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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4 다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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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돌연변이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피부색은 검은, 누가 봐도 흑인이라 생각할.. 그는 게으른 유전의 돌연변이였다. 그는 그 돌연변이로 37년 사는 내내 외로웠고 우울했고 머리가 아팠다. 그의 아픈 머리를 잊게 해주는 여자, 소라를 만나면서 그는 밤이 고통스럽지 않게 되었다.   p.100 "그거 알아요?" 그녀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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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돌연변이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피부색은 검은, 누가 봐도 흑인이라 생각할.. 그는 게으른 유전의 돌연변이였다. 그는 그 돌연변이로 37년 사는 내내 외로웠고 우울했고 머리가 아팠다. 그의 아픈 머리를 잊게 해주는 여자, 소라를 만나면서 그는 밤이 고통스럽지 않게 되었다.

 

p.100

"그거 알아요?" 그녀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뒷모습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자기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거요."

 

부러 기억려고 하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기억하고만 형과 가족들의 뒷모습.. 어떤 이는 그리워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는 세오에 한해서는 그 말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기억이 있어 그리워하는 것이 아님을 아니까.. 혼자가 아님을 기억하려는 그리움으로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p.125

정화조 청소 일을 그만둔 이유는 유독가스 질식으로 곧 죽겠다 싶어서였다. "근데 더 웃긴 게 뭔지 알아요? 빌딩 유리창 닦기를 관둔 이유예요."

"무서워서?"

"아니요." 그가 고개를 가로지었다. "자꾸만 빌딩 아래로 몸을 던지고 싶은 거예요. 죽을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죽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두렵더라고요……."

 

죽고 싶어 하는 그 마음.. 내가 교복을 입고 40분씩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던 시절.. 달리는 그 버스 안에서 멀미가 나는데도 창문을 열지 않았던 이유는 자꾸 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지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다. 나도 몰랐던 그 시절부터 나는 마음이 아팠던 것이었는데.. 나는 영문도 모르고 자꾸만 뛰어내리고 싶은 유혹 때문에 버스만 타면 눈 꼭 감고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잠을 잤다. 무섭고 두려워서.. 세오도 그런 게 아닐까..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나는 원인을 몰랐고 세오는 알았다는 거.. 그래서 세오는 빌딩 유리창 닦기를 그만두었겠지..

 

앉아서 책을 펼치면 기본 50페이지 이상은 그냥 읽혔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김희진 작가의 특유의 필력이 자꾸 읽게 만들었다. 자꾸 궁금하게 만들어서 책을 안 읽어도 책을 눈이 닿는 곳에 두게 만들었다. 그리고 3일 만에 다 읽었다. 처음부터 예상된 결말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냥.. 그 여자, 소라의 울음소리만 들리는 듯 했다. 왠지 알 것 같은 그 울음소리..

 

뜻밖의 장소와 뜻밖의 인물, 뜻밖의 동물이 등장해서.. 반갑기도 했다. 나는 작가의 이런 위트를 참 좋아한다.ㅎ

 

 

k******1 2022.08.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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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연결고리, 그건 우리 안의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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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명품 쇼핑. 그리고 이어지는 말도 안 되는 지하철 모객. 끝을 향해 갈수록 주인공 남녀, 이 둘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고, 결국 슬픈 암시는 틀리지 않아서 슬프다.

 

 온갖 명품 브랜드들을 휘감아야 환영받는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는 건 엄청 큰 스트레스이다. 이 모든 편견과 환대와 멸시 안에서 정신줄 놓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나는 자연인이다'밖에 답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을 흑인으로 설정한 것은 그래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려 하는 우리들을 아프게 찌른다. 나는 소설속 인물 조소라처럼 그저 편견없이 그를 바라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그와 반대로 조소라는 얼굴이 하얗디 하얗고, 가녀리디 가녀리지만 합기도 유단자라는 반전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목수라니. 하지만 조소라의 겉다르고 속다름은 아름답다. 그녀 역시 가족과 목공 장인의 편견에 희생될 뻔하지만, 자신이 가진 내적 강함과 의지로 편견을 이겨내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였던 G는 또 어떤가. 못생겼지만 손가락이 긴 피아니스트. 그녀 역시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있는 피아니스트의 외모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이렇게 소설 속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이미지를 뒤집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외롭다는 면에서 똑같다. 심지어 선의를 베푸는 고양이 집주인 김희진마저도 혼자인 듯, 아닌 듯, 무언가 왁자한 것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어 보인다.

 

 이러한 외로운 삶은 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사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편견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고, 상처는 누구에게나 늘 존재한다. 작가는 조소라를 통해 그 상처와 외로움을 보듬는 따뜻한 힘을 이야기한다. 살구색이 아닌 살색 밴드는 어떤 식의 배려가 상대를 진짜 위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잠깐 나오는 작가와 이름이 같은 인물 김희진의 모습은 잠깐의 선의도 이러한 팍팍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날것의 대사와 일상을 다소 벗어난 등장인물들의 기행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t*****a 2022.08.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