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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집을 읽는다는 건 작가에게 좀 더 다가가는 일.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지고 작가가 추구하는 생각의 깊이에 빠지는 일. 짧은 소설이라 여운이 깊어 좀처럼 소설의 인물들에게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김혜나라는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켰던 시간이었다.
일곱 편의 단편은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했다. 같은 인물은 요가를 하는 인물일 테고, 한국을 떠나 밖에서 생활하는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을 그리워하지도 않은, 자신의 생각에 침잠해 있는 인물들이었다. 아빠가 없는, 레즈비언인, 요가 강사로 일하는 인물들의 세계에서 우리가 가진 다양성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기도 했다.
우리는 줄곧 내 생각에 빠져있는 듯하다. 내가 가진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바깥의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다. 물론 나의 존재, 타인의 존재에 대하여 탐구하는 인간에 가깝다. 시선의 확장, 사고의 전형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독서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는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 있지도 않았어.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 마치 그날 바라본 친어머니의 눈처럼, 그 속에 담긴 하나의 영혼처럼, 나도 그저 존재하고 있어. 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나의 친부도 친모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139페이지, 「아버지가 없는 나라」 중에서)
일주일에 세 번, 저녁은 포기해도 요가는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명상 음악을 들으며 몸의 이완을 위해 무념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한다. 물론 어설프지만, 점점 유연해지는 신체의 변화에 즐거움을 느낀다. 실제 요가 강사로도 활동하는 저자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요가하는 인물이다.
탁주를 빚는 수업에서 만난 민서의 남자 친구 진수와 함께 셋이서 헤어지기 싫어 서울의 거리를 걷는 여경. 여경이 부다페스트에서 머물게 되었을 때 진수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전 지구적 팬데믹 때문에 서울에 들어오지 못하여 집 밖에 나가기도 벅찼던 시기에 탁주를 빚어 진수에게 주고 왔던 기억.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여경의 본심에 의문을 품었던 것 같다. 민서는 어떤 마음으로 여경을 바라보고 있는지, 진수는 여경에게 어떤 마음인지. 마음을 숨기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저절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코너스툴」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호산 씨와 통하는 게 많아 친해지고 싶다.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하면 막힘 없이 대화했다. 이오진 작가는 자기가 쓴 소설을 호산 씨에게 보내고, 호산 씨의 습작을 오진 작가에게 보내 평가받고자 한다. 이성 간의 관계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보낸 편지에 답장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지만 관계의 차단에는 당황하고 만다. 「코너스툴」에서도 그렇고, 「레드벨벳」에서도 그렇다. 「레드벨벳」에서도 주인공은 토론식 영어 수업하는 해럴드와 중국식 찻집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해럴드는 아내가 있어 더 이상의 만남은 불가하다고 했다. 연애를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선을 넘기려고 한 적도 없는데 왜 불편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관계의 정의는 누가 하는 것인가. 물론 호산 씨의 아내나 해럴드의 아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입장에 따라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의 정체성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설 속 인물을 대입하여 이해할 수 있는 부분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가르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는 독자이므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무엇 때문에 힘든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김혜나 작가의 이름은 정유정 작가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에서 알게 되었다. 궁금하던 차였는데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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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은 미래> 민서와 진수 커플 사이에 여경은 애매한 감정에 휩싸인다. 이들의 권유로 종일 함께 여기저기를 다닌다. 여경과 코드가 잘 통하는 진수가 보이는 친절함과 그런 진수와 여경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민서의 속내를 알 수 없다. 이런 애매한 상황을 피하지 않는 여경은 아마도 진수와 함께하는 시간을 내심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가만히 바라보면> 요가를 하다 부상을 입고 요양차 태국 파타야에 머물며 트랜스젠더 잠과 함께 지낸다. 잠에게 요가를 가르쳐주다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을 가게 되고 잠은 아픈 나의 회복을 위해 와추 테라피를 도와준다.
<아버지가 없는 나라>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 친부와 친모를 만난 아진과 친부모를 만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한아 또한 친부를 알지 못한다. 한아는 미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 엄마와 커플이었던 모니카의 보살핌을 떠올린다. 엄마가 말해준 출생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고 아버지의 부재보다는 갑자기 헤어진 모니카의 안부가 궁금하다.
<모니카> 제니는 오랜만에 방문한 뉴욕에서 젊은 시절 함께 했던 모니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준 모니카와의 좋은 날이 많았지만 결국 헤어질 때 모니카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던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비터스윗> 요가 수련을 위해 인도로 간 진아는 진 언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남자친구인 준과의 관계도 더 힘들어지고 진 언니의 아들 제임스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 언니가 만들어준 초콜릿의 단맛 뒤의 씁쓸한 뒷맛은 아무리 행복을 찾고 수양을 한다한들 인생의 쓴맛을 완벽하게 가릴 수는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
<레드벨벳> 나는 원어민 영어 강사 헤럴드와 친분을 쌓았지만, 어느 날 아내에게 미안해서 이젠 사적인 자리는 갖지 않겠다는 그에게 섭섭하면서도 억울한 감정을 느낀다. 나는 남녀 사이가 꼭 연애로만 이어지는 게 아니라고 따지고 싶지만, 진심은 그를 남자에 대한 애정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코너스툴> 오진은 20년 전 작가와 동네 책방 주인으로 만났던 호산의 딸 예진이 젊은 신인 작가로 자리를 잡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 당시 호산과는 너무 자연스럽게 문학적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고 그런 자연스러움에 호산이 쓴 글을 봐달라는 부탁도 받게 된다. 호산의 부인은 오진을 오해했었지만 사실 오진은 동성애자이다. 이반으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예지가 써주길 바란다.
쿵, 쿵, 쿵. 움직이는 심장 소리. 우리는 태초부터 존재했고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그 존재를 끌어안았고, 그는 나를 보듬어 안았다. 우리는 오래, 아주 오래 그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p.96)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모두에게서 등진 채로 떠나면, 우리가 꿈꾸던 진실한 삶이 그곳에 있을 것 같아? 그럴 수도 있겠지. 그곳에 진짜 내가 진짜 내 삶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꿈을 이루면 영원한 행복에 이르러 두 번 다시 불행과 불안을 느끼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너는 정말로 그렇게 믿어? (p.217)
나는……달라지겠지. 맞춰가야지. 견뎌내야지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현실에 적응해나가는 내가 너무 무서웠다. 매일 술을 마시는 훈을 포기하고, 그와 함께 이루고 싶은 미래를 포기하고 나 자신마저도 포기한 채 그저 견디는 이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인가? (p.251)
7편의 화자는 모두 여성으로 대부분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이라는 범주를 벗어난 여성들이다. 사람들에게 평범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들을 보며 정상적인 가족 구성원은 무엇이지,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얼마나 열려있는지, 이성 간의 우정은 불륜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회가 만든 틀로 인해 주변인으로 살아가야 하거나 성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 대한 작가의 깊은 시선이 담겨있다. 또한 작가가 요가를 수련하기에 이 책 곳곳에 요가가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도 작가의 색채를 더한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단편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젠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긴 건지 이 책은 참 차분하게 잘 읽혔다. <아버지가 없는 나라>를 읽고 모니카와 얽힌 사연이 정말 궁금했는데 그다음 편 <모니카>가 이와 연결되는 이야기라 좋았다. 요가 전문 수련인답게 답답한 인생살이에서 깊은숨으로 마음의 응어리를 내려놓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거라 생각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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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한다’는 낱말을 사용할 때, 그 대상은 보통 이성을 일컫는다. 대부분 이성애를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은 곧 동성애는 비정상적이며, 이성끼리의 관계는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는 뜻도 내포한다. 김혜나 작가의 소설집 <깊은 숨>을 읽으며 아주 오래전에 내가 의문을 품었던 문제를 떠올렸다.
‘남녀 간에는 친구가 될 수 없나?’ ‘남녀가 사랑하면 꼭 섹스를 해야 하고, 결혼을 해야 사랑이 완성되는가?’
20대 초반에 천착했던 문제였고, 해답을 구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육아와 가사노동에 절어있던 시기에 그런 문제를 떠올리는 건 사치였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는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세월을 지냈다.
<깊은 숨>에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 주인공은 20대에서 50대의 여성이다. 크게 보면 사랑이 소재다. 동성애를 포함하며 이성이라해서 섹스를 포함하는 관계는 아니다. “레드 벨벳”과 “코너 스툴”은 남녀 관계에서 친구란 성립할 수 없는 것인가를 묻는다. 두 소설의 여자 주인공은 비슷한 일을 하는 남성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영혼이 통한다는 것을 느끼며 충만함을 느낀다. 그런데 여성이 싱글이고 남성이 유부남일 경우, 그들은 불륜이 된다.
“레드 벨벳”의 영어 강사 해럴드는 아내가 있다는 이유로 주인공과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길 거절한다. 주인공이 불륜을 하자고 한 게 아니었다. 영문학 번역 및 토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해럴드의 행동을 주인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대면 만남을 피하면서도 주인공에게 그녀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길 바라는 자료를 우편으로 보냈다.
해럴드가 학원을 그만두기 전 마지막에 사용한 수업 교재는 엘리자베스 버그의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라는 책이었고, 그녀에게 전자책 파일을 보내주었다. 주인공은 어리둥절했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는 어디까지가 친구이고 어디서부터 연인일까? 사람들은 애초에 남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모든 인간과 인간이 언제나 연애 감정을 가지고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말인가?’ -p.236~237
내가 예전에 궁금해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소설에서 만났다. 위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작가는 10대 소녀와 여든 다섯 살 할아버지의 만남을 다룬 이야기를 집어넣은 것 같다.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가 밀리의 서재에 있기에 바로 다운로드 받았다.
“코너 스툴”의 주인공 소설가 이오진 역시 책방지기 박호산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나누었고 만족스러웠다. 호산은 자신이 쓴 습작 소설을 오진에게 한 번 읽어봐 달라고 해서 두어 번 만남이 이루어졌으나 호산의 아내가 둘의 관계를 오해하게 된다. 그녀가 보낸 편지를 본 아내가 오진을 불러 이렇게 말한다.
“아이, 씨발. 진짜 이 개 같은 년이 어디서 자꾸 호산 씨래? 야, 어디서 감히 남의 남편을 함부로 만나고 이딴 걸 써서 보내? 왜 남의 남자한테 수작을 부려? 어?”
오진은 그런 거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고, 이렇게 생각했다.
‘박호산씨를 남자로 대한 적이 없다고, 나는 그와 연애하고 싶은 게 아니라고, 나는 그를 남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인간으로, 나와 같은 존재로, 나와 같은 영혼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고, 그게 다라고 말하고 싶었어. 그리고 나는, 나는... 레즈비언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오지 않은 미래”에서도 애인이 있는 남자와 만남을 회피하려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 남자가 주인공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셋이 만나고 있는 동안에 커플 진수와 민서가 주인공 여경에게 스스럼없이 대하고 진수가 여경의 글을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한다. 여경은 부다페스트에서 진수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거리감을 두려고 노력했고, 한국에 돌아와 셋이 같이 만났을 때도 그 만남을 얼른 끝내고 싶어 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여경의 행동은 몹시 조심스럽다. 상대 커플이 부부관계가 아님에도, 커플의 여성, 즉 민서가 여경을 경계하지 않음에도, 여경이 먼저 철벽을 친다. 이상한 시선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한 본능적 행동이다.
이 소설들을 읽으며 인간관계의 협소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남녀 간의 만남은 사랑과 섹스뿐이라는 단순성은 언제부터 만들어진 걸까. 오랜 시간 재생산 되어온 미디어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사랑의 원형처럼 읽히는 소설들로 인해 우리 인식에 자리 잡은 것이란 생각이다. 내 생각엔 원조 러브스토리로 “로미오와 줄리엣”, “마담 보바리” 같은 불륜 소설이 대표주자인 것 같다.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다양한 소재의 소설이나 영화가 나오고 있지만, 사랑을 소재로 한 것들은 여전히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녀가 만나면 사랑하고, 섹스하고, 결혼하거나, 불륜인 내용들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김혜나 작가는 이 소설집을 통해 인간애를 말하고 있다. 이성끼리 만나서 사랑만 하는 건 아니라고.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만나면 죄다 불륜인 것은 아니라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관계도 있다고. 사랑조차 이분법적인 세상에서 작가의 이야기가 소설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가 말하는 인간애가 성별 구분이 없어지길 바란다. 나도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좋겠다. 남자여도 여자여도, 나이가 많건 적건 상관없다. 공통 관심사로 손뼉치며 웃고 떠들고 밤새도록 이야기 하고 싶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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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여행을 가더라도 허투루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낯선 인물을 만나더라도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이야기의 주요한 배경으로 설정시킨다. 작가의 일상 속 경험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의 취미가 되고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깊은숨』에는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이 마치 작가의 삶인가? 라고 착각할 정도로 푹 빠져든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요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작품 속 화자도 요가를 즐겨하거나 요가를 더 공부하고 싶어 인도로 떠나는 장면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깊은숨』 이라는 책 제목은 우리에게 결코 가볍지 않을 내용들을 전개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도 남는다. 보통 '깊은숨'은 복식 호흡을 할 때 쓰는 방법이다. 요가를 할 때 '깊은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책 제목을 보더라도 작품 속 화자들이 '요가'를 매개로 서사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도 있겠다 싶다. 요가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복식 호흡법의 '깊은숨' 말고도 고독, 안도 등과 같은 뭔가 고민거리를 끌어안고 풀리지 않는 숙제를 어렵게 해결하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감정의 표현도 될 수 있겠다 싶다. 깊은숨을 내뱉을 정도로 풀리지 않는 숙제들이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게이, 레즈비언, 호모섹슈얼과 같은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킨다. 특히 마지막 단편소설인 「코너스툴」에서는 주인공이 소설가로 등장한다. 본인이 레즈비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체성을 밝히길 꺼려한다. 출판업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밥벌이가 막힐 것을 알기에 가슴앓이하며 스스로 분노를 삭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을 꾀한다. 젊은 신인 작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 젊은 신인작가는 다름아닌 자신이 유일하게 이성으로 편한하게 대했던 책방집 남자 주인의 딸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가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노골적으로 성소수자들의 고뇌와 불편한 사회적 시선을 드러낸다.
또한 그동안 금기 시 되어 왔던 '해외입양'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해외에 입양아를 보내는 국가 중에 최고라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찾아오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자료가 남아 있으면 그나마 육체적 부모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반사라고 한다. 해외로 입양 보낼 정도면 얼마나 기구한 사연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자료가 변변치 않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 김혜나님의 7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 『깊은숨』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아버지를 찾기 위한 작품 속 화자의 이야기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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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귤』로 독자들에게 자신을 알린 김혜나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 『깊은숨』은 총 7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모음집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단절된 듯 하면서도 묘하게 연결된 느낌을 주는데 그건 아마도 깊은숨이라는 표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가와 관련한 이야기로 책 이야기 속 요가은 제법 큰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오지 않은 미래」는 제목 그대로 동화작가인 여경이 취미로 하고 있는 전통주 빗기라는 모임에서 민서와 진수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세 사람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만큼 이러한 관계가 유지되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을 갖는 심리를 묘사하고 있고 「가만히 바라보면」는 요가 강사인 주인공이 요가 강사인 주인공이 요추를 다쳐서 요가를 못하게 된 상황에서 떠나온 태국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는 기회를 갖는 이야기다.
「레드벨벳」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픈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마지막 「코너스툴」은 남녀 사이에, 특히나 가정이 있는 유부남과의 소통이 과연 단순한 우정이나 교류로만 보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케케묵은 논쟁을 불러올 수도 있는 작품으로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배우자가 불쾌함을 느낀다면 그 관계는 어떤 이유에서든 그 사적인 관계는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각각의 상황 속에 놓여 있는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와 심리가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인지 읽어보지 못했던 전작도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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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작가님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할 때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 인종, 성별, 이름, 언어를 벗어나 그저 나로서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으니까.” (「아버지가 없는 나라」, p. 127)
책을 읽고 떠올린 단어는 '무해함'이었다. 나 자신이 타인에게 무해하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순간들. 또는 타인에게 무해하고 싶어 스스로에게 제동을 거는 순간들. 당신의 애인이나 가족, 당신의 일상에 관해 내가 "그렇게 사악하고 불온한 존재"(p. 53)가 아니라고, 수시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이번 김혜나 작가님의 『깊은숨』이라 생각했다. 각 소설의 화자들은 대체로 언어와 감정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세심하고 부드럽고 내밀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익숙한 공간을 떠나며 시작된다. 글을 쓰기 위해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 더는 요가를 할 수 없어서. 저마다의 이유를 안고 방콕으로, 인도로, 고향으로 건너간다. "인생에 실패한 사람들이 마치 조류에 떠밀리듯 들어와 버린 해안 도시. 나는 왠지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p. 79)란 문장이 인상적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도피처 같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도리어 그곳에서 떠나왔던 문제를 다시금 직면하고 만다. 현실로부터 도피하였지만, 결국 마주하는 것이 '또 다른 현실'이었던 것이다. "나 자신마저도 포기한 채 그저 견디는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인가?"(pp. 250-251) 하는 독백이 떠올랐다. 이들은 왠지 모르게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과 상황들을 만난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커플과 태도가 모호한 남자들이 그랬고, 어릴적 헤어졌던 모니카에 대한 기억이 그랬다. 친부를 만난 입양아와 상대의 무례한 가족까지. 안팍으로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일들 사이에서 인물들은 더 이상의 도피가 불가하다는 걸 알아차린다.
물이 보이고, 소리가 보이고, 호흡이 보였다. 숨을…… 쉬고 있는 나는…… 자연이구나. 자연과 나는 분리되어 있는 개별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흐르고 있구나. 모든 것이 나에게로 흘러들고, 나로부터 흘러가고 있구나. 물속의 소리가, 내 안의 소리가, 빛 속의 내가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면」, p. 94)
타인의 감정에 예민할수록 이들은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감각을 기울이려 해 본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임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p. 161)려 한다. 요가와 명상 장면들이 인상 깊은 이유이다. "우리가 얽매여 있는 온갖 기억과 감정"을 내 안에서 비우는 일. 비워 낸 자리에 또 다시 기억과 감정이 차오르겠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현상을 그저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는"(p. 162) 여정이다. 악순환 같다는 어느 화자의 말에도 공감이 갔다. 어떤 진실은 마주할수록 고통스러울 테니까. 그럼에도 이를 감내하려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마음을 보태고 싶다. 잘 통과해 나가기를 바라고 싶어진다.
단지, 어머니와 나라는 존재만이 서로를 마주할 뿐이었는데 말이야. 어머니의 눈을 들여다보고 나니까 나는 결국 누구의 아이도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어. 내 과거를 찾아야만, 내 친부모를 찾아야만 내가 완전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단지 내 망상에 불과했어. 그래, ’나‘라는 존재는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 있지도 않았어.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 마치 그날 바라본 친어머니의 눈처럼, 그 속에 담긴 하나의 영혼처럼, 나도 그저 존재하고 있어. 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나의 친부도 친모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아버지가 없는 나라」, pp. 138-139)
때문에 제목 '깊은 숨'의 의미가 인상 깊었다. 단전까지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정적인 운동처럼 보이지만, 자기 자신에게 가장 격렬히 집중하는 움직임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깊은 내면을, 외면해 온 감정의 실체를 끊임없이 언급하고 떠올려 건져내 보이는 과정을 지나는 듯했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리고, 꽃이 피어나고, 열매가 맺고, 시냇물이 흐르고, 해가 저무는 순간과 같이"(p. 130) 통과할 수 있는 시간.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혼자가 아님을, 각자의 존재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는 작가님의 말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깊은숨 #김혜나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깊은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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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은 자신의 상처에 끊임없이 숨을 불어넣으면서 기어코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뚜렷한 정답을 얻기도 하지만 정답을 손에 쥐고도 끊임없이 의심하거나 결국 그 어떤 정답도 찾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차마 가늠할 수조차 없는 아픔에 삶을 등지고 외면한 채 살아가기도 하고, 끝 모를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도 미처 손 내밀지 못해 덩그러니 남겨 두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한 과거와 불안한 미래를 안고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음을 각기 다른 호흡으로 증명해낸다. 소란한 마음 없이 고요한 일상을 지내는 것에 위안 삼다가도 어느샌가 불어온 바람에 결국 또 일렁이고 마는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아가미'를 떠올렸다. 상처를 하나의 벌어진 틈으로 본다면 그 틈에 어떤 호흡이 가득찰까 싶어서. 문득 그런 생각도 했다. 나는 어떤 호흡법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을까, 이 책을 만날 독자들도 저마다 다른 호흡법을 가지고 있겠지.
나는 요즘 필라테스 호흡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매주 두 번 필라테스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있지만 이제는 그만큼 익숙해져버린 탓이기도 하다. 숨을 '잘' 쉬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필라테스 호흡법을 배우면서 처음 알았다. 들숨과 날숨이 세상 전부라고 믿던 시기에 신체가 지닌 익숙함을 거부하고 다시금 몸을 조각 조각 정립하는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호흡을 통해 내 몸에 맞는 것들을 찾아가고 있지만 마냥 편하지 않았던 마음이 「깊은숨」을 내뱉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숨'으로 '숨'을 이긴다는 표현을 좋아한다. 호흡이 가빠질 때 우리는 숨을 고르며 호흡을 다시금 정리하곤 하는데, 아무리 숨을 고르게 하려고 노력해도 뛰는 심장 박동수만큼 호흡도 급해질 때가 많다. 그럴 때일 수록 헐떡이는 숨에 이끌리기 보다는 그 숨 위에 나의 온전한 숨을 포개어 튀어오르는 숨을 밀고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나는 이 순간을 '숨'으로 '숨'을 이긴다고 말한다. 나의 작은 숨 한 조각까지 온 몸을 다해 밀어내고 받아 들이는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한 평생 그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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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작가의 많고 긴 경험이든 그리고 7개의 짧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글들은 한 번씩 깊은숨을 토하게 한다. 소설을 읽은 후엔 빈 여백이 있다면 p221 아몬드를 입안에 넣고 혀로 굴리 듯 한겨레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깊은숨 #김혜나 #김혜나소설집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하니포터4기 #한겨레출판_깊은숨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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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깊은숨 #소설 #LGBTQ #퀴어 #요가 #소수자 옴니버스 영화의 포스터를 완성해나가는 것 같았다. 제목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네 편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서 만든 영화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다. 단편 소설들이 다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소설들을 꿰뚫는 키워드를 뽑는다면 퀴어와 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둘의 공통점을 세상이 그어둔 선을 넘어서 '나' 스스로의 감정과 결정에 오롯하게 스스로를 맡기는 것에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내게는 사실 낯섦과 익숙함 사이를 오갔다. 아마도 소설들은 '소수자'에 힘을 줘서 소리치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내면의 소리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고 부드럽지만 힘있게 손을 꼭 잡듯이 넘겨주고 있었다. 퀴어도, 가족으로부터 버려졌던 사람도, 아주 멀쩡한 줄 알았지만 혼외자를 여럿 만들고 책임지지 않은 인간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태어나서 마음으로 아버지와 같은 어머니의 여성 애인을 받아들였던 사람이 있었고, 다자연애를 꿈꾸는 사람도, 그것을 온몸으로 밀어내는 사람도, 컨트롤되지 않는 애인과 아들 대신 서로에게 마음을 의지하는 여성들도, 힘든 퀴어 연애로부터 도망쳐서 딸을 키우며 여성학을 공부하면서도 계속 애증의 상대를 그리워하는 여성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으로 아주 일상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린 표고버섯 과자맛처럼. 살아보지 못한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것은 반드시 자극적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사실 소수자의 삶이 아니라도 타인의 삶은 영원히 살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수자의 삶은 더욱 멀게 느낀다. 그저 우리는 그 어떤 타인의 삶도 살 수 없는 존재일 뿐인데. 복식 호흡을 하듯이 한 장 한 장 읽어나갈수록 나는 살아볼 수 없는 타인의 삶에서 요즘 '나'에 수렴하고 있는 나의 생각을 두드리는 언어들을 읽어냈다. P.14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으리라는 확신이 인간관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P.77 내가 무언가 잘못이라도 했을까? 나의 어떤 부분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요가를 수련하고 가르치는 이유는 오직 스스로 행복ㅎ지기 위함일 뿐이었다. 자신의 인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안 좋은 일을 맞이하게 될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 나에게 가르쳐주기를, 이때는 이렇게 하고 저때는 저렇게 하라고, 그러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가르쳐주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P.81 "요가는 타인을 따라가는 길이 아니야. 지금 너보다 나은 사람처럼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 되려고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네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P. 138 그래. '나'라는 존재는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있지도 않았어.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 마치 그날 바라본 친어머니의 눈처럼, 그 속에 담긴 하나의 영혼처럼, 나도 그저 존재하고 있어. 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나의 친부도 친모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내가 찾아야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우리는 오직 '나'로 산다. '나'가 되기 위해 '나'로 산다. 그 어떤 타인의 삶도 우리는 살아볼 수 없다, 관조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게 다수자든 소수자든 그 무엇이든 다를 것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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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지만 너울거리는 파도같은 소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서는 빠른 사건 전개도, 놀랄만한 반전도 찾아볼 수 없다. 소재 자체는 흥미롭고 색다르게 다가올지 몰라도, 그것을 묘사하는 방식은 조금은 덤덤하고 담백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피어오르는 인물들의 감정, 부드럽게 흘러가는 사건의 전개가 몰입감을 더 높여주었다. 또 각각의 이야기에서 주요한 사건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었고, 이것은 정확히 언제 올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소설을 파도같다고 말한 이유다. 당장은 잠잠해보이는 바다지만, 작은 파도가 조금씩 오고있고, 언제 큰 파도가 올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걱정되고 불안하면서도, 기대되는 그 오묘한 느낌이 이 소설의 주된 정서라고 생각한다. 또, 그런 분위기는 소설 속 대화 한마디 한마디에서도 잘 드러났다. 모든 소설은 주인공이 서술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면서, 그들의 심정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렇기에, 인물끼리의 대화로는 전부 드러나지 않는 속마음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반대로, 속마음 만큼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어쩔수없이 절제되어야 하는 그들의 말이 더욱 인상적으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표현이나 전개방식 만큼이나 결말과 관련된 부분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분명한 끝, 행복한 결말 보다는 현실적인 마무리에 가깝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찝찝한 부분도 남아있다. 엉킨 부분은 아직 풀리지 않았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 투성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현실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들에게 더 공감되고, 그들의 마음이 더 와닿는 것 같다. 그들의 깊은숨을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 동시에 내가 내뱉는 깊은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이 책 덕분에 가졌던 것이 아닐까.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단 하나의 숨결, <깊은숨>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