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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씨는 드물게도 기타 연주곡 위주의 음악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당대의 수퍼 기타리스트입니다. 물론 이현석 밴드 형태로 그룹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음악적 기반은 대체로 연주곡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앨범을 들어보면 연주곡의 비중이 많고 보컬곡은 양념 형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컬곡은 본인이 직접 부르거나 객원 보컬리스트를 이용하거나 하는 형태인데 본인의 노래실력은 비교적 평이한 편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본인의 앨범이기에 평이한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네요.
사실 이현석씨는 특정 밴드의 기타리스트에 머무르기에는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적 선호나 취향이 강해서 잘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이현석씨가 부활의 기타리스트라면, 혹은 크래쉬의 기타리스트라면, 예레미의 기타리스트라면? 아마도 밴드의 음악적 색깔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 또 그 밴드의 리더는 그런걸 견디기 못하겠지요. 제가 볼때는 이현석씨가 드림씨어터에 들어가 존 페트루치를 대신하더라도 드림씨어터의 색깔이 많이 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그만큼 이현석씨의 음악은 연주 스타일, 기타의 톤, 선호하는 멜로디라인 등에서 상당히 고유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현석씨는 기본적으로 락, 메틀 스타일의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상당히 멜로디컬하고 아기자기한 프레이즈를 잘 뽑아냅니다.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강함과 부드러움, 아기자기함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런 이유로 그의 음악은 강하고 빠르지만 전체적으로 음악이 귀에 잘 들어옵니다. 물론 기타 테크닉만 놓고 본다면 이현석씨보다 더 기타를 잘 연주하는 뮤지션이 있을 수 있겠지만 락, 메틀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본인의 취향을 멜로디로 절묘하게 버무리는 능력 만큼은 그 어느 기타리스트도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표곡인 '학창시절' 중간에 나오는 그 센스있는 솔로잉이나 방송을 많이 타기도 했던 알콩달콩하고 아기자기한 연주곡 '신혼' 같은 곡은 이현석이 아니면 만들어내기 힘든 연주들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신혼' 같은 곡이 이현석이라는 기타리스트의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리고 '위풍당당 행진곡', 'Carnival' 같은 곡도 이현석의 음악적 취향과 감각을 잘 보여주는 대표곡 중의 하나입니다. 이 정도의 멜로디 센스를 가진 기타리스트는 스웨덴의 마티아스 에쿨른트 정도가 생각이 나네요. 스티브 바이도 기발한 멜로디를 잘 뽑아내지만 그의 음악은 좀 난해하고 어렵게 다가오는 반면 이현석의 연주는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면서도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건 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아쉬운 점은 보컬이 들어간 곡을 만들 때 너무 기존 락의 틀 안에서 고정된 다소 평이한 곡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가요의 관점으로 봐도 어느 정도 잘 만들어진 곡들이 많기는 한데 연주곡의 뛰어난 감각에 비하면 보컬곡들은 상대적으로 듣는 재미가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락을 기반으로 곡을 만들기 때문에 뭐랄까 조금은 상상력의 한계가 있는 것 같네요. (편곡을 다르게 하면 어떨까?) 사실 그에게 부활의 김태원 같은 발라드 감각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김태원씨는 부활의 색깔을 가지면서도 가요적인 곡을 상당히 잘 만들지요. 이현석씨의 보컬곡은 말하자면 소화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가 어느 정도는 한정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게 좀 아쉬운 점이네요. 물론 김경호, 박완규, 김성면 같은 유형의 가수가 그의 곡을 부르면 매우 잘 어울리겠지만. '작은 사랑의 멜로디' 같은 곡을 들어보면 조금만 더 감각을 더하면 대중가요쪽에서도 충분히 성공할만한 능력이 보이는데 더 나아가지 못하는게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그는 기본적으로 락커라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락커 이현석에게 윤종신의 감각을 기대하기는 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이 앨범은 이현석의 음악적 여정을 집대성한 상당히 귀중한 컬렉션입니다. 레코딩도 새로해서 기존의 앨범을 모두 갖고 있는 저 같은 팬들에게도 상당히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앨범입니다. 앨범은 소책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2장의 CD에 신곡을 포함해 데뷔작부터 지금까지의 대표곡들을 조밀하게 수록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데뷔작은 LP로 갖고 있었는데 CD로 'Sky High'를 들으니 또 상콤한 재미가 있네요. 'Child's Play' 같은 곡은 오케스트레이션을 가미해 약간 필름스코어 같은 멋진 느낌으로 재탄생 되었습니다. 가장 듣는 재미가 쏠쏠한 과거곡 중 하나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곡들을 기본 멜로디는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약간의 맛을 다르게 했다는 정도가 적당할거 같네요. 그래도 신곡 'Happyday Everyday'를 들어보면 그의 아기자기한 멜로디 감각은 여전합니다. 이런 곡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은 세계에서 단 한명 기타리스트 이현석 뿐입니다.
과거 인스트루멘틀 앨범을 발매했던 최일민, 강인오 같은 기타리스트들의 신작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는 가운데 이현석씨의 이 앨범은 비록 신곡이 적지만 가뭄의 단비 같은 촉촉한 음악적 즐거움을 줍니다. 어려운 가운데 앨범을 발매한 이현석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 비록 수는 적지만 여전히 그를 응원하고 그의 새로운 곡과 연주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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