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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머리뼈와 근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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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는 스웨덴 여왕 크리스티나와 샤뉘의 초청으로 스웨덴으로 거기서 1650년 겨울 생애를 마감한다. 가뜩이나 허약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났던 데카르트에게 북구의 찬 공기는 가혹했던 셈이다. 생을 마감한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의 시신은 고국인 프랑스로 바로 돌아오지 못하고, 스웨덴에 묻힌다. 그런데, 데카르트의 철학이 미친 영향은 그의 유골마저도 이국의 찬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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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는 스웨덴 여왕 크리스티나와 샤뉘의 초청으로 스웨덴으로 거기서 1650년 겨울 생애를 마감한다. 가뜩이나 허약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났던 데카르트에게 북구의 찬 공기는 가혹했던 셈이다.

생을 마감한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의 시신은 고국인 프랑스로 바로 돌아오지 못하고, 스웨덴에 묻힌다. 그런데, 데카르트의 철학이 미친 영향은 그의 유골마저도 이국의 찬 땅에서 조용히 묻혀있을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 고대부터 중세로 이어지고, 근대까지도 이어진 성물 숭배와 결합해서 그의 머리뼈는 숭배의 대상, 혹은 연구의 대상이 되었고, 그래서 무덤은 다시 열렸다. 그의 머리뼈와 시신은 프랑스로 이송되었지만(그랬다고 생각했지만), 또 나중에 그의 무덤을 열었을 때 그의 머리뼈의 행방은 묘연해져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추적을 거듭한 끝에 데카르트의 머리뼈로 추정되는 것을 찾긴 했지만, 정말로 그게 데카르트의 것인지는 아직도 분명하지가 않다.

데카르트의 머리뼈를 둘러싼 이야기를 간추리면 대충 이렇다. 그런데, 이렇게 간추린 이야기를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다. 바로 그것을 러셀 쇼토는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근대성의 시작과 발전, 논쟁, 그리고 변질 등등.

 

데카르트는 이른바 근대 철학의 시조다. 그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된다. 정신과 물질(육체)을 완전히 가른 이분법적 철학(‘이원론’)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지적하는 것으로부터 현대 철학은 시작한다. 데카르트의 이원론 때문에 현대의 많은 문제가 파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 글을 읽다보면 그가 마치 거대한 조직의 괴수 같은 느낌이 들 때도 가끔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가 그런 비판을 받는 것은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대단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로부터 이전의 종교적 권위에 억눌려 세상에 대한 해석을 차단당하던 철학이 비로소 로부터 세상을 해석하고 발언하기 시작했다. 그 시대에 정신과 육체를 구분하는 것은 낡은 시대의 철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단계였고, 바로 데카르트가 그것을 해냈던 것이다. , 그래서 근대는 그로부터 시작되었고, 거기서부터 과학 혁명도 비롯되었다.

 

그래서 그의 유골이 중요했고,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는 얘기는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다. 전근대적인 유물(성물) 숭배의 대상이 바로 근대를 열어제킨 철학자의 머리뼈였다니 말이다. 바로 여기서 근대성이 어쩌면 모순되는 사고의 조합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어느 날 갑자기 근대가 찾아와서, 이 순간부터 근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시 극복되어 스며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근대의 의미도 서로 달랐던 것이다. 또한 나중에는 그 근대는 왜곡되어 다시 극복되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러셀 쇼토가 하는 얘기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는 탐정처럼 데카르트의 머리뼈를 찾아나서면서, 그 머리뼈를 둘러싼 근대의 풍경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계몽주의자들의 비밀스런 회합을 엿보고, 프랑스 혁명의 피비린내도 맡고 있다. 과연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비로소 논의가 시작되었던 진지한 프랑스 아카데데데시앙스에서의 논쟁도 엿들을 수 있다. 가톨릭 교회의 화체설과 연관시켜 데카르트의 철학이 파괴적이었던 이유를 이해시키고 있고, 인류학회가 어떻게 출범했으며, 그곳에서의 논의가 어떻게 변질되어 인종주의로 흘러갔는지, 또 어떻게 극복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있으며, 좌파와 우파의 논리에 대해서도 데카르트의 유산에 대한 해석의 문제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근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데카르트의 머리뼈를 두고 들락날락하면서 다루고 있는 셈이다(러셀 쇼토는 이렇게 쓰고 있다. “데카르트의 유골이 걸어온 길은 근대의 풍경을 관통한다.” 20).

 

근대는 거쳤어야 했고, 그리고 극복되었어야 했다. 그 근대의 풍경을 여행하듯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그 근대를 거쳐온 현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현대는 근대 위에 세워진, 설계도 없는 건축물 같은 것이니까 현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근대를 이해해야 한다.

- 그런데,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쓰고 있지만, 정작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아닌가.

 

데카르트의 아이러니는 근대 학문의 전령이며 모든 우상의 파괴자였던 그의 철학이 19세기에는 보수주의자들의 논증에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19세기의 데카르트는 영원불변한 진리 둘레에 장벽을 치고 근대의 침투를 저지하는 파수병이 되고 말았다.“ (277)

- 우리는 이러한 예를 역사에서 무수히 찾을 수 있다.

 

 

 

(2013. 11)

 

YES마니아 : 로얄 n*****m 2015.11.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