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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결국 받아들여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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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소설은 등장인물들을 바닥까지 끌어내린다. 이제 좀 그만좀 불행하고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독자의 기대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가서 등장인물들이 더 안쓰러워지는 이유는 그들이 '슬픔을 슬픔'으로, '운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모든 욕심을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 제목은 처음부터 재앙이다. '재앙은 피할 수 없다'라니, 읽기 전에 단단히 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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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소설은 등장인물들을 바닥까지 끌어내린다. 이제 좀 그만좀 불행하고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독자의 기대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가서 등장인물들이 더 안쓰러워지는 이유는 그들이 '슬픔을 슬픔'으로, '운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모든 욕심을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 제목은 처음부터 재앙이다. '재앙은 피할 수 없다'라니, 읽기 전에 단단히 맘의 준비를 해야될듯 싶다.


징조


소설은 첫 장면부터 운명의 암시를 보여준다. 늙은 중의사가 둥산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 알았다면 둥산은 '운명이 암시한 불행'을 눈치 챘을까. 둥산은 거대한 여인 '루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둘은 머지않아 결혼을 하게된다. 하지만, 루주에 비하자면 지나치게 완벽한 둥산은 그 때문에 비참한 운명을 맞아야 할 처지가 된다. 


그러나 독기를 품은 안개가 그물처럼 가로막고 있어서 둥산의 눈은 그들의 사랑이 부침으로 가득하리라는 걸 보지 못했다. (p.158)


둥산의 결혼식장에서는 또하나의 불행한 운명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결혼식 장면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는 썬린은, 광포와 차이뎨의 애정 행각을 훔쳐보고 있는 남자아이에서 '죽음의 아름다운 홍조'를 느낀다. 그리고 먹이사슬처럼 차이뎨는 광포의 몸에서 풍기는 죽음의 냄새를 맡는다. 광포는 살인에 관한 세줄짜리 기사에서 첫번째 암시를, 다리아래로 지나가는 작은 배에서 두번째 암시를, 나뭇잎이 천천히 떨어지면서 세번째 암시를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남자아이의 눈빛을 보며 암시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법정에 선 광포는 차이뎨의 눈빛에서 자살의 암시를 본다.  


재앙은 피할 수 있을까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운한 징조를 지나친다. 그들이 그것을 지나치게 된 이유는 바로 다른 것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욕정이든, 욕망이든 그들은 그 때문에 징조를 놓친다. 작가는 그들이 열정때문에 이성을 놓치고 만다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러한 운명의 암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알았더라면 그들은 그 운명을 피할 수 있었을까.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게 있다. 보험회사 관리자인 하인리히가 정리한 것으로 1:29:300으로 정리되는 사고의 법칙이다. 1번의 대형사고가 있기 전에 무려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으며, 300번의 이상징후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인리히의 말처럼 300번, 아니 29번의 경미한 사고에서 그것을 깨달았다면 그들은 그것을 피했을까. 위화는 여기에 단호하다. 제목부터 단호하지 않은가.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우발성의 수긍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위화의 등장인물들은 거대한 운명의 파도를 헤처나가는 이들이 아니다. 의지박약이 아니라 운명의 물결이 너무 거세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돛단배에라도 몸을 맡기거나 아니면 뗏목이라도 부여잡던지, 그도 안된다면 통나무라도 끌어 안고 바다가 잠잠해지길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서양의 철학이 '이성'과 '논리'를 밝히고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 하면서도 간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발성'이다. 동양 철학의 전제가 되는 '진인사 대천명'의 지혜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능력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운명의 힘에 좌절하고 만다. 삶의 지혜는 인간으로서 할 것을 다 하고 난 후에 다가오는 '운명'에 대해서는 의연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YES마니아 : 로얄 c****o 2014.03.19. 신고 공감 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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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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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소설집 [4월 3일 사건]을 접한 후 또다시 섬뜩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220 페이지 남짓한 두께에 3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그 세 편 모두 읽는 내내 기괴한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하나 같이 작가의 실험 정신을 넘어선 삶에서 결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공포의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어쩌면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우리들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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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소설집 [4월 3일 사건]을 접한 후 또다시 섬뜩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220 페이지 남짓한 두께에 3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그 세 편 모두 읽는 내내 기괴한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하나 같이 작가의 실험 정신을 넘어선 삶에서 결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공포의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어쩌면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한 재앙이 언제나 우리 삶과 함께 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이른 듯한 섬뜩함에 자리하고 있다. 

 

[1986년]은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고 정신이 멈춰버린 한 미치광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랑하는 부인과 딸과의 이별로 모든 시간이 멈춰버리고 자신또한 정신을 놓지만, 예전에 살던 곳으로 떠나오게 된다. 부인 또한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홍위병들에게 붙들려간 남편의 기운을 느끼며 같이 미쳐가게 된다.  가장 끔찍했던 순간의 고통을 기억하며 미치광이는 자해를 하면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부인은 미치광이가 된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의 죽음의 기운을 감지하면서 서서히 정상으로 되돌아 오게 된다.

미치광이가 자해하는 부분의 묘사는 과히 그 공포와 섬뜩함이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성기마저 잘라버리는 그의 행동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저 무심히 흘려 보내거나, 외면해 버린다. 그러함 속에는 마치 역사의 아픔을 기억조차 하기 싫어하고, 자신들의 뇌리에서 떠나보내버리고자 하는 고통의 무감각한 모습으로 비춰졌었다.

 

두 번째 이야기 [이 글을 소녀 양류에게]는 은둔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용한 삶을 살아가던 나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어떤 소녀에게서 각막을 기증받아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게 되었다고 전하는 외지인을 만나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들려주는 형식이라 많이 헷갈렸다.

각막 기증으로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는 외지인이 어느 날, 자신이 믿었던 그 소녀가 백혈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다소 혼란스러움에 빠져드는 부분에선 나 또한 당황스러운 혼란이 일었다. 과연 내가 믿었고, 봤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은 내 뇌리에서 나온 생각들과 그러한 생각들이 결국은 기억으로 재생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믿고 있는 사실들이 과연 진정한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사실인지 무척 헷갈리면서 읽었던 이야기다.

 

세 번째의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제목에서 주는 묘한 뉘앙스의 매력(!!)이 사실 내겐 더 크게 다가 왔다. 분명 제목 속에는 삶에서 불행을 예고하는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인데, 나는 뭔가 그럴 듯하기도 하고, 다소 시니컬한 제목에서 풍겨져 오는 삶의 불행이 어느덧 묘한 기대감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마치 정상적인 행동이 듯 행하고, 말하는 이들이다. 읽어가다보면 분명 비정상적인 행동임이 분명한데도 마치 그 인물들 속에서 그러한 비정상적임이 정상인 듯한 착각을 불러오게 된다.

하나같이 서로가 서로를 물어 뜯고 그들의 삶의 불행을 서로가 바라고 있는 듯한 속성을 읽게 된다. 결국은 서로의 행동과 말이 그 서로에게 불행을 주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이야기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그래서 더 묘한 매력이 숨어 있는 이야기였다.

 


m******9 2014.01.0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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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고 넘어가야 하는 소설, 청년 위화의 [재앙은 피할 수 없다]
"꼭 읽고 넘어가야 하는 소설, 청년 위화의 [재앙은 피할 수 없다]" 내용보기
독특한 소재와 강렬한 분위기, 이야기의 끝에 던지는 삶과 인간에 대한 묵직하고도 원초적인 질문으로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 받는 중국 작가 위화, 그의 단편 소설집이 나왔다. 이번 소설은 80년대에 쓴 그의 중단편을 위화, 본인이 직접 꼽아 묶은 소설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다 더 실험적이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개성 강한 작품들일 것이란 생각으로 소설의 첫 장을 넘겼다.
"꼭 읽고 넘어가야 하는 소설, 청년 위화의 [재앙은 피할 수 없다]" 내용보기

독특한 소재와 강렬한 분위기, 이야기의 끝에 던지는 삶과 인간에 대한 묵직하고도 원초적인 질문으로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 받는 중국 작가 위화, 그의 단편 소설집이 나왔다.

이번 소설은 80년대에 쓴 그의 중단편을 위화, 본인이 직접 꼽아 묶은 소설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다 더 실험적이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개성 강한 작품들일 것이란 생각으로 소설의 첫 장을 넘겼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첫 단편, 1986.

문화대혁명이 끝난 지 10여년이 흐른 80년대 중후반, 역사교사이자 형벌연구가였으나 문화대혁명 때 실종되었던 한 남자가 마을에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예전과 다르게 온전치 못하다. 자신의 코를 베고, 피부를 뜯고 고대 중국의 형벌로만 전해져오던 갖가지 고문을 몸에 행하며 미치광이처럼 마을을 휘젓는다. 마을사람들과 전 부인마저 그를 외면하고, 희롱한다.

다소 난감한 소재와 분위기가 주는 파급력 때문일까. 소설을 읽은 후, 청년 위화가 의도한 바는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아마도 그는 중국 역사에 큰 기점이 된 문화대혁명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중국 사회와 급격한 변화로 과거와 역사를 등한시 하는 시대의 풍토를 꼬집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세 번째 단편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또한 흥미롭다.

개성 넘치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비뚤어진 자신의 욕구를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한다는 것이다. 잘 생긴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던 한 여자, 그녀는 꿈을 이루지만 남편을 자신만의 소유물로 갖기 위해 신혼 첫날밤에 남편의 얼굴에 빙초산을 붓는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의 친구들, 이들은 사랑을 나누는 현장을 엿보던 아이를 죄의식 없이 살해한다.

이렇듯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들과 비현실적이다 못해 환상적인 분위기와 스토리는 욕망에 굴복해 추락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역시 위화의 소설은 늘 실망을 주지 않는다. 재미삼아 보기에는 소설의 끝에 느낄 수 있는 묵직함과 아림이 강렬하지만,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 꼼꼼히 읽을 만한, 읽어야만 하는 소설 인 듯하다. 그 중에서도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 재앙은 피할 수 없다>, 꼭 추천하고 싶다.

m***b 2013.11.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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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_재앙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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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재앙은 피할 수 없다>   다소 운명론적인 이 책의 제목이 참 인상깊었다.허삼관매혈기나 제 7일 등으로 잘 알려져있는 중국 대표 작가 위화.그가 80년대에 썼다는 중편 3편이 묶여있는 책이었다.   1. 1986년누구도 10년 전의 문화대혁명을 기억하는 것 같지 않은 중국의 어느 지역이 배경이다. 기억하고싶지 않아서 떠올리지 않는지, 벌써 잊은건지, 마음 한 구석에 아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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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재앙은 피할 수 없다>

 

다소 운명론적인 이 책의 제목이 참 인상깊었다.
허삼관매혈기나 제 7일 등으로 잘 알려져있는 중국 대표 작가 위화.
그가 80년대에 썼다는 중편 3편이 묶여있는 책이었다.

 

1. 1986년
누구도 10년 전의 문화대혁명을 기억하는 것 같지 않은 중국의 어느 지역이 배경이다. 기억하고싶지 않아서 떠올리지 않는지, 벌써 잊은건지, 마음 한 구석에 아픔을 간직한채로 현재를 사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어느새 자유로워진 봄의 거리를 걷는다. 따뜻한 봄 햇살같은 소녀의 집도 그렇다. 다정하고 멋진 새아빠와 엄마가 사는 집에는 10년 전의 그늘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리고 잊혀진 줄 알았던 그가 광인이 되어 나타났을 때, 소녀의 엄마는 다시금 길고 긴 구렁텅이에 자신을 밀어넣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저 사람들일 뿐이어서 그가 무슨 짓을 하든 신경쓰지 않거나 그저 미친사람이라며 손가락질 할 뿐이다.

 

2. 이 글을 소녀 양류에게
몇 사람의 기억이 몇 사람에 의해 계속 반복되며 서술된다. 골목길을 걷는 화자와 굴에사는 외지인과 그가 만난 노인과 그의 딸인 소녀. 화자는 외지인이 되기도 하고 소녀처럼 되기도 하고 노인이 되기도 하고. 그러나 그들의 서술은 이어지는 듯 다른 이야기가 되고, 같은 이야기인듯 하다가 끊어지곤 하는 것이다.
하나의 중차대한 사건이라도 사람의 기억은 이렇게 다르다. 그것이 몇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이든 그렇다. 역시, 모두들 기억하고싶은대로 기억하는 법이다.

 

3.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충동과 운명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비이성적인 짓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은 기실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수레바퀴는 멈추질 않아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든 욕망들이 섞여 파국을 맞는다. 누군가 한번 비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다수가 거기에 섞여들어가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역사의 몇몇 장면들도 그랬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그것이 개인의 이야기로 서술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은 의외로 역사의 장면들에서 자주 일어난다.

 

 

청년 위화의 중편들은 어딘가 홀린듯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자기 스스로도 미친듯이 써내려갔다고 밝혔듯, 어떤 억눌림이 터지는듯 힘있는 문장과 과감한 서술은 '문화대혁명'이라는 큰 사건에 대한 그의 반응을 잘 보여주는것만 같다. 언제 읽어도 참 좋은 작가다. 그렇게 생각한다.

 

p*********y 2013.1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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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시대, 피할 수 없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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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6월 4일,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를 진압한 것은 탱크와 장갑차로 무장한 계엄군이었으니,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발생했던 건 기본이요,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마음속에 남은 상처로 괴로워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1986년, 중국의 지식인들은 정치에 있어서의 비/반민주를 경제로 극복하려 했던 덩샤오핑에 반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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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6월 4일,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를 진압한 것은 탱크와 장갑차로 무장한 계엄군이었으니,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발생했던 건 기본이요,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마음속에 남은 상처로 괴로워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1986년, 중국의 지식인들은 정치에 있어서의 비/반민주를 경제로 극복하려 했던 덩샤오핑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일으켰다. 아마도 혼란이 극심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클수록, 이를 억누르려는 세력의 반동적 분위기가 거셀수록 사회는 요동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위화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많은 논란을 낳은 작가다. 익숙하지 않기에 난해하기도 한 그의 작품은 이번 책에서도 여전했다. ‘1986년’, ‘이 글을 소녀 양류에게’, ‘재앙은 피할 수 없다’라는 세 작품이 수록돼 있었는데 초반에 독자들의 기를 죽이고자 작정이라도 한 것인지 책의 가장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986년’에 나는 압도당하고야 말았다. 앞서 언급한 시대의 분위기가 어떠했는가를 담아내기 위한 작품 같았다. 가족마저 버린 채 갑작스레 사라진 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 작품은 고대사회에서 아무렇잖게 사용됐던 갖가지 종류의 형벌을 언급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선뵈기 시작한다. 달군 쇠를 이용해 온몸을 지지는 포락(炮烙), 칼로 조금씩 살점을 베어내는 능지(凌遲) 그리고 배를 갈라 죽이는 부복(剖腹) 등이 버리려 했던 색 바랜 종이에 적혔다는 부분까지는 나름 차분한 독서가 가능했다. 무언가 벌어질 거 같긴 했으나 실체를 알 수 없었는데, 이는 독자는 물론 등장인물들마저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저자는 광인으로 하여금 시대의 혼란을 온몸으로 연기토록 지시한다. 스스로를 벌하고자 작정이라도 한 듯 그는 저자의 의도를 충실히 연기한다. 신체의 부분 부분이 외부의 적 아닌 스스로에 의해 해체된다. 이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발생한 분열이었고,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출현을 위한 희생이었다. 하지만 격렬한 울부짖음에 반응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로 치부할 뿐이다. 그것은 무관심이었다. 지식인의 절규는 아무도 듣지 못할 메아리가 됐고, 사람들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전혀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우아한 척 걸어갈 따름이었다. 관계라곤 전혀 형성돼 있지 아니 한 인물들이 빚어낸 이야기 아닌 이야기는 끔찍했다. 최소한의 부채의식이라도 가져주어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무엇이 문제냐는 반응을 보일 듯했다. 시대가 1980년대요, 배경이 중국이었으나 이야기는 고스란히 현재의 우리나라로 옮겨와도 좋을 법해 보였다. 어느 누가 시대를 올곧게 읽고 그 안에서 제 자신의 역할을 묻는 진지한 삶을 갈망했던가. 당장 나부터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게 된다.

이어지는 글은 신비주의적 색채가 짙게 배어나왔다. 나는 백혈병으로 사망한 한 소녀의 각막을 이식받아 세상 빛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각막의 본래 주인과 나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도 형성될 가능성이 없다. 죽어도 죽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싶었던가. 저자는 어떠한 과학으로도 설명하기 힘들지 싶은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눈의 이상이 발견되고 수술을 하기 전부터 나의 눈에 누군지 알 길 없는 여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불편하고도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내 그녀를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급기야 아내로 여기기까지 한다. 갖추어진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집이 오로지 나만이 볼 수 있는 그녀의 존재로 인해 변화하기 시작한다. 변화는 그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이제는 세상을 떠나고 없는 소녀에게도 저자는 같은 경험을 심어준다. 영원히 ‘남’일 수밖에 없는 두 인물이 서로 강렬하게 연결돼 있어야만 가능할 법한 일들을 겪는다. 두 인물은 하나가 됐고, 그렇게 나에게는 소녀의 눈빛을 띤 새 삶이 시작된다. 여기에 국민당 장교가 묻었다던 열 개의 시한폭탄 이야기가 교묘하게 삽입된다. 시한폭탄이 마을에 설치된 건 1949년. 하지만 소녀가 사망한 건 1988년. 적잖이 떨어진 두 시점이지만 이야기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다. 1980년대의 혼란은 이미 1940년대 혹은 그 이전부터 시작될 기미가 보였던 모양이다.

개인차이가 있겠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게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재앙은 피할 수 없다’가 가장 약하게 다가왔다. 모든 사건은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듯했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사건 앞에는 우연 아닌 필연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징조라 하는 게 있음을 언급한다. 둥산과 루주의 결혼이 파국으로 치닫고 광포와 차이뎨가 죽은 것 역시 정해진 운명이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했고 피하려 들지 않았다. 단호하게도 저자는 혹 등장인물들이 미리 운명을 알아채고 이를 피하고자 애썼을 지라도 소용은 없었을 거라는 관점을 취했다. 재앙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달의 사락 q*****2 2014.06.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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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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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위화 작가에 빠졌을 때 읽다가 너무 집중이 안 되어서 중단했던 작품이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음이 동해 꺼내들고 끝까지 읽긴 했지만 정말 잔인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인「재앙은 피할 수 없다」단편은 광기에 휘둘린 건지, 아니면 이 소설을 쓴 시절이 하수상해서 그런 건지 끔찍했다. 위화 작가의 작풍이 90년대 이후에는 좀 밝게 바뀐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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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위화 작가에 빠졌을 때 읽다가 너무 집중이 안 되어서 중단했던 작품이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음이 동해 꺼내들고 끝까지 읽긴 했지만 정말 잔인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인「재앙은 피할 수 없다」단편은 광기에 휘둘린 건지, 아니면 이 소설을 쓴 시절이 하수상해서 그런 건지 끔찍했다. 위화 작가의 작풍이 90년대 이후에는 좀 밝게 바뀐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1986년 작품이라 그런지 정말 어둡고 몽롱하고 세계가 연결되지 않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을 이왕이면 출간 순서대로 만나고 싶은 건 저자의 산문집을 읽고 그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에 빠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전작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난해하고 어렵더라도 인내하며 모두 만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그래서 먼저 읽고 싶은 작품이 있었음에도 꾹 참고 이 작품을 읽었는데 완독하는 게 녹록치 않았다. 너무 혼란스럽고 생경해서 수없이 멈췄고, 완독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덤벼들었지만 얇은 두께를 만만히 보다 문장에 기가 꺾여 버렸다. 그러다 저자의 산문집을 읽게 되었고, 그의 인생과 작품 세계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나자 그렇게 생경했던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사실 그런 시대에는 한 개인의 운명을 결코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정치 상황의 파도에 따라 흔들렸고 자기 앞길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는지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124쪽

​이런 시절을 살아 온 저자에게 소설 속에 녹여 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잔인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면으로 마주한 이야기는 더 끔찍했고 현실과 상상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몽롱했다. 그럼에도 어떤 에피소드는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정신을 잡고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소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였고, 그럼에도 이야기의 끝으로 빠져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실컷 헤매다 겨우 빠져나왔을 땐 허무했다. 내가 온전히 들어갈 수 없는 세계 같아서, 온전히 들어간다 해도 내가 속해서는 안 될 세계 같아서 혼란스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소설의 제목의 반대로 모든 걸 피하고 싶었다. 끔찍한 묘사가 나올 때는 책을 덮어 버리고 싶었고, 완독의 의미보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비현실 같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자는 계속 직진했고 함께 직진한 나는 결국 꼬꾸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꼬꾸라짐이 창피하거나 부끄럽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이 소설을 읽는다면 좀 더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여전히 헤맬 것을 알기에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그럼에도 나는 저자의 작품을 계속 읽어나갈 것이다. 그의 작품 변화를 느끼고 싶고, 그가 살아왔던 시절을, 그가 작품 속에 녹여낸 시간들을 마주해야 하는 게 저자와 나의 숙명처럼 느껴진다고 하면 좀 거창할까?

s****m 2018.01.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