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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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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없는 나날을 세다   얼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꽃무늬 벽지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식탁 아래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넓어졌다. 팔월의 달력은 해변의 모래사장과 개들의 산책으로 시작하고 우체국을 지나면 독일제빵 또 지나면 딱따구리문구 내 서랍장은 문구점을 열었다 닫았다 색색의 볼펜과 메모지, 일기장은 가득했지만 어떤 문장도 쓸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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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없는 나날을 세다

 

얼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꽃무늬 벽지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식탁 아래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넓어졌다.

팔월의 달력은 해변의 모래사장과 개들의 산책으로 시작하고

우체국을 지나면 독일제빵 또 지나면 딱따구리문구

내 서랍장은 문구점을 열었다 닫았다

색색의 볼펜과 메모지, 일기장은 가득했지만

어떤 문장도 쓸 수 없었다.

 

밤늦게 돌아온 부은 신바들이 현관 앞에 두 발 오므리고 있을 때도

수도꼭지에서 똑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이마에 부딪혀도

수건을 개고

글씨를 예쁘게 쓰면 함박눈이 내릴지 모른다고

그렇지만 일기장은 온통 거짓말로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을 뿐

 

 

허겁지겁 먹는 식습관만큼 오래된

손톱을 물어뜯는 일

한여름에도 내복을 입고 양말을 신고 잠드는 닝

 

식탁에서 시작되는 매일은 넝쿨 식물이 된다

서로의 지느러미를 뜯어 숟가락 위에 올려주고

메마른 손톱을 만져 주는 동안에도

날은 어두워져 변기에서는 물이 계속 샌다.

 

빨간 세숫대야에 솜뭉치 기저귀를 종일 주물럭거리던 그녀

화장품을 하수구에 버린 그녀가

이제는 없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아픈 것들을 둥글게 둥글게 깎는 마음의 테두리들.

 

 

버리지 못한 꽃무늬 스웨터를 꺼내 입었다.

뜨거운 야채 수프를 먹고 싶어 방문을 연다.

 

방한 가운데서 자라나는 당신의 나뭇가지에는

아이스크림 냄새가 퍼진다. (-13-)

 

 

통영

 

바다 앞에서 버스르 기다렸습니다.

벤치 위에 해변과 파도를 오려놓고

가을 태풍을 이야기합니다.

아무 목적 없이 이곳에 도착했지만

미술관 창문에선 옆집 옥상이 보였고

여름 부추가 피어 있었지요

연하게 물들었습니다.

새끼손가락에 매달린 심장은 작은 것들이었고요

 

카페라테에 잎사귀를 그려 넣었어요

거품이라는 걸 알지만

푸른 잎들은 몇 겹 덧대어진 오후마저 뜯어내고 있었습니다.

머그컵이 식기 전 테이블은 온기를 잃지 않았지만

손님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노란 우산을 펼치고

동무의 발을 그립니다.

너무 바쁜 발들은 쉬게 해주고 싶었다고요.

염소의 발등에도 동백 꽃잎을 그려 주고 싶었지만

끝내 찾지 못했던 당시의 신발주머니는 무슨 색이었나요

가끔 이해하고 싶지 않을 때

손도 대지 않은 물감들 불룩한 배를 꾹 눌러 버리고 싶다던 말들은

밤마다 천을 오려 덧붙이며 옷을 만들었지만 난 새옷을 입지 않아요.

 

이제 비가 그쳤습니다. 서로 다른 버스를 타야 합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바람이 할퀴고 간 바다의 해안선은 불분명했지만

야자 잎으로 만든 그릇을 당신 가방에

넣어 두었습니다.

 

오늘 밤 난 음악회에 갑니다.

아주 먼 곳이 되어 돌아올 생각입니다. (-51-)

 

 

한 문장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 위로 새끼손가락 문신이 내게 닿았다

아프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십 층 발코니에 천일홍 꽃씨를 심은 적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한 문장에 마음이 접히어

몽골로 떠난 사람을 앒고 있다.

 

냉동고에는 작년 겨울에 아이가 만든 눈사람이 그대로 뭉쳐 있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먼 문장은 비밀스럽게 싼 마른 종이로 펼쳐졌다.

 

아프다는 말을 아프지 말라고 쓰고 있었다. (-93-)

 

 

시인 정정화는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1994년 『시와반시』 1회 수상하였으며, 본격적으로 시인의 삶의 굴레 속에 갇혀 살아오고 있었다. 어느 덧 30년간의 시적 굴레 속에살아온 지난 날,시인이 추구하였던 시에 대해서,삶의 원칙과 자신이 담아내고 싶었던 인생이라는 하나의 시적 그림을 이해하고자 한다.그리고 시인 정정화는 화가의 삶을 살아간다,

 

 

 

시라고 부르고 수채화라고 말한다. 시에는 사실적인 묘사와 은유로 채워진다.이러한 시를 산문시라고 말한다. 시화집으로 내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두 페이지에 걸쳐서 쓰여진 시, 그 시에는 인간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녹여 내리고 있었다. 보고,듣고, 느끼고,이해한 것들 속에서, 때로는 나의 과거속 경험들이 세월을 비껴가면서, 추억으로 남아있다. 시인은 자신의 삶과 느낌을 시에 해석적 기법으로 녹이고 있었다. 삶이란 결국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아픔을 피할 순 없으니,그 아픔을 견딜 수 있느 베짱이 있어야 한다고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위로와 치유는 한 몸이었다.

 

 

한편 그녀의 시 ,오십에 쓰여진 『알바니아 의자』 는 난해하였다. 시집에 수록된 마흔 여덟 편의 시 에서, 시 『알바니아 의자 』 를 제목으로 들이밀었던 이유가 긍금하다. 시인을 만나면, 물어 보고 싶어진다.시에 녹여 내고 잇었던 양의 울음소리는 무엇이며, 알바니아 의자에서 바라다 본 시인의 상상과 은유, 목가적인 느낌들이 자연을 바라보고자 하였다. 시인는 알바니아 의자에 앉아 어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응시된 관찰이 시적 사유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의 사락 k*******2 2022.11.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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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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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정화 작가의 시집 <알바니아 의자> 이번 작품을 통해서 작가를 처음알게 되었기에 어떤 그림을 주로 그리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집을 통해서 생각 해보았을 때 현대미술 보다는 풍경화와 정물화 같은 작품 활동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왠지 이번 시집을 통해서 작가분이 지금 현재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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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정화 작가의 시집 <알바니아 의자>

이번 작품을 통해서 작가를 처음알게 되었기에 어떤 그림을 주로 그리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집을 통해서 생각 해보았을 때 현대미술 보다는 풍경화와 정물화 같은 작품 활동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왠지 이번 시집을 통해서 작가분이 지금 현재의 모습을 담아내는 관점이 눈에 띄었다고 해야할까. 그래서인지 추상적이고 감성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단어와 문장 보다 구체적인 사물과 장소와 같이 직관적인 부분이 잘 전달된 것 같았고, 화가 활동으로도 이런 작업을 꾸준히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구체적인 단어. 이를테면 사물과 지명 같은 표현을 제목과 문장에 사용하는 것이 주는 장점이 눈에 들어왔다. 일명 '시적인 비유'로 인해서 시와 시집이 어렵다고 생각한 독자들의 경우에도 작품을 편하고 직관적인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시집이다. 더불어 저자가 전달하고 있는 단어와 표현들 사이에서 접점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특히 시 작품이 더 반갑고 친숙하게 다가올수도 있겠다.

어떤 독자들에 따라서는 작가와 작품이 전달하는 개성적인 매력이 조금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쉬워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많은 이들이 함께 만들고 보여질 수 있는 작품과 내용이라는 점이 장점으로도 다가오는 것 같다고 생각한 이번 시집. 걷는사람 출판사의 시인선 활동가 우리나라 시인들의 꾸준한 활동이 잘 진행되길 응원한다.

l**********e 2022.1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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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11 알바니아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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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노래책시렁 411《알바니아 의자》 정정화 걷는사람 2022.9.25.  배움터도 일터도 삶터도 모름지기 어우러지면서 즐겁습니다. 얼싸안기에 따뜻하고, 어루만지기에 반갑습니다. 어긋나니 고단하고, 엇갈리니 헤매지요. 억누르니 고단하고, 어거지로 밀어대니 슬픕니다. 기쁘게 얹으면 하나도 안 어렵지만, 섭섭하거나 서운하게 얹어대면 짐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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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411


《알바니아 의자》

 정정화

 걷는사람

 2022.9.25.



  배움터도 일터도 삶터도 모름지기 어우러지면서 즐겁습니다. 얼싸안기에 따뜻하고, 어루만지기에 반갑습니다. 어긋나니 고단하고, 엇갈리니 헤매지요. 억누르니 고단하고, 어거지로 밀어대니 슬픕니다. 기쁘게 얹으면 하나도 안 어렵지만, 섭섭하거나 서운하게 얹어대면 짐입니다. 아기를 업는 마음은 오롯이 사랑입니다. 마냥 업히거나 업으려고 들면 사랑하고 멉니다. 삶은 뚝딱 만들 수 없습니다. 물처럼 흐르면서 모든 곳에 스미거나 드나드는 삶입니다. 삶을 다독이면 살림이고, 삶에 옭매이면 굴레예요. 살림을 하는 길이니 스스로 생각하면서 하루를 짓고, 이동안 문득 사랑이 깨어나면서 활짝 꽃피웁니다. 《알바니아 의자》를 읽고서 덮습니다. “낱말을 엮거나 짜야 글(문학)”인 듯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만, 바느질이나 뜨개질 모두 힘을 들여 억지로 하려고 들면, “겉보기로는 예쁘되, 입기에는 뻑뻑하거나 작거나 크”게 마련이에요. 밥짓기도 옷짓기도 집짓기도 오직 사랑이라는 마음 하나로 풀어놓을 적에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뚝딱뚝딱 올라가는 높다란 잿집은 “집을 짓는 길”하고 먼 “시멘트를 들이부어 똑같이 짜맞추는 굴레”입니다. 짜맞추려고 하면 굴레예요. 짜거나 엮지 말아요. 삶을 노래하면 될 뿐입니다.


ㅅㄴㄹ


빨갛게 물든 피클을 포크로 찔러대면서 / 소라게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 왜 넌 자꾸 숨어 버리는 거니 / 재미없는 갑각류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 난 기차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인데 (늪이었을 거야, 아마도/26쪽)


폴란드에서는 코를 치켜세우고 있는 코끼리들이 행복을 물어다 준다고 합니다 (폴란드 그릇/31쪽)


+


《알바니아 의자》(정정화, 걷는사람, 2022)


식탁 아래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넓어졌다

→ 밥자리 밑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늘어난다

11쪽


종 모양의 단추를 찾았습니다

→ 방울꼴 단추를 찾았습니다

16쪽


어둠을 이끌고 가고 있다

→ 어둠을 이끌어 간다

→ 어둠을 이끈다

19쪽


잔디밭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이해해

→ 잔디밭 물뿜개에서 나오는 물을 알아

20쪽


퉁퉁 부은 심장은 불규칙적이고 테이블보를 깔면

→ 퉁퉁 부은 가슴은 들쑥날쑥이고 자리천을 깔면

21쪽


소라게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 소라게를 이야기하려 했다

→ 소라게 이야기를 하려 했다

26쪽


벤치 위에 해변과 파도를 올려놓고

→ 걸상에 바닷가와 물결을 올려놓고

50쪽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여행자가 된 것 같아

→ 소릿줄을 꽂으면 나그네가 된 듯해

66쪽


수평을 맞추지 못하지

→ 똑바로 맞추지 못하지

→ 나란히 맞추지 못하지

10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이달의 사락 h*******e 2024.03.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