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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불교에서 성산으로 일컫는 카일라스에 대해 들어 본적이 있고 그 곳을 다녀온 사람의 여행기를 우연히 접한 것은 20년도 더 된 일이다. 2000년 초반 중국에 대해 폭발적으로 관심이 생겨 중국 여행기들이 온라인에 엄청나게 퍼진 적이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인 '명호여행기'를 프린팅해서 갖고 있었다. 당시에도 인상적인 내용이 다수 들어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못했을 법한 장소들이 대개 언급된 그런 여행기였다. 필체나 문장들은 조악했지만 무엇보다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고 그 중에서도 티벳 라싸와 카일라스 일대를 다녀온 부분이 압권이었다.
티벳은 다녀오기 정말 어려운 곳이다. 우선 고도차로 인한 고산병도 무섭고 여러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쉽게 접급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렇게 말로만 듣던 카일라스 여행기가 산악인 남난희의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카일라스 입구에 있는 거대한 호수 마나사로바와 성산 카일라스를 순례하는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두 곳다 티벳인들에겐 평생의 업으로 삼는 곳인 만큼 여행지라기보다는 순례지라고 하는 편이 맞다.
저자가 그 먼 곳까지 발길을 향한 이유는 두 사람을 멀리 떠나 보낸 뒤 겪었던 심적인 고통을 상쇄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가는 길도, 가서도, 그리고 돌아오는 길도 험하고 모든 것이 극한에 달하는 고통의 길이지만 그런 상황에 내던지고 싶었던 마음이었나 보디.
그런데 막상 그곳에 도착해서 본 모습은 그토록 험한 곳을 찾은 티벳인들의 모습은 마치 천국에라도 온 듯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그것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고산이라 쉬엄쉬엄 걷기만 해도 숨이 가쁜데 두 팔과 두 다리를 땅바닥에 던진다는 의미의 오체투지를 하고 그 순례길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얼굴엔 고통이 아닌 환희가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삶의 목표 하나를 이룬 듯한 그들의 모습에서 저자는 힘을 얻었을 것이다.
종교적인 색채가 있긴 하지만 형용하기도 어려운 대자연의 품 속에서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저자는 돌아와 다시 산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카일라스 순례길을 기억할 것이다. 사람들은 번뇌로 힘들어 하지만 자연은 그런 사람 모두를 품어줄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물질적으로 파괴할 수는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 그것이 산을 타는 이유다.
물론 그 어느 산도 내게는 똑같은 무게의 산이다. 어떤 산도 내게는 소중한 산이다. 산은 내게 신이다. 그래서 신을 섬기듯 산을 섬긴다. 산은 나의 종교인 것이다. 그 산이 백두대간이든 히말라야든 지리산이든 내가 매일 가는 불일폭포든, 나는 평소 그런 마음으로 산을 만나고, 산을 숭앙한다. 물론 내게 카일라스는 다른 산과는 많이 다르게 다가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의 산은 어찌 되었든 오르고 내려오는 산이었는데, 카일라스는 올라가고 내려오는 산이 아니라 오로지 올려다보며 산돌이를 해야 하는 산인 것이다. 오로지 올려다보며 순례를 해야 하는 산인 것이다. 산을 어깨 너머 저만큼 두고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감사해하며 걷는 산인 것이다. 그 우러르며 순례할 대상을 사진이 아닌 육안으로 직접 대면한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던, 또는 만나고 싶었던 나의 대상인가? p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