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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의학 블로거인 닥터 키드니 선생님이 쓰신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주문해서 이틀 만에 읽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참고할 만한 블로그가 없나 하고 찾아보던 중 찾게 된 블로그였다. 처음에는 아 이런 틀로 글을 작성하는구나 하고 배울 점을 찾다가, '나의 이야기'에 쓰인 글을 읽으며 비슷한 나이대의 같은 내과 의사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기도 하고 사람 향기 나는 글을 맛스럽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었다. 책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있은 뒤로 최근에 책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오자 바로 주문했다. 웹툰 '내과 박원장'을 읽었을 때의 공감에 더해 좋은 글이 주는 즐거움을 얼른 맛보고 싶기도 했고, 선배 의사 블로거님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기도 했다.
1장 의사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환자가 되어있었다. 책의 시작은 어떻게 해서 의사가 되었는지 학창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려면 열심히, 그것도 많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지능이 아주 뛰어나서 남들보다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얻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능력은 다른 사람과 큰 차이가 없기에 학창 시절 많은 것을 포기하고 공부에 내 모든 것을 녹여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강 알고 있지만 그것을 내 입으로 스스로 말하자면 투정 같기도 하고 지금의 보상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것처럼 보일까 봐 어디 가서 웬만해서 잘 말하지 않는다. 글쓴이도 삶에서는 마찬가지였겠지만 '의사로서 나'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야기는 의과대학 시절을 훌쩍 건너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인턴이 된 시기로 넘어간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노출되는 인턴 시절 글쓴이는 환자가 된다. 중증 궤양성 대장염 상태라는 것을 뒤늦게서야 진단받게 되는데 그럴 수밖에 없던 그 상황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병원에서 '인턴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다. 지금은 약간 나아졌을 수도 있겠지만, 글쓴이나 내가 수련 받던 십수 년 전에 인턴은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을 수 없는 종합병원 맨 아래 부속품 이었다. 게다가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질병이 어떤 병인지 너무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타까웠다. 힘든 것 x 힘든 것은 더 힘든 것 정도가 아니라 삶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고 포기할 법도 한데 끝까지 참아내고 수련을 성실히 마쳤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고 삶의 가파른 지점마다 재발을 겪고 이겨내는 과정들을 이야기한다. 왜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지, 왜 병원에 꾸준히 와서 점검받지 않는지 환자들의 이야기를 깊이 들어본 적이 없는데, 환자 '닥터 키드니'의 고백을 통해 환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2장 대한민국에서 여자 봉직의로 산다는 것은 의사들은 대부분 모범생 출신이다. 특히 내과를 선택한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더 모범생에 소심한 경우가 많다. 소심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내과를 주로 선택하고 내과를 선택해서 수련 받고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성향이 굳어진다. 소심함(신중함)에 공부와 훈련의 결과로 결단력이 더해진다. 내가 고민한 만큼 환자는 더 좋아지고, 내가 신중하지 못한 만큼 환자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진화와 적응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과 내과를 선택하고 업에 종사하는 친구들, 동료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신장 내과 의사는 만성 신부전 환자를 많이 만나고 소화기내과 의사는 간경화 환자를 많이 본다. 칼과 도끼로 위협하는 투석 환자로 인해 받은 트라우마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전공의 시절 입원 중에 몰래 나가서 술을 마시고 칼을 안주머니에 품고 병원에 돌아와 행패를 부리던 간경화 환자가 생각이 났다. 병원 직원들과 다른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책임 또한 (경찰은 불러봐야 아직 누가 하나 다치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치의인 나에게 있었다. 앞에 나서서 환자를 진정시키고 강제 퇴원 시키다가 '밤길 조심하라'라는 말을 나도 여러 번 들었기에 남일 같지 않았다.
3장 의사지만, 엄마는 처음이라 직접 내 배로 아이를 낳고 키우지 않았고, 사실 첫째 때는 군의관이라, 둘째 때는 인턴, 전공의 1년 차라 육아에 보탬이 별로 되지 않은 불량 남편으로서 참 멋쩍은 구간이었다. 병원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전공의 남편과 세 살 한 살 아이를 온몸으로 키워 냈던, 지금은 초등학생 남자아이 둘을 둔 워킹맘 아내의 고단함을 한 번 더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4장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1,2,3장이 과거의 닥터 키드니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라면, 4장은 현재의 닥터 키드니가 독자에게 하는 이야기,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통해서 소통하고자 하는 이유와 내용을 담았다. 내가 블로그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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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의사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 과감한 결단과 수술로 위급한 상에서 사람을 살리는 영웅.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와 대다수의 의사는 그런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 특히 수술하는 과가 아니라면, 의사는 하나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머릿속으로 수많은 선택지를 떠올리며, 각각의 장단점을 따지고, 때로는 책과 논문을 검색하며 겨우겨우 결정을 내린다.. 의사는 대부분 소심한 모범생이라고 할까? 나 또한 생긴 것만 대담하지, 항상 소심하다. 그리고 정확하게 이 책의 의사는 그런 모습이었다.
“공부야말로 내게 몸 쓰는 일이었다. 머리를 믿지 않았다.... 이렇게 몸을 쓰며 공부한 증거는 아직까지 남아 있다. 오른쪽 세 번째 손가락의 굳은살, 오른 손목의 결절종 그리고 유난히 앞으로 튀어나온 내 오른쪽 어깨, 이런 내 신체 기형은 내가 내 몸과 싸운 증거다.” -20~21 페이지- “참는 건 내 주특기였다.” -35 페이지- 사람들은 의사가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극소수에 해당할 뿐이다.
표현들도 돋보였다. “실수는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나의 것이지만, 실망은 타인의 몫이다.” -54 페이지- “가운에는 방수 기능이 있다.” -129 페이지-
내용은 전반적으로 좀 무거웠지만, “급똥”과 같이 큭큭 대며 웃긴 부분도 있었다. “가운을 입었기에 남자 의사도 만날 수 있었다... ‘그거 다 하얀 가운발 때문이었어.’” -127 페이지- 의사로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암소의 고단함을 잘 묘사한 책이었다. “집과 병원에서 밭도 갈고 새끼도 낳아 기르고, 우유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여자 인생의 인생이다.” -78 페이지- 글을 읽는 내내 절반은 나를 떠올리고, 나머지 절반은 아내를 떠올리며 공감하며 읽었다. 아내가 같은 신장 내과 의사인데다, 비슷한 일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책에 나온 사연마저 비슷했다. 물론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훌륭한 에세이로 가다, 뜬금없이 “어른들을 위한 약을 잘 먹는 아주 사소한 팁”, “폐렴을 조우하지 않는 3가지 방법”과 실용서에 나오는 내용이 나오면서 끝이 흐려진 것이 마냥 아쉽다. 편집자가 욕심을 부려, 책에 이런 저런 내용을 다 담으려다 한 실수가 아닐까 싶다. 다음번 책을 기대한다. 어젯밤에 책을 읽다가, 한 번에 다 읽기가 아까워서 일부러 아껴 두었다. 같은 의사들의 책은 이런 저런 이유로 어지간하면 리뷰를 안 하는데, 용기 내어 겨우 써 보았다. 한 명의 독자로서, 이 책의 작가가 행복하게 활짝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내에게도 이 책을 선물할 예정이다. #닥터키드니 #봉직의사 #그의사의서재 #빛나리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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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어린시절, 젊음을 갈아넣은 인턴, 레지던트 생활부터 아이엄마가 된 지금까지 매순간 열정과 진심을 다한 작가 닥터 키드니님!
지금껏 블로그, 브런치, 유튜브의 그 많은 콘텐츠들을 어떻게 만들어내실 수 있으실까 궁금했는데 이번 에세이를 보니 거기에 답이 있더라구요.
지금 이순간도 이렇게 좋은 글들을 나누어 주고 계시는 모습이 과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덕분에 아무렇게나 쳐박아 두었던 과거의 시간들을 꺼내어 소환해 내고 상처받기도, 두려웠던 그 시간의 나를 위로할 수 있었어요.
쳇바퀴같은 일상을 위해 다시 고이 넣어두어야 할테지만 말이죠. 출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느 봉직의사 올림 작가님의 건강 기원하고 이 에세이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기도 간절히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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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꾸준히 고지혈증약을 복용해야하는 환자라면 환자 성인병 관리중이라면 열심히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이다. 건강에 워낙 관심이 많다보니 의학박사(주로미국)들의 책을 여러권 찾아 읽기도 하였고 온라인상의 정보도 나름 가려서 습득하곤 한다. 그러다 의사가 쓴 의학이 아닌 책을 난생처음 구입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의사도 사람이고 우리처럼 아파하고 건강에 관심이 많고 겉으로는 차가워보이지만 우리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우리의 가족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나만 JS(진상)들때문에 혈압과 안압이 오르고 판을 뒤집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줄 알았는데 진료실에서도 그러한 JS들때문에 힘들수 있고 트라우마도 올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었으면 얼마나 힘들었들까 가늠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의사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선입견을 친근하게 날려주며 마지막부분에서는 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꿀팁(?)도 빼먹지 않고 알려주는 참 고마운 책이다. 가장 중요한건 읽기 어려운책이아니라 한번 손에 잡으면 순식간에 읽혀지는 편안한 책이라는점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은 책이더라도 잘 읽혀지지 않으면 소용없을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