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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민속 무용과 향토 무용은 인간이 공동체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신앙적인 무의식(巫儀式)과 관혼상제 등 생활 행사에서 시작되었다. 세계 모든 나라의 춤이 신과 연관되어 시작된 것과 같이 우리 춤의 시원도 주술과 무격 그리고 가무의 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춤은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훨씬 포괄적이며 인간 생활의 모든 면과 결합되어 왔다. 한국 춤의 정신은 동양의 종교와 철학을 밑거름으로 하고 있고, 또한 무아의 경지에서 우러나오는 대자연의 율조에 의해 생성되어진 원천적으로 심오한 정신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상고시대의 무격 사상과 민간 신앙 숭배 사상 속에서 다시 유불선 사상을 가미함으로써 형식과 내용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대륙의 무악을 진취적으로 섭취하여 완전한 우리의 것으로 재창조하여 성장시켰고 섬세하면서도 가장 풍류적으로 승화시키려 하였다. 삶의 경험과 생활에서 느끼는 감흥과 신명의 집약된 표현이 무용 예술이라 한다면, 우리의 춤은 노동과 예술의 근원적인 일치라는 세계 보편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춤은 일이나 굿, 놀이, 연극을 하나의 총체적인 것으로 모으는 연결 고리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흩어져 있는 인간의 활동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춤사위 하나하나에 힘이 응축되어 있고, 또한 구성에서도 힘을 응축시키는 형식으로 절대 힘을 밖으로 분산시키지 않는다. 한국 춤은 '정적이다', '한을 표현한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춤의 일면만 지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춤에는 표현의 정확성과 자유 분방함과 역동성이 있다. 이것은 일상 생활의 자유로운 생활 감정에서 우러난 고요한 역동성이다. 이러한 고요한 역동성은 '장단을 먹어 주는' 대목에서 맺힌 것을 풀어 주는 이완일 경우도 있고, 풀린 것을 맺어 주는 긴장일 경우도 있다.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배합하여 맺고 풀고 어르고 당기는 데에 한국 춤의 묘미가 있다. 또한 이렇게 맺고 푸는 연결점의 고리 역할을 더욱 극대화시키면서도 좀더 자유 분방한 경우가 있는데 엇박을 타는 대목이 그러하다. 이것은 엄정한 질서 속에서의 일탈이며 평상적인 흐름에서의 파격이다. 있는 것을 그대로 두면서 전체를 한번 바꿔 놓는 은근한 바꿈이다. 꾸밈은 꾸밈이되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는 꾸밈 속에서 새로운 일상성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파격에서부터 한국적 해학은 비롯되고, 푸근한 웃음은 한국 예술 전반에 걸쳐 두루 보인다. 한국 춤의 특성은 기와지붕, 버선발, 소맷자락, 자연 풍경, 향토길 등의 선에서 보이듯 한국의 자연 속에서 살아온 한국적 삶의 자연 합일을 대변해 준다. 한국의 자연주의는 일상성의 일탈을 일상화하여 자연 속에 되돌려 놓는 데서 온다. 무기교의 기교, 무계획의 계획, 구수한 멋과 흥의 춤은 일상성의 자연스런 파격이며 그것은 제멋대로인 것에서 오는 강한 개성의 발휘이다. 한국인의 미적 심정에는 일회성이 강조되어 있다. 같은 음악, 같은 춤을 공연하더라도 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 춤추는 사람과 악기 연주하는 사람이 서로 마주 보이는 곳에서 호흡을 같이 해야 흥청대는 한판이 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역동성이 나타나고 현장적인 즉흥성이 극치를 이룬다. 이러한 특성은 자연 과학적 사실 논리를 바탕으로 하되 일차적인 경험 과학을 뛰어넘어 초월적인 이상 세계로 나아감으로써 놀이 충동을 충족시켜 준다. 따라서 한국 춤의 춤사위는 모두 우주를 포용하는 원을 이루는 선이 대부분이고 정중동의 높은 경지이다. 움직이는 율동 속에 숙연한 멈춤이 있고, 그 멈춤 속에 또 발랄한 율동이 있는 묘미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수많은 움직임을 하나의 움직임으로 집중하여 완결시킨 경지로 춤 한가락은 모든 삶을 응축시킨 것이다. 이는 춤이 동작과 육체에만 있지 않고 더욱 높은 세계에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처럼 한국 춤의 경우에는 아무리 탁월한 젊은 무용수의 재기에 찬 춤도 노인의 춤 한 가락에 당하지 못하는 것처럼, 춤추는 이는 물론 보는 이까지도 어떤 정신적 깊이에 도달해 있지 않고서는 제대로 출 수도 없고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다. 우리 민족의 정신적 기조는 땅에 대한 집착으로 하늘을 우러러보는 가운데서 찾아볼 수 있다. 상고시대의 '산신제'나 '성주풀이'라는 전통적 제사들에서 땅에 대한 집착과 씨족에 대한 보존 의식이 컸음을 알 수 있고, 또한 하늘이니 해니 하는 것을 천(天)이라 하면서 통치자를 하늘이라 믿게 하였다. 한국의 무용은 이러한 정신적 기조에서 자라온 것이다. 가면무극이나 신비에 찬 무격무, 중생 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작법이나 흥을 담은 광대, 사당패, 기녀들의 춤에서 우아와 장중의 멋을 지닌 궁중 무용에 이르기까지 땅에 굳건한 뿌리를 두고 땅을 다진 뒤에 점차 하늘로 비상해 가는 것으로 우리 춤은 천상을 지향한다. 우리 춤이 지닌 아름다움의 원천이 되는 기초 원리는 버선발의 사뿐한 디딤새에서부터 시작되며, 춤출 때의 감정은 땅바닥에서 헤매는 한 인간이 아니라 하늘 높이 날고 있는 학이나 백조의 세계를 생각하게 된다. 특히 여성 춤을 보면 긴 치마 속에 발이 깊이 감춰지는데 이것은 발과 땅의 밀착이 아니라 오히려 발을 무시한 천상의 형태, 발을 감추고 나는 새의 형태로 해석되며 자연과 밀착, 동화되어 합일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춤의 주된 특징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힘을 이용하여 흥과 한이 어우러져 죄고 푸는, 긴장과 이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긴장과 이완은 한국 춤의 묘미이며 춤사위의 한 가락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한 작품의 진행 절차상 그 골격을 이룰 수도 있다. 꾸밈이 있으되 그것이 감각적이고 섬세한 표출이라기보다 유연하고 유장하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연스런 율동으로 이루는 무기교적 기교의 극치가 또한 한국 무용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국 무용은 또한 누구나 춤을 출 수 있다는 가장 인본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본적인 면은 예술가와 관중 사이의 인간적 신뢰감은 물론 미적 공감대를 굳게 맺어주며 단순한 수동적인 감상이 아닌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춤의 솜씨는 기교 이전에 신명이다. 신명만 나면 발짓, 손짓은 저절로 나며 춤은 저절로 추어진다. 예술성이란 생활에서 느끼는 감흥과 신명의 집약된 표현이므로 삶의 경험을 통해서 저절로 무르녹아서 이루어지며 누구나 예술 행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신명을 타고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우리 춤에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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