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랭의 자유와 연대 3부작중 정점, <에브리바디>를 읽었다.
최근 몇 년 새에 몸에 대한 진정한 해방에 대한 도서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기술의 발전에 비해 심하게 더뎌서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런 중에 올리비아 랭의 생각을 접하게 되었다. 큰 맥락은 비슷하였으나, 이 책의 특징은 프로이트 애제자였던 ‘빌헬름 라이히’ 라는 사상가를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몰랐던 인물이였는데, 프로이트의 남성주의적인 정신분석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반가웠고 큰 발견이였다.
저자는 라이히를 ‘20세기의 가장 괴상하고 또 가장 예지적인 사상가로서, 논란이 분분한 몸과 자유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전 생애를 바친 사람이었다.’ 고 말하며, 그를 안내자 삼아 20세기를 관통하는 여정을 짜고 그 여정에서 수많은 다른 사상가, 활동가, 예술가를 만났는데, 그중 몇몇은 그의 연구을 그대로 이용했고 여정에 상관없이 같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이런 정도이니, 이 인물에 대한 이해만 잘 해도 ‘에브리바디’를 잘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몸을 만지는 대목에서는 문득 동양의학의 ‘기’가 생각이 났고, 신체의 건강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며 아픈 몸 챕터를 읽었다. 몸의 해방을 논할 때 항상 중심과제에 놓여있는 성적 이슈, 특히 관련해서 행해진 베를린 실험은 지금도 다른 의미로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육체에 대한 폭력, 감방에 갇힌 몸을 넘어,
우리가 몸이라는 제약 안에서 가지게 되는 허용과 금지에 대한 모순과 자유에 대한 사유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우리는 몸에 대한 진정한 해방은 가지지 못한 듯하다. SNS 상에 온갖 외모지상주의, 그리고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외모를 평가하며 판단하는 가십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또 기억해야하는 것은 신체에 관한 것들은 정치적인 것들과도 연관이 깊다는 것이다. 이민자를 동물이라고 묘사하는 트럼프 같은 경우, 코로나로 인한 인종혐오, 다른 문화권에 대한 혐오와 배척...등 어느 것 하나 관련이 없는 것이 없었다.
여기에 다 옮겨 적을 수는 없으며, 올리비아 랭의 자유와 연대 3부작 중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나 가장 고민된 책이였다. 왜냐하면 생각과 활자들이 마구 내 머릿속에서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냥 무조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 부제, ‘모든 몸의 자유를 향한 투쟁과 실패의 연대기’를 따라 충실히 읽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라이히라는 인물을 발견하고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이슈들을 인식할 수 있게만 되어도 큰 수확일 것 같다.
_라이히는 20세기의 가장 괴상하고 또 가장 예지적인 사상가로서, 논란이 분분한 몸과 자유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전 생애를 바친 사람이었다. 라이히는 한동안 프로이트의 가장 뛰어난 제자였다._p19
_라이히가 말하던 것이 바로 이런 내용이었다. 과거가 우리 신체에 끼어들고, 모든 트라우마가 빈틈없이 보존되고, 산 채로 벽 안에 갇히는 것. .... .. 그는 환자들의 몸을 다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언어적으로 다루었다가, 1934년에는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이는 정신분석학에서는 완전히 금지된 행위였다. 놀랍게도 그는 긴장된 구역-놀람의 습관적 표현인 꽉 쥔 주먹, 뻣뻣해진 복부-에 손을 대자 그곳에 수용되어 있던 느낌이 표면으로 올라와서 놓여놓을 수 있음을 알아냈다._p52
_보편적 의료보험이 시행되지 않는 한 생존은 각 개인의 삶의 의지가 아니라 지불 능력에 달려 있다._p85
_1970년대에 여성해방은 폭력과 강간과 구조적 성차별과 배제와 가정폭력과 학대와 원치 않은 임신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다._p144
_A.I.R은 1972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여성만을 위한 비영리 갤러리였다. 그곳은 화가들이 이끌고 관리했으며, 비라고출판사가 그랬듯, 생산수단을 장악함으로써 이술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풍조를 공격하려는 시도였다._p186
_라이히의 삶에서 가장 슬픈 점은 분명 그가 감방에서 혼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를 위한 평생의 투쟁이 감옥에서 끝맺었다는 사실은 그에게만 한정된 비극이 결코 아니다. 몸의 자유를 확대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감옥이라는 기관을 상대해야 한다.
감옥은 모든 종류의 해방운동을 제한하고 축소시키기 위해 국가가 휘두르는 가장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이며. 그 자체로 여러 세기에 걸친 행동주의와 개혁의 초점이다._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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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도시>, <이상한 날씨>에 이은 올리비아 랭의 '자유와 연대' 3부작 완결편이다. 영국 대표 에세이스트 올리비아 랭은 회고록과 비평을 유연하게 오가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특히 개인의 고독을 사회적 소외로 확장한 《외로운 도시》, 혼란스러운 시대에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탐색한 《이상한 날씨》에서 펼친 대담한 논의들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그 연장선에서 기본권조차 위태로워진 시대를 읽는다. 인간이 누려 마땅한 것들을 환기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연대할 것을 촉구해온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할 가장 치열하고 논쟁적인 이야기다.
올리비아 랭은 2015년 난민 위기 때 이 책을 쓰기 시작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할 무렵 집필을 마쳤다고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몸'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으니, ‘다른 몸’에 가해진 억압과 ‘모든 몸’에 마땅히 주어져야 할 자유를 환기하는 이 책을 읽기에 딱 좋은 시기가 아닐까 싶다. 올리비아 랭은 이 책에서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 운동가, 사상가인 '빌헬름 라이히'를 이야기의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20세기의 가장 괴상하고도 또 가장 예지적인 사상가였던 그는 프로이트의 애제자이기도 했다. 라이히를 안내자로 삼아 20세기를 관통하는 여정에서 수많은 다른 사상가, 활동가, 예술가들의 사유와 투쟁을 만날 수 있다.
1973년 3월 14일, 한 젊은 여성이 아이오와 대학 기숙사 자기 방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봄방학 때였고, 스무 살이었던 그녀는 얼굴과 흉부를 구타당하고, 강간당했고, 질식해 죽었다. 이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젠더 문제와 성적 자유에 관련된 태도가 다시 한번 급속히 변하던 시기였다. 여성의 낙태할 권리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판례가 대법원에서 통과된 지 두 달도 안 되어 벌어진 살인 사건이었다. 여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신체 내에 살고 있다는 것은 온갖 폭력과 강간과 구조적 성차별과 배제와 가정 폭력과 학대와 원치 않은 임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기였다. 물론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이다. 여성해방운동이 다루는 몸의 범주에 관한 것들과 저항하고 맞서 싸우는 방식들에 대해서 깊이 있는 사유를 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질병과 성, 저항과 감옥 등 몸의 여러 다른 측면들을 살펴보고, 신체적 자유를 이루고 제약하는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유와 연대 3부작'의 <외로운 도시>, <이상한 날씨>가 에세이처럼 쉽게 잘 읽혔던 것에 비해, 마지막 작품인 <에브리바디>는 인문학적인 사유가 더 풍부해 읽는 것이 결코 수월하진 않다. 그럼에도 올리비아 랭의 빛나는 통찰력이 가장 뚜렷하게 보여지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기 때문에, 꼭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올리비아 랭은 말한다. 우리의 상처가 켜켜이 쌓인 이곳 지옥에서 '중요한 것은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서로 연대하는 것, 깨어 있고 열려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자유를 향한 오랜 투쟁의 역사를 관통하며, ‘다른 몸’에 가해진 억압과 ‘모든 몸’에 마땅히 주어져야 할 자유를 환기하는, ‘자유와 연대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할 가장 치열한 이야기! 지금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올리비아 랭의 《에브리 바디》는 모든 몸의 자유를 향한 투쟁과 실패의 연대기다. 프로이트의 가장 뛰어난 제자였던 빌헬름 라이히의 치료법을 접하면서 라이히의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에브리바디 곳곳에도 라이히가 자주 등장하며 '자유로운 몸'에 대해 탐구해 나간다.
자유를 갈망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생존에 대한 목숨을 건 사투이기도 하다. 우리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수전 손택이 마지막까지 죽음과 싸웠던 장면을 묘사하고, 성적으로 위험에 노출된 여성들,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이들, 저항운동, 감옥 등 우리의 몸이 억압받는 상황에서도 자유를 향해 끝없이 싸우는 이들의 삶을 반추하며 자유와 생존에 대해 깊이 통찰하게 한다.
혈액 암 진단을 받은 70대 고령의 수전 손택은 감각을 차단하고 신체를 부정한다면 순수한 사유의 영역에 존재한다면 살아남으리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녀가 침대에 누워 튜브에 연결되어 골수 이식을 받으면서도 《돈키호테》를 벗 삼았다는 문장은 괜스레 마음이 아려온다.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있음을 아는 것, 병에 걸린 것을 그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이해하기 위한 기회로 삼는 것이 그렇다. 이는 치료를 받거나 돌봄을 받아야 할 필요를 거부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근본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는 점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제한된 수명이라는 사실 말이다." p. 87
"라이히의 삶에서 가장 슬픈 점은 그가 감방에서 혼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를 위한 평생의 투쟁이 감옥에서 끝맺었다는 사실은 그에게만 한정된 비극이 결코 아니다. 몸의 자유를 확대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감옥이라는 기관을 상대해야 한다. 감옥은 모든 종류의 해방운동을 제한하기 위해 국가가 휘두르는 가장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이며, 그 자체로 여러 세기에 걸친 행동주의와 개혁의 초점이다." p.250
《외로운 도시》, 《이상한 날씨》에 이어 올리비아 랭의 자유와 연대 3부작 시리즈의 정점이라는 《에브리 바디》. 이번에도 느꼈지만, 올리비아 랭의 글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그녀의 글에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촘촘히 쌓아가다 어느 순간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이번 책은 자유를 향한 기록은 그 결과가 비록 실패일지라도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며 개인과 사회를 향해 투쟁한다는 것이 충분히 가치있는 일임을 보여줬다. 그녀의 지성은 과연 어디까지 일지.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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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움과 욕심으로 책을 만났지만 여러 단계의 고민을 겪었습니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읽은 후 뭐라도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제목에서 명백하게 가이드한 몸'body'과 자유‘freedom’는 내가 아는 여정도 모르는 여정도 폭력과 고통과 죽음으로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우선 명백히 선언할 것은 “우리는 몸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분법이 망쳐놓은 절벽 같은 분리가 여전하지만, 감정도 정신도 모두 몸의 기능입니다. 존재란 몸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몸을 지배하고 비하하여 몸의 중요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잊게 만든 건 누구였을까요.
과학이 모든 답을 줄 것이란 복음주의자는 아니지만, 강화된 편견을 누그러뜨리는 일은 좋습니다. 뇌는 뇌신경망 구조로 기능하고, 뇌신경망은 위장에 아주 많이 퍼져 있다는 것, 그러니 우리의 감정, 감성, 기분, 무드도 몸 상태라는 것. 인간은, 다른 모든 존재도, ‘몸’입니다.
내 몸도 남의 몸도 찾기 위해 사유하고 시도한 이들의 투쟁과 실패... 이 단어들을 쓰는데 제 몸 명치 어딘가가 둔중하게 아픕니다. 하지 않은 것은 무(無)이지만 누가 뭐라도 한 것은 현실을 바꿉니다.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평가되더라도 결코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이건 이 책을 읽는 제 각오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빌헬름 라이히가 정한 주제들* 이 제 깜냥에 담기에 무겁고 그가 초대한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라이히는 자신의 몸으로 겪은 경험을 통해 행동주의자인 자신의 견해를 기록했습니다.
* 트라우마, 고통과 절멸성, 성적 행위, 위험(살인, 폭행, 강간), 제약, 감방, 편가르기
이 책 덕분에 몸으로 돌아가 사유해보고 내 몸 이외의 몸들에 대해서도 기억하는 사유의 확장과 다지기를 했습니다. 합리성은 물질 증거를 필요로 하고, 진심으로 추진할 정책에는 현실이 될 예산이 필요하고,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몸들’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그런 것들이 마련되지 않은 모든 말들은 거짓입니다. 기회만 있으면 자유를 고함치는 행정수반은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부정하는 갈라치기로 권력을 얻었습니다. 상징으로 한 인물만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상에서도 차별, 혐오, 계산, 위계는 얼마나 촘촘한지요.
인간 사회에 굳이 ‘정상’과 ‘정상성’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면, 유일한 정상은 ‘다양성’이 아닐까요. 모두 다른 존재가 가질 정상이란 다양함 이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몸, 여성, 성소수자, 가난, 장애를 가진 이들, 인종, 민족, 타국에 대한 온갖 혐오가 득세하는 어려운 시절입니다.
오래 전 제가 원한 자유는 ~로부터의 탈출에 가까웠습니다. 당시엔 언젠가 ~를 향한 자유를 적극적으로 구가하며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용기가 부족했는지, 대략적인 편안과 교환한 것인지 그런 자유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자유는 어떤 모습일까요.
휴일 약속과 외출을 무척 힘들어 하는데 정시에 도착하고 나서 상대의 사정을 전해 들었습니다. 덕분에(?) 혼자만의 평화롭고 자유로운 시간이 생겼습니다. 살짝 추운 몸을 따뜻하고 향기로운 장소로 이동시켜서 귀한 책에 대한 부족한 독자의 거친 생각을 글로 옮깁니다.
“라이히의 꿈, 드워킨의 꿈, 시몬의 꿈. 그들이 꿈꾼 더 나은 세계들은 아직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방해받지 않는 몸의 공화국, 형태의 계급제에 의해 지체되지 않고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는 공화국은 없다. 그 목표가 언제 달성될지 알 길은 없지만, 내가 뭔가를 확신할 수 있다면 자유은 공통된 노력이며, 수백 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손으로 구축된 협업이며, 살아 있는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방해하거나 전진시키기를 선택할 수 있는 노동이라는 사실이다. 세계를 개조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변화든 영원하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취소될 수 있고, 모든 승리는 다시 싸워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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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거대한 기만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은 올리비아 랭이 프로이트의 가장 뛰어난 제자였고 전 생애를 몸과 자유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바친 분석가이자 사상가 빌헬름 라이히를 안내자로 삼아 20세기를 관통하면서 같은 세기를 살아온 사상가, 활동가,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몸을 이해하고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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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지원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