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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 걸고 다시 만나요, 하고 싶은 시집
"깍지 걸고 다시 만나요, 하고 싶은 시집" 내용보기
그녀는 게으르게 사는 법을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착착 해내는데 시조로 등단하고, 제주어를 착착 공부하더니 누구보다 맛깔나게 제주어 시와 수필을 쓴다. 제주어로 쓰는 건 나도 하고 싶은데 공부할 여력이 없어 따라갈래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러니 그냥 그녀의 시를 읽는 것으로 만족한다. 요즈음 같아서는 읽을 시간도 없어 계속 차에 두고 빨간 신호등이 설 때
"깍지 걸고 다시 만나요, 하고 싶은 시집" 내용보기


 

그녀는 게으르게 사는 법을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착착 해내는데 시조로 등단하고,

제주어를 착착 공부하더니 누구보다 맛깔나게 제주어 시와 수필을 쓴다.

제주어로 쓰는 건 나도 하고 싶은데 공부할 여력이 없어 따라갈래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러니 그냥 그녀의 시를 읽는 것으로 만족한다.

요즈음 같아서는 읽을 시간도 없어 계속 차에 두고 빨간 신호등이 설 때 들여다 보곤 하며 읽어 냈다.

이렇게 살면서도 삶에 재미를 찾아내는 나도 신기한 인간 족속이다.

김신자 시인은 시가 늘 온다고도 했다.

그런데 시는 오다가도 사라진다고 한다.

내게 시가 올 때를 놓치지 않고 받아내는 것은 준비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녀의 시는 특별하다. 그냥 시집이 아니고, 그냥 제주어 시집이 아니다. 그녀의 시집은 제주어 시조집이다.

아마 김신자 시인은 제주어 시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닦아나가는 데 일인자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아는 한은 그렇다.

'난바르'를 가장 먼저 펼쳐 본다.

난바르는 해녀들이 이 섬 저 섬으로 돌아다니며 치르는 물질이라고 한다.

우리 할머니도 난바르를 많이 해보셨다고 했다. 시인의 큰언니는 그러한 삶이라고 했다.

'칠성판을 지고 불어터진 그녀의 삶'으로 표현된 해녀의 삶은 늘 '물구나무로 살아가는' 삶이었다.

시인이 표현하는 해녀는 툭툭 던지면서도 깊은 수심까지 들여다보는 존재였다.

남들과 다른 해녀에 대한 표현이 사뭇 눈에 들어와 오래 들여다 보게 했다.

누군가는 내게 '제주어를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너무나도 거칠어서 나를 다시 보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어가 얼마나 가슴 절절한 표현을 지니고 있는지는 시인의 '변산바람꽃'을 읽으면 알 수 있다.

'변산바람꽃'을 읽으며 나는 길 위에서 울었다.

시인의 어머니가 '나 새끼 족은딸 울지 말라 신자야'할 때 시인도 울고 나도 울었다.

길 위에 떨어진 울음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시인의 어머니도 바람 부는 한 세상 건너가셨다.

시 하나로 가슴 깊은 울림이 있어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오도 가도 못 하였다.

어머니, 하니 '어머니의 재봉틀'을 찾아 본다.

재봉틀 하나에도 어머니가 스며 있고,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 숨어 있다.

'단절된 박음질 안팎 저 세계와 이 세상' 의 매듭이 뜯어지면 좋겠다는 말로 그리움이 드러난다.

그저 그립다 하지 않고 매듭 뜯어지면 좋겠다고 하며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한다.

그 말은 독자에게 아프게 스며든다.

'하도리 순비기꼿'을 읽으며 나의 순비기꽃을 떠올린다.

바닷가에 가면 지천으로 피어 있는 순비기꽃,

예전 어머니들이 딸들을 위해서 땄다는 그 열매를 기억한다.

꽃몸으로 다시 태어난 어머니로 표현된 김신자 시인의 꽃말은 바닷가에만 가도 기억날 것 같다.

그렇게 시인의 꽃들은 새롭게 어머니로 태어난다.

'조팝낭' 또한 그렇다.

'밥 먹어사 살아진다'며 꽃말을 알아듣고 피어난 어머니,

나만 보면 '밥 먹어시냐' 물어보시던 어머니와 겹쳐지며 나 또한 울음이 또 왈칵 난다.

우리 어머니가 절룩대며 밥을 차리는 모습을 본다.

우리 어머니도 조팝나무로 다시 피어나실까.

많이 안아드리고 맛난 거 많이 드시게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인다.

'오는 봄이 설룹네'는 우리 여인네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머니의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삶이 겹쳐지고 돌고 돌아 놈덜추룩 사는 거다.

그리고 나도, 우리도.

'똑, 이렝 허는 말'이란 시처럼 김신자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시인과 나 사이에 꽃이 피어나는 것 같다.

'헐거운 시간을 꽉 쥐고 깍지 걸면서' 함께 시를 이야기할 날을 그린다.

m******i 2022.09.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