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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시대, 식물로부터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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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杞憂)’라는 말이 있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한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 것인가?’ 하고 침식을 잊고 걱정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쓸데없는 걱정을 뜻한다. 지구온난화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까.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은 기우(杞憂)이다. 한 개인이 걱정해봐야 소용없기 때문이다. 최근 지구온난화가 심해져 인간이 사는 방식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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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우(杞憂)’라는 말이 있다. 옛날 중국 기()나라에 살던 한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 것인가?’ 하고 침식을 잊고 걱정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쓸데없는 걱정을 뜻한다. 지구온난화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까.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은 기우(杞憂)이다. 한 개인이 걱정해봐야 소용없기 때문이다. 최근 지구온난화가 심해져 인간이 사는 방식에 대해서 회의(懷疑)가 커졌다. 인간은 왜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인 짐승이나 식물처럼 살지 않는 걸까. 인류는 다른 생명체에 비해서 너무 똑똑하다. 불과 1만 년 전만 해도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1~2%만 차지했는데, 지금은 98%가 인간과 인간이 사육하는 동식물이 차지한다고 한다.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인간이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것을 보면 멸종하고 싶어 환장했다고 어떤 생물학자는 말한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나 바이러스의 창궐은 삶의 방식을 반성하게 만든다. 또한 식물의 생태로부터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유추하게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식물에서 배우는 인문학(이동고)’은 솔깃하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 책에는 나무와 풀이 많이 소개된다. 150여 종이 언급되거나 설명되고 있다. 노랑제비꽃, 족도리풀, 큰구슬붕이, 사류(사막버드나무), 닭의난초, 마거리트, 잇꽃, 서나무, 노각나무, 팥배나무, 앵초, 정향, 해국, 양버즘나무(방울나무), 칠엽수, 사람주나무, 잭큐몬티, 방가지똥, 뽀리뱅이, 육두구, 제프리소나무, 캘리포니아 붉은 소나무, 램버터소나무, 더글러스, 밴쿠버 전나무, 맨드레이크, 모감주나무, 누리장나무(취오동), 꿩의바람꽃, 노루귀꽃, 납매(臘梅), 섬초롱꽃 등은 좀 생소하다. 새로운 것을 아는 재미가 있다.

  식물들의 식용이나 약효도 나오지만 광합성과 돌연변이 등의 과학적 원리, 식물의 유래와 역사 그와 관련된 문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화암수록, 화왕계, 화왕전, 양화소록, 어잠승록균헌], 구황섭요, 동의보감, 신약초본등에 나오는 내용들이 인용되고, 마지막 한 걸음까지, 데루수우자라, 세상의 끝에서, 시베리아, 내 사랑, 닥터 지바고, 라쇼몽등의 영화가 언급된다. 저자의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짐작케 한다. 화암수록에는 화목(花木)9등급으로 나누었는데, 매화, 국화, 배꽃 등 운치와 격조가 있는 꽃들이 높은 등급을 차지했으며, 장미와 같은 붉은 꽃은 5, 6등급 밖에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고전 문학 작품에서 매화나 배꽃을 노래한 작품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서양에서 남자가 주는 붉은 장미 선물을 여자가 받는다는 것은 몸을 허락한다는 의미였다는 점도 심장(深長)하다.

  풍토병 치료약은 그 병이 발생하는 지역에 이미 주어지고 있다.’는 런던왕립자연연구개발협회의 보고 내용이 흥미로웠다. 생각해 보면, 요즘과 같이 세계화되기 전에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었고, 병이 생기면 그 주변에서 치료약을 찾게 되니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용하는 식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의 몸도 자신이 사는 지역의 환경과 그 음식에 맞게 오랫동안 유전자에 축적되었을 것이니, 토종 식물이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트라다테스국왕이 독살당하지 않으려고 독약을 조금씩 먹으면서 내성을 키웠고, 나중에는 독약을 먹고 자살을 하려고 해도 죽지 못해서 칼로 찌르게 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무엇이든지 반복되면 길들여지고 내성이 생겨서 무디게 된다는 것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식물에 이름 붙이기를 생각하면 누구나 린네를 떠올린다. 그 린네의 노력에 대해 라울 프랑세라는 사람이 했다는 말이 새삼스레 말의 한계와 왜곡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가 나타나면꽃들도 시들어 버린다. 빛이 바랜다. 생명력을 잃고 식물학 연구의 표본실로 전락해버린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도덕경 첫장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가 떠오른다. ‘도를 도라고 말하면 늘 그러한(항상 된, 영원한) 도가 아니다.’ 말로써 이름 붙이지 않고 달리 정확하게 표현할 방법도 없지만, 말을 하는 순간 그 말은 실체와 멀어지게 된다. 식물의 이름이 그렇다. 아무리 이름을 잘 붙여도 극히 일부만 나타낼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무엇을 아느냐고 했을 때, 가장 먼저 그 이름을 말하지만, 이름을 안다고 그것의 실체를 안다고 하기 어렵다. 사람도 그렇고 행위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온갖 비유와 상징을 쓰기도 하지만, 본질에 가 닿기는 힘들다.

  검도를 배운 적이 있다. 고수가 될수록 움직임이 줄어든다. 필요 없는 동작이나 군더더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빈틈이 없다.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순간 빈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고수는 상대가 움직일 때 보이는 허점을 치고 들어간다. 식물에 비해서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움직이고 너무 많이 축적하고 낭비한다. 과잉된 축적과 낭비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있는 자리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살아가는 식물이야말로 진정한 고수가 아닌가. 지구온난화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의 출몰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기존의 삶의 방식을 반성하고, 식물의 생태로부터 인간은 많이 배워야 하리라.

 
d******j 2022.03.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