 느낌이 잘 살려진 것 같더라고요.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했는지 모르지만 글 사이 틈이 많고 해석과 해석이 덧붙여져야 할 각본만 으로도 머릿속 그림이 그려지고 호흡이 느껴져서 이래서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http://m.blog.naver.com/bbmaning/222858355148 |
헤어질 결심 각본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각본 도서까지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은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박해일 배우와 탕웨이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박해일 배우의 역할은 형사인 해준으로 산 정상에서 한 남성이 추락사한 변사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피해자의 아내인 서래는 탕웨이 배우가 맡았고 형사인 해준은 유력한 용의자인 서래를 조사하면서도 동시에 이성적인 마음이 가게 된다는 스토리로 멜로와 로맨스, 서스펜스의 장르까지 같이 보여주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
영화가 너무 좋아서 처음으로 각본집이라는걸 구매해봤습니다 영화에는 안나왔던 내용이 있어서 새롭기도 하고 한편으론 왜 영화에서 편집되었는지 알 것 같은 부분들이 많았어요 영화를 본 첫날은 너무 충격적이라(좋다는 말론 표현불가) 하룻밤을 잠도 못자고 꼬박 샜다가 두번째 보고서 정말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헤친자?로서 무조건 소장해야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텍스트가 음성이 되어 귀로 들어오고, 몸짓이 되어 눈으로 보여진다. 최소 열 번을 보게 될 영화. 엔딩크레딧 마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때, 바로 각본집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헤어질 결심이는 말은 다른 그 무엇으로도 헤어지지 못하게 미결을 통한 영원이 되리라는 결심. 색계, 만추 그리고 헤어질결심. 이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길든 짧든 그 강렬한 기억으로 삶은 행복했으리라. 그리고 그 기억으로 삶을 살아가거나 혹은 이 삶과 헤어지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당신의 품위가 좋았는데, 나를 지키기 위해 그걸 던짐으로써 붕괴되었죠. 나는 던질 품위가 없으니, 나를 던져서 당신의 붕괴를 막고, 미결로 언제까지나 |
헤어질결심만 7번째 봤다. 각본을 읽으면 목소리들이 들린다. 영화에 나오지 않는 장면들. 마침내, 헤어질결심과 헤어질결심을 하려 하지만 헤어질결심을 하지 못한다. 그정도 매력있는 영화 작품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작품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울게 분명하다. 처음으로 다회차 관람하고 각본까지 산 작품이라 빠져나오기 어렵다. 난 마침내 헤어질결심을 할 수 있을까 |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의 팬으로서 감명깊게 봤던 <헤어질 결심>의 각본을 예약판매때 사전 구매하였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1부와 2부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로가 사랑하게 되는 주체가 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특이했고 흥미로운 플롯이었습니다. 또한 박찬욱 감독만의 뛰어난 미장센과 주인공들의 상황에 따른 복장의 색의 변화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탕웨이만의 매력이 아주 발산된 좋은 영화였습니다. 이 각본집을 꼭 구입하고 싶었던 이유는 대사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고 다시 되새겨 볼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헤어질 결심>을 관람하고 이 각본집을 읽고 다시 2차 관람하면 이 각본집은 더 깊고 의미있게 다가올거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