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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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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일본 작가가 에쿠니 가오리다. 일본 문화에 묘한 거부감을 가졌던 나였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묘하게 가시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시를 잘라 준 작가 또한 에쿠니 가오리다. 그녀의 글은 설렁설렁한 느낌이다. 뭐 이런 게 글이 될 수 있어? 하는 의문이 들게 그녀의 글에는 왠지 모르게 힘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써간 흔적만 있을 뿐. 그래서 그녀의 책이 좋았고,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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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일본 작가가 에쿠니 가오리다. 일본 문화에 묘한 거부감을 가졌던 나였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묘하게 가시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시를 잘라 준 작가 또한 에쿠니 가오리다. 그녀의 글은 설렁설렁한 느낌이다. 뭐 이런 게 글이 될 수 있어? 하는 의문이 들게 그녀의 글에는 왠지 모르게 힘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써간 흔적만 있을 뿐. 그래서 그녀의 책이 좋았고, 그녀의 책을 읽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오래 되어서 일까? 뻔 한 느낌의 글과 잔잔한 스토리. 자연스러워서 좋았던 그녀의 글이 너무 흔해서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동안 그녀의 책은 읽지 않았다. 애써 왜면 했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참 묘하다. 강하고 임팩트 있는 글을 읽다보니 또 그렇게 편안한 글이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니...

 

그래서 이번엔 ‘우는 어른’이란 책을 선택했다. 어린 시절 나는 울보였다고 한다. 워낙 잘 울어서 엄마가 지겹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내가 언제부터 울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님 우는 것은 약한 모습의 또 다른 표현이라 생각했는지 나는 눈물을 거두고 말았다. 그렇게 메마른(?) 나로 살았는데 확실히 나는 나이를 먹어가는 모양이다. 가끔.. 아무 일도 아닌 일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일이 생긴 것이다. 머리에서는 눈물 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주책 맞게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럽게.

 

제목이 좋아 선택한 책인데... 여전히 에쿠니 가오리 스럽다. 이 책은 ^^

여전히 글에 강한 임팩트가 없고, 설렁설렁 쓴 것 같은 느낌이고, 그래서 읽는 내내 편안한 느낌. ‘나 글 잘 쓰는 작가야’ 라는 어깨의 힘이 없어 기분 좋은 책. 마음을 비우고, 머리도 비우면서 잔잔한 내 일상을 뒤돌아보고 싶다면 읽기를 권한다. ^^

 

책을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다른 장소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좋다. 다른 나라,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 그것은 즉 여행이다. (57) 이 말에 동의한다. 나는 외국이라곤 필리핀 세부 밖에 가 본 적 없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세계 일주를 하는 기분이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 중국, 북유럽의 여러 국가.. 책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도시들을, 그 많은 사람들을, 그 많은 시간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책읽기가 내 삶의 중요한 한 페이지이기를 바란다.

 

“누군가와 같이 여행하면서 이렇게 기분 좋기는 처음이군.” (116)

여행을 하면서 편안한 상대가 된다는 것. 이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솔직히 나는 자신 없다.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피곤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이런 말을 들으면 굉장한 칭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 주는 행복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살면서 착하다거나, 예의 바르다거나, 솜씨가 좋다거나 하는 말을 칭찬이라 생각했는데 어쩜 이런 말은 그 모든 것의 함축된 의미가 아닐까?

 

용기. 용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용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사는 데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증명할 수 없지만, 용기는 소모품이다. 날마다 필요하니까 날마다 공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점이 배짱과는 다르다. 배짱은 아무리 부려도 줄어들지 않는다. 뒤집어 말해서 공급할 수 없다. (197-198)

심히 공감 가는 말이다. 용기 있는 사람은 언제나 용기가 충전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제 3 자가 봤을 때 나는 굉장히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도 매일 아침 다짐하고 생각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 용기 있게 시작하자고.. 매일 매일 용기를 충전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용기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다짐한다고 해서 불쑥 생겨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습관으로 인해 매일 아침 나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니까.

 

어른이 된다는 건 여러모로 불편한 것도 많고, 삼가야 하는 것도 많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 때론.. 나만의 장소. 심신이 편안한 곳에서 신나게(?) 울어보는 건 어떨까? 뭘 그렇게 신나게 울어? 완전 시원하게...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4.01.07. 신고 공감 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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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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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글을 쓰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저자의 다양한 작품들이 하나 같이 차분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좋은데 우리에게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랑이야기도 그녀가 풀어내면 전혀 어색하지도 충분히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이번에 만난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우는 어른'은 '울지 않는 아이'를 발표하고 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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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글을 쓰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저자의 다양한 작품들이 하나 같이 차분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좋은데 우리에게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랑이야기도 그녀가 풀어내면 전혀 어색하지도 충분히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이번에 만난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우는 어른'은 '울지 않는 아이'를 발표하고 난 이후부터 5년 동안 쓴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울지 않는 아이도 우는 아이와 함께 읽었기에 그녀가 얼마나 섬세한 감성을 가진 작가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자신만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성장한 그녀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섬세하고 감성이 풍부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좀 더 그녀를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결혼할 때 남편에게 에쿠니 가오리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면 어떤 대답을 들었을까? 틀림없이 남편의 성격을 생각할 때 틀림없이 한소리 들었을 거 같다. 솔직히 다른 부부보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며 사랑하며 사는 그들의 모습이 살짝 부럽기도 했다.

 

나이 차이와는 상관없이 친구를 만드는 그녀의 친화력은 대단하다. 그녀의 아버지가 유학길에 오르는 그녀를 자신의 친구에게 부탁하고 아버지의 친구와 학교 다닐 때는 물론이고 귀국하고 난 이후에도 만남이 지속하고 있는 것, 다른 것은 몰라도 혼자서 술을 먹게 만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야기, 나는 비는 좋아하지만 천둥, 번개가 치는 것은 무서워서 싫은데 저자는 이런 날씨를 극도로 좋아한다 말한다. 부부 싸움을 한 후에 가게 되는 북 센터, 이를 잘 닦아서 약한 이 때문에 상아 이빨이 갖고 싶은 이야기, 나름 유명한 작가라고 알고 있는데 잘못 들어 선 길에서 보게 된 도시락 행렬... 에쿠니는 그 줄에 서서 도시락을 사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밖에서 식사를 한다. 너무나 소탈하고 스스럼없이 도서락을 사서 먹는 모습이 연상이 되어 그녀가 더 친구하게 느껴진다. 미망인이고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고 믿으며 혼자만의 여행이 좋다는 나이 지긋한 부인의 이야기... 나도 가족들과의 여행도 좋지만 혼자서의 여행을 좋아하기에 그녀의 활달한 이야기에 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이외에도 혼자서 운전하면서 겪었던 즐겁지 못한 기억, 갖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중에는 나도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했던 때가 떠올랐고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갖고 싶은지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의 정서에서는 쉽게 용인하기 아직은 어려운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남자들과의 교류가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아 에쿠니 가오리니까 가능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여자가 더군다나 결혼을 한 여자가 남자들과 친구를 한다는 것이 여전히 어렵고 쉽지 않은 우리 정서상 저자처럼 담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분위기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만큼 결혼과 함께 학창시절 알던 친구들과 멀어지고 이성과의 인간관계를 거의 끊고 살고 있는 나로서는 특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 안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자신의 색깔을 입혀 풀어낸 이야기에 빠져 읽었다. 다음 에세이는 언제쯤 나올지...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는 너무나 솔직하고 담백해서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q******5 2014.01.06. 신고 공감 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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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기쁨 The Joy of Marr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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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     이건 너   오랜만에 둘 다 토요일 오전에 스케줄도 약속도 없어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남편이 사과를 깎고 커피를 내리고 시리얼을 준비했다.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 장족의 발전.) 남편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웹서핑을 하는 동안 나는 남편 무릎을 베고 책을 읽는 중이었다. 오랜만의 여유다. 한참 재밌게 책을 읽고 있는데 카톡 알람이 울려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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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

 

 

이건 너

 

오랜만에 둘 다 토요일 오전에 스케줄도 약속도 없어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남편이 사과를 깎고 커피를 내리고 시리얼을 준비했다.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 장족의 발전.) 남편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웹서핑을 하는 동안 나는 남편 무릎을 베고 책을 읽는 중이었다. 오랜만의 여유다.

한참 재밌게 책을 읽고 있는데 카톡 알람이 울려 확인을 해보니 남편이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이건 나'로 보낸 사진 보고 빵 터졌다. 저게 우리 남편의 평소 모습이긴 하다.

('좌파를 위한 나라는 없다'. 아마 대개의 좌파들이 요즘 저런 표정이 아닐까 싶다.)

 

- 저 사진 속 코카스패니얼, 너랑 정말 닮았어. 네가 놀아줘 할 때 표정. 안 놀아줘서 심심해할 때 표정이랑.

 

남편이 웃는다. 남편이 배로 웃는 게 머리로 전해진다. 기분이 좋은가 보다.

 

- 내가 저래?

- 응.

- 오빠는 정말 저래.

- 나도 알아. 이해해주고 참아줘서 고마워.

- 무얼. 근데 나 방금 아메리칸 코카스패니얼에 대한 글 읽었는데. 우연치곤 신기하다. 잠깐만... 내가 읽어줄게. 지금 읽는 책이 에쿠니 가오리라는 여자가 쓴 산문집인데...

- 그게 누구야?

- 엄... 오빠가 알 만한 책으로는... 보자... <냉정과 열정 사이>

- 아, 그 사람. 그래 계속해봐.

- 어... 그 여자가 이 책 쓸 당시에 키우던 캐 이름이 '비'야. 비오는 날 데려와서 비라고 이름을 지었대. 근데 걔가 아메리칸 코카스패니얼이래. 잠깐만... 내가 아예 읽어줄테니 들어봐.

 

그런데 비는 좀 달랐다. 우아하기보다는 좀더 애교 있는 얼굴이고, 영특하기보다는 선해 보이는 눈에, 강아지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기운이 넘쳤다. 그러다 브루스 포글 박사란 사람이 쓴 책『코커스패니얼』을 읽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 책에 따르면 아메리칸 코커스패니얼은 본종인 코커스패니얼보다 이마가 크고 얼굴이 동그랗고 몸집이 다소 작으며, 털은 긴 비단실 같고, 애완견답게 기운이 넘친다고 한다. 이는 비국의 브리더breeder들이 새로운 견종을 개발할 때 유아적인 특징을 선택적으로 강조한 결과이며, ‘아메리칸 코커스패니얼은 앞으로도 오직 쇼를 위한 견종으로 번식하게 될 것이라고 쓰여 있어, 나는 놀라서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강아지를 놓고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개의 입장에서는 참극이다.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비의 모습이 과연 유아적이다.

, 아메리칸이었구나.”

나는 비가 더욱 사랑스러워지고 말았다. 비 오는 날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붙인 비라는 이름마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게다가, 아메리칸이라는 말의 왠지 모를 경솔한 울림을, 그러고 보니 나는 처음부터 싫어하지 않았다. (pp.14-15)

 

- 쇼를 위해 번식시킨 개라는 표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유아적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애. 동그랗고 작고 기운 넘쳐서 좋아. 킹 찰스 스패니얼는 뭐랄까... 너무 ADHD 같잖아. 나는 감당이 안 되거든. 명랑하고 사교적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과격해. 나는 아메리칸 코카스패니얼이 딱 좋은 것 같애. 애교쟁이. 응석쟁이 같은 느낌이잖아. 과격하게 들이댄다기보다는 포옥 안기는 사랑스러움이 있어.

- 너는 원래부터 동글동글한 거 좋아하잖아. 푸우도 그렇구.

- 어. 내가 '유아적'인가봐. 비에 대한 이런 메모도 있어. 이 메모 읽고 비가 너무 사랑스럽다 하던 차였는데... 이 사진들 보니 진짜 키우고 싶다.

 

비에 대한 메모

 

- 동백꽃을 좋아한다. 마당에 풀어놓으면 곧장 동백나무 아래로 달려가 땅에 떨어진 꽃을 먹는다.

- 혼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 드라이브를 좋아하는데, 차멀미는 하지 않는다(, 사람 무릎에 앉아 가는 조건으로).

- 빨리 달린다.

- 놀다 지치면 무릎에 달랑 올라앉아 만족스럽게 코를 드르렁 한 번 골고는 잠든다. 이 코 고는 소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들을 때마다 이 세상 소리가 아닌 것만 같아 나는 울고 싶어진다.

- 조금도 심술 궂지 않다. (pp.11-12)

 

- 동백 좋아하는 거 너 닮았다. 강아지가 동백 나무로 달려가 땅에 떨어진 꽃 먹으면 너 정신 못 차릴 것 같은데? 사랑에 빠져서. 그럼 나는 아주 찬밥 되겠다. 그럼 나... 정말 슬플 것 같애. 많이.

- 걱정마. 내 일 순위는 항상 오빠니깐.

- 정말? (진짜로 감동. 기뻐하는 감정이 전달된다.)

- 그럼~

- 잠깐만. 예쁜 사진 하나 더 발견했어. 보내줄게.

 

 

- 와, 귀여워. 완전 귀엽다. 정말 아메리칸 코카스패니얼 키워야겠다. 딱 내 스타일.

- 넌 원래 큰 개 좋아하잖아. 난 집 사면 시베리안 허스키나 알래스칸 맬러뮤트 키우려고 했는데.

- 큰 개도 좋긴 한데 내가 감당을 못할 것 같아. 작은 애들이 좋아. 얘는 정말 너무 예쁘다. 나중에 집 사면 키우자. 대신 배변 훈련 오빠가 잘 시키고, 청소도 오빠가 해야해.

- 알겠어.

- 에쿠니 가오리도 이런 이야기를 했어. 안심에 대하여라는 소제목을 단 글인데, 내가 큰 개를 못 키우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야. 사실 모든 생명을 키운다는 건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한 것 같아. 순간의 감정으로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

 

강아지들은 어쩌면 그렇게 온몸과 마음을 다해 기쁨을 표현할까. ‘지금이 전부라는 찰나적인 태도로 나날을 살아간다. 때로 나는 그런 강아지들의 체질에 위로받곤 한다. 강아지를 보면 앞일은 걱정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p.55)

 

어떻게 안심할 수 있니?”

위기감에 쫓겨 간혹 그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난 책임감도 없고 수입도 불안정하고 변덕스럽고 뭐든 대충대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안심할 수 있는데?”

강아지는 그 말을 듣고도 모르는 척한다. 물과 밥과 산책과 주인,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을 신뢰하다니 어떻게 된 거 아냐, 하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신뢰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괜찮아, 걱정 마, 하고. (p.56)

 

 

읽다보니 에쿠니 가오리는 푸우도 좋아한다. 어머나. 이런 취향은 오픈하기가 쉽지 않은데. (나도 온라인에서만 드러낸다. 아직 오프에서는 커밍아웃을 못 했다.)

 

나는 하루하루를 한결같이 즐겁게 살고 싶다. 곰돌이 푸처럼. 푸는 멋지다. 맛있는 꿀과 친구와의 교류, 그는 그 조촐한 즐거움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곰돌이 푸』이야기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것으로 가득하다. (p.30)

 

- 이 여자 푸우도 좋아해. 와, 호감간다.

 

한참 읽다 보니 이요르까지 언급한다. 와와와!

 

『곰돌이 푸』에 나오는 당나귀 이요르도 운치가 있다. 비관적인 면도, 철학적인 면도. (p.1777)

 

- 들어 봐. 이 글 참 좋다.

 

읽다가 남편한테 읽어준 글만 해도 여러 편이다. 대체로 아주 짧은 글이라 한 번도 읽어주기도 부담이 없다. 가령 이런 글은 한 문장도 빠짐 없이 다 좋다.

 

그 도시의 저력

한동안 뉴욕에 가지 않았다.

이렇게 쓰기만 했는데도 피부가 그 도시의 공기를 기억해내고 만다. 무엇보다 피부로 좋아하게 된 도시다. 보고 만지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도시의 소리와 냄새와 분위기와 기운 같은 것을 느낌으로써.

아주 오래된, 멋진 책방이 있다.

밝고 웅장한 미술관이 있다.

아름다운 다리도 많다(다리! 다리는 실제로 나를 매료한다).

맛도, 분위기도 좋은 레스토랑도 있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색채가 묘한 지역도 있다.

그리고, .

미국의 기차역은 유럽 대부분의 역만큼 우아하거나 아름답지도 않고, 오랜 역사나 박력이 있지도 않다. 천장도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기능적이고 그 나름의 역사가 있으며 다양한 이야기가 배어 있고 굉장히 멋지다. 커피와 도넛 냄새가 난다.

뉴욕은 아주 반듯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반듯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행해진다는 의미다. 뉴욕에는 바다도 있고 숲도 있고 콘트리트도 있다. 수많은 마천루 사이에 오래된 건물이 번듯하게 섞여 있고, 아주 일상적으로이 점이 중요하다. 아주 일상적으로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올바름, 그로부터 오는 안도감. 그 점은 아마도 바쁜 사람이나 한가로운 사람이나, 부자나 가난뱅이나, 노인층이나 젊은 층이나, 모두가 자신의 보폭으로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도시라는 점과도 연관될 것이다.

사계절이 전부 좋지만, 한여름과 한겨울이 특히 좋다.

한여름의 그 도시. 넘치는 햇살, 풍요로운 숲. 공기 입자 하나하나가 놀라우리만큼 생기발랄하다. 큰길에서는 믹서에 간 과일을 그대로 얼린 듯한 아이스 캔디를 판다. 수박 캔디에는 갈린 씨까지 들어 있다.

한겨울 그 도시의 메마른 공기, 갈 길을 서두르는 행복한 걸음걸음. 무수한 빛, 코트, 선물 꾸러미, 크리스마스 캐럴. 따스하고 넉넉한 밤. 사랑이라는 말이 미심쩍지 않은 점이 한겨울 그 도시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만 인생을 좋아하게 되고 만다. (pp.47-48)

 

 

반면 딱 한 문장으로 완전 매료되기도 한다.

 

현실과 그 바깥, 즉 일상과 그 바깥은 양말과 마찬가지로 금방 확 뒤집힌다. (p.41)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사람이어서 그런 소설을 쓰는 거구나, 산문들을 읽다 보니 저절로 이해가 간다.

나는 에쿠니 가오리가 나와 닮은 점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공통점도 많다. 가령 둘 다 커피와 책읽기를 좋아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점도 닮았다. 남성친구들과 잘 지내고 남편과 사이가 좋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목록을 만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레베카 브라운과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꼭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라기보다는 물체같은 질감을 가진 소설이라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해서 레베카 브라운을 꼭 읽어봐야만 할 것 같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장을 읽고 안 읽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한다. 주로 소설에 등장하는 미국이지만. 길버트의 소설에는 슬픈 미국, 평범한 미국이 그려져 있어 친근하다. 슬프고 평범한 미국. 광활하고, 현실과 질서가 뒤틀려 있고, 황량한. (p.210)

 

- 여보, 유튜브에서 캐럴 킹 좀 찾아봐죠.

 

글에서 언급하길래 유튜브에서 검색을 했는데 마침 앨범 전체가 올라와 있어 백만년만에 캐럴 킹도 찾아들었다. 이런 거 참 좋다. 이게 언제적 노래야. 아마 한동안은 계속 들을 것 같다뭐랄까. 외갓집 다락방에서 나보다 젊었을 때의 엄마를 발견한 것 같은 뭐 그런 기분이다. 그런데 그 여자가 지금의 나와 몹시 닮아 있는연결된 느낌이 주는 안도감.

 

- 나는 에쿠니 가오리가 나랑은 참 반대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통하는 부분이 많네. 읽다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 어. 네가 읽어준 부분들 좋다. 관념적이지 않아서 좋다. 정적인데 생동감이 느껴지네. 문장이 정갈하고.

- 그 표현 맘에 든다.

 

찾아보니깐 『울지 않는 아이』라는 산문집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함께 출간되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울지 않는 아이』는 에쿠니 가오리가 활동 초기에 쓴 8년 치 에세이를 모은 것이고, 그 책을 발표하고 나서 5년 동안 쓴 에세이를 모은 것이 『우는 어른』이다. 그러니깐 이 두 권의 산문집은 초기 에쿠니 가오리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울지 않는 아이』가 궁금해진다.

 

- 보니깐 나랑 유사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애. '울지 않는 아이'로 상징되는 조숙하고 애어른 같은 측면이라든지, 사랑 많은 부모와 안정감 있는 가정도 그렇구. 아마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다 보면 좀더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책도 도서관에 있으면 좋겠다.

- 응.

-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 이렇게 비슷한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왜 확연히 다른 어른이 되었을까? 그 말은... 어쩌면 나도 저 여자같은 성인으로 자랄 가능성도 있었을 거라는 거잖아. 가령 다른 시대에 태어났거나 다른 부모를 만났다면. 그런 게 신기해.

- 그치만 나는 지금의 네가 좋아. 너의 모든 경험과 너의 모든 성장과정과 너의 모든 것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지금의 네가.

- 오. 남편~ 나날이 감동적인 걸. 그 말, 참 따뜻한 선물 같아. 가만... 그런 비슷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잠깐만.

 

선물은 멋지다. 선물을 보내는 일도, 받는 일도. 특히 겨울의 선물은 멋지다. 마음이 따뜻해지니까. (p.73)


- 여보의 그 말은 아메리칸 코카스패니얼만큼이나 따뜻해. 멋진 겨울의 선물이야.

- 고마워.

 

에쿠니 가오리 덕분에 오랜만에 인상적인 토요일 오전을 보냈다.

총 네 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비가 세계를 싸늘하게 적시는 '라는 제목의 첫 번째 섹션의 글들이 가장 맘에 든다.

 

이렇게 읽는 데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읽어도 좋겠다. 행복감이 배가 된다.

 

마지막으로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선물 같은 문장. 이런 문장도 겨울 선물 같다.

 

깊은 밤의 아오야마 북 센터

부부싸움은 늘 한밤중에 한다. 낮에는 같이 있지 않으니까. (p.66)

 

아오야마 북 센터는 아침까지 문이 열려 있다.

나는 곧장 택시를 타고 롯폰기로 갔다. 한밤의 도로는 한산해서 15분이면 도착한다. 유리창 밖으로 넘치는 빛, 들어가면 바로 앞에 쌓여 있는 잡지, 밤중에도 어김없이 기능하는 장소, 저마다 다른 생활을 하는 낯선 사람들. 나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안도한다. 안전지대로 뛰어들었다는 느낌. 책 냄새를 한껏 들이마신다. (p.67)

 

책방에서는 마음이 차분해진다. 갖고 있는 책, 갖고 있었던 책, 옛날에 몇 번이나 거푸 읽었던 책, 읽지는 않았지만 자주 봐서 아는 책.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지인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겹고 과묵한 지인들. (p.68)

 

초등학생 때, 쉬는 시간에 밖에서 놀고 싶지 않아 몰래 도서실에 가곤 했다. 특히 여름에는 자주. 도서실은 햇볕이 들지 않아 서늘하고 철근 콘크리트 냄새와 책냄새가 섞여 있었다. (p.68)

 

북 센터에서 나와 왼쪽으로 걸어가 아이스크림 가게 모퉁이에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 똑바로 계속 걸어가면 내가 다녔던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나온다. 빨간 벽돌담, 창문마다 걸려 있는 밋밋한 하얀 커튼, 2층 저 창문 안은 교무실이다. 학생 무렵에는, 부부싸움을 한 끝에 이런 곳을 어슬렁거리게 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 그럭저럭 지친 나는 택시를 잡든가 첫 전철을 타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파르스름하게 홀가분해진 몸으로. (p.69)

 

- 난 에쿠니 가오리가 상당히 여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약간 허영심도 있고 예민하고 섬세한. 그런데 이 문장을 읽다 보니 이 사람, 지적이고 과묵한 남자친구 같은 느낌이야. 결코 친해질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사람과 친해진 것처럼 아주 기분이 좋다. 솔직히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이나 편견 같은 게 있거든. 보통의 독자들에게는. 근데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오해했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 이 사람, 좋다. 친구하면 좋을 것 같아.

 

책방에서는 마음이 차분해진다. 갖고 있는 책, 갖고 있었던 책, 옛날에 몇 번이나 거푸 읽었던 책, 읽지는 않았지만 자주 봐서 아는 책.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지인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겹고 과묵한 지인들. (p.68)

 

- 응. 그나저나 아메리칸 코카스패니얼은 꼭 사자. 언제 살까?

 

 

* 리뷰의 제목으로 사용한 '결혼의 기쁨'은 에쿠니 가오리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레베카 브라운의 단편 소설로,『밤의 자매단』에 수록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리뷰의 전반적 내용과 제목이 잘 부합하는 것 같아 제목으로 사용했고, 번역 소설 같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제도 병기했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5.01.30.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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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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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을 읽다.. 밤새도록 번갈아가며 통화를 했다는 에쿠니짱의 글을 보면서.. 부럽고 씁쓸했다. 궁극의 두려움에 노출되었을 때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다는 욕망은 일지만, 그 욕망이 닿을 곳이 없어 이내 절망하고 만다. 전화할 곳이 없는 것이다. 내 핸드폰 속에 저장된 수십에서 백여 개에 달하는 번호들 사이에서 무조건적으로 믿고 전화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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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을 읽다.. 밤새도록 번갈아가며 통화를 했다는 에쿠니짱의 글을 보면서.. 부럽고 씁쓸했다. 궁극의 두려움에 노출되었을 때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다는 욕망은 일지만, 그 욕망이 닿을 곳이 없어 이내 절망하고 만다. 전화할 곳이 없는 것이다. 내 핸드폰 속에 저장된 수십에서 백여 개에 달하는 번호들 사이에서 무조건적으로 믿고 전화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다. 마음은 없고, 번호만 남아 있다.

이렇게 누군가와 절실히 이야기하고 싶지만 걸 수는 없는 날.. 나는 아주 깊이.. 그리고 아주 슬프게 좌절한다..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새삼 좌절스럽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온갖 쾌락 뒤에, 잔다는 쾌락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거다. 에쿠니짱의 삶의 신조.. 가령 어떠한 우울한 날에도 최소한 '잔다'는 쾌락은 남아 있는 셈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잘 '우는' 아이였다. 지금은 좀 덜 '우는' 어른이 되었다.

우는 것이 싫고 창피해서.. 애써 딴 생각도 하고 이도 악물고 버텨보지만, 참아지지 않았다. 나올 눈물은.. 끝끝내 다 나와야만 그칠 수 있는 것이다.

참 많이도 울었고, 여전히 잘(??) 울지만.. 나는 안구건조증 환자다.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이 없대나~ 어쨌대나~;;;

어차피 흘릴 눈물이라면..  부끄럽지도 창피하지도 않은 그런 눈물이었음 좋겠다. 적어도 스스로에게만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우는 어른>이다. 이래서 내가 에쿠니를 좋아하나~^;;ㅋ

 

 

p.15

그러다 떠오른 일이 있다. 열두 살 때 일이다.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 강아지가 있었으면 좋겠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아빠가 딱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고 했다. 그런 때 부모는 보통 날마다 산책을 시켜야 한다, 먹이를 주고 대소변 치우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등, 살아 있는 동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책임을 가르치려 한다고 소설이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읽고 보았는데, 아빠는 다른 말을 했다.

외로움 타는 외톨이 여자처럼 강아지에게 지나치게 애정을 쏟아서는 안 된다. 강아지는 언젠가는 죽는다. 그때, 고독하고 히스테리컬한 여자처럼 울고불고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 아빠는 그렇게 말했다.

 

p.30

제목도 저자의 이름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데, 언젠가 읽었던 책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온갖 쾌락 뒤에, 잔다는 쾌락이 아직 남아 있다.'

이건 거의 내 삶의 신조다. 뒤집어 말하면, 가령 어떤 우울한 날에도 최소한 '잔다'는 쾌락은 있는 셈이다.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행복이나 쾌락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는가 하는.

 

p.46

나는 잇달아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끊고는 다시 걸고, 끊고는 또다시 걸었다. 모두들 일하는 중이라 바쁜 것 같았지만 "뭐! 밀라노에서 거는 거야?" 하고 괴성을 질렀고, 나는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안도했다. 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운 목소리 하나하나가 내 신경을 어루만지고 치유해주었다.

그렇게 아침이 될 때까지 계속 국제 전화를 걸었던 그 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밤새도록 곁에 있어주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멀리 있는 사람들이 번갈아 해주는, 그런 상황이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p.112

그는 세상에 '절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관적인 '절대'라도 상관없어, 하고 나는 설명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절대'가 아니라도 상관없어. 나중에 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어도 상관없고. 그 당시 '이것이 절대 옳다'고 생각되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말이야.

설명하면서 나는 슬퍼지고 말았다. 아직 어른이 덜 된 남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말할 때 몹시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말투 역시 그렇다. 과거에 나는 그런 게 겁났다.

 

p.124

머뭇거리고, 삼간다는 것. 이런 일은 할 수 없다는 경계선이 있다는 것. 그런 게 남자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하면 여자다움, 어느 쪽이든 오늘날,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 그러니까, 인간성의 붕괴.

 

p.224

고바야시 기세라는 사람의 문장은 치졸하리만큼 직설적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여행지의 경치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바람을 있는 그대로 보내주는 듯한 문장이라고 할까.

방랑이라고 해도 좋고 도피라 해도 좋다. 수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각자의 가정, 각각의 여행. 거기에 공통적으로 새겨져 있는 것은 사람 하나분의 무게다. 그것은 고독이라 할 수도 있고 자유라 할 수도 있다. 사람 하나분의 무게. 모두가 그것과 마주하고 있다.

 

YES마니아 : 로얄 j*******7 2013.12.26.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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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우는 어른
"[에세이] 우는 어른" 내용보기
요즘같은 정보화 사회에 희한한 것은 그렇게 많이도 쏟아지는 정보가 다양하고 많은데, 늘 1, 2위 순위권에 들어있는 정보는 유명인들의 사생활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유명인들은 어찌사나 궁금한 것이 우리라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건데, 나 또한 그런 기사를 열심히 찾아보니 뭐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가 어찌 살고 있는지는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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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정보화 사회에 희한한 것은 그렇게 많이도 쏟아지는 정보가 다양하고 많은데, 늘 1, 2위 순위권에 들어있는 정보는 유명인들의 사생활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유명인들은 어찌사나 궁금한 것이 우리라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건데, 나 또한 그런 기사를 열심히 찾아보니 뭐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가 어찌 살고 있는지는 그녀가 쓴 이 에세이를 보고 조금이나마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펴게 되었다.

 

그녀의 초기 활동시절 쓰인 '울지않는 아이'에 이어 5년간의 삶을 쓴 에세이가 이 '우는 어른'이라고 했다. 잘 울던 아이가 어찌 울지 않는 아이로 변했고, 다시 우는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그녀의 감성의 성장이 차분하게 씌여진 책이다. 가끔 등장하는 사진은 그녀의 차분한 감성만큼이나 모두들 차분한 분위기의 사진이다. 그녀가 사랑하는 개, 버터, 야경, 손수건, 가게의 사진과 장애물달리기 사진까지도 어쩌면 그리도 차분한 분위기인지...

 

우는 어른이 된 그녀는 남편과 싸우면 지갑만 들고 집을 나와 갈 곳이 없어 헤매기도 하다 이젠 밤새하는 북센터를 찾아내기도 하고, 손수건을 좋아해 가끔 이쁜 손수건을 사는 것으로 쇼핑 욕구를 채울줄도 알고, 추리 소설을 좋아하게 되었고, 욕조에서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성친구와 여성친구의 편한 점을 구분할 줄 알고 남성친구가 편한 시점과 남편보다도 남성친구에게 부탁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는 그런 사람이다.

 

읽을수록 그녀의 단정하고 기품있게 느껴지는 성격에 빠지게 되는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이자 그녀의 팬을 위한 서비스이기도 한 책이다.

 

j*****7 2014.01.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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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감성적 에세이들 [우는 어른] 에쿠니 가오리 지음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적 에세이들 [우는 어른] 에쿠니 가오리 지음" 내용보기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을 꽤 여러 권 읽었다. 내면의 결핍을 겪는 여인들이 다양한 연령대로 등장하는데,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감성적인 듯도 해서 메마른 내게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일본 소설들에서 많이 보이는 성적 개방성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의 소설에는 그다지 몰입하지 못하던 내가 쏙 빠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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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을 꽤 여러 권 읽었다. 내면의 결핍을 겪는 여인들이 다양한 연령대로 등장하는데,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감성적인 듯도 해서 메마른 내게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일본 소설들에서 많이 보이는 성적 개방성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의 소설에는 그다지 몰입하지 못하던 내가 쏙 빠진 것이 있었으니, 그의 에세이들이다. 생활의 냄새가 쏙 빠진 채, 글을 쓰는 사람은 아마 이렇게 살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의 삶이 그의 에세이들에 가득 들어 있다. <우는 어른>(2013, 에쿠니 가오리 지음, 소담출판사 펴냄)이었다. <울지 않는 아이>에 이은 책이라고 하는데, 꼭 같이 읽지 않아도 된다. <우는 어른>은 어디를 펴서 읽어도 괜찮은 에세이집이니까.

 

'비가 세계를 싸늘하게 적시는 밤', '남성 친구의 방', '갖고 싶은 것들', '햇살 내음 가득한, 어슴푸레한 장소' 같은 소제목들이 원문 그대로인지, 우리나라에 번역되면서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의 감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추억, 다양한 외국 여행들의 이야기, '네가 부르는 노래는 어째 다 불가佛歌로 들리는구나'(174쪽)라는 말을 아빠에게 종종 들을 정도의 노래 솜씨, 다양한 책들에 대한 책 말미의 서평들까지. 부부 싸움을 하고서 밖으로 뛰쳐나가서는 아침까지 문을 여는 서점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그의 모습까지. 매일 두 시간씩 목욕을 하면서 책을 읽고, 보통 과일을 주식으로 하는 그의 일상까지.

 

청소하고 빨래하고 반찬 만들고 아이와 씨름하는 그런 일상은 그에게 없다. 대신 음악과 책과 '남성 친구'와 여행과 추억이 있다. 만들어진 것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작가의 삶에 대한 환상을 충족한다.

y*****9 2014.03.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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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오랜만에 그녀의 감성을 만나다
"우는 어른. 오랜만에 그녀의 감성을 만나다" 내용보기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님의 에세이를 읽어 보았어요       요즘 좀 자제하는 게 이 정도일만큼 저는 거의 일본소설 덕후라고 할 정도인 사람이랍니다. ^^;; 특히 열심 책읽기를 시작한 초반인 2006년 말~2008년이 심했었는데요, 그땐 뒤늦게 책읽기에 빠졌던지라 한 작가님을 알게 되면 전권을 탐독하곤 했었지요. 대부분의 일본작가들을 그때 알게 되었고, 그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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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님의 에세이를 읽어 보았어요

 

 

 

요즘 좀 자제하는 게 이 정도일만큼

저는 거의 일본소설 덕후라고 할 정도인 사람이랍니다. ^^;;

특히 열심 책읽기를 시작한 초반인 2006년 말~2008년이 심했었는데요,

그땐 뒤늦게 책읽기에 빠졌던지라

한 작가님을 알게 되면 전권을 탐독하곤 했었지요.

대부분의 일본작가들을 그때 알게 되었고,

그때 시작된 의리(?)로 꾸준히 지금까지 읽어오고 있네요 ㅎㅎㅎㅎㅎ

 

 

에쿠니 가오리님도 그때 알게 된 작가님이시지요.

하지만 처음 만나 본 <도쿄타워>는 정말 제 취향이 아니었다는 거~ 

심지어 그 책은 제가 첫번째로 읽은 '일본소설'이었는데요,

도통 그들의 문화가 이해되지 않아서

아, 일본소설은 못 읽겠다.. 뭐 이런 생각까지 했었어요.

 

 

그 후 한 번 더? 란 생각에 읽게 된 <반짝반짝 빛나는>의 그 분위기와

에세이집 <울 준비는 되어 있다>의 느낌이 좋아서

결국은 찾아 읽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책 뒷 날개의 작가님 목록을 보니 한 편 빼고는 다 읽었군요? ^^;;;

 

 

그러다 최근 소설들은 습관적으로 읽을 뿐 사실 큰 감흥이 없었던지라

활동 초기에 쓴 에세이를 모은 <울지 않는 아이>와

그 후 5년 동안 쓴 에세이를 모은 <우는 어른>의 출간소식을 듣고도

첨엔 그닥~ 뭐 이랬었죠.

 

 

그러다 다른 분들 리뷰를 읽으니 호평일색.

뒤늦게 저도 찾아 읽게 되었는데, 하~ 진짜 좋네요.

읽으면서도 읽고나서도 좋아요.

달리 표현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아, 이 저질 표현력 ;;;;;

하여튼 좋습니다. 후훗~

 

 

특히 기억하고픈 문구가 많아서 좋았어요.

어떤 감정이나 상황을 직설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특유의 비유로 설명하는 가오리님의 표현법이 특히 좋았던 책입니다.

아, 어떻게 저런 식으로 표현을 할까?

역시!! 작가구나. 라는 감탄이 절로 들었던 문구들!!

 

 

 

저처럼 그간 에쿠니 가오리님의 소설에 살짝 실망해왔던 분들이시라면

더더욱 맘에 들어하실 에세이라고 생각해요.

 

가오리님을 좀 더 가깝게(?) 느껴볼 수 있기도 하구요.

 

소소하지만 행복한 것에 관심이 많은 그녀.

부부싸움후엔 밤늦게라도 북 센터에 달려 가는 그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겨울선물을 좋아하는 그녀.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들을 '남성친구'로 만들어버린 그녀.

치아가 약한 그녀.

운전능력이 없는 그녀.

등등등

 

 

맑은 차 한 잔과 함께 하면 너무 딱!! 일 것 같은

<우는 어른> 이었습니다.

세트로 인식되는 <울지 않는 아이>도 넘넘 궁금해지네요 ^^

 

 

나를 뒷받침해주는 아지트가 있고,

거기에는 내 전유물이-남편이든 아내든-있고,

그런 상황에서 여기저기로 다니는 게 좋지 않나요? p.80

 

딱!! 요즘 제 마음이라 제일 와닿았던!!

근데 이건 에쿠니 가오리님의 말씀은 아니고,

가오리님이 만났던 다른 분이 하신 말씀이예요

 

 

빚 하나가 빚 하나로 유지되는 청결함이,

남성 친구들에게는 있다. p. 102

 

그는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버릴 각오는 되어 있다.

여행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런 것이다. p.118

 

누구든 한 인간 앞에서만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상황.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찰나적이지 않아도 되는 사황,

굳이 온갖 곳에서 진심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p. 131

 

시간의 흐름이란 잔인한 것이지만, 때로 멋진 일도 선사해준다.5

우정에 있어서는 특히. p.136

 

사치란 원래 일상에서 부리는 것이다. p.189

 

 

 

k*****8 2014.02.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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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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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선보인 지 5년이 지나 에쿠니 가오리의 <우는 아이>라는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에쿠니 가오리는 남성 잡지 첫 연재였던 '남성 친구의 방'을 중심으로 나날의 생활과 여행, 책에 얽힌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나는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현실적인 행위로 우느냐 안 우느냐는 차치하고, 어른이란 본질적으루 '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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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선보인 지 5년이 지나 에쿠니 가오리의 <우는 아이>라는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에쿠니 가오리는 남성 잡지 첫 연재였던 '남성 친구의 방'을 중심으로 나날의 생활과 여행, 책에 얽힌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나는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현실적인 행위로 우느냐 안 우느냐는 차치하고, 어른이란 본질적으루 '우는' 생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울 수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울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진정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녔다는 것이겠죠. 나는 '울지 않는 아이'였던 자신을 다소는 듬직하게 여겼지만, '우는 어른'이 되어 기쁩니다."

 

책 <우는 어른>의 첫번째 이야기는 에쿠니 가오리의 반려견인 아메리칸 코커스파니얼 '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내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와 똑같은 견종이여서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비는 안하무인이다. 꾸밈없이 안하무인만큼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도 없다. 하지만 나는 감동에 겨워 비를 찬양한다.

몹시 우습게 들린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말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의사소통하는 데 서툴다. 말을 굳게 믿는 탓에 비에게도 그만 말을 하고 만다. 말을 건네기도 하고 질문도 하고, 그런 데다 최대한 비의 의지를 존중하고 싶어 한다. 그 결과, 나는 비에게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에쿠니 가오리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나는 언제나 불량했고, 지금도 물론 불량하다'고 말한다. 어둠 속에서는 눈과 마임이 더욱 맑아져 사물이 분명하게 보이는 기분을 이야기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말이 눈길을 끌었다.

 

"가령 머리에 물을 들이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이상한 약을 먹어보거나 남자애들이랑 어울려 놀다가 근신, 혹은 정학 처분을 받는 것을 불량하다고 한다면, 나는 학교에 다닌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불량했던 적이 없다. 하지만 본질적인 의미에서 나는 언제나 불량했고, 지금도 물론 불량하다. 어른이 되어서야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불량은 빛을 좋아한다. 빛에 안도한다."

 

이 책에는 에쿠니 가오리가 이야기하는 남성친구라는 테마의 글들이 등장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과거 사랑했던 남자들은 한 사람을 제되하고는 전부 남성 친구가 되었다고 말한다.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되려면,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는 서로에게 조금도 미련이 없을 것. 다른 한 가지는 양쪽 다 행복할 것. 행복이란 애매한 말이기는 하지만....... 즉, 제대로 살고 있을 것. 일이든 친구든 가정이든 연인이든, 아무튼 자신이 있을 곳을 갖고 있을 것. 그러면 오랜 만에 만났을 때 가공의 존재처럼 처신할 수 있다. 편하지만 현실적으로 얽히지 않는 상대."

 

책 속에는 '갖고 싶은 것'이라는 테마로 에쿠니 가오리가 쓴 글들이 등장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갖고 싶ㅍ은 것으로 세 가지 소원, 우물, 상어 이빨, 모자, 하늘이 내려준 가창력, 당나위, 능수버들 같은 허리, 운전 능력, 앛미 먹는 방, 언제나 옆에 있어주는 남자, 하이디처럼 선한 마음 등 여러가지를 썼다. 그 중에서 에쿠니 가오리는 마지막으로 용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용기. 용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용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사는 데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증명할 수 없지만, 용기는 소모품이다. 날마다 필요하니까 날마다 공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점이 배짱과는 다르다. 배짱은 아무리 부려도 줄어들지 않는다. 뒤집어 말해서 공급할 수 없다.

용기를 공급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는다. 모두 용기가 샘솟는 일이다.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지면 사람은 용감해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신뢰, 그것이 없으면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 무언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 그래서 종교가 있는 사람은 용감해지기 쉽다. 부럽다."

 

'하이디처럼 선한 마음'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말에 동감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하이디처럼 선한 마음이 있었다면 자신의 인생이 전혀 달라졌으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악의가 없다는 것은 겉으로는 알 수 없는 속사정도 없다는 뜻이니까 소설은 쓸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소설 따위 쓰지 않아도 삶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줄곧 하이디처럼 선한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원고를 쓰면서 정말 그걸 원하는지 불분명해지고 말았다는 그녀의 생각 또한 공감한다.

 

"하이디처럼 선한 마음을 원한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리 선하지 않다. 아마도, 자신을 타인과 구별하지 않는 하이디의 마음이 부럽다. 보통은 이 둘을 구별한다. 그리고 타인보다 자신을 조금 더 믿기 때문에 타인을 대할 때는 애써 조금 더 선하게 군다. 그런데 하이디는 다르다. 타인을 믿는다. 깐깐한 잔소리꾼 로텐마이어 씨도, 조금은 응석받이인 클라라도, 배움이 없는 피터도, '적이 되기는 무섭지만 한편이 되고 싶지는 않다'며 동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할아버지도. 아마도 자신이 반듯하기 때문에 타인을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안에 악의가 없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다. 하이디의 선함은 곧 하이디의 강함이다."

YES마니아 : 로얄 s*****0 2013.12.30.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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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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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였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바쁜 나에게 다시 삶을 뒤돌아보는 여유를 준 것 같다. 그냥 정제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 현실 그리고 이상을 써내려간 것 같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중심을 엿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을 열어놓았지만 무엇인가 잠겨 있는 듯한 그리고 누구나 찾을 수 있지만 또한 그렇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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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였지만오늘을 살아가는 바쁜 나에게 다시 삶을 뒤돌아보는 여유를 준 것 같다그냥 정제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현실 그리고 이상을 써내려간 것 같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중심을 엿 볼 수 있었다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을 열어놓았지만 무엇인가 잠겨 있는 듯한 그리고 누구나 찾을 수 있지만 또한 그렇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그러나 그 가운데서 저자의 중심은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세련되게 때론 아주 직설적이고 투박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에세이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특별히 이 세상의 좋은 것아름다운 것에서 그림과 문장에 대해 언급한다저자가 생각하는 청결함이란 바로 그림이다자신이 작가이지만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한다그 이유는 그림은 사소한 것을 사소한 그대로 가둘 수 있다그럴 수 있음의 청결함을나는 때로 간절히 소망한다그냥 거기에 있을 뿐인 … 확대도 축소도 없고 농축도 희석도 없이 이 세상의 좋은 것아름다운 것을 모두 그려놓았다.”(p29)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사소한 것보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것을 소망한다그냥 있는 것 보다는 무엇인가 하려고 한다확대도 해보고 축소도 시켜보고 요리저리 무엇인가 변형을 가함으로서 아름답게 만들려고 한다그것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한신 타이거는 픽션이다.”에서는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대모험이다끝나고 나면 모두 흩어지는 꿈그 찰나적인 느낌이 뭐라 말할 수 없이 좋다내가 마치 롯데 자이언츠를 믿는 것처럼 저자는 아무리 한신이 큰 점수차로 지고 있어도 역전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이대로 끝날 수 없다라는 그냥 믿는 믿음을 한신 타이거에 있다그래서 이미 저자에게 한신 타이거는 현실을 넘어 현실을 초월한 존재와도 같은 것이 되었다.

 

 왜 제목이 울지 않는 아이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그러나 딱히 책을 읽을 때 까지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그리고 아직까지도 여전히 왜일까라는 궁금함은 지울 수 없다그러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의 저자의 글을 통해서 조금씩 변해가는 저자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그리고 그런 저자의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마치 바쁜 일상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 발버등 치는 나의 현실을 볼 수 있었고 이러한 현실을 초월해 가는 저자의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이 작품은 저자의 작가 초년병시절의 에세임을 짐작할 때 자신의 위치와 영약을 확고히 하려고 했던 자신의 의지속에서 울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모습이 아니였나 생각해본다.

d***d 2014.06.0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는 어른-에쿠니 가오리]당신은 울수 있는 어른인가요?
"[우는 어른-에쿠니 가오리]당신은 울수 있는 어른인가요?" 내용보기
문학작가의 에세이를 읽고나면 그 작가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때가 있다. 에초에 좋아하던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작가의 심리나 관념들을 깊히 이해하고 더 좋아질 때가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우는 어른은 뭐랄까 가오리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젔다고 해야겠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소설들은 언제나 조용한 새소리같은 이미지였다. 우는어른은 분명 그녀
"[우는 어른-에쿠니 가오리]당신은 울수 있는 어른인가요?" 내용보기
문학작가의 에세이를 읽고나면 그 작가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때가 있다. 에초에 좋아하던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작가의 심리나 관념들을 깊히 이해하고 더 좋아질 때가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우는 어른은 뭐랄까 가오리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젔다고 해야겠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소설들은 언제나 조용한 새소리같은 이미지였다. 우는어른은 분명 그녀가 쓴 것이지만 정말 그런 소설을 쓴 작가가 아닌듯한 느낌이었다. 뭐랄까 과장된 이미지속에 그려지는 소설가에 가까운듯 하다. 그리고 더 친근해지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기지고 있기도 해서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면도 많다는 걸 알게되었다. 여러가지 이미지로 화장만 하던 사람의 맨얼굴을 본것 처럼 그녀의 맨얼굴은 실망보다는 화장했을 때와는 또다른 이미지를 주었다. 좋다 싫다고 양분한다면 좋은 쪽인 것이다. <우는 어른>은 에쿠니 가오리 작품활동 초창기에 쓴 5년동안의 소소한 기록이다. 일상에서의 상념들이나 일기같은 기록들, 여행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면서 기록했던 것인데 소소하고 짦막한 기록들은 그녀의 소설과도 닮아 있다.

그녀는 잘 울다가 초등학교때 울지안는 아이가 되었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울수 있는' 어른이 되어서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니게 되어 기쁘다고 한다. 어릴 때와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난 어릴 때나 지금이나 잘 우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수도꼭지처럼 줄줄 잘 우는 아이었고 지금은 울고 싶은 마음은 수시로 들지만 안도하며 울수 있는 장소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말대로라면 난 아직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했고 자신만의 세계도 구촉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글펐지만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했다. 가끔 내 자신이 피터팬이 된것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었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자신만의 네버랜드에 사는 몸만 큰 아이말이다. 네버랜드의 바깥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나만 성장을 멈춘 것 같은. 어른이 된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시간이 가고 있었지만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었인지에 대한 생각은 깨달음을 넘어서 조금이나마 어른으로 갈 수 있는 미로같은 길에서 나침반이 되어줄 것 같았다. 분명 그녀는 안도하며 울 수 있는 장소를 지닌 그녀만의 세게가 구축된 어른이니까. 그러면서도 안도할 수 있었던건 나도 공감할 수 있는 그녀의 생각들이 있다는 것에서 나도 언젠가는 울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다른 장소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좋다. 다른 나라,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 그것은 즉 여행이다. 욕실은 내가 무수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p57

원고 쓰는 일을 포함해서, 세상 대부분의 일은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다. 또박또박 해도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또박또박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깔끔하게 끝날 수 없는데 해야하는 일도 있다. 그건 해안이 없는 바다를 헤엄치는 거나 마찬가지다. p59

하지만 내 생각에, 남자에게 여자는, 여자에게 남자는 애당초 서로가 판타지다. 언제든, 그 누구에게든, 살아간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그러니 가끔은 판타지로 도피해도 좋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고 싶다. p140-141

용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용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사는 데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증명할 수 없지만, 용기는 소모품이다. 날마다 필요하니까 날마다 공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점이 배징과는 다르다. 배짱은 아무리 부려도 줄여들지 않는다. 뒤집어 말해서 공급할 수 없다. p198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또다른 면을 볼 수 었었던 이 에세이는 자신이 진정 울 수 있는 어른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f*******7 2014.01.1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