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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의 작가들이 쓴 글을 좋아한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혹은 논픽션 책이든, 현업이나 전직 기자 출신 작가들의 글은 어디선가 훈련을 받은 듯 하나같이 공통적인 특징이 묻어난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고,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대놓고 드러내기보다는 문장 사이에 숨겨가면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정확한 사실 전달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오랜 시간 단련된 그들의 글은 언론매체를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의 공간에서도 기본을 잃지 않는다. 이 소설 역시 그런 '기자 출신' 소설가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추리소설이었다.
독특한 구성의 책이다. 리뷰를 보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웠다', '굳이 쓸데없는 범인의 독백을 왜 넣어서 읽기 힘들게 했냐', '러시아 문학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텐데 어려웠다' 등의 감상이 많았다. 그런 구성과 문학에서 빌려온 표현과 범인 내부의 감정이 있기에 이 소설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는데, 스토리만 남기고 범인의 일기는 뺐어야 하는거 아니냐는 리뷰들은 조금 허탈했다. 물론 리뷰는 독자 개인의 자유이고 사람들의 감상이 각기 다를 수는 있지만, 책을 읽는다는 소수의 사람들조차 이제는 영화 같은 줄거리만 기대하는 시대가 되었구나 싶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책에서 언급한 러시아 문학 중에는 <죄와 벌>, <안나 카레니나> 정도를 재미있게 읽었다. 두 소설 모두 읽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그만큼 읽고 나서 여러 모로 곱씹을만한 내용이 넘쳐나는, 전형적인 고전이었다. 러시아 근대 문학을 왜 2000년대의 살인사건을 다루는 소재로 끌고왔을까. 다른 작품은 읽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죄와 벌> 그리고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느꼈던 건, 당대 러시아 작가들은 근대화 속에서 인간 심리를 엄청나게 세밀하게 들여다보았고, 신과 인간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사실이었다. 종교가 당연하게 존재하고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었던 이전과는 달리, 과학 문명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신이 필요없는 세상이 도래하던 시점에 인간과 신을 고민하던 작가들의 이야기가 소설가에게도 와닿은 게 아니었을까.
소설 속 주인공들이 러시아 문학 연구회에서 만나 각자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토론을 벌인 것도, 2000년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스무살 무렵의 젊은이들이 느꼈던 인간, 삶의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20년이 지난 마흔살이 되어서도 평범한 삶, 가족을 이루고 현대 사회에 녹아들어 살아가기보다는 예술에 삶을 바치는 독서 모임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그들이 어떤 인물들이었는지, 왜 그런 사건들을 일으키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동기를 갖고 있었는지 나타내기엔 문학이야말로 잘 어울리는 소재라 생각했던 게 아닐까.
작가 후기에서 '현대인의 불안' 그리고 '경찰 수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극사실주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는데, 수사 장면 묘사와 2000년대 신촌 대학생들의 삶은 너무 사실적이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2000년대 중반을 신촌에서 보내면서, 신영극장과 뤼미에르, 그리고 학부제, 영어학원 등 그 시절 대학생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 생생하게 되살려낸 작가의 기억력와 취재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그 시대와 장소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간접 체험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면서도, 지나친 사실 묘사가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같은 시절과 공간을 경험한 친구들이라면 실제 지명과 시대 묘사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낯선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은. 경찰 수사를 판타지가 아닌 옆에서 들여다보는 듯 묘사하고 싶었다는 의도는 충분히 성공한 것 같다. 소설에 등장하는 형사들은 초인적인 힘이나 셜록 홈즈 뺨치는 추리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아니다. 억센 운도 없다. 20년 전 미제 사건을 뒤늦게 배당받고, 시간도 인력 지원도 없고, 생활에 쪼들리며 경찰 시스템 망에 이름 하나 입력하면 범죄자 데이터가 쪼르륵 뜨는 영화같은 일도 없다. 그들은 지난하게 서류를 뒤적이고, 엄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지방까지 직접 운전하고 밤샘을 하며 피곤해하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승진도 힘들고 일은 더 힘든 '형사'를 하면서, 거대한 사법 권력의 시스템 속에서 작은 부품처럼 일하지만 그 부품이 고장나서 시스템이 멈추지는 않게 하루하루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킨다. 지금까지 형사소설과는 궤를 달리 하는 소설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런 면에서 판타지는 없지만, 그렇기에 실수도 하고 엄한 사람을 의심하며 동분서주하지만, 그래서 더 소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독자는 주인공 형사의 시선을 따라 이리저리 누군가를 의심하고 증거를 찾는다. 그 과정이 지난하지만, 점점 궤변으로 치닫는 범인의 방백과는 달리 주인공 형사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자기 할일을 묵묵히 해낸다.
범인의 이야기가 점점 '신계몽주의'에서 자기 궤변으로 치달으면서, 독자는 그 또는 그녀의 주장에 끌려갈 뻔 하다가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모든 인간이 스스로 노력하고 삶을 쟁취해야 하는 계몽주의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설파하는 부분은 언뜻 설득력이 있다.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해서 고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럴싸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범인의 캐릭터가 무척 궁금해진다. 이렇게 이성적이다가, 한편으로는 자기 주장도 강하면서, 심지가 단단한 범인의 동기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마지막에 급격하게 무너지는 그의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연민도 든다. 피해자에 대해 오랜 시간을 쏟아 그녀의 삶과 주변 인물을 조망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두고 복잡한 감정이 들지만, 이게 작가가 의도한 바인가 싶기도 했다.
여러 모로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방식이나 소재 모두 독특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서 책에서 언급한 다른 책들, 그리고 작가가 참고한 책들에 대해서도 흥미가 일었다. 책을 읽고 다른 책을 더 읽고 싶어진다면, 그거야말로 독서 체험의 목적 중 하나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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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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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첫 문장, ‘나는 병든 인간이다 …….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으로부터 소설이 시작된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소설 전반에 걸쳐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된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내용과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주축이 되어 흐르고 22년 전의 사건을 수사하는 한 형사와 22년 전의 살인자의 고백이 한 챕터씩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살인자를 좇는 경찰의 제도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고, 살인자의 마음에 갇힌 정의와 불의 그에 따른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상기시키는 소설이다.
첫 장부터 살인자의 고백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독자는 나름대로 살인자를 유추해보게 된다. 점점 생각지 못한 인물에게 다가설 것임을 암시받게 된다. 22년 만에 재수사를 하게 된 연지혜 형사가 여성이 갖는 예민함으로 사건을 좇고 수사 방향을 이끌어간다. 22년 전에도 해결하지 못했던 살인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사건 기록과 증거품, DNA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을까가 관건이다.
살인자를 좇는 경찰에게 가장 큰 희열은 사건의 범인을 잡았을 때일 것이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은 지난할 것이나 어느 순간에 의심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며 이야기를 듣다가 어긋나는 점을 발견할 것이다. 22년 전에 사건 관계자로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 새로운 조사 대상이 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듯한 그의 발언과 고백은 많은 단서가 된다. 그 단서를 좇다 보면 그들이 쫓는 인물에 한발 다가서게 된다. 그때의 희열과 흥분이란 형사와 독자가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될 것이며 교감의 한 형태가 된다.
미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통해 형사사법시스템을 돌아본다. 22년 전에는 사건에 관계되지 않았으나 형사 특유의 예리함으로 관계된 인물을 유추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밤늦도록 살펴본 일에서 형사 특유의 감을 엿보게 된다. 재수사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피해자 민소림이 도스토옙스키 독서 모임이었다는 걸 알게 되며 독서 모임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만나며 전환점이 된다. 지금은 사십 대의 인물이 된 그들은 자기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고 있을 나이대다. 그들에게 민소림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까워지는 듯하나 연지혜 형사는 사건에 관계된 인물들로만 본 것인지 가까워졌다고 여겼던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 다만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건 미세하게 어긋나는 지점을 기다렸던 것 같다.
살인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기다림은 중요할 것이다. 연지혜가 본마음을 숨기며 ‘아이고’를 내뱉었던 그 지점을 살펴보면 된다. 독서 모임에 참가했던 한 인물이 연지혜처럼 마음을 숨기며 이야기했던 것처럼. 연지혜는 그걸 기다리지 않았을까. 살인자는 양심의 가책에 시달릴 것이다. 경찰의 사법제도의 변화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언제든 체포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려 마음을 숨기는 표현을 해야 했으리라.
사실 신촌 여대생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와 사건의 관계자로 부각된 도스토옙스키 독서 모임의 인물들로 구성된 이야기로만 구성되었어도 작품에 문제는 없었으리라. 살인자의 독백으로 된 챕터는 살인자가 갖는 사회제도의 부조리와 철학에 가깝다. 지루한 면이 없잖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강력범죄수사대의 활약을 열렬하게 응원하다가 공허와 불안으로 가득한 살인자의 독백은 어쩐지 『죄와 벌』,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가로 짓는 것 같았다.
22년 전에 살해된 민소림은 『백치』의 주인공처럼 죽었다. 소설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결말을 아는 자만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함께 읽었다면 느낌이 더 강렬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좀 아쉽다. 장강명 작가의 변화는 반갑다. 한국의 사회적 제도와 살인자를 좇는 미스테리를 표방한 소설적 재미가 뛰어났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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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내용은 꽤 재미있고 흡입력도 있다. 하지만 이소설은 두권이 아니라 한권으로 만들었다면 더 재밌었을것이다. 군더더기가 상당히 많은데 그로인해 몰입도와 속도감이 상당히 떨어진다. 도스토옙스키를 주제로 하고싶은 작가의 마음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결과를 초래했고 폰폭이라는 이 소설에 주제와 상관 없는 부분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흐름을 방해 했다. 또한 엘리시움시티의 쓸데없는 부분에대한 과대하게 자세한 설명은 그저 소설의 길이를 억지로 늘이려는 것으로 밖에 안보였다. 사실상 범인은 독백인 홀수 부분 단원은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는 상당히 재밌었는데 마치 영화를 보는것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군더더기로 인해 길게 늘어지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90년대말의 운동권들의 대한 정확한 지적은 작가의 정확한 눈과 국가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수 있겠다. 한권으로 다시 발행 한다면 역대급 스릴러 소설이라고 본인은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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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1권 먼저 사서 절반 정도 읽어나가는 중인데 2권을 얼른 주문했다. 일단 너무 재미있어서 읽는 동안 정말 행복하다. 장강명 작가의 이번 작품 역시 꼼꼼한 취재 후에 글을 썼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미제사건을 해결해보고 싶은 형사들의 열띤 수사와 살인자의 철학적 변명이 번갈아 나오는 것도 너무 신선하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빨리 읽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야금야금 아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좋은 작품을 써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작가님, 앞으로도 쭉 건승하세요! |
| 한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추리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에 빠져드는게 쉽지 않아, 사놓고 읽다만 책들만 한가득. 장강명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오랜만에 책읽는 즐거움을 느꼈고, 이 책 재수사는 단숨에 1권은 읽어버렸다. 이야기가 주는 팽팽한 긴장과 '죄'와 '벌' '시스템'에 관한 고찰을 벌갈아가며 같이 읽고 있다. 이야기와 생각이 2권에서 같이 만나 부딪히는 즐거움을 기대하고 검색을 하다가 아마도 '스포'일것 같은 글을 발견했다. 마침 그의 책에 '금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모든 것이 '금기'여야 하는 시대인걸까. 암튼 나는 2권을 읽을 기대로 부풀어 있다. 모처럼 매력있는 소설을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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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1 장강명 저 은행나무 재수사를 구매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재밌을 것 같다 2권 책등이 흐물흐물한것만 빼면 다 마음에 든다 ㄷㅋ에서는 평이 좋은데 예사에서는 평이 별로라서 당황스럽다 읽어보면 알겠지 뭐 무튼 기대가 되는 책이다 ㅇㅅ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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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흥미롭지만 뭔가 장황한 느낌도 있고 술술 잘 읽히면서도 어딘가 지루하기도 하고 한 권으로 줄였으면 어떨가 하면서도 왜 이렇게 풀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고
뭐가 어떻다고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뭔가 상반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건 아니기에 양면성이 존재하는
어쩌면 수사물이다 보니 사건을 해결나가는 배경들을 독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과정이 분명 필요했기에 이런저런 부연 설명이 있어야 되는 입장도 이해되지만
1편을 다 읽었음에도 뭔가 초반의 이야기에서 멈춰 있는 느낌이 드는 점은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책을 멈추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기에 다음 편이 기대된다. |
| 장강명 작가님 신작이라기에 구매했습니다. 제목처럼 22년전 사건인 신촌 여대생 살인 사건을 재수사 하는 이야기 입니다. 단순히 범인을 잡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는 않았어요. 살인범이 스스로의 살인을 정당화 하기 위해 자신이 쌓아올린 정교하다 착각하는 사념을, 내면의 독백 형식으로 독자를 설득시키는 듯한 구조가 재밌었습니다. 기대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었어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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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내노라하는 한국 소설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출간되었다. 오래전부터 읽어 오던 이들이라 관성처럼 읽었다. 관성처럼 읽었으니 그만큼 집중을 안 한 내 탓일 수도 있겠으나 그 작품들도 나만큼이나 관성처럼 완성된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앞으로도 관성처럼 읽게 될까,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그에 비한다면 장강명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꽤나 공이 들어가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형사라면 다 폭력에 끌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공격할 수 없을 때 자기를 공격하게 되지. 자신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거야. 지혜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 (2권, 191쪽)
소설은 《재수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22년만에 재개된 미제 사건 수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어쩌면 뻔한 소재일 수도 있겠으나 소설의 전개 방식이 독특하다. 소설은 짭은 챕터 100개로 되어 있는데, 첫 번재 챕터인 1번 챕터 이후 홀수 챕터는 22년 전 사건의 진범이 맡고 있고, 짝수 챕터인 2번 챕터 이후 마지막 100번 챕터는 사건을 수사하는 연지혜 형사가 맡고 있다.
“내 안의 스타브로긴은 금기로 가득한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냉소적으로 내다본다. ‘감수성 운동’은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을 중요시한다. 인간은 비윤리적인 행위로도 고통받지만 무례함으로도 상처를 받는다.
연지혜 형사가 동료 형사들과 함께 몸으로 증거를 수집하며 사건의 진범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진범은 자신에게 할당된 챕터를 통하여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합리화하는 데에 주력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인 《죄와 별》, 《지하로부터의 수기》, 《악령》에서 라스콜니코프, 지하인, 스타브로긴을 수시로 호출하고, 그 소설 속 주인공들을 도구로 삼아 자신의 살인 행위를 교묘하게 항변한다.
“... 나는 계몽주의에 시작부터 근원적인 결함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그 보완은 사실상 재설계에 가까운 작업이 된다. 내가 만들어내려는 것에는 ‘계몽주의 2.0’보다는 ‘신(新)계몽주의’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1권, 331쪽)
물론 진범이 토해내는 그럴싸해 보일 수도 있는 궤변의 향연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계몽주의라는 근대 사회의 근간을 향한 뒤늦은 수정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신계몽주의’ 철학 설파에 이르면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학적 철학적인 궤변은 연지혜가 주도하는 챕터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을 범인으로 유추하도록 만드는 재미를 제공함으로써 또 다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원고 대부분은 장황한 변명이었다. 계몽주의니 도스토옙스키니 하는 거창한 단어들이 들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머리 나쁜 미결수들이 구치소에서 매일 한 장씩 써대는 뻔한 반성문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나도 잘못한 건 있지만, 상대도 잘못했다. 그놈, 혹은 그년이 그렇게 내 화를 돋우지 않았다면, 나를 유혹하지 않았다면, 내 요청에 순순히 응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나도 피해자다.” (2권, p.394)
이 모든 작업이 전2권, 합하여 800여 페이지에 걸쳐서 진행되고 있다. 자칫 한눈을 팔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가 잘 버텨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직도 나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라는 작가의 이력을 떠올리고는 한다. 소설 속 살인범이 내뱉는 궤변을 읽어내면서 몇 차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재미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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