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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꾸바스, 아마도 삶을 두루 여행한 사람
"브라스 꾸바스, 아마도 삶을 두루 여행한 사람" 내용보기
"이 책은 산만한 작품이오. 나 브라스 꾸바스가 스턴이나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자유로운 형식을 취했는지, 아니면 이 책에다가 염세주의의 투정을 집어넣었는지는 나 자신도 모르오."...(중략) 브라스 꾸바스에 대해서는 아마도 삶을 두루 여행한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10쪽, 저자 서문)   정식 이름 주아낑 마리아 마샤두 지 아시스, 헉헉... 이름 한 번 제대로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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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산만한 작품이오. 나 브라스 꾸바스가 스턴이나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자유로운 형식을 취했는지, 아니면 이 책에다가 염세주의의 투정을 집어넣었는지는 나 자신도 모르오."...(중략)

브라스 꾸바스에 대해서는 아마도 삶을 두루 여행한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10쪽, 저자 서문)

 

정식 이름 주아낑 마리아 마샤두 지 아시스, 헉헉... 이름 한 번 제대로 부르기에도 꽤 험난한 이 작가는 브라질 소설가 가운데 최고봉으로 꼽히며 세계문학을 논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이 작가의 작품만을 논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릴 정도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이번에 <창비세계문학> 시리즈로 처음 소개되는 터라, 첫 책장을 여는 마음이 두근두근 셀렌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중동과 아프리카 등 비서구권 문학의 성취를 조금씩이라도 야금야금 맛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저 감동할 뿐.

 

책을 여니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1896년 3판 저자 서문 뒷장의 멋진 헌정사가 눈을 끈다.

"나의 차가운 시신을 가장 먼저 갉아먹은 벌레에게 그리움이 가득한 기념품으로 이 사후 회고록을 헌정한다."

 

이 헌정사와 소설의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 이 소설의 주인공 브라스 꾸바스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1장이 '저자의 사망'이니, '소설의 시작=주인공의 죽음'인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1장에서부터 160장 '부정적인 것'까지, 총 160개의 장이 브라스 꾸바스의 이승에서의 삶을 찬찬히 잘 정리...해주고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뭐랄까... 참 거침없고, 얽매임 없이 나아가는 이야기들, 그리고 과감한 형식. 독자들은 때로는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받기도 하고, 때로는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한마디로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어떤 사건을 잘 회고하다가도 옆길로 새기도 하고, 어떤 인물이나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가 끝을 맺지 않고 그냥 멈춰버리거나 다른 상황으로 슬쩍 건너뛰기도 하고(그러면서 꼭 독자 핑계를 댄다), 아예 한 마디 단어도 없이 말줄임표만으로 채워넣은 장이 등장하기도 하고, 어떤 장은 '이 장은 129장의 첫번째 문장과 두번째 문장 사이에 삽입되는 것이 적당할 것'(270쪽)이라고 제시되기도 하고, 약혼녀 도나 에우랄리아 다마세나 지 브리뚜(이름 참!)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는 그냥 그녀의 묘비명만을 소개하기도 한다. 다른 아무런 이야기 없이.

 

도대체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초현대적으로 느껴지는 이 독특한 소설이 무려 1880년 작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도대체 이런 실험정신 가득한 작품이 27세부터 평생 관료생활을 했던 작가가 쓴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여러 공직을 역임하면서도 그는 정력적으로 시, 연극, 연대기, 소설 등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작품을 썼다고 한다. 괴물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산만한 작품'이다. 너무나 바쁘고 항상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현대인의 눈에는 그 산만함이, 그 산만함 속에 담긴 풍요로움이 참 경이롭기만 하다. 산만하고 수다스러운 문체, 어떤 것을 묘사할 때 완결짓지 않고 멈추거나 슬며시 다른 상황으로 순간이동하는 모호한 문체 속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겠다. 당시 브라질 수도인 히우지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한 노예에서부터 상류층까지의 다양한 인물들, 그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한 내면의 심리를 담고 있는 산만함. 철학과 문학, 역사에 해박한 작가의 촘촘한 배경지식이 언뜻언뜻 내비치는 산만함. 이 소설 덕에 나는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여겨왔던 '산만하다'는 말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포르투갈어는 1g도 모르지만, 딱 봐도 험난한 산으로 보이는 이 작품을 번역한 옮긴이의 노고에도 경의를. '현대적 의미로는 해석이 되지 잘 되지 않는 많은 어휘들과 문장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여기에 매우 독특한 그의 문체가 또다른 걸림돌이 되었다(309~310쪽)'라는 옮긴이의 한 문장은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담았던 말이었을까. 그런 땀방울 덕분에, 이렇게 그동안 다른 세상이었던 '19세기 라틴아메리카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할 뿐.

s****2 2013.11.16.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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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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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뭔가 브라스 꾸바스'하죠. 창비에서 첫 선을 보이는 이 작품은 "19세기 라틴아메리카 소설이라는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라는 찬사를 받는 브라질 작가 마샤두 지 아시스의 대표소설 가운데 맨 처음 씌어진 것인데요. 그의 후기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자연주의적 사실주의' 경향의 시초가 된 소설이기도 합니다. 1880년에 씌어진 이 소설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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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뭔가 브라스 꾸바스'하죠. 창비에서 첫 선을 보이는 이 작품은 "19세기 라틴아메리카 소설이라는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라는 찬사를 받는 브라질 작가 마샤두 지 아시스의 대표소설 가운데 맨 처음 씌어진 것인데요. 그의 후기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자연주의적 사실주의' 경향의 시초가 된 소설이기도 합니다. 1880년에 씌어진 이 소설은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은 시간을 무색케 할 정도로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데요. 고전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할 정도로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난 당신을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은 말도 안되는 존재요. 당신은 동화일 거요. 분명 난 꿈꾸고 있는 겁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난 미쳤을 거요. 당신은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의 환영에 지나지 않아요. 그러니까 부재중인 이성이 통제할 수도 만질 수도 없는 허황한 그 무엇일 뿐이지요. 자연이라고요? 당신이? 내가 알고 있는 자연은 그저 어머니일 뿐 적은 아닙니다. 삶을 재앙으로 만들지도 않을뿐더러 당신처럼 무덤만큼 무표정한 그런 표정을 짓지 않지요. (본문 중에서)


       작중화자인 브라스 꾸바스'가 자신이 죽은 날의 정황을 회고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죽은 사람을 화자로 등장시키는 파격적인 설정은 작품의 의도를 대변하고 있는데요. 이 사소한 형식적 전복을 통해 마샤두 지 아시스해묵은 관습에 익숙한 독자의 몽몽한 정신에 시원하게 한 방 날리고 있습니다. 작품 후반부에서 낑까스 보르바'라는 의심쩍은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작가는 그 뜻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는데요. 낑까스 보르바'의 변화무쌍한 삶과 그의 궤변적 철학을 그럴 듯하게 풀어놓으면서 독자를 매혹하는가 싶더니, 막판에는 그를 정신이상자'로 내몰고 맙니다. 낑까스 보르바의 말발에 홀려 그도 그럴 듯하다고 동조하던 독자는 또 한 방 보기좋게 얻어맞습니다. 마샤두 드 아시스는 낑까스 보르바'나 도나 에우제비아', 로브 네비스' 등 신분층이 다양한 인물들이 내비치는 불안한 심리나 불확실한 삶의 행로를 통해 19세기 후반 브라질의 사회상을 담고 있는데요. 귀한 사람 천한 사람, 사랑과 연민, 행복과 불행, 정상 비정상 등...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인간의 삶에 안개처럼 드리워진 견고한 통념 같은 것을 소설 전반에 걸쳐 날카롭게 비꼬고 있습니다.

 

          가장 덜 나쁜 일은 추억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현재의 행복을 믿어서는 안된다. 그 행복 속에는 카인의 침 한방울이 담겨 있다. (본문 중에서)

 

      소설적 구성 면에서도 마샤두 지 아시스는 실험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무덤 속에서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소설은 160개의 짧은 장들로 이뤄져 있는데요. 어떤 장은 서로 이름만 부르다 끝나는가 하면, 긴 꼬리를 잇는 말줄임표로만 이루어진 장도 있습니다. 브라스 꾸바스의 감정 기복을 반영하는 문장들 역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말의 고삐를 붙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서사보다는 주인공의 정서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방해를 받지 않고 평탄한 독서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평탄하다? 음. 아무래도 주관적인 감상이라는 말을 덧붙여야 할 것 같네요. 혹자는 지리멸렬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는데요. 지리멸렬할지는 몰라도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브라스 꾸바스 식' 해학과 풍자가 행간 곳곳 곰틀거리고 있거든요.

 

     단 한 번의 그 키스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그 순간은 짧았지만 열렬한 사랑이었으며, 달콤함, 공포, 원한, 고통으로 끝날 희열, 기쁨 속에 피어오를 혼란의 삶을 알리는 한편의 서곡이 되었다.(...) 즉 혼란과 분노, 절망과 질투의 삶을 알리는 서곡이 되었다. 어떤 시간은 지나치게 많이 그 대가를 치를 것이고, 다른 시간이 도래해 그 앞의 시간을 삼킬 것이다. (본문 중에서)

 

      사후세계의 빛 속에 빠르게 펼쳐지는 삶의 장면들처럼 브라스 꾸바스는 삶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짧지만 강렬하게 회고하고 있는데요. 그의 삶, 혹은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비르질리아, 그의 연인입니다. 언뜻 보면 브라스 꾸바스의 나머지 삶은 이 한 여인과의 추억을 감싸는 껍데기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미혼자인 브라스 꾸바스와 귀부인 비르질리아의 밀애는 역설적으로 그 나머지 삶과 나머지 사람들을 투영하는 소설적 장치에 불과합니다. 둘의 관계를 의심하면서도 사회적 체면 때문에 속만 끓이는 비르질리아의 남편 로브 네비스, 그들의 은밀한 사랑을 돕는 도나 쁠라시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삶과 반응들이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우리 어린 시절의 장난질에서는 항상 왕, 장관, 장군, 또는 그것이 무엇이든 고위 관리 역할을 택하곤 했다. (본문 중에서)

 

      소설에는 앞서 언급하지 않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어린 브라스 꾸바스에게 사제가 되기를 강권하는 삼촌, 아들이 정계에 입문(아버지에게 정계 입문'은 가문을 빛내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하지 못한 절망감으로 죽은 아버지, 브라스 꾸바스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신분과 처지를 알고 떠나는 절름발이 소녀 등. 이들을 통해 마샤두 지 아시스는 인간 욕망의 양면성과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인간의 사랑, 사회적 통념 앞에 가물가물 흔들리는 연약한 촛불 같은 인간 존재를 아프게 꼬집고 있습니다. 64세에 결핵으로 사망한 브라스 꾸바스는 자신의 사인이 실은 고약'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브라스 꾸바스가 야심차게 발명한 이 고약', "인류의 우울을 완화시키는 숭고한 의약품"은 "인류애"와 "명성에 대한 갈망"이라는 양날의 칼'을 상징합니다. 비르질리아'와의 관계 역시 정계 입문의 야심에서 시작되었던 것을 볼 때, 꾸바스, 결국 그 자신을 삼킨 것은 명예욕'이라는 불치의 병'이었던 셈이지요.  

 

 

 

g*******s 2013.11.1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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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인생이라도 괜찮아 -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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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두 지 아시스는 브라질에선 지폐 앞면에 찍혀나올 정도로 유명한 작가인데, 우리에겐 알려진 작품이 거의 없다. 창비가 2010년대 들어 새로 펴내고 있는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겨우 한 작품 알려졌을 뿐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세계문학전집들이 대개 해방 이후 일본의 세계문학전집을 번역해 수입해 와 이어져, 소위 말하는 정전들에 국한되었음을 생각한다면 늦었지만 무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이라도 괜찮아 -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내용보기

마샤두 지 아시스는 브라질에선 지폐 앞면에 찍혀나올 정도로 유명한 작가인데, 우리에겐 알려진 작품이 거의 없다. 창비가 2010년대 들어 새로 펴내고 있는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겨우 한 작품 알려졌을 뿐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세계문학전집들이 대개 해방 이후 일본의 세계문학전집을 번역해 수입해 와 이어져, 소위 말하는 정전들에 국한되었음을 생각한다면 늦었지만 무척 반가운 작품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문학의 주변부로 치부되는 나라의 작품들이 더 많은 빛을 보았으면 좋겠다.


마샤두 지 아시스의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1881)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브라스 꾸바스라는 사람이 죽은 뒤에 인생을 회상하며 쓴 회고록이다. 화자는 첫 장부터 자신의 죽음을 설명하며, 어린 시절부터 죽기까지의 일들을 담백한 어조로 들려준다. 꼬마 시절의 아픔과 호기심, 청년기의 성장과 진통, 사랑과 꿈, 성공과 실패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브라스 꾸바스의 삶은 특별한 성취나 극적인 사건이라곤 드문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인생이었다. 때론 바보 같기도 한데 길가에 흔한 풀꽃도 오래 보아야 예쁘다던 한 시인의 말처럼, 평범한 것도 빤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평범한 것들 속에 웃음과 눈물이 그득하다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우리는 모두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숱한 사건들과 인생의 통과의례들을 거쳐 브라스 꾸바스가 도착한 곳은 죽음이었는데, 누구에게도 자신의 불행을 물려주지 않은 인생이었다. 돌이켜보면 실패로 점철된 인생이지만 단 하나 성공한 게 있다면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불행을 물려주지 않았다는 사실. 그것 하나면.. 충분할까?


삶은 길게 보면 결국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나는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 걸까. 지금 이 땅에 남겨 놓는 내 흔적들은 나중에 어떤 모양으로 남게 될까. 나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죽은 다음에 브라스 꾸바스처럼 글을 쓸 수 있다면,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든 내 삶을 긍정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바보 같은 인생이라도 나름의 아름다움이 깃들어있다는 사실. 브라스 꾸바스가 알려준 사실이다.


#창비세계문학리뷰대회, #남미문학, #브라질문학

t*********9 2020.04.1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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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Memóorias Póstumas de Brás Cubas(1880)]- 마샤두 지 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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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이 책은 사후 회고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주인공이 숨을 거두는 장면이 맨 처음에 등장한다. 주인공 브라스 꾸바스는 숨이 멈춘 육체에서 탈출하는 장면을 담담히 서술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과거의 기억뿐이다. 꺼져가는 숯불 같은 모습처럼 조만간 흩어질 기억을 간직한 꾸바스는 자신의 다사다난했던 삶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2. 주인공이 이미 죽어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Memóorias Póstumas de Brás Cubas(1880)]- 마샤두 지 아시스" 내용보기

난이도 : ★★★

1. 이 책은 사후 회고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주인공이 숨을 거두는 장면이 맨 처음에 등장한다. 주인공 브라스 꾸바스는 숨이 멈춘 육체에서 탈출하는 장면을 담담히 서술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과거의 기억뿐이다. 꺼져가는 숯불 같은 모습처럼 조만간 흩어질 기억을 간직한 꾸바스는 자신의 다사다난했던 삶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2. 주인공이 이미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책을 통해서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분명 브라스 꾸바스 자기 자신의 삶인데도 불구하고, 남 얘기하듯이 들려온다. 희한하게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산만한 작품이오. 나 브라스 꾸바스가 로런스 스턴이나 그자비에 드메스트르의 자유로운 형식을 취했는지, 아니면 이 책에다가 염세주의의 투정을 집어넣었는지 나 자신도 모르오."

게다가 독자에게 미리 경고하는 그의 말처럼 주인공 자신도 무슨 성격인지 모를 회고록이다. 횡설수설이 기본뼈대라고 볼 수 있다.

3. 그의 고백은 횡설수설하긴 하나. 기본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간다. 이 시간의 형태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닌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 따라 그는 적절히 자신의 경험을 재생했다가 빨리감기한다. 그러다보니 독자에게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고, 순식간에 쉰 살이 되어버리는 브라스 꾸바스를 만나야 하기도 한다.

4. 그를 머물게끔 한 기억의 공간에서 가장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에는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 브라스 꾸바스였지만, 그의 기억에서 꺼지지 않고 회고록으로 불타오르는 것은 사랑이었다. 그의 사랑은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고집하는 철없는 소년의 사랑 같았다. 그래서 본능적이었다. 그래서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곰보로 인해서 빛을 잃었을 때 브라스 꾸바스는 비겁하게 도망치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비난하고 싶진 않다.

그런 사랑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베르테르가 로테를 사모했었던 것처럼, 버젓이 남편이 있는 비르질리아와 사랑을 나누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한다. 그 사랑의 끝은 개츠비의 안타까운 결과와 비슷하지만, 장례식장에서의 이름 모를 한 여인이 비르질리아라면 그의 사랑은 개츠비처럼 비극적이지는 않은 것도 같다.

5. 사후 회고록에서 사랑에 관한 부분을 빼면 권력에 대한. 재물에 대한 약간의 욕심. 그리고 가족에 대한 기억들이 브라스 꾸바스의 기억을 지배한다. 그 기억을 통해 브라스 꾸바스의 삶은 세속적으로는 큰 결실을 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혼란한 시대상황 속에 자기 한 몸을. 더 나아가 자신의 가문을 일으켜 세워보고자 했지만. 헛되이 흘러간다. 후마니티즘의 법칙에 숨어있는 인본주의의 그늘과 캉디드가 느낀 낙관주의를 동일시하며...

6. 이처럼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자체가 특출나지 않은 보통의 인간 브라스 꾸바스를 규정한다. 솔직히 말해서, 사후 회고록이라는 울타리가 쳐진. 그 장벽으로 인해 삶에 대한 열망을 거세해버린 그의 글은 나로 하여금. 인간사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관찰. 그리고 되새김질하려는 작가의 초연함을 엿볼 수 있게 하지만, 그래도 문학이라면 객관적인 초연함 보다는 더 뜨거운 것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k*******7 2013.12.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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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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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영화 등을 통해서 마주한 부분들이 있기에 아주 멀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주 가까운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정도는 생경한 부분이 있으며, 특히 브라질 작가 혹은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읽는 것은 거의 없는 편이라 할 수 있기에 궁금하기도 하면서도, 문화적인 바탕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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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영화 등을 통해서 마주한 부분들이 있기에 아주 멀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주 가까운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정도는 생경한 부분이 있으며, 특히 브라질 작가 혹은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읽는 것은 거의 없는 편이라 할 수 있기에 궁금하기도 하면서도, 문화적인 바탕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없지는 않았다. 사실 사회의 분위기, 역사적인 사건들, 정치적인 상황 등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되어있다면, 책들을 더 집중해서 또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 사람의 일생을 거꾸로 아니 그의 죽음에서부터 다시 시작으로 되돌아가 살피는 구성과 그것이 결국에는 사후 회고록이라는 점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의 경우는 어떤 특별한 구성과 서사가 촘촘하게 짜여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이런 저런 사건들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생각들의 흐름과 사고의 편린을 따라가고, 이때 마주하게 되는 인물들로 자연스레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막연한 인생의 과정들을 모아 놓은 이야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 어색함이나 단절감이 느껴지기 보다는 이상하게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이라 생각된다.


단순한 한 사람의 회고록, 어떻게 보면 위대하거나 대단한 인물이라 할 수는 없으며 또 일생을 살아가면서 생의 환희와 열망 또는 희열 등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며 한번에 집중하게 만드는 인물이라 보이지는 않지만, 조용한 듯하지만 어딘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고, 거대하고 분명한 심리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단순하고 평범한 듯하지만 지극히 솔직하고 인간의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 그리고 그 이중성들에 대해서도 오히려 담담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듯 풀어놓고 있어서 무언가 자신에게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그 모습도 크게 밉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마주했던 연인들과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단순하게 말하고 그의 사고의 과정에 따라 자연스레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 과정이 오히려 부담 없이 책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것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들을 발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실망스럽지 않으며 그의 사고에 따라 그의 시간에 따라 또 그가 마주하는 사랑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그 발걸음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쓰인지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것조차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고 시대적인 배경이나 상황이 아니라면 아니 오히려 현대에서 그 시점을 배경으로 글을 썼다고 생각을 해볼 수도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던 책이 아닐까 한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브라질에서 상당히 중요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과 현재와는 시간적이 간격이 상당하다는 점 또 브라질이라는 조금은 생경한 문화적인 환경을 토대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브라스 꾸바스가 이끄는 대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그 과정이 피곤하지도 불편하지 않은 길이었음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d*******p 2013.11.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