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의 밀란 쿤데라가 죽은 것은 2023년. 이 책은 프랑스에서 2021년에 출판되었고, 우리나라 말로 번역된 것은 2022년. 그러니까. 아직 밀란 쿤데라가 살아 있을 적이다. 그러나 <르몽드>지의 기자 아리안 슈맹은 ‘살아 있는’ 밀란 쿤데라는 만나지 못한다. 밀란 쿤데라는 1980년대 초부터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가 대성공을 거두고, 프랑스 텔레비전 프로그램 <아프스토로프>에 출연한 이후, 1985년 6월 “침묵 속에 칩거한다”. 일체의 인터뷰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작품으로만 이야기한다. 아리안 슈맹은 1장의 제목을 ‘실종’이라고 붙였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밀란 쿤데라를 드러내는 작업의 과정이자 결과다. 그러나 물론 밀란 쿤데라를 밖으로 끌어내지는 못한다. 대신 간접적인 방식을 택한다. 밀란 쿤데라의 아내 베라 쿤데라는 수없는 이-메일에 답장을 했고, 쿤데라가 망명 이후 가르쳤던 제자들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고 프랑스로 망명 전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의 감시 상황을 자료로 추적했다. 그렇게 밀란 쿤데라라는 작가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형성되었는지를 비춘다.
그러나 내게는 그 모습이 어렴풋하기만 하다. 조국을 버리고(?) ‘큰’ 나라로 망명을 하고, 그 큰 나라의 영향력이 큰 언어로 글을 쓴 작가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거기에 분노라든가, 회한이라든가, 자부심이라든가 하는 여러 감정을 아리안 슈맹은 언급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프랑스에서의 궁극적인 평가도, 체코에서의 평가도 채 담지 못한다. 아주 곤란한 지점 한 가운데서 망설이고 있는 느낌이다. ‘환상적인 숨바꼭질’을 통해서 그의 꼬리만을 밟고 있는 듯하고, 그 꼬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느낌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밀란 쿤데라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가 망명 전에 체코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느 정도의 감시를 받았는지, 그리고 그가 망명 후에는 처음에 어떻게 생계를 유지했는지 정도다. 아리안 슈맹도 “꿈에서도 다가갈 수 없을 듯한 조각상 같은 존재”라고 했으니, 그걸 한번 더 거쳐 읽어야 하는 독자는 더 그럴 수밖에. |
|
프랑스 작가이자 언론인의 저서이다. 밀란 쿤데라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문학으로 살았던 작가이며 책 속으로 사라진 작가라고 표현되는 인물이다. 자발적 실종자로 표현하면서 그의 인생의 수많은 흔적들을 찾아서 기록한다.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인터뷰 내용들도 구성된다. 특히 쿤데라의 부인인 베라 쿤데라와 나누는 내용들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르 몽드> 기자인 저자는 작가를 "자발적 실종자"로 표현한다. 옛 체코슬로바키아 비밀경찰국의 쿤데라 파일 내용도 책에서 언급된다. 도청을 당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비밀경찰과 같은 사람들이라면 어떤 마음일지 짐작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부부가 보이는 모습들에는 충분한 이유가 두드러진다. 말할 때의 그만의 특징과 작가가 선택한 수많은 것들의 이유들을 무수히 짐작하면서 읽게 한다.
아니 에르노 소설에서도 사상의 충돌은 자주 언급된다. 유럽 사회에서의 혼돈의 시간들은 밀란 쿤데라의 출생과 성장 시기와 활동 시기와 깊게 맞물려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밀란 쿤데라 부부가 보여주는 선택들과 대화들을 통해서 이들 부부가 가지고 있는 내밀한 것들을 총체적으로 그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작곡을 가르쳐준 스승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홍보 영상에서 연주하는 스승의 앙상한 모습과 죽음 소식은 시대적 혼돈 속에서 얼마나 충돌하는 시간들이었을지 짐작하게 된다. 작품들을 하나둘씩 읽었을 때는 밀란 쿤데라의 이러한 상황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의 인생 이야기에 드리운 수많은 연관성들을 작품과도 연결해서 다시 읽게 될 것이다.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러하다. 이외에의 작품인 <향수>, <정체성>, <무의미의 축제>, <배신당한 유언들>, <삶은 다른 곳에>, <불멸>, <몽유병자들>, <용감한 병사 슈베이크>, <소설의 기술>, < 특성 없는 남자>, <커튼> 등이 책에서 언급된다.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의 작곡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게 한다. 노벨상 위원회도 그를 잊었고, 프랑스도 그를 잔뜩 추켜세웠다가 등져 버렸습니다라고 언급하는 저자의 이유들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작가의 아내가 추를 흔들었던 이유와 <정체성>작품에 혹평이 있었던 이유도 책에서 언급된다. 프랑스어로 작품을 집필한 이유와 <향수>가 스페인에서 출간된 이유, <무의미의 축제>가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이유도 이해하게 된다. 유럽의 나라들의 수많은 국경만큼이나 이데올로기 과정에 작은 나라에서 경험한 것들의 작가의 흔적들을 찾아떠난 저자의 기록들을 만나게 된다. 작가가 시인으로 활동한 시기의 작품들이 지워지는 과정과 이유들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소설과 극작가로 활동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인터뷰한 내용들과 인터뷰한 이유들도 이해하게 된다.
프랑스에서의 활동 과정과 작품 활동도 전해진다. <에브리맨>의 필립 로스 작가와 관계까지도 완전히 끊어진 이유도 책에서 전해진다. 카프카는 비극적인 작가가 아니라 희극적인 저자라고 언급하는 말란 쿤데라의 강의도 듣게 된다. 카프카를 읽을 때는 웃어야 한다는 이유와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작품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충동도 일어나게 한다.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기에 펼친 도서이다. 그 이상으로 그의 젊은 날의 고뇌와 결혼과 노년생활까지도 큰 그림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나라면 카프카의 <일기>는 출간하지 않겠지만, 그의 소설들은 지킬 것이다."라고 언급한 작가의 이유와 그의 삶의 행적들이 이해가 되는 내용이 된다.
사생활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는 그의 생각을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사랑의 성찰에 탁월하다. 12
처음에는 그것을 옹호했고, 다음에는 그것과 싸웠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것과의 오랜 싸움이 없었다면), 이 텍스트는 절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9 <배신당한 유언들>
삶이 치열했기에 그의 작품이 탄생하였음을 이해하게 된다. 소설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소재들이 그의 삶의 연대기와도 맞물려있음을 알게 된다. 자전적 소설을 집필하지 않는 작가의 신조를 바탕으로 창작의 작품으로 다시 재독할 생각이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도 더 깊게 만나게 될 듯하다.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그의 고국과 프랑스와의 관계, 그의 집필활동들과 그가 거주하는 프랑스 집에서 느끼는 아내가 생각들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이다. 수많은 작품들을 하나씩 만나보게 한다. 작가만의 문체에 다시금 빠져들면서 카프카의 작품도 더불어 관심을 가지게 한다. 문학으로만 접했던 작가이다. 작품들을 좋아해서 작가가 궁금해서 펼친 도서이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이해관계를 얻게 된 도서이다. 일반인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성을 전달해 주는 내용들이다.
|
|
우리집에도 서가 한 칸을 채우고 있는 밀란 쿤데라.(b.1929 체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자발적 실종자가 되어 무려 37 년 전부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작품으로만 존재한다. 프랑스 언론인이자 작가인 아리안 슈맹이 자취를 감춘 밀란 쿤데라의 흔적을 찾아 그의 가장 측근인 부인 베라를 만나고 그가 태어난 조국 체코와 제2의 조국 프랑스 사이에 존재하며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고 전작을 재 번역해야 했던 사연들에 대해 추적한다.
밀란 쿤데라는 1984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대성공을 거둔 뒤 세상과 거리를 두 고자 했던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된다. 미디어가 앞다투어 그를 쫓는 과정에서 사생활을 최고 가치로 내세웠던 밀란 쿤데라는 오직 문학을 위해, 문학을 통해서 살기 위한 칩거를 시작한다. 걷기를 좋아하고, 음악과 예술과 시를 생활 속에 함께 했던 사람. 오직 그의 곁에는 그의 아내 베라가 그와 동행한다. 밀란 쿤데라가 태어난 1929년 체코는 나치 침공기였고 1948년 공산주의자들의 권력 장악과 그 20년 후 프라하의 봄을 경험했다. 1975년 프랑스를 조국으로 삼았다가 2019년 11월에야 국적을 원상 복귀했던 쿤데라는 "공산주의 나라들에서는 경찰이 사생활을 파괴하지만, 민주주의 나라들에서는 기자들이 사생활을 위협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작가가 그런 글을 쓰기까지의 배경과 과정을 알고 읽는 문장들은 가치를 초월한다. 인생에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일은 한 사람의 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평생을 가는 굳은 신념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 어린 쿤데라가 작곡 선생님으로 만났던 파벨 하스(b.1899-1944)가 들려줬던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센(완벽한) 악절이 약한 악절들을 만들어낸 초석이 되었다는 성찰의 말이 한평생 따라다녔다고 한다. 인생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고전적 어휘의 쿤데라는 체코 원전의 번역본 들을 거의 단어 하나 빼먹지 않고 재검토한다. "오직 저자가 재검토한 텍스트만이 체코어 원전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라고 명기한다. 결국 쿤데라는 1995년 <느림>을 프랑스어로 썼다.
책을 통해 살고, 책 속으로 사라진 사람... 밀란 쿤데라 그늘은 본의 아니게 빛을 유인하고, 숨으면 모두가 호기심을 품는다. 결국 밀란 쿤데라의 흔적을 찾아 나섰던 저자도 그를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지만, 밀란 쿤데라의 삶과 작품이 공명하는 작품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이제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거장의 문장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