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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팅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그럴거라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미술시장에 많은 컬렉터들이 유입되었다고 하니까 말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구입하고 인스타에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작품을 모든 각도에서 향유하려 한다. 과거 재산 은닉의 목적으로 소비된 적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아트페어에 가보면 현장에서 카드 긁어서 작품을 구매하는 분들도 있다. 백화점처럼. 점잔 빼고 있으면 내가 원하는 작품을 잡지 못하는 세상이다. 컬렉팅을 시작하면 가격이 투명하지 않은 이 시장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 놓으면 오른다 하는데, 사놓았더니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내가 행복하게 향유할 수 있다면, 볼 때마다 감정이 풍부해지는 경험을 한다면 그 자체로 좋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1천만원을 지불할 것인가? 1억원은 어떤가? 작품의 가치는 작가와 갤러리가 일차적으로 정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시장에 받아들여질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또 경매를 거치면서 그 가격이 급하게 오를수도, 유찰이 이어지면서 그 작품이나 작가가 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될 수도 있다. 가격이 반토막 나기도 하고,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판매할 수 없는 일들도 생긴다. 내 취향과 타인의 취향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냉정한 이야기를 해준다. 작품과 그 작가의 작품세계가 좋아서, 혹은 그냥 예뻐서 작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자기가 산 작품의 값어치가 떨어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투자가 목적이라면 차라리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부동산은 적어도 누군가가 들어와서 살거나 장사를 할 수는 있는 실제적인 공간이다. 그림은 사실 있어도, 없어도 사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다. 필수재가 아니다. 그래서 일부 작가의 가격이 치솟기도 하지만, 들어본 적도 없는 많은 작가들이 어느 순간 없어지기도 한다. 작품을 소유하고 즐긴다는 행복감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다. 여기에 작품 가격이 적어도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요건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오르면 좋겠지만, 떨어지면 속상함이 배가된다. 팔려고 사는 작품이 아니라 해도, 내 취향이 세상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 내가 좋아하고 동경하는 작가가 이제 더이상 인기가 없다는 사실은 감정적인 소모까지 일으킨다. 나는 충동구매의 대가이다. 작품도 그냥 가서 마음에 들면 사곤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후회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투자하는 금액이 많아지면서, 소장하는 작품이 다양해지고 양도 많아지면서 작품과 작가에 대해 공부하고 좀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이 책에서는 굉장히 이성적인 측면에서 컬렉팅을 바라보고 있다.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그들만의 리그'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알려준다. 작가는 컬렉팅 경험을 공유하고, 지인들의 성공담, 실패담으로 미술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접경험을 알려준다. 꽤 고가의 작품을 구입한 경험도 있고, 다양한 갤러리, 아트딜러와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작품 구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작품을 구입하던 때에도 비슷한 주제의 책을 다섯 권 정도 읽었다. 대부분은 적은 예산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것, 기본적인 이야기이면서도 뭔가 뜬구름 잡는 듯한 모호한 이야기가 많았다. 작품은 어떻게 시장에 나오고, 어떻게 구입과 판매가 이루어지며, 어떻게 배송되어 오며, 나는 거기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페이를 하면 되는지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었다. 미술컬렉팅은 좋은 것이니 꾸준히 하라, 내가 언제 샀던 이 작품이 얼마나 올랐다, 그리고 미술계 관련 전반적인 내용이었던 것 같다. 반면에, 이 책에서는 정말 컬렉팅을 하는 사람들, 작품을 감상만 하다가 처음으로 나도 하나 사 볼까?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작품을 구입해보긴 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일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작가의 경험을 공유한 부분, 다른 컬렉터와 나눈 이야기를 수록한 부분, 그리고 해외의 신진작가들을 소개한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되고 흥미로웠다. 특히 중간 인터뷰에 등장한 H원장님은 직접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동종업계 종사자/컬렉터로서 평소 존경하는 분이기도 해서 반가웠다. 잘 몰랐던 작가들 이름이 나오면 구글이나 인스타를 찾아보며 작품도 구경하고 팔로우도 하면서 책을 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주변에서 컬렉팅을 처음 한다고 하면 꼭 이 책은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터보832님은 자동차 리뷰, 부동산, 와인, 식당 리뷰 등 다양한 컨텐츠를 올리는 유튜버인데, 원래는 블로그를 오래 운영하셨다 한다. 나는 올해 아트부산 다녀와서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처음 영상을 접했고,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과 투머치 인포에 반해서 즐겨 찾아보게 되었다. 부동산에 대한 리뷰도 재미있고, 삶 전반에 대한 통찰도 있는 분이라 컨텐츠가 뭔가 좀 고급지다. 관심있는 분들은 구독해도 좋을 것 같다. #아트컬렉팅 #미술품수집 #미술시장 #미술품컬렉팅 #터보832 #미술품경매 작가님도 이번 키아프 프리뷰에 오신댔는데 만나면 책에 싸인 부탁드릴까 했더니 만나질 못했다. 그보단 작품들에 정신이 팔려서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도 컸다. RM이 와도 못알아볼 판… 어쨌든 이렇게 좋은 내용의 책, 컬렉터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책을 써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