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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쓸 때만큼은 정의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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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수 선생의 소개글을 보고 구미가 확 당겨서 구입한 책. 벌써 제목부터 뭇 글 쓰는 이들이라면 가슴을 시큰하게끔 하지 않는가. 저자는 서문에서 '씌어지지 않은 책들을 위한 서문들'만으로 이뤄지는 책을 써볼까 하는 상상을 한 적 있다고 쓴다. 상당히 흥미로운 구상이다. 제대로 된 책이라면 훌륭한 서문을 가지고 있음은 불문율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데, 이 책은 저 한 구절만으
"그래도 쓸 때만큼은 정의롭게" 내용보기

변정수 선생의 소개글을 보고 구미가 확 당겨서 구입한 책. 벌써 제목부터 뭇 글 쓰는 이들이라면 가슴을 시큰하게끔 하지 않는가.

저자는 서문에서 '씌어지지 않은 책들을 위한 서문들'만으로 이뤄지는 책을 써볼까 하는 상상을 한 적 있다고 쓴다. 상당히 흥미로운 구상이다. 제대로 된 책이라면 훌륭한 서문을 가지고 있음은 불문율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데, 이 책은 저 한 구절만으로도 자격이 충분하다 싶은 후한 평도 해주고 싶다. "챕터 하나하나가 서문이라면 그 뒤의 본문들은 결국 내가 살아야 할 삶을 통해서 채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글이 먼저 가서 내가 따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길로 가야 한다."는 구절은 또 어떤가. 제대로 된 독자라면 이런 책은 독자적으로 구입해야 마땅치 않을까.

칼럼에 가까운 글도 있고 논문에 가까운 글도 있어 본디 울퉁불퉁한 재료들이라 고르고 다듬었다 해도 어떤 글도 간단하지 않고 깊지도 않다고도 서문에서 저자는 밝히는데 지나친 겸양이라 느낀다. 간단하지 않다는 부분에는 공감가는 부분도 있지만 애초에 간단할 수가 없고, 간단해서도 안 되는 주제를 다루기에 당연한 부분이라 여긴다.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는 저자의 전반적인 고백이라고도 느껴지지만 그 고백은 글을 쓸 때만큼은 어느 때보다 정의롭다고도 읽히고, 한편으로는 쓸 때만큼이라도 보다 진지하고 찐으로 정의로워보자는 결기마저 느껴져 개인적으로 '정의'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끔 했던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에서 그 서슬퍼렇고 서릿했던 서문이 생각났다. "나는 정의로운 자들과 결별하였다"던. 

올해 가기 전 앞으로도 해마다 두고두고 꺼내 볼 책 하나 건지고 싶은 분들께 절대 강추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c 2022.09.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