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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옛집 그리고 현재 언니와 살고 있는 집. 방 하나 너머로 알 수 없는 감정이 존재하는 공간. 하나의 공간 속에서 각자가 하고 싶은 걸 하며 분위기에 순응하게 되는 공간을 그려본다. 숨겨둔 사건 같은 건 말로 하지 않고 그냥 담아둘 뿐이다. 비록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마음. 숨겨둔 마음에 침잠하여 울음을 터트려도 그냥 바라볼 뿐이다. 어쭙잖은 위로 같은 거 하지 않아도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다시 평정심이라는 걸 갖게 되는 그런 마음들을 담았다.
둘에서 셋이 되면 변하는 게 있을까. 할머니와 유리, 유리와 언니, 언니와 언니의 동생. 이러한 관계에서 유리와 언니 그리고 재한 씨가 들어오면서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고 바닷가로 놀러 가기도 하는 등 관계의 변화가 온다. 셋은 불완전한 숫자인 것 같다. 짝이 맞지 않아서일까. 둘과 넷 사이의 셋. 셋이면 둘은 짝이 될 수 있지만 하나가 남는다. 남은 하나는 쓸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혀 쓸쓸하지 않다면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는 거다.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는 공간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관계다.
나는 괜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을 하기도 하고 뭔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휴대폰을 보기도 한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을 해놓고서, 누구 기다려요 할머니가 물어오면 아뇨! 하고 급히 대답하곤 한다. 그러면 할머니는 고개를 갸웃하며 갈 길을 가신다. (51페이지)
유리는 휴무일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몇 년 전에 할머니와 살았던 시골집에 간다. 지금은 다른 할머니가 사는 집. 집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집 밖을 한 바퀴 돈다.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무슨 이유로 옛집으로 향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말할 필요를 못 느끼는 듯하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면서도 말해주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포기하고 만다.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 (9페이지)
소설의 첫 문장처럼, 괜찮다고 말해주는 소설 같다. 아픔을 드러내지 않아도, 말없이 이해와 공감을 해주는 사람들. 따로 또 같이 행동하는 이들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유리와 언니가 밤 산책할 때 굳이 나란히 걷지 않아도 괜찮다. 거리가 조금 벌어져 자기만의 속도로 걸어도 아무렇지 않다. 결국엔 함께 집에 돌아갈 것이므로 괜찮다. 함께 집으로 돌아갈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로가 되는가 말이다.
그날은 딱 이 정도로 쌀쌀한 날이었다. 어제의 쌀쌀함도 내일의 쌀쌀함도 아니고 딱 오늘 정도의 쌀쌀한 온도와 바람. 나만 알 수 있는 똑같은 날씨를 만나면 나는 잠시 그 어느 날로 돌아간다. 돌아가서 따뜻한 밥과 국과 물과 아이스크림과 새 칫솔을 떠올린 뒤 다시 나온다. (94~95페이지)
재한 씨가 바다 보고 싶지 않으냐고 물어올 때 유리는 지나고 싶은 터널을 들러줄 수 있는지 묻는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을 지나면 언니는 쓰고 싶은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해서다. 이해와 배려가 배어난다. 긴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변하게 될까. 쓸쓸했던 감정 따위 파도를 향해 버릴 수 있을까. 따로 또 같이 어울리며 사는 게 우리 삶인가 보다.
아무리 외롭고 쓸쓸해도 나를 위하는 사람 때문에 오늘을 사는 것 같다. 친자매가 아니어도 복권 당첨금을 나눠줄 수 있는 사이, 살아온 이야기를 주절주절 꺼내도 조용히 듣고는 합격을 말해주는 사람 때문에 오늘을 버틸 수 있다. 쓸쓸함을 내비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이해하며 공감의 몸짓을 하는 것.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뭇국을 끓여내듯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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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쓰인 이주란의 소설을 읽다 보니 어떤 글이든 지금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의 나』의 첫 문장은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이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모임에서 만난 언니와 함께 사는 88년생의 유리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유리는 언니 방문 앞에 포스트잇에 쓰인 글을 보고 안심한다. '누군가 언니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는 사실에.
하루는 괜찮은 일과 괜찮지 않은 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괜찮은 일이 하나면 괜찮지 않은 일이 아홉이 되어 이상한 균형이 맞춰진다. 하나의 괜찮은 일이 힘을 발휘하여 아홉의 괜찮지 않은 일을 무찌르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어떤 하루는 괜찮고 어떤 하루는 힘이 든다. 『어느 날의 나』 속의 하루들은 그럭저럭의 힘으로 괜찮다.
휴무에는 할머니랑 살았던 동네에 가는 유리. 두유와 과자를 사서 동네 할머니에게 주기도 하고 전기계량기 속 숫자를 보고 주인집 아줌마에게 알려준다. 문을 두드리는 게 예의 없는 것 같다고 무작정 기다리는 아줌마를 위해서. 그런 휴무를 지나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월세를 내고 밥을 사 먹는다. 동네 친구 재한 씨와는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쓰는 게 처음엔 살기 위해서였는데 이제는 좋아서 쓴다고 유리는 말한다. 어떤 마음이 되면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는 걸 포기하는 게 쉬울 수도 있는데 유리는 어떤 마음을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쓴다. 심심한 소설이네. 아무 사건도 긴장도 없어 나의 하루를 그대로 적은 것 같은 이야기네. 주 5일이 아닌 주 4일만 일해도 적금 넣고 공과금 내고 고민 없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 좋겠다고 내내 생각하는 하루.
어느 날의 나는 모욕을 당해놓고도 다른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않을까 염려하는 멍청한 짓을 했고 그대로 집에 돌아와 잠이 올 때까지 SF 요소가 살짝 가미된 드라마를 잠이 오기 전까지 보면서 진짜로 드라마 속 현실이 재현되면 아싸, 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공상하는, 그런 시간 속의 나였다. 『어느 날의 나』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언니의 동생은 냉동실에 한참이나 있었을 음식을 선심 쓰듯 주고 간다. 언니는 미련 없이 음식을 버린다. 생각을 하지만 감히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 했을 때 쾌감을 느끼지 않은가. 동네 산책을 위해 가벼운 운동화를 살 생각에 소설 한 편을 완성하고 대학원 원서를 넣었다는 언니의 말에 오늘의 괜찮음이 내일로 연장된다. 모르는 사람이 아닌 아는 사람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하루는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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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날들을살아가고있는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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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으며 메모해두는종이가사라졌다 . .
이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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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이 그저행복했으면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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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사람들이 내게괜찮다, 말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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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거창한 행복이 아니듯, 사소한 행복을 떠올려 볼 때 생각이 날 어느 날의 나.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마치 내 친구인것처럼, 내 곁을 스쳐지나간 사람들처럼 전혀 낯설지가 않다.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이 책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작품을 아주아주 많이 보고싶다. 유리도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그리고 나도. 어쩌면 이 리뷰를 읽게 될 당신도. |
| 핀시리즈 애독자이기도 하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 고민 없이 선택했어요. 잔잔한 어조의 글을 좋아하는 터라... 다소 심심한 느낌은 있어지만 이 계절에,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에 읽기에는 딱 좋았어요. 고단한 삶 속에서 함께하는 이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그래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는 어쩌면 기시감이 느껴지는 소재를 마냥 무던하게 풀어 내다보니 이 책 만의 매력, 독특성에 대해서 크게 와닿는 바가 없었어요. 그래서 조금 아쉽지 않았나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