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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세상의 말들 <말을 부수는 말>을 읽고 이 세상의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을 어쩔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운동이다.(288쪽) <말을 부수는 말>을 다시 읽고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한 문장이다. 사실 지난 해 처음 책을 만나 읽어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기에 완독한 뒤 리뷰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몇 줄 끄적인 적바림(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히 적어둔 기록)에는 모름지기 운동은 최소한의 힘이 작용해야 일어나는 법이다. 저마다 어떤 힘을 쓰거나 기르는 데 크고작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한 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권력(특권)은 복잡미묘한 체제를 갖고 있어서 누군가는 작은 고통일지라도 더 크게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큰 고통임에도 말할 기회가 없거나 말해도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꼬집는다. 권력을 가진 자는 제 고통을 더 말하고 타인의 고통을 덜 듣는다고. 그에 따르면 창작을 통해 고통을 나타내기보단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이는 일부 예술가들의 권력 때문에 정작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이들의 고통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는 곧 정치의 문제로 개개인의 생계, 나아가 생존과 직결되기도 하는만큼 타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어는 정치의 장이며 정치는 언어의 장이다. 공적발화를 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억울함을 번역할 권력을 가진다.(115쪽)" 언어와 정치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연장임을 모르지 않는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언급한 특권, 즉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해서 누리게 되는 온갖 혜택'을 두고 발언권을 획득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생활은 물론, 삶과 죽음의 질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렇게 삶의 주파수가 맞지 않아 들리지 않는 척하며 자기말 혹은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상대방에게는 침묵을 강요하는 '(정치)권력의 언어'를 부수기 위해 저자는 '저항의 언어'로 맞서고자 한다. 저항의 언어는 곧 '정확한' 말로서 서로가 오해 또는 오역하지 않기 위해 정확하게 말하고 정확하게 듣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저자는 화력(火力) 넘치는 화력(話力)을 저항의 원동력으로 삼아 '고통'역에서 출발하여 '아름다움'역에 도착하는 말의 여정 가운데 스물한 가지 화두(話頭)를 마주하고 또 꼼꼼히 들여다본다. 마치 절에서 등불을 켜고 끄는 화두(火頭)가 되어 각각의 낱말과 서사가 품은 빛과 어둠을 지켜보는 것처럼 말이다.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고통과 아름다움 사이에 호명된 이 단어들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까닭에 한 자씩 쓰면서 대체 무엇이 문제이며 그 해결방안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곰곰 궁리하게 만든다. 노사, 남녀, 세대, (비)인간동물 사이에서 망(령된 권력의) 언(어)이 난무하면 그 어긋난 동작을 바로 잡아 칼군무 추듯 대항하는 언어들도 지(치)지 않고 발생된다. 이런 언어를 망치려는 정치의 굴곡에 바르고 확실한 말이라는 망치를 들어 탕평하게 내리치는 일이 저자에게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말하며 듣기라고 말할 수 있다. 말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씨앗에 비유되곤 하는데, 책 말미에 다다르면 발화(發花)와 발화(發話) 모두에서 생명력을 발견해내는 그를 만나게 된다. 여전히 나는 살아 있음에도 무지하여 부끄럽고 또 새로이 알아가면서 아프기도 하다. 가려운 곳을 긁어 시원해지듯 알고서든 몰라서든 간에 내가 여태껏 꺼내지 못한 말들을 대신 해준 그가 고마울 따름이다. 끝으로 이제부터라도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직면한 현실을 부정하거나 인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용기내어 작은 실천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해마다 피어나는 꽃을 보고자 하는 욕망은 '살아 있음'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단지 살아 있음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자를 살리려는 행동을 끌어낸다.(360쪽) |
| 고통부터 아름다움까지 21가지의 화두를 놓고 그 속에서 ‘말’을 낱낱이 파헤치고 분석한다. 한 주제의 짧은 글이라 아쉬움은 있었으나 그 깊이는 결코 얕지않기에 긴 시간을 갖고 읽어나갔다. 정권이 바뀐 뒤 더 극심해진 혐오정서에 분노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껴 괴로웠다. 나 역시 무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 일상적 언어에서도 권력이 숨어있음을 지적하는 저자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본받아 오역된 언어들을 부수는데 일조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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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나이, 세대, 성별, 인종 등 다양한 '다름'이 인정되지 않고 차별과 구분의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생긴 언어의 특성에 대해 진실되게 설명하였다. 불편한 내용들이 많았고, 100% 공감할수는 없지만 거의 대다수의 내용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논리적인 구성 역시 탄탄하게 기술되었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 공공연한 차별과 멸시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과 이런 이야기를 주의깊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저자의 취지 역시 공감한다. 작은 돌이라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그 돌에 맞아 죽을 수도, 큰 상처를 입고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 삶의 굴레라면 우리는 최소한 나와 또다른 누군가를 위해 조금 더 조심히 쓰고 신중한 말을 내뱉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