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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림. 이라는 이름은 낯익었지만 생각해 보니 작가의 책은 처음 만난다. 화사한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었다. '서정' 에세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가리키는 단어로는 제격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양한 저서를 소개하는 책들이 참 많아졌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의 한 권이다. 다른 것은 책(소설, 시)에 한정되지 않고 풍경, 음악, 오페라, 그림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녀는 '여자'를 이야기한다. 여자의 삶, 여자의 열정, 여자의 사랑, 여자의 인생. 소개하는 예술가(작품)들이 대부분 '여자'들이다. 그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혹은 젊은 시절에 혹독한 시련을 맞닥뜨렸을 때 무엇으로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 그들 작품의 줄거리, 얽힌 일화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자리하는 작가의 말에서는 불혹의 나이 마흔으로 말문을 연다. 마흔 언저리에 쓴 글이고 마흔의 나이에 흔들리는 그녀들을 향한 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불혹이라는 나이를 언급하기에 이질감이 든 게 사실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 나이가 될 테지만 아직 불혹의 삶을 받아들이기에는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것 또한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편견을 깰 수 있을 만큼 송정림, 그녀가 이야기하는 삶,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대를 아우른다. 그러니 정정하는 게 맞겠다. 불혹의 이야기가 아니고 불혹이라는 나이에 썼지만 20대에서 50~60대까지 어느 세대가 읽어도 마음 끝자락에 닿을법한 이야기라고.
삶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나이가 언제일까. 남녀를 떠나 일반적으로 20대를 가장 아름답고 열정이 넘치는 시기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나도 가끔은 '그때'가 좋았지 라고 회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도 말했다시피 20대 때는 너무 무모했고 너무 몰랐고 너무 막살았다. 젊음의 치기로 모든 게 통용되던, 20대니까 그럴 수 있는 거지, 가 되던 시기였다. 그래서 난 가장 아름다운 나이라는 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사는 지금 이 순간에 맹렬하게 빠져들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을 반추하라고 한다면 생의 끝에 가서는 아마 모든 지나온 시절이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지금 '순간'을 보듬고 최선을 다해서 살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이지 않을까. 순간을 열렬히 끌어안으면 나의 지나갔던 모든 시절이 아름답게 갈무리 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항상 좋은 시절만 있을 수는 없다. 삶이라는 건 넘어지고 깨지고 일어서고 다독임이 반복되는 낱낱의 연속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살아오면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느냐고. 그녀는 삶에 있어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는 단연 사랑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동의한다. 사랑할 때만큼 사람이 빛나 보일 때가 또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게 되면 확실히 사람이 달라진다. 아니 일상의 면면이 다채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 또는 그녀가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았던 일상의 모든 상황을 새롭게, 더욱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책 속에 소개되는 수많은 예술가가 고통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건 사랑이었다. 생에 감사하는 노래를 만들었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올레타 파라, 호텔 화재로 사망한 작가 잉게보르크 바흐만, 온몸이 부서져 병상에서 지내다시피 했던 화가 프리다 칼로, 하얀 드레스가 입힌 채 빨간 장미와 사랑했던 이의 편지를 가슴에 품고 죽기를 유언했던 화가 마리 로랑생 등. 그녀들은 모두 '사랑' 때문에 충만했고 사랑 때문에 절절한 고통을 감내했던 삶을 살다가 바스러졌다.
항상 현재를 살자고 되뇐다.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후회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갖는 게 사실이다. 불평과 불만 많은 사람이 싫다고 하면서 나 역시 별반 다를 것 없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남의 쓴소리는 듣기 싫어하면서 내 입에서 나오는 푸념은 당연하다고 오만하게 지껄였다. 그래서 삶을 반추하고 반성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위대한 예술가 그녀들의 삶이 하나같이 아프고 절망적이었다는 것도 영향을 주는 데 한몫했을 거다. 고충 없이 평탄한 길을 걸어간 위대한 인물들보다 누가 봐도 비루하고 열악한 삶을 살아낸 위대한 사람들에게 인간은 더 공감하게 되어있으니까.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햇살과 바람과 대지의 온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고, 원하는 것은 자유롭게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눌 이들이 있고, 수화기를 들고 힘들다 아프다 고충을 토로해도 조용히 들어주며 괜찮아질 거다 다독이는 이들이 있어주는데 왜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당연하다 여겼기에 당연함의 고마움을 시시각각 잊었다. 알고 있었지만 잊고 말았다. 나에게 불혹이라는 나이는 멀다. 하지만 시간은 화살같이 지나가 버릴 거라는 것은 안다. 그래서 그녀가 불혹의 언저리에서 털어놓았던 마음이 아리게 다가왔을 것이다.
세상은 통속적이다. 송정림 그녀가 들려주는 삶을 껴안는 자세도 그 수순을 비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감동이 있는 건 세상이 통속적이고 인간은 통속적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네가 공감할 수 있는 것도 통속적인 삶 안에서 가능하다. 어쩌면 그녀의 글을 묶은 이 책도 결국 시류에 편승한 한 권의 책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말한다. 쉽고 뻔한 주제, 결말이 눈에 보이는 소설, 별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이야기들을 두고 독특하지 않아서 특출나지 않아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똑같은 주제와 똑같은 소재라도 그 사람의 색채가 베여있는 글은 차이가 있다. 똑같은 느낌을 전하더라도 문체의 차이와 생각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범람하는 시대에도 다시 이런 책을 손에 드는 것 아닐까.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 역시 명사들의 잠언, 유명한 예술작품들의 구절 등에서 소스를 착안한 것도 다수이므로 낯익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편안한 글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되뇌는 기회를 제공한다. 분명 푸념 섞인 글도 있고 자조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글도 있다. 하지만 편안하게 시절을 반추하는 자세, 현재를 누구보다 끌어안는 자세를 보여주는 글이었기에 읽으면서 참, 예쁘다 싶었다. 글이 예쁘고 책 속에 든 삽화가 예쁘고 송정림이라는 작가의 편안함이 예쁘게 다가왔다.
화사한 표지의 꽃처럼, 꽃 위에 앉은 한 마리 새처럼, 꽃 피울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삶에 열정을 다한다면, 매일 감사함을 되뇔 줄 아는 겸손한 내가 된다면, 봄날에 목련이 꽃망울을 톡톡 터트리듯이 점진적이나마 삶도 피어나리라 믿는다.
언제나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절을 산다. 그대도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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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나란 사람은 그닥 재미있는 인생을 사는 것 같지는 않다. ^^ 한때는 음악도, 영화도 즐겼지만 지금은... 책 외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가끔 영화를 보긴 하지만 예전처럼 행복하게 보는 편은 아니다. 어느 순간 영화관 의자에 1시간 이상 앉으면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은 두통을 유발하게 된다.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새삼 더 어렵다고 느끼는 건 비단 나뿐일까? 어쩜 혼자라는 시간이 점점 좋아지는 내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몰려다니는 그 시간이 어느 순간 공허해지면서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혼자서 물건 사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서 도서관 가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서 음악 들으며 걷는 것도 좋다. 때론 외롭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 외로움마저 어느 순간 즐기기 시작했다면... 나도 문제 있는 것일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만났다. 내가 몰랐던 책을 조근 조근 설명하듯 이야기하고, 내가 읽었던 책은 다시금 흥미를 유발하게 만들며, 그림과 영화 그리고 음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해준다. 같은 책을 보더라도,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같은 그림을 보거나, 같은 음악을 듣게 되더라도 우리는 다른 생각을 한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같은 책을 다시 읽게 되더라도 그날 나의 기분이나 느낌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게 되면 나는 어떤 느낌으로 책을 읽게 될지, 음악을 듣게 될지, 영화를 보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 작가는 이런 책에서, 이런 영화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이렇게 행복해 했고, 이렇게 감동했구나...
중년이란 나이에 접어들면서 새삼 세월의 빠름을 느끼게 되는데 작가는 ‘앙드레 모루아의 나이 드는 기술’이란 책을 소개한다. 우리 선조들은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젊은 사람은 힘든 세월을 거쳐 온 어른을 존경했으며 그들에게 특권과 영광을 돌렸다는 사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젊음을 무슨 특권처럼 생각하고, 나이 든 걸 마치 죄짓는 일처럼 부끄럽게 여기게 된 현실.. 이런 현상은 선진국일수록 더 강하다고 한다. 나이 먹는 것이 언제부터 죄가 되었고, 나이 먹는 것이 왜 부끄러운 일이 되었는지를 생각하는 글. 어쩜 나이를 먹어가는 어른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이유는 그에 맞는 지혜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 아닐까?
솔직히 나 역시 나이를 먹는 게 이젠 나쁘지 않다. 예전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적어졌고, 관계의 폭이 좁아지긴 했어도, 말을 조심하고, 상대를 생각하게 되는 지금의 내가 나쁘지 않다. 나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너그러운 시선을 보낼 수 있는 지금이, 그리고 앞으로가 그래도 풍요로운 삶의 밑거름이 되진 않을까?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늙어간다. 그리고 내일 역시 오늘보다 조금 더 늙어간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오늘. 그리고 지금 내 곁에 내 인생을 빛내주고 있는 모든 사람들. 그들 덕분에 나 역시 같이 빛나는 것이라고... 지금 내 곁에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입니다. 오늘 이 시간이 내 생애 가장 멋진 날, 가장 황홀한 시간입니다. 오늘은 내 생의 절정이고, 새로운 시작의 날이며 한창 때입니다. 오늘은 내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꽃봉오리, 화양연화입니다. (232) 가장 빛나는 오늘을 사는 나. 그런 나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오늘 하루, 짜증나고 의욕이 없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겠다. 우리에게 오늘은... 가장 빛나는 바로 그 시간임을 잊지 않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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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참 예쁜 책이다. 시선을 잡아끄는 책표지와 함께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또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때라는데 이 단어를 보며 난 예전에 보았던 왕가위 감독의 양조위, 장만옥 주연의 화양연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동시에 이사한 두 가정이 배우자들의 잦은 출장과 직업 탓으로 자연스럽게 남은 남녀가 오며가며 마주치면서 서로의 물품에서 배우자들의 부정을 보게 되고 이들 또한 배우자들처럼 서로에게 빠져든다. 느리고 아름답지만 슬프게 느껴지는 영화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는데 책을 보며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지 나도 모르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뭇가지에 바람이 불면 흔들리듯 여자 나이 마흔이면 유혹의 시기라고 한다. 이쁘기 보다는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 마흔.... 책에서 표현한 것처럼 나의 마흔은 아름답지도 유혹에 흔들리지도 않으며 고요하게 흘러갔다. 때때로 가슴 시리게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이 생겨도 바쁜 일상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원했던 거 같다. 마흔 중반에 들어 선 나에게 요즘 계절을 타는 것처럼 심한 외로움이 찾아든다. 책의 내용은 나의 이런 마음을 어루만지듯 느껴진다.
어릴 때는 운명적인 사랑을 원했던 적도 있었다. 사흘간의 짧은 만남 후 긴 이별... 가족을 위해 이별을 했지만 평생을 가슴에 묻어둔 사랑... 죽어서야 사랑이 싹튼 자리에 묻히고 싶은 마음이 감동적으로 다가 온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아름답고 정열적인 집시 여신 카르멘은 단 하나 자유를 원하지만 우연히 카르멘을 도와준 돈 호세는 그녀를 향한 일편단심 사랑만 가득하다. 허나 이들의 사랑은 서로가 원하는 방향이 틀렸기에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된다. 책으로는 못 읽었지만 영화가 너무나 좋았던 '잉글리시 페이션트' 전쟁 중 중요한 쟁취 목표가 되는 사막에서 물의 지도를 그리는 남자와 물을 사랑하는 유부녀의 사랑이 여자의 남편으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맺게 되는 이야기가 지금도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는데 사랑 그 자체만으로 세상에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꿈을 가졌던 시절에는 행복했습니다. 그 꿈 덕분에 실레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살아갈수록 꿈을 잃어 갑니다. 꿈보다 현실에 내 삶의 자리를 내어 주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하고 탄식하지요. 사는게 다 그런 거지. 꿈은 사라지고, 떠나온 길은 멀고...... -p164-
미국의 순수한 고전적 시인이라 불리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나 역시 예전에 이 시를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이란 게 참 묘하다. 어쩔 수 없이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기로에 서고 그 길을 선택한 후에도 자꾸만 가지 않은 다른 한 길을 바라보게 된다. 가지 않은 길이 더 평탄하고 좋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르기에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돌아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20대의 열정이 있지만 실수투성이에 무모함까지 있던 시기를 거쳐 30대의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시기를 지나 지금... 마흔 중반의 나의 이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다.
"인생의 해피엔딩은 신의 몫이 아니라 자신의 몫이다." -p293-
우리 모두는 지금 이 시간도 인생의 대본의 쓰는 중이라고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피엔딩을 꿈꾼다. 나역시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에는 새디엔딩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허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드라마나 영화, 책만 보아도 새디엔딩 보다는 해피엔딩이 좋다. 내 인생의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서... 마흔을 넘어 중반에 이른 지금 난 어떤 삶의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읽는내내 따뜻함과 깨달음이 전해지는 이야기에 빠져든 시간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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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 '화양연화', [내인생의 화양연화]를 읽으며 나 또한 내인생 어디쯤이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는지를 돌이켜본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 나이나이마다 십대는 십대대로 이십대는 이십대대로 늘 빛나고 아름다우며 행복하던 순간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빛남만큼이나 어둠또한 같이 공존했지만 어느 한 순간만을 콕집어 그 시간이 내인생의 화양연화였다고 답하기에는 이른것같다. [내인생의 화양연화]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어있다. 그 작품속에서 주인공들에게 삶의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저마다 다 다른빛으로 각인되어있는듯하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움직이지 않는다. 절대로.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움직이리라는 것을. 그러면 문은 천천히 열릴 것이다}p45중에서 시몬느 드 보봐르의 [위기의 여자]에 나오는 주인공의 독백이라고 한다. 소설의 내용은 두아이를 잘 키우고 남편에게 내조를 하며 살아온 주인공 모니크는 가족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의 전부인것으로 알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그 일이 일어났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것,불륜에 빠진 남편은 오히려 사실을 알게된 모니크에게 당당하게 다른여자와의 시간을 갖고싶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그런 남편의 요구에 모니크는 절망감에 휩싸인다.남편도 자녀들도 모니크의 감정을 들여다보려고 하지않던 그때 모니크는 큰 결심을 하게된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변화하는것. 나 아닌 타인의 변화를 내가 이끌기는 어려운일일테지만 나 자신의 변화는 내 스스로의 결심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저 문을 여는 일이었다. 남편의 외도앞에서 모니크가 느꼈을 그 절망감과 지난 시간에의 회의를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나 자신은 없고 가족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모니크에게 가족이 주는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했을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수는 없는 노릇. 모니크는 이제 자신을 위해서 힘들지만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문을 열 준비를 하려고한다. 그러면 다시 인생은 시작될것이고 그 어디쯤 모니크의 화양연화도 존재할것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편에는 영화 [하이힐]이 소개되어 있다. 한때는 외국영화를 참 많이 봤었는데 주로 오락영화위주로 몰리는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 스페인 감독의 1991년작이라는 [하이힐]은 솔직히 제목부터 낯설게 들린다. 어린시절 반지하에서 자란 베키는 창문너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다리를 보며 자랐고 성공에의 야망을 불태우는 야심있는 여자로 성장하게된다. 그 성공을 향한 욕심은 베키의 어린딸 레베카를 늘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로 만들었는데 딸과 함께 마주해서도 딸의 안부보다는 자신의 성공을 더 확인하고 싶어했던 베키, 그런 베키를 향한 레베카의 애증은 베키의 연인이었던 마누엘과 결혼을 하기에 이르고 그 결혼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게된다. 늘 여자이고 싶었던 성공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었던 베키는 그 순간 레베카의 엄마로 돌아온다.레베카를 대신해 살인죄를 뒤집어쓴것,그 어느것도 레베카보다 중요하지않다는것을 깨달은 베키는 레베카의 품에서 죽음을 맞게된다.영화를 직접적으로 보지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의 딸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화해를 다룬 작품으로 보여진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작품들 대부분이 참 유명한 작품이기는 한데 나와는 거리가 참 먼 작품들인 경우가 많았다. 읽어보지않았거나 접해보지 않았거나, 그런 작품들을 보다가 눈에 익은 이름을 발견하고는 그야말로 눈이 반짝 빛난다. 한국인의 애송시에 절대 빠지지않을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소개되어 있는것이다. 눈앞에 두길이 놓여져 있었고 나는 그중의 한길을 걸어갔노라고..그리고 모든것이 달라졌노라고..어떤 선택의 길앞에 서 있으면 늘 이시가 떠오른다. 이 길을 선택하면 다른 길이 후회로 남을것 같고, 이길이 아닌 다른길을 선택하면 놓쳐버린 이길이 또 아쉬움으로 남을것 같고..그러나 동시에 두개의 길을 다 걸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놓친길을 돌아보며 후회하기보다는 내가 가고 있는 길에 충실하게 걸어가는 편이 여러모로 나을것이다. 과거는 지나간 시간, 미래는 오지않은 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현재뿐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와 박힌다.
이책에 소개되어 있는 많은 작품들에 호기심이 생긴다. 이런 작품을 이런식으로 읽었구나.. 여기에서는 이런 면을 유의해서 봐야겠구나하는 마음들이 생겨난다. 같은 작품을 읽어도 읽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평소 생각들에 의해서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이책은 하나의 길잡이가 되어줄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나 늘 '지금'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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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저자 - 송정림 포털 사이트의 사전에 화양연화(花樣年華)는 말 뜻 그대로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을 가리키며,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 지점을 의미한다고 나오고, 책에서는 그 중에서 특히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의미한다고 적혀있다. 부제와 더불어 생각해보면, 다양한 예술 작품에서 보여줬던 여성들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는 내용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저자는 마흔 무렵부터 이 책의 내용을 한 편씩 써내려갔다고 한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쯤의 다른 여성들은 어떻게 그 시기를 넘겼을지, 그녀들의 인생과 시간을 훔쳐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행복한 중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접한 다른 여성들은 현실에서 살다간 사람도 있었고, 책이나 노래, 영화 또는 그림 속에서 살다간 존재도 있었다. 또는 순천 조계사처럼 저자가 느낀 묘한 분위기를 가진 장소도 있었다.
![]() 마흔이라는 나이는 참 묘하다.
그렇게 젊지도 않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 기혼자라면 아이들이 이제는 다 커서 품을 떠날 나이, 더불어 슬슬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는 때. 미혼자라면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때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들고, 주변의 친구들이 다 결혼을 해서 가끔은 혼자라는 생각에 외롭기도 하고. 고민이 없는 나이가 있을 리 없겠지만, 노년을 생각해야하는 때이기에 마흔이라는 숫자는 불안정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여성들은 달랐다. 아니, 그녀들도 사실은 불안했으리라. 그러나 그것을 뛰어넘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모든 것을 던졌다. 비록 결말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위기에 처한 상황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은 선택한 길에 망설이지 않았다. 불안함과 망설임마저 용기와 헌신으로 바꾸어버렸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불의에 맞서 싸웠다. 잊힌 여인이 되고 싶지 않았던 마리 로랑생은 평생을 아폴리네르와의 사랑을 평생 마음에 간직하고 살았다. 펄 벅은 진정으로 딸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결과가 그들이 원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그들은 그것마저 기꺼이 감당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비록 그 때문에 아파하고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릴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독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나보다. 고독을 친구 삼을 줄 알면, 연륜이 쌓여가도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담담한 어조로 충고하는지도 모르겠다. -p.238 하지만 그들은 후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갔던 그 순간이, 그들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라 칼라스와 에디트 피아프는 죽기 직전까지 노래할 수 있었고, 빌리 홀리데이는 그 슬픔마저 목소리에 담았다. 꼭 젊을 때만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젊을 때가 제일 예뻐 보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자신만의 멋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아름답다는 것이 꼭 외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말은 아니다. 링컨의 말했듯, 마흔 이후의 얼굴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보여준다고 하니까. 이 책은 그런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자신의 의지로 살아갈 때 존재한다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삶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다고.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빛나는 때라고. 타인에게 내 인생을 맡기고 행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은 꿈이 아니라 환상이었습니다. -p.75 순수란 거짓이 없다는 뜻이고 책임을 질 줄 안다는 뜻입니다. 순수는 남의 잘못은 용서하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순수하게 살아간다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순수는 더 가치 있습니다. -p.121 이 책의 그림은 어딘지 글과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 화려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분한 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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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경계를 거쳐 마흔의 나이에 이르면 불혹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마흔의 나이를 와인처럼 향기로운 나이라고 한다. 와인하면 뭔가 진한 향기가 느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윽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이처럼 풋풋하고, 청춘처럼 뜨겁고, 때론 어른처럼 우아해질 수 있는 나이... 누구나가 한번쯤은 거쳐가는 나이인데 이렇게나 아름답게 표현해 주니 책속으로 확 빨려 들어갈듯한 느낌이 든다. 말의 표현일 뿐인지 모르겠지만 진정 마흔이 그런 나이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마흔의 나이에 흔들리는 이에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순수를 품고도 찾지 못하는 이에게... 더 아름다운 삶을 꿈꾸기를 바라는 중년의 여성에게 바치는 책이다. 불혹의 나이면 먹을만큼 먹은 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중년의 여성을 위한 책이라니 반가운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이 책에서는 책, 영화, 음악 등을 뽑아서 스토리로 엮어 가고 있다. 독특하지만 하나 하나 읽어보면 느낌이 있는 글들이다.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시간을 다짐하게 되는 계기도 된다. 오래 전에 읽었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둔 이 소설은 사진기자 로버트가 매디슨 카운티 다리를 촬영하러 왔다가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되고 남은 인생을 함께 살자고 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하지만 그 후 그들은 가슴속에 꼭꼭 사랑을 묻어둔 채 살게 되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매디슨 카운티 다리 주변에 자신의 잔해를 뿌려 달라고 한다. 첫눈에 반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서로에겐 서로의 삶이 있다. 그녀가 그런 선택을 했기에 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영화로도 나오고 한때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책이었기에 나도 20대에 보았던 책인데 이 책에서 다시 접하니 그때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마음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영화 '하이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딸을 위해 애인을 내어주고 마지막엔 딸의 잘못까지 엄마가 뒤집어 쓰게 되는... 아무리 어머니가 강하다지만 그것이 진정 어머니의 모습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딸 대신 누명을 쓰고 죽어가는 베키의 모습에서 모성애를 느끼게 되는데 내가 만약에 그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책에 나오는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가슴을 짠하게 한다. 아직 노부부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있어야겠지만 나도 나이 들어 책에 나오는 노부부처럼 아름다운 삶을 마감하길 바래본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은 아내의 몸이 마비되어 가는 걸 알게 되고 자신도 늙어서 힘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위해 모든걸 바치게 된다. 병은 점점 깊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내와 아내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남편은 아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게 되는데... 자신의 몸도 가두기 힘든 상황에서 아내를 간병하고 아내의 곁에 머물렀던 노부부 이야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힘인가 봅니다. 자신은 힘이 없어도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마력과 같은 것... 이 노부부를 보면서 참 좋은 배우자를 만났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나오는 이야기도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주차장 관리인인 할아버지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와 살고 있는 노부부 이야기. 아내가 위암 말기라는걸 알게 되고 아내를 혼자 보낼 수 없었고 아내 없이 살아갈 자신도 없었던 그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위장하고 마지막 길을 동행합니다. 젊은 사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가슴이 짠하고 한편으론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내 반려자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지금 살고 있는 내 삶은 어떤지 앞으로는 어떤 삶을 설계해야 하는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책과 함께하는 동안 잠시나마 시간이 멈춰지길 바래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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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우린 항상 무언가를 접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그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경험했는지,,, 솔직담백한 글로 풀어내기란 쉽지가 않은데요. 그녀는 참,,, 조곤조곤 다감하게 자신의 느낌과 감정들을 책 속에서, 영화의 주인공을 통해서, 그림 그리는 화가의 인생에서, 노래 속 가사에서 우리의 인생과 대비해 잘 버물버물 버무려 놓았더라구요. 언제나 그녀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죠. 세월의 경계를 거쳐 온 사람은 말합니다. 20대보다 30대의 세상이 더 넓어졌고, 30대보다 40대의 인생이 더 즐거웠고, 40대보다 50대의 사랑이 더 행복했다고,,, - 내 인생의 화양연화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작가 송정림씨가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를 마흔 무렵 자신의 마음에 주는 선물처럼 한 편씩 써 내려간 에세이에요.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아시죠 그녀의 글은 언제나 밑줄 긋기 바쁜 구절들이 구구절절하게 많다는 사실을,,, 내 인생, 내 마음, 내 생각,,,, 이 모든 나를 스스로 사랑해야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당당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들어 주구요. 사람을 사랑하고, 생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인생의 풍경을 사랑해야함도 알려줍니다. 사랑, 이별, 고통, 슬픔,,, 하지만 이 역시 우리 인생엔 좋은 기억이고 세월이, 나이 듦이 주는 기쁨도 저절로 알게 됩니다. 그리고 기다림이야 말로 인생을 잘 사는 비법임도 알려줍니다. 어떻게요? 그건 말하지 않을래요. 한 자 한 자, 한 편 한 편 속 주옥같은 글을 읽어야 아실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그녀의 시각으로 들여다 본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속에서 내 이야기를 풀어보세요.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기다림을 익혀가야 할지,,, 그 물음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인생의 발걸음을 어디로 내딛어야할지 깨닫게 될 테니까요. 사랑? 행복? 도전? 성공? 어디로든 조금은 더 당당하게 걸을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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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가는게 당연하면서도 지금의 내 나이가 영 낯설게만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런 생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특히나 인터넷을 통해서 인것 같다. 워낙 젊은 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보니, 조금만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도 엄청난 노땅 취급을 받고, 아니 그렇게 나이가 많으세요? 같은 반응이 보이니 나이를 언급하는게 이제 쉬운 일이 아닌때가 된듯 느껴진다. 내가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인터넷이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던 때였으니 우리 세대만 해도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쓰는게 아주 당연한 건데 말이다. 이제는 그 다음 세대에게 마치 이 자리를 내어줘야 할 것처럼 뒷방 노인네같은 취급을 받을때는 한없이 울컥한 기분마저 들때가 있다.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 그리고 응답하라 1994 딱 내가 대학생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와 영화인지라 무척이나 관심이 갔다. 그때 그시절이 참 오래전이 아닌 것 같은데 영화 속 드라마 속에서는 때로 촌스럽게 때론 아련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심지어 우리가 좋아했던 그때 그 노래들은 이제는 오후에나 나오는 흘러간 가요 프로에나 나오곤 하지 않는가. 내가 대학생때 조금더 어른들, 조금 더 선배님들이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한참 뒤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넌 그대로일 것 같지. 넌 나이를 안 먹을 것 같지. 그런데 그런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 아직도 마음은 이팔 청춘 같은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내 나이 앞자릿수가 낯설게 느껴져만 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30대인걸까. 그런데 40대가 되면 어떤 기분이 들게 될까.
사실 3자가 붙음과 동시에 결혼을 해야한다는 강한 압박으로 정말 29살에는 미쳐버릴 것 같은 초조함과 불안함을 갖고 있었다. 다행인 것인지 아뭏든 하고 싶었던 딱 30의 나이에 결혼을 하긴 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정말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내 나이를 잊고 살았다. 아주 가끔 내 나이를 입력해야하는 그런 순간이 오면, 적어야 하는 숫자가 너무나 생소해 깜짝깜짝 놀라고 있을뿐이라지만 말이다. 좀더 어린 시절의 노래들이 너무나 좋다. 이젠 그렇게 나이를 먹어버렸다. 트롯트가 좋은건 아니지만 여전히 발라드가 좋지만 90년대 귀에 익은 노래들이 너무나 좋다. 그렇게 난 나의 20대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뒤늦게 본 건축학 개론, 그리고 미처 보지 못한 응답하라 1997. 그런데 아주 우연히 지난주말부터 보기 시작한 응답하라 1994에 이일화의 에피소드가 나왔다. 폐경기인듯 아주 우울하고 힘든 여름을 보냈던 이일화. 딸 아이 대학생이고, 아직 마음만은 젊고 싶은데 몸에선 아무 소식이 없고, 그녀는 남편 앞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여자로써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말을 한다. 폐경기, 갱년기. 나이를 먹으면 그런 일이 온다고 배웠고, 오려니 하고 있었지만, 내 일이 되리라곤, 그리고 그 일이 그렇게 충격을 먹을 일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일화는 그 일로 울고 힘겨워 하고 무너져 내리려 하였다. 정말 내 일이 되리라곤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는 나같은 사람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아주 뻔뻔하게 그 일은 엄마 세대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아직 젊으니까. 그래 아직 30대니까 하고 위로하고 있었지만 아주 순식간에 그 나이가 된다는 것을. 30 넘어서 40되고 아이 키우다보면 또 순식간에 50이 60되고 70이 되면 더욱 빨라진다는 것을... 엄마가 그러신다. 70대가 되면 정말 세월이 빨라진다더라. 며칠전 칠순 생신을 맞이하신 아버님 생신을 어떻게 챙겨드릴까 이야기하다, 신랑이 너무나 충격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내 부모님이 어느새 그렇게 나이를 잡수셨다니..어쩌면 좋느냐고 신랑이 무너지듯 힘들어하였다. 아직 우리 아빠가 아니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반면 나는 너무 무심하였던 까닭에 신랑이 서운해하기도 하였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더군다나 그 나이에 더욱 충격을 먹는 것은 여성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 꽃보다 어여쁜 이 책에서는 비단 20대가 지났다고 30대가 지났다고 여성의 아름다운 시절 그리고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마음의 아름다움서부터 원숙미까지. 우리가 정말 중요시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도 너무 중요한 젊은 시절이 빨리 지나가 너무 안타깝다 하고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작가의 따뜻한 위로의 글들을 읽으며 조금씩 치유되는 심정이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책이었는데, 이일화의 폐경 (사실 폐경이 아닌 늦둥이 임신이라는 기적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이야기를 접하며 미리 충격을 간접 경험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이를 먹어가고 세월을 맞이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만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를 좀더 아끼고 사랑해야겠구나. 너무 가족에게만 헌신하지말고 나를 잊지 말아야겠구나.
여러 유명한 영화와 책 등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참으로 감미롭고 따뜻하였다.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해 조금더 행복한 시선을 갖게 해주어 너무나 고마운, 그런 책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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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림 작가의 서정 에세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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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의 송정림 작가님의 작품 중 하나...! 꽤 오래전에 출간된건데...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하핫.. 이 책은 마흔 무렵부터 내 마음에 주는 선물처럼 한 편씩 써나간 글입니다. 책 속에서, 그림 속에서, 노래 속에서, 그리고 자연 속에서 내 나이쯤 된 그녀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했을까? 어떻게 이 마음을 느꼈을까? 그녀들의 인생을, 시간을 훔쳐보았습니다. 그녀들의 사랑을, 꿈을 커닝했습니다. 그녀들에게 답을 구하다 보니 마치 전선이 얽히듯 복잡하고 어지럽던 중년의 날들이 정돈되었습니다. 슬프고 외로웠던 시간이 행복해졌습니다. 그 삶의 힌트를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p.7) _ 작가의 말 중에서. 처음보는 책, 영화, 음악이 많았다.. 여태껏 많은 것들을 안보고 안듣고 뭐했나 싶을 정도로.. (반성해) 언급된 것들은 물론이고 세상엔 읽을 것도, 봐야할 것들도, 들어봐야할 것들도 너무너무 많다.. 아무튼, 그것들을 언급하면서 마음을 울리는 글이 많다.. 마흔 무렵부터 써내려간 글이라고 했는데... 마흔.. 내게도 올까.. 오겠지.. 마흔.. 어쩐지 가까운듯 가깝지 않은 것 같은 낯선 나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의 나이지만.. 이룬것에 비해 나이만 먹은 나란 사람... ㅠㅠ 그런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화양연화는 없... 아무리 생각해도 없... 뭐든 해보려고하고 마음을 열어보려고 하지만.... 이내 곧 그저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고 있는 삶.. 휴- 참으로 답답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고민과 삶의 걱정거리 세상을 아는 척 하지만 아직 설익은 몸 - 방탄소년단 <INTRO : 화양연화>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난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 세상을 아는 척 하지만.. 여전히.. 서툰.. 삶이 끝날때까지 서툼으로 살겠지.. 하아- 작가의 전하는 메세지가.. 언급된 모든 것들에게서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이 책을 펼치고 덮는 그 순간. 별안간 찾아온 토닥임에 감사하다.. - 책 속 - 고개 숙이지 말아요. 어깨 내릴 거 없어요. 당신에게 있는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해서 불러오기를 하세요. 감성 9단, 낭만 9단, 낙관 9단, 청소 9단...... 잘하는 것을 모두 합하면 당신은 고단자, 인생의 고수 소리를 들어도 됩니다. 하늘을 보세요. 어깨를 펴세요. 그리고 당당하게 걸어가세요. 에린 브로코비치, 그 아줌마처럼 소리치면서. "오~ 예!" (p.43) 가장 아름다운 꽃은 생의 끄트머리에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 나 지금 잘 가고 있느냐고, 나 지금 잘 사랑하고 있는 것이냐고,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의 마음에 물으며 홀로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걷다보면 그 길모퉁이 어디쯤에서 만날 수 있겠지요. 아름답게 핀 그 꽃을...... (p.102-103)
그렇게 시간이 가져가 버린 것들을 생각하면 슬퍼집니다. 한때 찬란했던 젊음도 가져가 버리고 눈부셨던 아름다움도, 황홀했던 사랑도 가져가 버립니다. 뜨겁던 꿈도, 치열했던 의지도...... 시간은 여지없이 가져가 버립니다. (p.171) 어쩌면 외로움은 우리 인생의 원형인지도 모릅니다. 고독이 인생의 운명성인지도 모릅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타인에게 기댔다가 오히려 상처를 입기도 하지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뭔가를 싣했다가 더 외로워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알아 갑니다. 인생은 그냥 외로운 것임을......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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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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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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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책은 환상의 터널이었다. 어린 시절 책 자체가 좋기도 했지만 책을 보고 있으면 다른 무언가(청소나 빨래같은 집안 일)을 하지 않아도 용인해주시는 부모님 덕에 열심히 본 것같기도 하다. 현실을 벗어나는 매개체로 여긴 것이다. 그렇게라도 책 읽기를 즐긴 덕인지 책 속 이야기 자체에 빠져들어 나만의 상상의 나라로 가는 터널을 비교적 빨리 발견하고 자주 이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순수하게 책을 좋아한다. 정말로.....현실과 분리시켜주던 터널이 이젠 현실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더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나침반이 되었다. 송정림의 '내 인생의 화양연화' 역시 그런 책이다. 책을 통해, 영화를 통해, 음악을 통해 깨달은 소중한 생각들을 엮어놓은 책으로 나혼자 영화,책을 볼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것을 짚어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책의 전반적 분위기는 '나는 다만 느릴 뿐이다'와 매우 흡사하다.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여러매체를 통해 깨닫는 사유도 익숙해져서인지 그 책을 읽었을 때만큼 매력적이진 않았다. 어쩌면 삼십대와 사십대가 공유하는 경험이 다르기에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즐겁게 재미있게 읽었다. 자꾸 작가가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져 이야기에 무언가 대꾸를 해줘야할 것만 같아 초반에는 각 장마다 내 의견을 적어을 정도이다. 대화를 원하는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써내려갔다. 작가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지 읽는 내내 포근함이 나를 감쌌다. 그 따스함이 자꾸만 나를 흐뭇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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