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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麻姑)는 한국 신화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유일한 여성 천지창조신이었다. 남성 신들이 파괴하며 세상을 창조할 때 여성 신은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 세상을 만든 여성 신 마고. 그들의 존재는 조선 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지나 여성 신인 마고에서 마녀, 마귀할멈이 되었다. 역사는 그렇게 여성 신의 존재를 쫓아내었다. 일제가 조선의 역사를 왜곡하려고 한 것처럼 여성 신 마고도 마귀할멈으로 바뀌어갔다.
한정현의 소설 《마고》는 역사에 의해, 시대에 의해 마귀할멈으로 취급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일제가 물러가고 미군정의 치하에 있는 남한. 미군정에 눈 밖에 나면 좌익으로 분류되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시대, 독립은 했다지만, 여성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지만 여전히 여성은 천대받고 불법은 판을 친다.
이 살얼음판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여성 검안의로 살아가는 연가성. 책상 위에 수북히 쌓여 있는 사건들 속에서 수상한 살인 사건을 접한다. 친미 세력을 등에 업고 귀국한 윤박 교수의 살해 사건. 범인은 미군. 하지만 미군정은 이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몰래 미국으로 내빼고 윤박 교수에게 원한이 있는 여성 세 명을 용의자로 내세우며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덮어씌우려고 한다. 미군이 주목한 용의자 세 명은 <모던조선>의 편집장 선주혜, 윤박 교수의 식모였다가 기생집에서 성매매 일을 한 전력이 있던 윤선자, 그리고 윤박 교수의 조수였던 한초의. 이 세 명은 모두 한 날 호텔 포엠에서 윤박 교수와 실랑이를 벌인 알리바이가 있다. 모두 윤박 교수에게 원한을 품을 일이 있다. 과연 이 중에 범인은 누구일까?
연가성과 함께 사는 룸메이트이자 오랜 지기인 곽운서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해가며 이들이 알게 되는 진실은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드리워진 억압의 굴레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여성 및 약자에게 가혹한 시대. 마고 신이 마귀할멈이 되었듯 여성들의 존재는 남성들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고 짓밟히는 모습이 목격된다.
만약 소설이 여성들이 시대에 의해 마귀할멈으로 짓밞히는 모습만을 그려냈다면 이 소설은 타 소설과 차별성이 없다. 한정현의 소설은 남성주의 역사에 맞서 여성들, 소수자들이 그려내는 사랑의 방식을 맞서 보여주는 데 있다. 서로를 짓밟고 죽이는 대신 연가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들은 자신을 낮추더라도 함께 하는 방식을 택한다. 호텔 포엠의 사장이자 목격자인 에리카. 이 소설의 중심축인 연가성과 연가성을 끝까지 사랑하는 곽운서. 자신을 도와준 은혜를 잊지 않으며 끝까지 함께 하는 삶을 택한 카페 주인 송화. 그리고 윤박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여성 신주혜까지... 이들은 알고 있다. 남성들의 방식으로 남을 짓밟고 파괴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남을 구할 수 없음을. 마고신이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 세상을 창조했듯, 자신의 것을 나누고 함께 할 때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임을 알고 함께 하는 길을 택한다. 태양처럼 강한 빛이 아니지만 태양의 빛을 나누는 은은한 달빛이 되는 삶을 택한다.
천지를 뜨겁게 태우는 태양의 존재는 강렬하지만 달빛에게는 그런 강렬함이 없다. 태양은 홀로 빛나지만 달빛은 별과 함께 빛난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그러하다. 함께 빛나는 존재로 살아가길 택한다. 그래서 더 강한 태양의 존재에 죽임을 당하거나 사라져 가거나 마귀할멈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는 게 의미가 있을까 라고 묻는 연가성에게 스승은 답한다.
비록 이 순간 우리가 지고 있는 것 같다 하더라도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낙관할 수 있다는 것. 계속해서 말하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희망이 있다. 지금은 아무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가 기억하는 한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말하고 기억하고 함께 해야 한다. 그게 마고의 신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 격동의 시기를 통과해 낸 많은 여성들과 소수자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비록 지금까지 차별금지법은 통과되지않고 제자리걸음인 것 처럼 보여도 결국엔 서로의 연대가 우리의 끝없는 기억과 말들이 희망의 불씨가 되어 또 다른 불씨를 키워나갈 수 있음을 말해준다. 태양처럼 단번에 빛을 내진 못해도 느려도 함께 빛나는 삶을 택하는 마고들의 빛이 더 오래 은은하게 모두에게 비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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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직후 미군정 시대배경 탐정소설입니다. 남교수 살인사건의 세 여자 용의자를 파헤치는 탐정이야기죠. 그런데, 책 서두에 살인자는 이미 누군지 밝혀져 있더라구요. 누구를 제일 범인으로 만들기 적당할까 그 과정을 추적한 것일뿐.
책제목 '마고'는 단군을 앞섰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핍박받은 여자 거인신 이름에서 따왔대요. 그래서일까, 광복직후 약자들이 등장인물로 나오고, 일본에서 미국으로 '태양'이 바뀌었음에도 사회적 약자들에겐 여전히 서글픈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 책은 '달'들 간 연대의 힘을 믿고 낙관하고 있어, 기분좋게 읽었어요 :) |
| 한정현 작가의 소녀 연예인 이보나를 읽고 너무 좋아서 이후 나온 출간작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와 마고를 읽었어요. 제가 읽은 이 소설들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정현 작가가 만든 픽션이 섞여있어요.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특히 여성이라 겪었던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나와서 좀 괴롭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한정현 작가가 좋은 소설을 써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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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현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역사와 젠더, 미스터리와 스릴러. 내용으로 보나 형식으로 보나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있다. <마고>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해방 직후 미군정이 시작된 한반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연가성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종로경찰서의 검안의로 일한다. 어느 날 연가성은 미군에 의해 살해된 윤박 교수의 시체를 검안하게 되는데, 범인이 미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미군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거라고 판단한 미군정 측 조사관은 윤박 교수와 관련이 있는 여자 셋 중 한 명을 범인으로 만들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사실 연가성은 종로경찰서 검안의인 동시에 '세 개의 달'이라는 가명을 쓰는 탐정이기도 하다.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에, 연가성은 어릴 때부터 소꿉 친구이며 현재는 같이 사는 친구이고 신문사 문화부 기자인 권운서와 함께 세 여자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다. 그런데 세 여자와 윤박 교수의 관계를 알면 알수록, 이들이 윤박 교수를 죽일 만한 이유, 즉 범행 동기를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될 뿐이다. 또한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알아도 적대시하는 관계로 보였던 세 여자는, 사실 서로를 구하고 살리는 관계라는 것도 알게 된다.
'서로를 구하고 살리는 관계'는 연가성과 권운서에게도 해당된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고 싶었던 연가성과,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고 싶었던 권운서는 각각 다른 상대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한 후 이혼하고 둘이 함께 산다. 친구이지만 - 누구보다 상대를 아끼고 위해준다는 점에서 - 연인 같기도 한 연가성과 권운서를 보면서, 성별에 대한 사회적 제약은 물론 신체와 정신의 한계마저 극복한 사랑의 형태를 본 듯한 기분이 든 것은 내 착각일까. 연가성과 권운서의 관계성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흥미로워서, 둘의 또 다른 이야기를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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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현 작가님은 인물들을 다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소설가구나 싶었다. <나를 마릴린먼로라고 하자>와 <마고>를 동시에 연재하셨다니. 예약판매를 사 1쇄 였는데 2쇄는 첫 문장이 다르다는 소식을 들었다. 성실한 창작자. 한정현 저자님의 외국어 감각과 연구자로서 끈기있는 조사 덕분에 소설 배경 한 가운데에 굴러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경성에, 한국 전쟁에 언제 가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다음 신작은 어떤 과거일까 하는 기대로 작가알림을 기다린다. |
| 현대문학 핀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금번 한정현 작가님의 마고는 정말이지 기대 이상입니다. 사전 설명만 봤을 때는 추리물이겠거니 했었는데... 시대, 여성, 사랑, 연대가 집약된,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그러한 책입니다. 운서와 가성 외 모든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네요. 그중 운서는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책 선물로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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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시기 내내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다 임금 두세 배 낮았다. 오죽했으면 강주룡이 기와 위에 올라가 여성 노동자의 권리 시위를 했을까. 그러니 공장에 가도 아픈 곳이 없이 나오면 다행이었다. 변변한 학벌도 집안도 내세울 게 없는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몸을 판매하고 돈을 받는 일을 하곤 했다.p94 “지금 조선 바닥에 누군들 안 힘든사람 있냐고 하면 할 말 없겠지만, 여자들 참 힘들어. 근데 이렇게 기사 쓸라치면 윗선에서 무슨 남자 여자 편가르냐고 해. 아니, 대항 세력이 돼야 뭘 가르든 말든 가능한 소리 아니냐. 거의 뭐 여자는 있지도 않은 존재들 취급인데. 그리고 일제 때부터 기사 뒤져보면 사실이 그러한데 내가 무슨 편이냐, 편은. 미군 들어와 세상이 달라졌다고,정서적 종속은 뭐 중속이 아닌가? 나중에 달라진다고 하면 그땐 내가 사과할게. 백 번!”p122-123 종로 경찰서의 검안의 연가성은 여성 탐정 '세 개의 달'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며 문화부 기자 운서는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박사처럼 콤비로 윤박 교수의 살해사건의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실은 미군에 의해 살해되었지만, 범인이 미군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여론이 악회될것을 우려해 사건을 조작하려 여성 세명을 용의선상에 올린다. 가성과 운서가 사건에 한발자국씩 다가갈수록 실은 윤박교수가 용의자로 지목된 세 여성을 이용하고 착취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일제의 패망과 함께 그들의 악행에서 벗어났으나, 여전히 주권을 갖지 못한채 미군의 간섭에 있었던 시대가 배경으로, 여성인권이 짓밟히던 이야기를 담았다.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여성과 성소수자는 여전히 억압과 배제의 대상이고, 폭력을 당한다.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범인을 밝혀내고, 찾아내는 것이 주된 내용이 아닌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고, 폭격 당하고, 말살당했던 약자의 이야기를 담아 제법 묵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