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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정말 좋아했다. 호텔 선인장, 냉정과 열정사이를 시작으로 특히 좋아했던 낙하하는 저녁까지. 큰 사건은 없지만 잔잔하고 서정적이고 그녀가 즐겨 쓰는 문장인 ‘청결하다’라는 느낌이 물씬 났다. 근데 어느 순간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서 신간이 나와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번에 책을 구매한건 정말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였다. 여전히 그녀의 소설처럼 조용한 호수 같은, 그러면서도 수수께끼처럼 애매한, 왠지 그리운 향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처음 소설을 읽으며 당황했다. 왜냐면 갑자기 중간이 문장이 끊겨서 혹시 이거 파본인가? 교환 받아야 하나? 생각했는데 소설 속 소설이었다. 한 번에 두 가지 소설을 읽어가는 느낌이랄까. 흥미로우면서 가끔 헷갈리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 왜 이런 방식을 넣었을까 의문도 갔고. 주인공 미노루는 물려받은 재산이 너무 많아 집에서 좋아하는 책만 읽고 취미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한다. 또한 자신의 자식이 아님에도 유마라는 아르바이트생이 불륜남과 낳은 아이에게 양육비를 주고 살집도 마련해주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인생을 산다. 그는 한때 아내도 있었지만 그의 아내 나기사는 책속에 빠져 사는 미노루에게 질려 평범한 인생을 찾기 위해 이혼을 하고 직장후배였던 남자와 재혼해 평범한 가정을 꿈꾸며 살아간다. 미노루의 절친한 친구 오타케는 세무사로써, 그의 모든 재산을 관리해주고 있으며, 요즘은 어리고 예쁜 아내와 달콤한 신혼생활에 푹 빠져있다. 매일 아내에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문자로 보내고 일을 하면서도 아내가 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들인 치카와 사야카. 그녀들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동성커플이다. 아버지를 이어 음식점을 운영하는 치카. 치카의 발톱이 완두콩 색임을 알고 있는 학교 선생님 사야카. 그녀들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와 서로에 대한 애정, 사랑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미노루의 호적에 올려놓고 그의 도움을 받는 유마, 유마의 친구이자 미노루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가게의 아르바이트생인 아카네. 그리고 미노루의 누나이자 독일과 일본을 오가며 사진을 찍는 자유로운 영혼 스즈메, 한때 미노루의 아내였던 나기사, 미노루와 나기사 사이에 태어난 하토까지. 마치 인생 언저리에 있는 듯, 조용하면서 분명한 색채를 띄지 않은, 그렇지만 또 나름 아름답게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소설 속 소설의 주인공인 라스, 안나, 오라프, 나탈리아 역시 저물 듯 저물지 않는 어둠 또는 낮처럼 어지러이 생을 살아가는 중이었다. 저물 듯 저물지 않는 이 소설은,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사람을 끄는 에쿠니 가오리의 특유의 감성, 특유의 소설 그 자체였다. |
| 나름대로 오랫동안 에쿠니 여사의 책들을 읽어 왔다고 자부한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문체가 어떻다느니" 라던가 "서술방식이 절묘하다" 는 등의 "문학적 평가를 표현하는 언어" 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이런 나이지만 에쿠니 여사의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느낀 점은 "인간관계를 주력 소재로 내세운 전개가 굉장히 능숙하다" 는 점이다. 모든 소설에서 인간관계는 당연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뭐랄까 에쿠니 여사는 범상치 않은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때로는 뻔히 보인다 싶은 인간관계도 매우 흥미롭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해보인다. 이번 작품도 범상치 않은 환경의 미노루를 1번 타자로 내세운 뒤 마치 감독이 야구의 타순을 짜는 듯이 풀어나가는 장면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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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에쿠니닷! 이라고 입에서 말이 나옴과 거의 동시에 손은 이미 인터넷창을 통해 결제를 하고 있다. 거의 본능이다. 어떤 내용이고, 어떤 스타일이고, 누군가들은 이 책이 이랬다더라~는 평을 보기도 전에 그냥 손이 먼저 반응한다. 그리고 나서 내 반응은 또 이렇다. 앗! 또! 주문부터 해버렸네..^;;; 내게 에쿠니는 그런 작가다. 그런 에쿠니의 신간을.. 이번에는 좀 오래 읽었다. 실은.. 갈수록 조금씩 더 오래 읽게 되고 있다. 스무살 처음 읽었을 때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 게 당연했었는데.. 요 몇 년전부터는 2~3일 내지 일주일까지도 읽을 때도 있었고, 이번 신간은 꼬박 한달이 걸렸다. 뭐.. 그렇다고 해서 매일 몇 장씩 그렇게 한달은 아니였다. 에쿠니의 신간보다 우선하게 된 책이 생겨버린 거다. 도저히 읽지 않고서는 못 베길.. 그런 책이.. 그 책을 다 읽고서 바로 이 책을 마저 읽었다. 다 읽고 잠깐 멍~.. 소설 속의 소설 때문에 도저히 한 권을 읽은 기분이 아니다. 3권을 읽었는데.. 셋 다 앞 뒤 없이 중간만 읽은 것만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조금 뭔가 찝찔하게 아쉬운데.. 채울 수가 없다. 헌데 또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만다. 에쿠니니까. 그녀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담담함은 그 어떤 이야기에도 나를 바로 수긍하게 만든다. 읽으면서 <낙하하는 저녁>이나 <반짝 반짝 빛나는>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책들을 읽었을 때의 마음과 지금 <저물 듯 저물지 않는>을 읽을 때의 내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20년이 가까운 세월이 지나가고 있는 탓이려나.. 아직도 내 마음 속의 1,2번은 쇼코와 리카(&하나코)인데.. 왠지 지금 다시 읽으면 어쩌면 그 1,2번의 자리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살짝 든다. 흠.. 그럼 나이를 먹었다는 게 되는 건가..^;;
p.14 이유. 미노루는 생각에 잠긴다.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 때문에 만나는 것도 아닌 경우,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는 이유, 또는 만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p.83 "갖고 싶은 거, 난 정말 많아요. 자전거 말고도 옷이랑 구두, 다리도 좀 더 날씬했으면 좋겠고, 남친도." 그렇게 말해놓고, 주문을 받으러 간다. 옷과 구두와 날씬한 다리와 남친. 사야카는 생각해본다. 그 어느 것이나 사야카는 조금도 원치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원하는 게 없어진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안도해도 좋을지 어떨지 사야카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원하는 게 많은 인생도 피곤하고 성가실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하나도 없는 인생은 과연 어떨까. p.178 "덥네, 이 나라는." 하고 불만스러운 듯이 중얼거린다. "뭐, 여름이니까 그렇지." 대답한 미노루는 반가움이 불끈불끈 솟는 것을 느꼈다. 불끈불끈 솟은 그것은 내장에 침투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돈다. 동시에 피부란 피부가 안팎으로 전부 반응한다. 바로 옆에 있는 스즈메의 피부에. "선물, 벌써 도착했는데 아직 짐을 뜯지 않았으니까, 다음에 가지러 와." 여전히 제멋대로 말한다. 희끗희끗한 단발머리, 색이 바랜 남색 폴로셔츠와 겨자색 면바지(여러 번 빨아 입었는지 편해 보였다) 차림에 끈이 빨간 게다를 신고 있다. 스카이프를 통해서 얼굴은 종종 보았지만, 그럼에도 눈앞에 살아 있는 스즈메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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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작품은 처음인것 같다. 신간이 나오고 부터 인기순위에 계속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던 차 였다. 표지도 먼가 이쁘기도 한거 같고. 소설이 잔잔하면서 먼가 애틋하다고 해야될까 제목처럼 먼가 아쉬운 느낌?그런게 있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싶지만 금방 읽혀진다. 따뜻한 차한잔과 따스한 햇살아래서 읽기 좋은 책이다. 모처럼 여유로운 휴일 오전 이책을 추천하고 싶다. |
| 저물듯 저물지않는 이리는 제목의 저자 에무니가오리 선생님의 신작이 상장히 기대가 됩니다. 신간이 출간이 되었다는 알람고 함께 바로주문해 버렸습니다. 한동안 작가님의 책들을 자주접해로지않았던터라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읽어나가면서 이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속 소설이라는 새로윤 구성의 이야기가 더 욱더 독자들의 흥미를 돋게 만들어쥬리라 믿습니다. 표지도 이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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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소설이 포함되어 있다. 소설속 미노루가 읽는 책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끼어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소설이 등장한다. 미노루가 읽는 소설이다. 북유럽을 대상지로한 스파이물과 지중해 그리스를 배경으로하는 소설로 얽혀있는 연정과 살인이 동일한 소재로 대구를 이룬다.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소설의 결말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꽤나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도 그 내용이 뭐가 중요한가 싶다. 소설은 테이블에 놓여있는 화병구실을 하지만, 그 꽃이 기능하는 바는 무시할 수 없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다보면 보편적 감성이라는 것에 회의를 품게되곤한다. 사회속에 자리하는 우리의 인식이라는 것도 그 범주에 구속되는 것인양 그 상상의 범위라는 것이 정해진 연료를 담고 이륙하는 항공기의 여정처럼 유한하다. 미노루는 자신이 읽는 이야기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현실에서 자신의 삶을 정밀하게 통제하는데 서툴다. 부족하고자하는 의지까지는 아니지만 부작위의 해태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삶의 방식과 반비례하게 상당한 책임의식을 갖추고 있다. 마치 이륙한 항공기에 무제한 급유가 가능한 체계를 갖춘 물리적 조건과 다름이 없는 세속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미노루가 읽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무모함은 상당한 역경을 감수한 것들이다. 가족이 있는 남자가 바의 가수를 사랑하거나, 이민자 출신 처자가 또다른 (자신의 오빠를 노리는)이방인에게 연정을 품거나 하는 등의 것이 그렇다. 자신을 바라보는 짝꿍을 두고도 호텔지배인과 밀회를 즐기는 또다른 처자 처럼 말이다. 소설속 소설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바깥 소설의 등장인물들 또한 각자의 사정에 구속되어 있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여겼던 어린 아내에 대한 집착으로 배척당하는 오타케, 가정이 있는 남자의 아이를 갖고선 미노루의 자식이라고 속여 그의 재산에 의탁해 사는 유마,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도 불안해 하는 사야카 커플들이 그렇다. 미노루만이 구속이 없이 자기 삶을 살아간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일정한 배척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가 역경을 마주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살아감에 의해 소환된 사회적 조건일 뿐이다. 일견 무료해 보이는 미노루가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며, 등장하는 모두가 그를 중심으로 존재하지만 미노루만이 무언가 결여된채 살아가고 있다. 그 살아감에 농도가 느껴지지 않는데, 그것이 그저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그 감정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의도적으로 그런 설정을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독자인 나의 독단적인 취향상 그 결정적 요소를 지리멸렬한 연정으로 구분짓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노루의 살아감에는 생기나 인간미를 찾아볼 수 없다. 관대한 미노루의 삶에는 ‘사랑’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감정선이 드러나지 아니한다. 미노루는 오타케가 그의 처에 천착하여 놔주지 못할 때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이뤄주라고 타이른다. 상당한 합리성과 상식으로 표창된 미노루는 사랑이 이끌어내는 불가해한 집착과 원망 그리고 애증에 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사랑이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특정 시기에 열병처럼 일었다 완쾌되면 다시는 그런 감정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라면 미노루는 그 병을 극복한 사람처럼 살아간다. 그런 삶의 간편함을 동경하면서도, 그렇게 되지 못함을 깨닫고 한탄한다. 열병을 모두 극복한 것 마냥 자연스러우면서도 언젠가 재발할지 모르는 불안함에 극복해 내지 못한다. 우리들의 삶은 통상 그렇지 않은가 싶다. 저물듯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폭이 상당한 어떠한 일에도 무심하면서도 파동이 다른 자극에 너무나 손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그런 미래에 불안하고 추잡스러워 보이면서도, 끝내 그 불안을 극복하지는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