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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발간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래?’하면서 눈이 열리고, 귀가 열리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작가인 ‘서야’님의 신간소식이 그렇다.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되면 그 다음엔 책 소개를 펼쳐보게 된다. 우선 책 표지를 보고, 이번엔 어떤 내용일지, 어떤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끌어 갈지, 다른 이웃님들의 리뷰는 어떤지를 살펴보게 된다. 이번 책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파란 바탕에(아마도 밤을 뜻하는 것이겠지.) 내가 좋아하는 ‘길’이라는 제목이 놓여 있고, 그 위에 내가 좋아하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 읽어봐야 하는 책인 것이다. 무조건 적으로…. 가족이라고는 달랑 하나뿐이었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바로 연이어 남자 친구였던 동채가 자살했다. 오랜 병환으로 인해 돌아가신 엄마를 화장하던 날 자살해버린 남자친구 동채. 동채는 살아서도 늘 제이를 몰아 부치고 힘들게 했다. 제이 이외의 사람에게는 진실한 웃음을 보이지 않았던 동채는 제이에게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집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 버렸기에 남겨진 동채의 가족에게 제이는 원망의 대상이 되었다. 하던 일을 접고 마음의 치유를 위해 지리산으로 떠남을 선택한 제이는 친구 가람의 친척집인 고택 ‘소선’으로 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늘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었을 것 같은 그 남자 홍이문을 만난다. 잔잔한 이야기의 흐름과 달리 이 이야기 속 배경이 참 만만찮다. 이문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그저 그를 향한 마음을 잡아둘 수 없었던 제이는 그가 사실은 정치계의 큰 인물임을 뒤늦게서야 알게 된다. 그에게 상처가 될만한 제이의 과거는 이문에게는 득보다는 실일 것이 분명하다. 주변인들이 그들을 그냥 둘리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동안 그들의 사랑이 너무 안타깝고 위태로워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서로는 사랑하지만 주변인들이 그대로 보아주지 않는 사랑. 하지만 절대 얕지 않은 이문이기에 인내하며 때를 기다려 제이를 찾아간다. 인내하는 남자의 모습은 정말 듬직하다. 짐승의 포스를 드러내며 ‘무조건 널 포기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남자보다는 묵묵히 지켜주며 단 한 번 속내를 드러내는 남자는 굳건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이문이 대선에서 승리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이문은 제이를 선택했고 개표가 진행되는 그 순간에도 제이의 곁에 있었으니 말이다. 작가의 다른 두 권의 책들과는 꽤 다른 분위기였다. 종가나 한옥 또는 전라도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은 같지만 두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밝음은 이 책에서는 조금도 보여지지 않았다. 물론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기에 두 권만을 가지고 분위기를 논할 수는 없겠지만, 제이의 진중하고 한결같은 오롯한 마음이, 자신의 마음에 당당해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프고 대견스럽게 다가왔었다. “얼른… 도망가라, 제이야”라는 이문의 말이 절대로 떠나지 말라는 마음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소재가 정치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면 좀더 완성도 있는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름마저 예쁜 ‘소선’의 풍취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소복히 내린 함박눈 위의 발자국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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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을이 되니 책을 말하는 이웃분들의 댓글에서 서야 작가의 『은행나무 장자』를 말하는 걸 보고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모 연재 사이트에서 연재글로 읽고,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 몇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몇 번을 읽어도 책은 읽을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렸었다. 로맨스를 말할때면 생각나는 몇 권의 책중 한 권이라,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구입해 읽게 된 책이다. 하나의 작가에 꽂히면 작가의 신작이 나올때마다 꼭 구입해서 읽게 되는데 서야 작가의 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내가 네게로 가는 길 이곳은 네가 내게로 오는 길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길
이런 글귀가 써 있는 것에 더 혹했는지도 모르겠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이웃분들도 쓸쓸한 가을이 되니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읽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걸 봤는데, 역시나 나 또한 추운 계절이면 따스한 이야기가 읽고 싶어진다. 그것이 로맨스라면 더욱 즐거운 일이고. 최근에는 다른 책들에 밀려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지 못하는데, 이처럼 한 번씩 읽어주어야 할 때도 있다. 서야 작가의 『길』처럼.
사실 서야 작가의 『삼거리 한약방』을 읽을때, 『은행나무 장자』의 주인공이 깜짝 출연을 해줘 무지 반가웠었는데, 이 책도 그러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지만, 나오지는 않았다. 나와서 깨알 웃음을 줬으면 더 반가울법도 했는데 말이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면, 이 책에서도 고택이 나오기 때문이다. 종가는 아니지만 고즈넉한 고택에서 생활하는 이가 주인공이라서 그랬다.
만물을 품어 주는 지리산을 닮은 남자, 홍이문 개량한복을 입고 흰 고무신을 신은 남자, 이문이 고택 소선의 주인이라는 사실에 굉장히 기대를 했다. 더군다나 직업도 대안학교장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고택의 논을 빌려주어 짓게 하는 등 베푸는 삶이다. 또한 일제 시대때 항일 열사이기도 한 집안이다. 자신의 집 소선으로 찾아든 제이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이문은 농담처럼 "얼른... 도망가라, 제이야" 라고 말을 건넸다.
한겨울 눈 속에 핀 시린 꽃을 닮은 여자, 진제이. 암투병을 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화장터에 들어가신 날 제이를 스토커처럼 쫓아다녔던 동채가 죽었다 한다. 이 모든 게 너무 버거운 제이는 호젓한 시골에서 힐링을 받고자 한다. 서점에서 발견한 지리산에 관련된 책을 보곤 지리산으로 출발했다. 친구 가람의 친척집이기도 한 소선으로 향했다. 고택의 아름다움, 시린 바람, 자신을 가족처럼 품어주는 소선 안주인과 단덕 아주머니 때문에 그곳에 정이 들어 몇 달을 그렇게 소선에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한 남자, 자신에게 농담처럼 도망가라고 하는 남자 이문을 만났다.
내가 소설에서 제일 싫어하는 남자의 직업이 정치인과 연예인인데,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때로 느낌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슴이 설레며,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보기 시작하는데 그가 정치인이란다. 아,, 정치인이면 내용이 빤한데 하면서도 멈출수 없었다. 자칫 그저그런 글이 될수도 있을텐데,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래도 괜찮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내용을 풀어가는 솜씨가 좋기 때문인 듯 하다.
1인칭 화자의 소설일때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 좋긴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이 몹시 궁금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에서도 1인칭 화자로 제이의 마음이 담긴 글이 한 편씩 끝날때마다 이문의 이야기가 짧게 나온다. 이문이 제이를 처음 만나던 날의 느낌, 술 한 잔을 마시고 저도 모르게 별당에 까지 발걸음을 하던 일, 제이를 부여잡고 진한 키스를 하고는, 자신에게 할 질문이 두려워 피해다니던 마음까지 그대로 전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향해 길을 건너고 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오는 길을 그린 지도를 준다면 그 길을 따라가기가 너무도 쉬울텐데, 때론 험한 길이 우리 앞에 다가오기도 한다. 사랑을 향해, 사랑하는 상대방을 향해, 험한 길도 마다하지않고 헤쳐나갈수 있는 길이 분명 우리 앞에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길에 마주 설 때 즈음 우리는 사랑이 서로에게 닿아있음을 느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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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야님의 책은 [삼거리한약방]과 [11월의나무]에 이어 세번째로 접하게 된 책이다. [11월의나무]는 내 취향에 맞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많은분들이 호평을 하셨던 [삼거리한약방]은 내게는 조금 불편한 작품이었다. 작품이 재미있다, 없다가 아니라 불편하다는 표현이 맞는것인지 모르겠지만 읽고난 이후에는 감정의 찌꺼기가 다 소진되지않은채 어느 한자리에 눅진하게 늘어붙어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후로는 작가님의 책을 부러 찾아 읽으려는 노력은 따로 하지않았다. [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끔 다른분들이 써놓은 리뷰를 보면 읽고싶은 마음이 샘솟다가도 소개글에서 풍겨나오는 묘한 분위기가 싫어 외면했었는데 생각한것만큼 어둡지않아 좋았다. [길]에 나오는 여주 제이를 보면서 스토킹이라는 범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본인은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면 그것은 범죄로 보는것이 맞다. 그런데 그 집안 사람들 전부 다 대단하긴 대단해보인다. 엄마에 누나까지 쪼르르 쫓아와서 행패를 부리는것이 정말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상대하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이제 세상에 정말 혼자 남겨졌구나...실감이 나질 않았다. 엄마의 암투병이 시작되면서 언제이고 이런날이 올것을 생각하지않은것은 아니지만 엄마와의 이별은 제이의 예상보다 더빨리 찾아왔다. 아직 몸도 추스리지못한채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제이의 전화벨이 울린다..그리고 들려오는 참담한 소식..그 아이는 죽어서도 엄마와 경쟁을 하려고 하는구나..저만 보라고, 엄마말고 저만 보라고, 이렇게 죽음으로까지 제이의 발목을 잡는 동채. 처음에 제이는 동채의 그 환한 웃음이 좋았다.다만 그것뿐이었는데..동채는 점점 제이의 더 모든것을 원했고 친구들과의 대화도 친구들과의 모임도 하다못해 암투병중인 엄마에게도 질투를 했다. 놓아버리고싶어 이별을 말하면 더욱더 심해지는 동채의 광기어린 집착이 엄마를 해칠까 두려웠고 혼자이신 엄마곁에서 시간을 보내주는것을 좋아하는 엄마때문에 그냥 되는대로 놓아두게되었다. 아마 동채는 알았을것이다. 제이의 마음에 제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것을..그래서 엄마의 장례일을 하루 앞두고 제 스스로 제 목숨을 끊어 제이의 기억에 영원히 자리하려 했을것이다. 동채의 누나인 윤채가 찾아오고 그리고 동채어머니가 찾아오고 그들은 왜 동채의 죽음을 제이의 탓으로 돌리려는것일까, 동채로 인해 가장 힘들었던것은 바로 제이 자신이었는데.. 그때였다. 서점에서 우연히 찾아보게된 책에서 본 문구가 제이를 사로잡는다. 치유의 산이라는 지리산,모든것을 떠나 지리산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서고.. 혼자 지리산으로 떠나겠다는 제이에게 가람은 친척이 사는 고택 소선의 위치를 알려주는데...
고즈넉한 고택 소선에서 제이는 지리산을 닮은 어른 남자인 그를 만나게 된다. 홍이문, 이름처럼 선비의 기운이 풍기는 그에게서 제이가 느낀것은 무엇이었을까.. 열에 들떠 앓고 있는 제이의 머리맡에 약봉지를 가져다놓은 이문의 마음이 벌써 제이에게 가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준다. 대안학교를 운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문이 장에서 갑자기 나타나 제이를 놀래켜주고 은근히 장난인듯 수작인듯 거는것이 이아저씨 초짜는 아니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데..홍이문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행색을 보니 그냥 시골샌님이 아니라 뭐 좀 있으신듯. 말로는 도망가라면서 도망가지못하게 잡아끄는 이문에게 확 붙들려버린 제이.. 그간 상처를 입을대로 입었으니 이제 알콩이 달콩이 깨를 볶으면서 살면 좋을텐데..하필이면 이문이 정치에 뜻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란다. 그것도 대선을 노리고 있다니..이문의 스승의 경우를 보아도 조그마한 약점하나를 가지고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는곳이 바로 정치판이라는곳인데 그런곳으로 제이를 끌고 들어갈 생각을 하니 암담해지는 이문,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제이를 놓아버릴 생각도 없다. 그리고 이문과 제이 그리고 동채를 둘러싼 추문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처음에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무겁게 흘러가는 편이다. 암으로 투병중이던 엄마의 죽음과 엄마마저 질투하며 제이에대한 집착의 강도를 높였던 동채의 느닷없는 자살, 그리고 동채식구들의 행패까지.. 그러다 제이가 지리산의 소선으로 자리를 옮긴후의 분위기는 정말 치유의 힘을 보여주려는것처럼 모든것을 감싸안는 분위기로 진행이 된다. 차종손이 가끔 이상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그것이 제이를 향한것이 아니라 이문을 향한것이라는것을 알게되자 그또한 부담스럽지않고.. 가볍지않아서, 그리고 어둡지않아서 좋았던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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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것을 싫어해서 그런지, 나는 목소리가 높지 않다. 물론 가끔 흥분하면 높아지기도 하지만 보통은 목소리가 낮은 편이다. 조근조근, 잔잔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목소리를 내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거다. 책에서도 나의 그런 편식이 작용하는가 보다. 가능하면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 조용하거나 시끄러운 분위기에 작용하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지만, 굳이 고르라면 이런 이야기를 고르는 편이다. 톡톡 찍어 보내는 문자 한통보다는 손편지 하나라도 나와서 마음을 전달해주는 장면이나 자박자박 걷는 소리가 들려오는 분위기. 『길』은 그런 느낌이 난다. 이문이 하얀 고무신을 신고 구례 그 땅을 걷는 소리가, 한지에 적었을 제이에 대한 마음이, 이문의 낮은 목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오랜 시간을 암투병 끝에 엄마가 돌아가신 진제이. 엄마의 장례식 날에는 자신을 사랑한다던 동채가 죽었다. 엄마를 보낸 슬픔마저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잔인하게도 제이를 향한 동채의 사랑은 이기적이었다. 상대의 상황이나 형편이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듯한 사람. 절대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제이를 사랑한다 말했다. 너는 나를 왜 사랑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가 느끼는 외로움은 집착을 사랑이라 여기는 오판에 있었다. 결국 광기에 가까운 동채의 사랑은 그 누구도 그를 기억하며 슬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고통과 함께 죽은 자가 보내는 잔인한 복수를 남겨놓았다.
우연처럼 발겨한 치유의 장소, 지리산. 제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리산으로 간다. 정확히는 구례, 절친인 가람의 소개로 방문하게 된 소선(蘇禪)이다. 그곳에서 홍이문을 만난다. 그곳에 자리한 대안학교의 교장이라 불리는 남자, 그리고 소선의 주인. 하지만 그의 진짜 모습은 모른다. 하얀 고무신을 신고 뒷짐을 지고 아이들과 함께 장터로 나서는 남자가 아직 다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서른여덟의 그가 갑자기 찾아든 스물일곱의 제이에게서 자신의 마음을 본다. 제이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아닌 걸 알면서도 가야 할 때, 아니면 손에 쥐거나 놓아야 할 때. 그럴 때마다 번민의 밤은 계속된다. 놓을 수도 없고 가질 수도 없을 때 누군가가 딱 한 가지만 골라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해야 한다면 그건 당사자의 몫이다. 후회의 길을 가더라도, 고통스럽더라도 그게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가고자 마음먹고 선택하는 것. 하지만 이문이 선택해야할 문제는 조금 양상이 달랐다. 본의 아니게 난도질당할 제이의 인생과 제이의 마음이 더 먼저 보였을 것이다. 이문이 제이에게 한번쯤은 도망갈 기회를 주었던 것은 자신의 욕심과 행복을 위해서 제이가 받을 상처를 염려했기 때문이었겠지. 그래서 “얼른 도망가라…… 제이야.” 라는 이문의 말은 도망가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염원처럼 들린다. 자신에게, 봄날에 찾아든 매화꽃 같은 제이가 도망가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울림. 술이 취한 밤에서야 그 이름을 불러보는, 침묵의 표정에서 질투의 눈빛은 강하게 쏘아대는, “안아줄까?” 라고 물으며 두 팔부터 활짝 벌리고 있는, 자신이 선택한 것 앞에서는 단단하고 강해지는, 이문은 그런 남자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그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그런 홍이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목표가 더 확고하고 책임감 있게 만들어주는 여자, 진제이를 만난 것은 정말 운명일지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히 보이는데도 쉽게 선택하지 못할 장면들 앞에서 그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보이기에 잠시 심장이 멈추기도 한다. 그 마음을 알지만 다가서지 못하는 주춤거림이나 마음을 풀어놓았는데도 평탄한 길이 아닐 것 같은 순간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지켜보게 한다. 소설로만 멈추지 않을 선택의 순간들을 기억해내게 한다. 어떤 순간에는 공감을, 어떤 순간에는 다른 마음을 품게 하기도 하면서... 이문이 이루어내려 하는 정치적인 배경은 평범한 소시민인 내가 경험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정치인이 아닌 인간 홍이문의 마음은 아주 모를 것도 아니기에. 죽음을 향하고 있는 엄마와의 시간이나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을 봐 달라 떼쓰는 동채의 모습 역시도 아주 모르는 건 아니다. 그걸 지켜봐야 하는 제이의 마음은 또 하나의 시선으로 나를 붙잡는다. 세상에 단 둘 뿐이었던 모녀의 이별은 가슴을 꽉 막히게 한다. 그런 이별의 의식을 다 치르지도 못하게 만든 동채의 죽음은 분노를 일으킨다. 그런 순간에 위로처럼, 아니, 제이의 입을 빌려 말하자면 ‘치유’로 다가온 소선이나 이문이 아니었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건너갔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감히 이 둘에게 인연이란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다 싶다. 종이에 그려진 게 아니라 나무에 새겨버린, 소선으로 가는 그 지도처럼.
전라도에 살면서도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의 전라도 사투리가 낯설다. 단덕 아주머니나 소선의 안주인, 그 동네 사람들의 말을 한참을 들여다봐야 해석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 사투리 속, 구수한 정은 저절로 느껴진다. 그들의 소란스러운 말투가 그대로 귀에 들리면서 그게 마음의 표현이겠거니 생각한다. 나 살아가는 방식으로 보자면 그들이 표현하는 마음과 배려는 오지랖에 가깝지만, 때로는 그런 오지랖이 그리울 때가 있다. 침묵과 고요를 좋아하지만 시끄럽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한구석 차지하고 지켜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들이 그런 그리움을 만들어준다. 제이의 그 치유의 길에 동참하고 싶어질 정도로...
거의 2년 만에 만난 작가의 신작이 반갑다. 많은 것들로 추워지는 이 계절에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지금은, 어떤 식으로든 온기가 필요한 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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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물이 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편인데도 이글을 술술 잘 읽히더군요. 아마도 그 전에 은행나무에걸린 장자를 읽어서 일 수도 있구요. 다른 절륜이 넘쳐나는 남주만 보다가 종손인 분을 보고 나서... 이런 남자도 가끔 좋구나... 싶었더니.. 결국은 이문에게서..ㅋㅋㅋ 이문은 나이도 많고 대통령을 바라보는 남자라서 주변에서 다들 자신만 바라보는 종손과는 다른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남자들에게 막대한 책임을 주다니... 그래야 남주가 멋지구리하지만... 최근읜 우리나라 상황을 보아하니 그닥 마음에 와닿은 대통령이 될까 싶더군요.. 그래서 남주의 직업에 좀 걸렸지만 뭐 다른 책들에 등장하는 왕이로서니.. 하렵니다.. 거기에 또 여주는 제가 좋아하는..ㅋㅋㅋ 완전 구석기시대에 있을 법한 ... 참기잘하고 참한 여주네요.. 나름 자신의 강단이 있어서 7년 사귄 남자에게 모든걸 주진 않은걸 보면요. 그게 사랑인지 뭔지 모르고 질질 끌었 던 점은.. .. 좀 의아해 하지만 제이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제이의 남친이 제이를 잘 모르고 제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약간은 미숙했던것 같네요. 그에 반해 이문은 제이를 아주 잘 알고... 잘꼬드기는.?ㅋㅋㅋ 저두 저렇게 반듯하고 강직하고 다정하고... 거짓말 ? 잘하는 남주를 흐믓하게 보면서 또 보고 또 보고 했네요 구례에 있을 때는 아저씨 같은 느낌도 많이 들고 노총각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서울에 오니 사람이 약간 바뀌면서 ㅋㅋ 제이에게 더 관심을 가져주니 .. 이건 또 이대로.. 마음에 들고.. 그러다 보니 혼자된 제이가 이젠 이문이 아니면 안될 꺼 같은 느낌을 많이 받은거 같으네요. 왜 이 책이 그렇게 보고 또 보고 싶은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됩니다. 자극적인 내용은 손톱만큼도 안들어가있는데 왜 왜 보고 또 보고... 새 책인데 벌써 읽은 테가 날 정도인데요 꼭 보는 부분인 ... 이문이 제이의 목덜미를 만지는 부분이라든지.. 마루에서 제이야 이리와 하면서 톡톡 치는 부분이라든지... 구례에서 제이를 보고는 도망가라면서 혼자서 독백하는 부분이라든지.. 아마도 감정적인 부분에서 작가님이 참 표현을 잘 쓰신것 같아요... 심장이 빨개진다든지... 뭔가 느낌이 확 오면서도 이게 뭐지? 싶은 글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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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많이 들었었는데 느낌이 왠지 좀 메마른 분위기를 줘서 미루던 작품이었다. 왜 미뤄뒀었는지 ㅠㅠ 결과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연약한 여자가 겪기에는 너무 무리인 일들을 겪고 너무 힘들 여주가 그림같은 곳에서 요양을 하면서 남주를 만나고 치유되는 과정인데 일단 글이 너무 좋았던 거 같다. 서야님의 작품이 다 이런 스타일이라면 한 작품도 놓치지 않고 다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정말 크디큰 소나무같은 아니, 산 같은 남주가 너무 인상적이다. 대통령이라는 큰 길을 걷고자 하는 꿈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 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차라리 좀 더 현실적인 직업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