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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남성적인 힘이 더 우선시 되는 시대를 살던 사람들 중 특히 여자의 삶은 힘들었다. 그중에서도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그 어려움이 더 컸을 거란 생각이 든다. 힘이 지배하는 사회... 그 속에서 삶을 지탱하고 살아남기 위해 자의반타의반 남자의 노리개로 살아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가깝지만 여전히 멀게 만 느껴지는 일본 문화 속 여자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책이 있어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든 여자를 데리고 노는 문화는 있었다. 가까운 중국은 창기, 우리나라는 기생이란 이름으로, 일본은 유녀란 이름으로 불리던 여성들이 존재했다. 우리나라의 기생만 해도 뛰어난 미모와 절개를 지킨 인물도 있고 나름의 끼로 남성 중심의 상회에서 힘을 가지고 살던 기생도 존재했다. 일본 역시 남자들의 놀이문화를 위한 여자인 유녀들이 단순히 데리고 노는 여자란 뜻에서 벗어나 그녀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 책은 그런 유녀들의 뜻이나 의미, 그들의 문화 자체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총 10장으로 나누어서 유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성을 상품으로 파는 유녀들도 있지만 문학적 학문에 뛰어난 유녀들도 나오고 사랑을 선택하고 결국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유녀도 나온다. 이외에도 각종 문화에 등장하는 유녀나 신격화 되다시피 한 유녀의 이야기, 다양한 설화나 가요에 등장했던 유녀들의 모습을 재해석해 놓은 이야기 등등... 유녀로서 삶을 살았던 그녀들의 아픔 현실이 깊은 공감을 일으키며 다가오지는 않지만 참으로 힘든 삶을 살았구나 하는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생긴다.
유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다른 나라의 여신이나 문화, 종교에 대해서도 같이 곁들여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여자.. 그 중에서도 유녀를 하나의 성적인 존재로만 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그녀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자신의 길을 선택해서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이 늘어났지만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자의 인생은 남자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유녀들 역시 순수한 감성을 가진 여린 여성이다. 자신을 노리개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진정한 사랑을 해 줄 한 사람의 남성을 원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운 외모 속에 감추어진 사랑으로 인한 아픔을 담은 작품들의 많은 부분이 사랑을 기다리는 애절함을 담고 있다.
우리 기생 문화와 닮은 듯 다른 일본의 유녀문화사를 보면서 그녀들이 일본 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화려한 모습 속에 숨겨진 아픈 이야기들이 생소하면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많은 작품 속에서 유녀들이 등장한다고 했는데 내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서 몰랐는지 아님 제대로 유녀가 나온 이야기를 읽어보지 않았던 것인지.. 책에 소개 된 다양한 작품들의 유녀들의 모습을 만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시간이 나면 찾아 볼 생각이다. 유녀를 통해 만나 본 일본 역사와 문화.... 몰랐던 것을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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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 것이기에 감흥이 없다. ……오장육부에서 목소리를 내서 사지를 움직이는 사람의 몸이 바로 춤의 기본이다. (p.67)
고대에 유녀란 신에게 바쳐진 여인 무창을 뜻한다. 무창은 무녀이며 창부인 여성을 말한다. 책을 통해 그간 내가 알아왔던 '유녀'의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졌다. 지금까지 유녀는 몸을 파는 여자라는 의미로 기억되었다면 이제는? 신에게 바쳐진 처녀 아내라는 의미의 유녀와 술을 팔고 몸을 파는 여인이란 뜻의 유녀(매춘부) 이 두가지 의미의 뜻으로 기억될 것 같다. 국어사전에서 유녀(幼女)는 어린 여자아이란 의미로 나온다. 또 다른 의미의 유녀(遊女)는 유곽에 속하여 성매매를 하는 여자를 말한다. 돈을 받고 외간 남자와 놀아나는 계집을 말하는 것으로 고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의미와는 뜻이나 행동에서 다르다. 신라시대 김유신과 사랑에 빠졌던 여인 천관녀가 기생이 아닌 신을 모시던 무녀였다는 설도 있으니 일본 고대의 유녀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기생'하니 예스24 연재로 읽은 정연주의《기화, 왕의 기생들》의 주인공 가란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 거리를 방황하다 기생집에 들어가 부엌데기가 되었던 가란이 춤이 좋아 기생의 길을 선택하고 채홍준사 윤재민의 눈에 띄어 기화가 되어 궁으로 들어간다. 윤재민과 왕 이훈의 사랑을 받게 된다. 거리에 피어난 꽃이라 하여 먼저 꺽는 사람이 임자라는 의미도 실려있다. 중국에서는 창기라는 이름으로, 조선에는 기생으로 일본에는 유녀라는 이름의 여성들이 존재해 왔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자들이 데리고 노는 여자'라는 의미의 유녀가 아닌 신에게 바쳐진 여자라는 의미가 담겨진 것이 먼저라는 것이 묘하게 다가왔다. 아니 성스러운 이미지는 사라지고 쾌락의 창구 역활로서의 의미만이 남아있다는 것이 안타갑게 여겨지기도 한다.
재미난 사실은 조선에만 '칠거지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도 '칠거지악'이 있으며 "세 번째로 음란하면 소박을 맞는다"라는 구절이 있단다. 남자가 첩을 가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허용하면서 여자가 남편 이외에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것을 금하는 것은 일본이나 조선이나 마찬가지다. 남자는 능력만 된다면 축첩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면서도 아내는 남편이외의 남자는 쳐다봐서도 안된다니, 유흥이라는 것도 남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보다. 유희의 장소인 '유곽' 또한 시대의 변천사에 따라 그 의미가 바뀌어 왔다. 초기의 '유곽'이 음주 가무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면 현대의 유곽은 오로지 술과 성을 사고 파는 곳으로만 존재한다. 조선의 기생 '황진'이는 기생의 의미보다 현재의 '연예인'과 같은 역활을 수행해 왔다. 기생에도 등급이 있어 예인과 같은 역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단순히 술과 몸을 파는 창녀가 있다. '황진이'를 기생등급으로 살펴보자면 일패기생이 아닐까 싶다.
조선의 기생등급을 살펴보면 왕실이나 관청에 소속된 기생이 일패기생이었고, 이패기생은 일패 출신의 기생으로 첩(妾)이 된 후에 밀매음(密賣淫)을 하는 은근자(慇懃者) 또는 은군자(隱君子)이었으며, 삼패기생은 몸을 파는 창녀(娼女)다. '유녀' 놀 유(遊), 계집 녀(女) 데리고 노는 여자. 그간 일본에선 게이샤를 유녀로 불린다는 착각을 해왔다. 아니 지금도 유녀와 게이샤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게이샤가 뭐에요?" 라고 묻는 딸의 질문에 대답할수가 없었다. 혹시 유녀와 게이샤의 차이점이 뭔지 아시는 분 덧글 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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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생, 중국의 창기, 그리고 일본의 유녀가 동양사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유녀란 말 그대로 유는 한자로 游, '데리고 노는 계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저자 사에키 준코는 유녀가 현대에 남아있는 단순한 '창녀'의 의미 뿐 아니라 성(性)과 성(聖)의 여신으로서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언젠가 국립국악원에서 일본 궁중음악과 우리 궁중음악을 비교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우리 궁중음악이 웅장한 오케스트라 규모로 발단-전개-절정-결말을 그대로 표현해내며 섬세한 음악을 연주한 반면, 일본의 궁중음악은 악사들의 출현부터 우리가 보기엔 너무도 허접했던 기억이 난다. 궁중음악 연주를 한다는 악사들이 가야금 비슷한 악기를 두 사람이 양쪽에서 들고 연주하는 한 사람이 가운데 서서 들어오는가 하면, 우리처럼 다양한 악기가 아닌 네다섯개 정도의 악기가 다 였다. 그 음악 또한 시작이 언제인지,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짧고도 단순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대로 일본의 유녀가 즐긴 춤과 노래에서 음악이나 연극, 문학과 같은 일본의 문화적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해도 사실 별로 기대가 가지 않는 것은 궁중음악이 그정도였는데... 하는 실망감에서 이다. 물론, 일반 백성들이 즐긴 춤과 노래는 더 흥겹고 다양했을지 모르겠으나 오래전 고대시대에는 이 바로 성(聖)이었고 놀이였으며 종교였고 문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는 관점에서 본다 하더라도 썩 그리 발전된 문화양상을 기대하긴 어려울듯 하다.
일본의 건국이야기에도 볼 수 있듯이 일본의 성(性)에 대한 개방적이고도 성(聖)스럽게 느끼는 데는 그당시 널리 행해진 집단 혼교로 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는 문화 때문이기도 했을것이다. 고대에는 예쁜 여자들이 유녀가 되고, 그들이 예쁜 미모를 앞세워 신에게 제를 드리는 것으로, 또한 그들의 처녀성을 바치는 것을 신탁이라고 생각하고 행해졌으니 어쩌면 성(性)과 성(聖)은 일맥 상통한다고 여겼을지 모르겠으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어찌되었든, 저자는 또한 일본 문학에서 묘사되는 유녀의 모습을 호색, 애욕, 성스러움 등의 측면에서 각각 분류해서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유녀는 다양한 문화적 측면에서 활동했다고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그녀들의 인생에 대한 애환, 탄식, 서글픔을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문학에 묘사되어있는 것으로는 그저 옛이야기의 소재일 뿐으로 생각될 뿐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유녀는 종교적이고 성(聖)스러운 역할이 없어지고, 매춘과 매음이 부각되어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그저 노는 계집으로만 여겨지게 되었던 것이다.
기모노를 입은 유녀들의 흑백사진이 참으로 서글프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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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녀문화사 사에키 준코 지음│김화영·김홍래·이세진 옮김│사진·신현규│어문학사 刊
동양 삼국의 기녀/유녀/창기는 동의어다. 일본 고대로부터 근대까지, 성녀로부터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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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섹스를 하기위해 선택된 聖處女가 일본 유녀의 오리지날이며 오로지 신을 위해
游女란 흘러가는 몸이란 뜻으로 몸을 팔며 새로운 곳으로 떠도는 여자를 지칭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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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황진이를 단순히 몸을 파는 여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당시에는 여성의 성은 물론이고 사회활동이 억압된 시절이었고 몸을 파는 여자들은 시를 공부하고 남자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있었으니 기생이란 문화인의 역할을 수행했던 셈이다. 음악을 공부하고 춤을 공부하고 문자를 논하며 가끔은 동등한 위치에서 남자들과 정치를 논하기도 했다. 집안에서 남자의 말에 무조건 네네하던 조선의 양반댁 규수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녀들은 쾌락에 한해서만은 양반댁규수들보다는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기생이 그랬듯이 일본의 유녀 또한 존재 자체만으로 어떤 계급의 여성들에겐 큰 고통의 원인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일본의 유녀 또한 마찬가지다. 유녀는 단순히 몸을 파는 계집이 아니라 성(聖) 의 여신으로서 존재했다. 작가는 그 부분을 설명하고 있고 꽤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 만큼이나 고독했던 유녀의 일생. 책 속에 드러나는 자신이 다른 손님을 받는 것을 미안해하는 유녀의 모습은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었다. 남자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유녀가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자신이 반한 여자가 창부라는 사실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첫눈에 반하는 것이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될까. 창부를 경멸하던 남자도 반해서 안절부절못하게 만드는 사랑. 만인의 연인으로 살면서도 종종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상적인 여자가 되고 싶었던 유녀.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론 미소 짓고 때론 눈물지었다. 그들의 감정을 생각하며 읽을수록 자세를 바로잡게 되고 가슴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남자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싶어도 겉으론 냉정해야 하는 유녀. 화려한 미소 뒤에 숨긴 눈물.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다.
한국의 기생과 비교하며 읽으면 훨씬 더 재미있는 유녀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조선 기생에 대한 흥미가 더 커졌다. 기생에 대한 책을 많이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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