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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 고정 독자분 아니면 그리 권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1975년부터 2012년까지 37년간 이런 저런 매체에 실렸으나 그동안 다른 에세이집에 실리지 않은 산문을 일본의 열성적인 편집자가 일일이 도서관을 뒤져 찾아 만든 책이다. 작가의 어느 한 시기에 대해, 한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니다. 중구난방격이다.
그리고 지난 40여권의 시오노 작가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글을 읽었기에 그리 신선하지도 않다. 남자들에 대해 쓴 관능적 고백은 <남자들에게>에서, 가짜 사료 만들기를 고백한 내용은 <사랑의 풍경>에서, 영화 감독과 배우 이야기는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에서, 이탈리아 사람의 패션과 보석, 지중해 여행 이야기는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에서, 그리고 그 유명한 "저 도시를 주시오."는 전쟁 3부작 중 <콘스탄티노플 함락>에서 이미 읽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37년 세월을, 무명 작가에서 지금의 시오노가 되기까지 생각의 흐름과 삶의 흐름을 느꼈다. 그리고 1995년이래 저자의 책을 읽으며 역사 에세이스트의 꿈을 꾸던 나의 지난 18년 생각(과대망상)의 흐름 역시.
어떤 사람들은 시오노의 제국주의적 시선을 비판한다. 나 역시 그렇긴 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시오노 작가는 역사가가 아니다. 그냥 역사를 놓고 자신의 견해를 들려주는 에세이스트이다. 보다 올바른 사관을 지닌 역사책을 읽고 싶으면, 시오노를 읽은 후에 에릭 홉스봄(같은 한길사 책이니까 이 역사가의 예를 듬)을 읽으면 된다. 시오노만 읽고 세상의 모든 역사책을 다 안 읽을 것도 아니니까, 나는 굳이 심각하게 걱정하고 논쟁에 나설 생각이 없다. 이 작가는 힘 있고 아름다운 대상을 관능적으로 그려내고 예찬할 뿐이다. 난 거기에 깊이 의미부여할 필요를 못 느낀다. 저자의 사관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본격 역사물이 아닌 에세이이므로 딱 그만큼만 생각하며 읽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여튼, 나는 오랫만에 나온 시오노의 이 수필집을 군데군데 줄을 치며, 맞아맞아하며 내 무릎을 치며 읽었다. 젊은 무명 작가의 패기 넘치는 구상,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역사 작가로서의 자세, 영원한 여자로서 진정한 멋진 남자를 사랑하는 자세,,,, 인상깊은 대목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아래이다.
나의 이 책은 언뜻 값이 무척 비싸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다지 비싸지 않다. 왜냐, 한 번 읽으면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두 번 읽으면 즐길 수 있게 썼기 때문이다. (중략) 언젠가는 나도, 저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은 이후 일에 대한 나의 자세가 되었습니다. - 본문 5~6쪽에서 인용 개성 강한 분들과 조촐한 모임을 가지고 돌아와 올해 마지막 리뷰를 쓴다. 10년 후, 오늘 내가 모임에서 한 말과 집에 돌아와 내가 쓴 이 글을 잊지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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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 기대를 안하고 본 책이다. 요즘들어 내 나름 시오노 나나미의 글빨이 예전같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무엇보다 작가로서의 마음가짐과 자부심 등은 무척 나의 그것과 유사했다. 책 전반적인 내용은 시오노 나나미가 30여 년간 여기 저기 올린 에세이들을 짜서 새롭게 배치한 것으로 덕분에 지금보다 젊을 적부터 나이 든 때까지 다양한 시점의 글을 만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일부 글은 수 십년의 시간을 넘어 여전히 공감이 된다. 덕분에 그녀의 글 솜씨가 왕성하게 들어설 때를 다시 만나게 되는 기쁨도 얻었다. 읽으면서.. "아.. 바로 이 맛이 이 사람 글인데.." 하면서 말이다. 책에서 특히 마음에 든 부분을 추려보자. 1. 서문에서 자신의 책 값이 비싼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파하는 부분.... 작가의 자부심이 느껴지면서... 나름 이해가 됐다. 시오노 나나미 책은 기승전결이 그려져 있는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다. 이리저리 내용을 끼어맞춘 기타의 책과는 달리.. 그만큼 작가로서 가치를 느낄 만한 작업이 되었을 것이다. 그 태도에 무척 동감이 갔다. 나 역시 기승전결 형식의 책을 쓰기 때문이다. 2. 독자를 속일 수 없다는 내용.... 전력을 다해 쓴 글은 첫 해는 모르겠지만 10년 정도 지나면 판매량에 있어 노력을 덜 한 것과 확실히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무서운 공부가 필요하고 그 노력은 때가 되면 누군가가 이해해 줌을 의미한다. 이 역시 나의 생각과 유사했다. 당장의 성과만을 보고 달리다 보면 대부분 중도 포기를 하게 된다. 멀리 내다보고 노력된 글을 쓰는게 작가에게 중요하다. 3. 악마같은 유혹을 지닌 남자들을 그려내고 싶다는 내용.... 그렇다. 결국 팔리는 주제.. 공감하는 주제로는 영웅만한 것이 없는데, 이들의 모습은 보통사람들과 달리 이기적이면서도 강렬하다. 나 역시 그런 감정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욕을 먹지만 누군가에게는 칭송받는 인물을 그려내는 것은 정말 기분 좋다. 그리고 그런 인물을 그려낼 때에는 가능한 그 사람에 대한 존경의 감정을 지니고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로도 읽을 만한 소소한 주제들이 가득하긴 하다. 덕분에 일기장을 꺼내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블로그 또는 내가 쓴 과거 글을 우연치 않게 펼쳐 보고는.. "아.. 이 당시 황윤이도 참 대단한 생각과 논리력을 지니고 있었군." 하며 감탄하는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그런 느낌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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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유럽명품과 원자폭탄을 두 번이나 맞앗지;만 미국문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일본인. 당연 로마와 르네상스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자기의 지적수준이 올라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냥 관심이 가는 이유는 로마와 이탈리아를너무 사랑하는, 한 분야을 깊이 파고드는 일본인들의 특성이 부러워서 이다. 1960년대 한가로이 이탈리아를 여행할 정도, 아마도 일본에서 학습원이란 고위대작과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대학이라고 알고 있는 데 황족은 아니어도 아마다 부잣집 딸이어서 한가롭게 하고 싶은 여행을 한 것이 부러월뿐이다.
돈이 될 것같지않은 2000년전 역사이야기를 다시 쓴다. 수 많은 이탈리아와 유럽 학자들이 더 잘 쓴 예기를. 그런데 다시 쓴다. 보니까 일본 사람들만을 위해.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일본인 둘이 우습게도 로마의 흥망을 보면서 일본의 앞날을 비교한다.. 내 생각엔 일본이 세계에서 정치,문화적으로 일류가 된 적이 있던가.. 없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서기 2000년의 역사와 문화를 따라갈 수 없다. 오만함이다.
일본에서 태생상 고급신분, 의사와 결혼하고, 피렌체 보석상점으로 유명한 베키오다리에서 1분 거리에 사는 그녀, 매일 오후 산책하면서 세게 최고의 명품거리를 자기 동네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일본인들 눈에 상당히 고급스럽게 보이고 ,뭔가 로마와 일본의 공통점을 찾아 열등의식을 만회해 보려는 일본인의 심리를 잘 이용하는 일본 출판사만이 세계 일류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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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로마인이야기에 열광하고 베네치아라는 그전까지는 몰랐던 도시국가를 새롭게 알게되고 십자군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그녀의 책을 처음 읽은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그녀가 썼지만 출판되지못했던 그녀의 에세이들을 묶어서 책으로 나왔다 로마에 대한 그녀의 생각 그녀의 애정 역사 인식 영화 남자 ... 다양한 주제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다 물론 이책을 관통하는 단어는 역시 로마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냉정하게 옛날의 로마인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현재의 이탈리아인에게는 인색하다 그건 로마인이 위대하다는 반증이겠지 그녀는 자신이 학문하는자가 아닌 아마추어라고 단언하면서 역사가들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역사가들이 미워했던 체사레 보르자에게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생각치도 못한 축구에 대한 많은 언급에 놀랐다 스포츠에 별로 관심없어보이던 그녀도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살다보니 축구에 관심을 가지지않을수없었다고 한다 ㅎㅎㅎ 제법 날카롭게 분석하는것이 놀랍다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에 대해서도 그래서는 안되고 공격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역설한다 읽으면서 역시 그녀는 일본인이라는것을 다시금 깨닫게되었달까 그녀가 오랫동안 이탈리아생활을 해서인지 그녀가 일본인이라고 느낀적은 많이 없었던것같은데 이책에서의 그녀는 정말 100프로 일본인스럽달까 그런느낌을 많이 받아서 새로웠다 사실 로마인이야기중에서 로마의 쇠망부분은 아직읽지못했다 뭔가 쇠망사를 읽는것은 안타깝달까 애처롭달까 그래도 조만간 다 읽고싶은 생각이 든다 로마의 마지막순간을 음미해보고싶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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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퍼센트의 논픽션에 10퍼센트의 픽션을 섞으면 이걸 논픽션이라고 불러야 할까 픽션이라고 불러야 할까. 좀 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99퍼센트의 논픽션에 1퍼센트의 픽션을 섞는다면 그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건 픽션이라고 저자가 먼저 얘기한다면 독자가 그걸 논픽션으로 받아들인대도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저자가 묵시적으로 논픽션이라는 입장을 계속 취해왔다면 문제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아주 오래전에 어느 한국인 교수가 이런 식으로 역사서에 허구를 가미하는 시오노 나나미의 '행태'를 비판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비판의 근거로 삼았던 글을 이 책 <생각의 궤적>에서 만나게 된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던 얘기로 돌아가자. 그래도 일단 피렌체 쪽은 어떻게 써나갈지 계획이 섰다. 문제는 로마였다. 교황 보르자의 심경과 로마 교황청 내부의 정황을 그리기에 적합한 사료가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와일더처럼, 보르자가 어느 수도원에 있는 옛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을 취할까 하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보르자라는 사람은 아버지나 그 아들이나,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서 남기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행동은 하지만 자기 행동을 변호하지 않는 남자는 내게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이나 이런 때는 몹시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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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야 생각이 들었다 "궤적"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 일본어 원제가 뭘까 싶어 앞부분을 찾아봤다 "OMOI NO KISEKI" 한동안 보지 않았던 일한사전까지 뒤적이며 찾아보았다 "궤적"이 "바퀴자국"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굳이 뜻풀이를 하면 "생각(사고)의 바퀴자국"인 셈이다 그저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리를 읽는다는 생각에 제목도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막 읽은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를 설레게했다 10여년도 휠씬전에 우연히 읽기 시작했던 "로마인이야기" 시작으로 그녀가 집필한 지중해 역사에 대한 책들을 거의 다 읽었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그녀의 친근한 애정도, 제사레 보르자를 향한 매력적인 남성을 향한 그들도,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남성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한 글들을 읽으면서 그저 교과서에서 이름만을 들었던 그들의 인간적인부분까지 알게되었다 물른 시오노 나나미의 시선을 통해서이다
이 책은 말그래도 생각의 궤적,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들중 일부분이다 그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늘 궁금했었다 이 할머니의 열정은 어디까지일까?? 일본인이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유럽사에 특히 이탈리아역사에 푹 빠져서 이런것들을 일일히 조사하고 글을 써내려가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저자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저자는 천재들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 저자의 사랑을 받은 남성들을 카이사르를 시작으로 마키아벨리,체사레 보르자,오다 노부나가까지 특출난 사람들이다
흔히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한다 한정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아픈데 잠이 오지 않으면 잠시 누워있다가 어차피 가만이 있어도 아프다면 차라리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디 아둥바둥~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낭비도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말인듯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성에 무게를 두면 감정은 파고들 여지가 전혀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서평은 작성할때마다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서평은 책을 읽고 책에 대하여 쓰는 글인데도 쓰다보면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나를 나타내는 글이 되고 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나는 대부분 다 읽었다 책은 그 작품들을 집필할 때의 저자의 생각이나 저자가 어디에서 글을 썼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들과의 대화에서 저자는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그 영향으로 글이 어떤 식으로 바뀌었는지 등등 그녀의 작품을 읽은 이들이라면 그 이야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라고해도 좋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녀의 작품을 읽던 그때의 추억에 잠길 수 있는 보너스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특히 오다 노부나가에 대한 글은 참 인상적이었다 괘 오래전에 "토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고 그후 다른 책들과 일본 드라마나 영화등을 접하면서 "오다 노부나가"라는 사람에 대해 더욱 호감을 가지게 되었었다 일본인이면서 일본인의 성향을 지니지 않은 오다 노부나가~ 나중에 임진왜란의 원흉이 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의 신발을 드는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저자의 작품을 다 읽고나면 늘 다음작품이 언제 나올까부터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저자의 글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읽는 동안 개운한 기분마저 든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작품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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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역사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집 <생각의 궤적>은 1975년부터 2012년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일종의 '잡문집'이다. 별로라는 평을 많이 들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생각보다 좋았다. <로마인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등 대표작에 얽힌 후일담도 있어서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 책도 여러 권 된다. 역사, 정치, 문화, 예술, 영화 등 그녀의 관심사를 총망라하는 점도, 다른 에세이집에서는 말하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도 종종 보여 좋았다. 그녀가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를 존경한다는 사실도, 일본의 역사속 인물 중에서는 오다 노부나가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 알았다(오다 노부나가를 좋아할 것 같았다). 역시 나는 시오노 나나미가 좋다.
1937년생인 그녀는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에 돌아오는 대로 부모님이 소개해주는 남자와 맞선을 봐서 시집가겠다고 약속한 뒤 1년 일정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막상 로마에 도착해보니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만큼 좋았고, 아예 그곳에서 평생을 살기로 마음을 정했다. 부모는 물론 그 누구도 응원하지 않는 삶을 사는 대가는 냉혹했다. 가쿠슈인을 졸업했을 정도이니 원래는 부잣집 딸이었을 터.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고,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적을 두지 않고 독학으로 이탈리아의 언어와 역사를 공부했다. 저자의 말대로 '제대로 된 일본 남자를 만나 제대로 결혼해서 제대로 유한마담이 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삶은 혁명이고 파격이었다. 그런데 작가로까지 성공했으니 사람은 정말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되는 것 같다.
혹자는 그녀의 글에 왜곡이 많고 편견이 심하다고 비난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일단 그녀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작가다. 심지어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작품을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 같은 팩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애초부터 학계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자료가 아닌, 그녀가 독립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한 자료에 기반을 두고 쓰다보니 역사적 진실과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는 그녀 자신도 인정한다. 심지어는 가짜 사료를 만든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작품을 두고 왜곡이 많다, 편견이 심하다고 욕하는 것은 픽션을 픽션으로 보지 못하는 오류다.
또한 그녀는 지극히 마음에 충실한 사람이다. 정확히는 성적인 욕망. 수많은 나라들 중에 이탈리아에 끌린 것은 호방하면서도 낭만적인 라틴계의 남자들을 좋아했기 때문이고(라틴계의 핏줄을 잇고 싶어서 일본인이 아닌 라틴계 남자와 결혼했다는 고백을 한 적도 있다), 여자로서는 드물게 역사와 정치, 전쟁, 군사 같은 주제에 끌린 것, 패션과 영화에 해박한 것, 축구를 좋아하는 것 모두 남자를 이해하고 남자들과의 대화를 원활하게 잇기 위해서였다. 세상에는 부와 명예 또는 사회적인 시선 같은 외부의 영향에 좌우되는 사람이 많으며, 이는 글을 쓰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에게 글은 내면의 소리, 즉 끌어오르는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러브레터같은 것이었다. 이런 글을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역시 나는 시오노 나나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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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사람들은 생각을 어떻게 할까. 30년 이상 한 분야에 몰두하면서 전문가가 된 사람의 생각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이라는 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된다고 한다는데, 정작 나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일까.
이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그래서 그녀의 글을 대부분 읽어 나가고 있는 중이고, 그녀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내용에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고, 그녀의 삶 일부에는 동경심까지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일상 안으로 한 발 들어선 느낌이다. 작가로서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 없는 보통의 삶 이야기.
물론 다른 점은 영향력이 아주 큰 것이다. 그 점 때문에 로마를 주제로 책을 쓴 대작가가 될 수 있었을 것이고, 30년을 한결같이 몰두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 30년의 전문가 시선으로 유럽 축구와 축구선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로마의 역사와 현대 축구까지도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작가의 입장을 받아들이게 되니까.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과연 내게 그런 전문가로서의 시각이 있나 생각해 보면, 솔직히 자신도 없고.
내가 본 작가의 특성 하나.(이건 순전히 내가 읽어낸 것이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엘리트 우월주의 혹은 엘리트 호감주의. 일반적으로 대부분 그럴 것이기는 하다. 똑똑한 사람에게, 잘난 사람에게 호감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 그저 착하고 온순하고 자상하기만 한 성격보다는 성격이 좀 괴팍하고 모가 났더라도 특출한 능력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작가의 시선, 그리고 그 시선에 빠져드는 나. 역시 책을 읽는 일은 작가를 읽는 일을 넘어서서 나를 읽는 일이 된다. 내가 살짝 모른 척 하고 싶었던 내 성격의 일부를 작가의 글을 통해 확인하면서 나를 만나고 그러면서 작가를 더 좋아하게 되는 매력적인 되풀이.
로마의 교황들을 만날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작가가 일부 결함이 있다고 하면서 응원하는 교황들을 나도 은근히 흠모했다는 것을. 도대체 내 속에는 뭐가 들어앉아 있는 것일까.
삶은, 세상 어느 누구의 것이더라도 남보다 못하거나 소홀한 것은 없다고,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는 것,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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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니 신간 코너에 꽂혀있었고. 평점을 보니 상당히 높았기에. 덥썩 빌렸지만. 읽으면서 후회했다. 아 내가 그 동안 다수의 에세이를 읽어봤지만, 이런 느낌의 에세이는 처음이다....
시오노 나나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아니 알아야 하는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저자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다 되셨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름답고 고상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이 분. 젊어서 이탈리아로 건너가 살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저술 활동을 시작했다고..
시오노는 <로마인 이야기>등 로마 역사에 관한 책을 많이 썼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 그녀의 작품은 꽤나 객관적이고 담담한 어조였을 거라고 짐작된다. <생각의 궤적>은 시오노 나나미 그녀의 온갖 면모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녀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거침없이 써져 있는데. 남성편력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사회의식이 굉장히 확고하게 느껴지기도 하여 "대단한 여성이다" 하고 느끼게 한다.
단지, 그녀의 작품을 한 번도 접한 적이 없었던 문외한인 나에게는, 그런 이야기들이 와닿기 쉽지 않았다는 것.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고 읽다보니, 책의 절반을 읽지 않은 채로 그냥 덮어버리게 됐다. 당당하게 무언가를 비판하고, 또 거침없이 무언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을 여지없이 이 책에서 보여준 시오노 나나미. 그녀의 팬이라면 이 책이 반드시 반갑게 여겨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팬이 된다면 다시 읽어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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