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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魯迅)의 소설들은 중국인에 대한, 아니 인간에 대한 냉정한 탐구에 있어서 독보적이라해도 무방하리라. 오늘에도 여전히 그의 작품 『아Q정전』속 '아Q'란 인물의 '정신승리법'은 객관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자기기만적인 승리감에 도취하는 어리석음을 표현하는 관용어구처럼 회자된다.
또한 『광인일기』의 박해 망상증 환자의 생각의 흐름을 쫓으며 당대 중국사회를 지배하던 봉건적 가족체계는 물론 인의도덕(仁義道德)을 내세우며 선량한 약자들을 괴롭히는 기득권자의 위선을 날카롭게 힐난한 작품으로 매양 새롭게 읽히는 걸작이다. 이 책은 이러한 루신의 작품을 가장 깊히 탐독하고 인물과 소설의 주제의식을 가장 진지하게 표현한 중국을 대표하는 판화작가 '자오옌넨(趙延年)'의 판화와 그의 간략한 작품 해설로 구성되어 간행된 예술성을 갖춘 일종의 그림 에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광인일기』에는 22점의 판화와 관련 소설 문장및 판화해설이 실려 있다. 아마 독창적이고 섬세한 판화만 좇아가도 당해 작품의 전모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아래의 발췌 촬영된 부분은 역사책을 두루 섭렵하던 광인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며 제 이익만을 위해 사용하던 권력"을 크게 벌린 입이 불러일으킨 상상으로 인한 당혹감의 한 장면이랄 수 있다.
【출처: 「광인일기」48~49쪽 촬영 발췌】
『아Q정전』에는 32점의 판화가 소개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아Q"란 인물만큼 흥미로운 인간상을 다시금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쭐대고 잘난체하면서도 더없이 스스로 경멸하고 업신여기며, 약자를 능멸하고 강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한 인간,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그저 생각이 없는 인간"이다.
이 판화는 어린 비구니를 희롱하며 얼굴을 만졌던 두 손가락에 남아있는 매끄러움을 느끼며 만족감에 즐거워하는 아Q의 모습을 담고있다. 아마 신해혁명일 것이다. 자신도 혁명대원으로 참여하면 세상의 권세를 차지할 수도 있으리라는 망상을 품지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 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저 아무생각없이 골목을 거닐며 외친다. "반란이다! 반란!", "원하는 것은 모두 다 내것이고, 마음에 드는 여자도 모두 내 차지다!" , 권세있는 자들은 이 철부지의 외침에 안절부절 못한다. 수록된 판화들은 이러한 전경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소설을 읽었던 독자들은 어쩌면 이 판화의 감상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작품이 의미하려했던 바들을 떠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아Q정전」196쪽 촬영 발췌】
권세와 축재된 부의 위협을 느낀 자경단에 의해 끌려와 혁명대원이었음을 시인하라는 종이에 원을 그리는 아Q의 모습이다. 글자를 모르는 아Q는 자신의 이름을 쓸 줄 모른다. 그렇다면 'O'을 그리라는 명에 따르는 그저 불우한 못난이의 왜소한 모습이 절로 드러난다. 이러한 인물이 어찌 당대 중국에만 있었겠는가? 오늘 바로 우리네 사회에도 아Q들은 득시글 댈 정도로 넘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아니야!'라고 할 수 있는지? 중국 판화예술의 거장인 자오옌넨의 그림으로 만나는 루신의 작품들은 더 진정성있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무겁지 않게 술술 넘겨가며 읽고 감상하기에 제격인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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