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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 3D 프린팅 by 황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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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유원을 시인 이전에 번역가로 먼저 알았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에 밥 딜런 시선집이 세 권으로 출간되었는데, 그 시집을 번역한 공역자 중 한 명이 황유원이었다. 번역을 하는 시인이라니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그 이름을 기억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 월트 휘트먼인데, 휘트먼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출간되었을 때 살펴보니 그 시집을 번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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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유원을 시인 이전에 번역가로 먼저 알았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에 밥 딜런 시선집이 세 권으로 출간되었는데, 그 시집을 번역한 공역자 중 한 명이 황유원이었다. 번역을 하는 시인이라니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그 이름을 기억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 월트 휘트먼인데, 휘트먼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출간되었을 때 살펴보니 그 시집을 번역한 사람 역시 황유원이었다. 그렇게 종종 출간되는 신간 시집들에서 '황유원'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그것이 그의 시를 읽기 전부터 황유원에게 약간의 호감을 갖게 된 계기이다. 그가 시를 번역하는 시인이었기 때문에.

발문에서 김상혁 시인도 지적하는 바이지만, 가라타니 고진에 의하면 근대문학은 번역을 매개로 시작되었기에 근대 이후의 문학적인 감정 역시 처음부터 이성에 의하여 매개된 것이었다. 또 일반적인 펴견과 달리 초기 낭만주의는 이성/감정의 계몽주의적 이분법을 지양하기 위하여 이성으로 매개된 감정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나는 그의 시를 읽기 전부터 그의 시가 이성에 기반을 두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는데, 낭만주의자인 그의 시는 이성을 매개로 한 감정을 강조하고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월트 휘트먼의 21세기적 변용이랄까. 혹은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월트 휘트먼을 계승하여 새롭게 재탄생한 시들을 밤의 해변에서 읽는 기분이었다. 무언가를 단순화시켜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  요약해보자면, 황유원의 시들은 일상적이나 낭만적인, 일상적이어서 낭만적인 시들의 해변 혹은 밤, 혹은 밤의 해변인 것처럼 읽혔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나 낭만적인, 이성으로 매개된 감정. 여기서 또 한 번 발문에서 김상혁이 지적한 바를 인용해보자면, 황유원이 각별해 보이는 까닭은 그의 언어가 현대시의 가장 현재적인 것들-통속성까지를 포함하여-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자기 낭만성을 내세워서이다.

 

황유원의 시들은 참된 것이나 올바른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과 결핍, 충동을 들여다 보는 방식을 취하지만, 그것이 결코 통속적이거나 반윤리적이지는 않다. 그것이 이 시인이 가진 일상성이자 낭만성이다. 이 둘은 시인 안에서 결코 상충하지 않는데, 그 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시들이 나란히 배치된 「needle in the hay」와 「초자연적 3D 프린팅」이라고 생각한다. 표제작인 「초자연적 3D 프린팅」을 비롯한 이 두 시야말로 지금의 황유원을 대표하는 시들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시들이 한결같이 좋았고, 문학평론가의 해설 대신 들어간 동료 시인 김상혁의 발문도 좋았다. 이조차 일상적이면서 낭만적이다.

 

황유원은 시뿐 아니라 소설들도 번역하고 있는데, 만약 그가 최초로 국내에 소개하는 소설작품이 번역된다면(지금까지는 대체로 기존에 이미 잘 알려진 클래식 작품들 위주로 번역을 했다), 그 소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무한대의 밤」처럼 계속 이어지는 그의 작업들, 시-시 번역-소설 번역-시-시 번역-소설 번역, 을 꾸준히 따라가는 독자로 사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어지다 끊어지고 끊어지다 이어지며 무한히 반복되며 변주될 그의 작업들을 기대하는 마음이 든다.

s*****n 2023.11.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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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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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이해력은 난독증 수준이다 그럼에도 애써 가까이해보려 노력 중이다   무용해 보이는 것을 가까이하고 무용한 것의 가치를 인정할 때 향후 내가 무용해졌을 때 무용이 무용함으로 나를 지켜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 시집을 아껴가며 어떻게든 읽어내보겠다 지금은 어려운 것과 친해져 보기 현재 나의 목표다   제목부터 난해하지만 유용으로부터 점령당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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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이해력은 난독증 수준이다

그럼에도 애써 가까이해보려 노력 중이다

 

무용해 보이는 것을 가까이하고

무용한 것의 가치를 인정할 때

향후 내가 무용해졌을 때

무용이 무용함으로

나를 지켜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 시집을 아껴가며 어떻게든 읽어내보겠다

지금은 어려운 것과 친해져 보기

현재 나의 목표다

 

제목부터 난해하지만

유용으로부터 점령당하지 않기 위해

두고두고 살펴 보리다

 

YES마니아 : 골드 s*****5 2023.09.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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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꼬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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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7 아무리 층수가 높은 영혼이라도 일층에서 시작한다 언제나 지하로 깊은 영혼이라도 일층에서 시작한다   황 유원 시인을 처음 만난 건 시 ‘학익동’이다. 그래서 이번 시집을 그냥 구매부터 했다.   p26 어느 파리 날리는 옛 시골 다방 거기 그의 시가 액자 속에 담겨 걸려 있을 것만 같다. 누가 그에게서 나를 읽고 갈 것만 같다 그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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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7

아무리 층수가 높은 영혼이라도

일층에서 시작한다

언제나 지하로 깊은 영혼이라도

일층에서 시작한다

 

 유원 시인을 처음 만난   학익동이다

그래서 이번 시집을 그냥 구매부터 했다

 

p26

어느 파리 날리는 옛 시골 다방

거기 그의 시가 액자 속에 담겨 걸려 있을 것만 같다

누가 그에게서

나를 읽고 갈 것만 같다

그가 나를 표절했다

라고 하지 않고

누가 와서 그에게서

나를 읽고 갔다

라고 하니 내가

늘어나는구나

내가 퍼지는구나

향기처럼

 

p088

대가리가 없어 딱히 생각이 없는

생각이 없으므로 쓸데없는 생각도 없는

쓸데없지만은 않은 못이여

없는 생각의 불꽃을 튀기며

무데뽀로 끝까지 밀고 들어가는 작은 못이여

없는 대가리로

열리지 않는 가슴에 쿵쿵 두드려지는 못이여

때로 대가리란 없는니만 못하니

 

p132

싹이  고구마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데

물에만 담가두어도 번성한다 

 

 

p150

건초 속에서 바늘 찾는 꿈을 꾸었다

건초 속에 바늘이 있는지 없는지는   

없었지만 건초 속에는 바늘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었지만 아마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바늘을 찾았다 실제로는 없어도 어쩌면 거기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며 하나둘

건초를 뒤졌다

 

 

 유원의 시는  좋다

쉽고 편안해서 그냥 읽다보면 많은 깊이가 느껴진다

 

a****7 2022.12.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