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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풍경은 생태계 전체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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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30일과 5월 1일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날이다. 그전까지 새를 눈으로 봤다면 그날은 귀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안 날이었다. 충남 광덕산이었다. 광덕산환경교육센터에서 자연의 소리에 대한 강연을 듣고 늦밤에 건물 밖으로 나갔다. 소리가 풍성한 밤이었다. 짧은 잠을 자고 난 뒤에도 해 뜨기 전에 밖으로 나가 귀를 기울였다. 4시 53분에 솔부엉이가 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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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30일과 5월 1일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날이다. 그전까지 새를 눈으로 봤다면 그날은 귀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안 날이었다. 충남 광덕산이었다. 광덕산환경교육센터에서 자연의 소리에 대한 강연을 듣고 늦밤에 건물 밖으로 나갔다. 소리가 풍성한 밤이었다. 짧은 잠을 자고 난 뒤에도 해 뜨기 전에 밖으로 나가 귀를 기울였다. 4시 53분에 솔부엉이가 산이 울리게 노래하고, 검은등뻐꾸기 “홀딱 벗고! 홀딱 벗고!” 노래한다. 5시에는 소쩍새, 호랑지빠귀, 되지빠귀, 노랑턱멧새, 딱새가 가담하고, 5시 12분에는 꿩이, 5시 14분에는 멧비둘기가, 5시 20분에는 절정에 이르러 박새, 청딱따구리, 까치까지 노래한다. 숲이 온통 새소리로 가득하다.

 

5시 30분에는 딱따구리 드러밍 소리가 들리고, 동고비, 곤줄박이도 노래하니 해 뜨기 전에 열 종 넘게 노래한다. 곧이어 붉은머리오목눈이, 직박구리, 진박새, 오색딱따구리, 그리고 노랑할미새가 전깃줄에 앉아 노래한다. 딱새는 우리를 자꾸 앞으로 유인하는 것이 우리 둘레에 둥지가 있나 보다. 아침을 먹은 뒤에 찾은 광덕산에서는 되솔새, 산솔새, 쇠박새, 멧새 노래도 듣고, 노랑할미새 큰유리새 숲새를 직접 보고, 물까치는 떼로 보았으니, 잠자던 귀가 비로소 깨어나고 눈이 또 한 번 정화되는 시간이었다. 귀로 새를, 자연을 보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버니 크라우스는 음악가로 활동하다 자연의 소리에 운명적으로 매료되어 반평생을 소리풍경을 녹음하는 데 바쳐온 사람이다. 소리풍경 생태학의 선구자로 통하는 저자는 북극의 툰드라에서 보르네오 원시림까지 지구 전역을 누비며 지금까지 15,000여 종의 생물음을 녹음했고, 총 녹음시간도 4,500시간에 달한다. 땅과 빙하가 움직이는 소리, 천둥소리, 바람소리, 해안가의 파도소리, 비와 눈이 내리는 소리 등 독특한 자연음에서부터 옥수수가 자라는 소리, 원시림의 새벽합창, 바다 속에 수중마이크를 넣어 녹음한 산호초 소리, 개미가 노래하는 소리 등의 생물음 그리고 인간의 소음까지 책에 나오는 다채로운 소리 이야기가 이색적인 흥미를 끈다.

 

포괄적으로 소리를 담은 편집되지 않은 녹음은 아무리 짧아도 거짓말하지 않는다. 야생의 소리풍경은 정밀한 정보들로 가득하다. 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과 같은 값어치라면, 자연의 소리풍경은 천 장의 사진에 맞먹는 가치를 갖는다. 사진은 사건을 빛과 어둠, 프레임의 한계에 가둬 2차원적으로 재현한다. 이에 비해 소리풍경을 담은 녹음은 공간과 깊이를 갖춘 3차원의 재현이며,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다층적인 이야기 전개로 사소한 특징들까지 드러내 보인다. 시각적 매체만으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는 장점이다. 큰 그림 내의 사소한 면을 제대로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귀는 그 무엇도 속이지 못한다. (80 - 81쪽)

 

저자가 자연의 소리를 담았던 1960년대 이후로 자신이 녹취한 소리풍경의 50퍼센트는 녹음된 자료로만 들을 수 있을 뿐 이미 사라지고 없다고 한다. 인간의 개입과 기후변화 그리고 인간음의 영향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라진 야생의 소리풍경은 회복할 수 없는 것일까. 저자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붕괴 사고가 난 뒤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고 인간의 발길이 끊긴다. 하지만 몇 년 후 그곳을 방문한 과학자들은 인간이 사라진 황폐한 자연에 놀라지만 다른 한편으로 야생의 소리풍경이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하여 저자는 주장한다. 자연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쓸데없는 제품을 강박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자연에 개입하는 일을 줄이고, 자연의 노래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g*******g 2016.05.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