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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가르는 코뿔소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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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아이가 책읽어달라며 우연히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 와서 펼쳤는데, 뭐랄까 이런 느낌.  대학교때 사서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보르헤스 전집 1권이었다. 그 오래된 책 그때의 열정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불한당들의 세계사 서문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세계의 석학들은 우주의 본질이 공허라고 가르친다. 그들의 지적은 우주의 최소치인 이 책에 관한 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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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아이가 책읽어달라며 우연히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 와서 펼쳤는데, 뭐랄까 이런 느낌.

 대학교때 사서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보르헤스 전집 1권이었다.

그 오래된 책 그때의 열정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불한당들의 세계사 서문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세계의 석학들은 우주의 본질이 공허라고 가르친다. 그들의 지적은 우주의 최소치인 이 책에 관한 한 정말 일리가 있다. 교수대와 해적들이 그것을 채우고, <불한당>이라는 단어가 제목 속에서 착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소동 아래에는 그 어떤 것도 없다. 그것은 이미지들의 표피인 겉모양에 불과하다. 바로 그 때문에 아마 재미있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것을 수행한 사람을 불행한 사람이지만 그것을 쓰면서 몹시 즐거워했다. 제발 그 즐거움의 어떤 메아리가 독자들에게 닿기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오늘 비가 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젖은 나뭇잎을 밟으며 생각했다.

 

 

이빨

 

세월이 오래된 이빨들을 하나둘씩 뽑아간다

현재의 썩은 이빨들을 뽑아서

과거의 돌밭으로 던져버리는 것이다

텅 빈 낙타 두개골에 박혀 있던 누런 이빨들

그 아빨들 사이로

모래와 전쟁과 바람이 지나갔으리라

 

                               -이빨 중

 

흰올빼미

 

흰올빼미는 눈올빼미 또는 북극올빼미라고도 불린다. 머리를 270도가량 돌릴 수 있는데 머리가 잘 안 돌아갈 때 나는 이 올빼미를 생각하곤 한다. 북극의 사나운 눈보라를 헤치며 날아다니는 백야의 유령 같은 새, 눈 오는 날 당신도 눈이 무척 밝은 이 새를 떠올리면 마음이 설원처럼 드넓어지고 이마가 빙상처럼 시원해질지도 모른다.

 

히말라야의 어떤 노승이

히말라야에 오래 살다보니

내가 히말라야가 되었다고 말하는 걸

우연히 텔레비전으로 보게 되었는데

글쎄,

그 노승은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만년설처럼 얹혀살다가

흘러내리는 무러럼 죽게 되지 않을까

 

                               -흰올빼미

 

춥고 비가 내린다. 비에 젖은 낙엽을 밟고 돌아고 따뜻한 이불속에 발을 녹이며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를 생각했다. 어뚱하게도 아이가 점지해준 보르헤스 불한당들의 세계사와 최승호 시인의 새시집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가 이어지는 날에는 눈이 내릴 것 같은 하늘은 하염없이 바라보다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를 생각한다.

 

앞으로 달려도 허공이고 뒤로 달려도 허공이고 위를 봐도 허공이고 아래를 봐도 허공인 큰 허공에서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는 어디로 달려야 할까 무한이 뭔지 무변이 뭔지 무극이 뭔지 일자무식인 코뿔소는 달리고 달려도 밟는 자리 마다 허공이어서 잠시도 서 있을 수가 없는데 슬픔의 누게가 4톤쯤 되는 코뿔소를 데리고 허공 밖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

 

내리는 비가, 흩날리는 눈발이 허공을 휘저으며 하염없이 떨어진다고 할밖에...

텅 빈 채 모든 것을 담아내는 허공처럼, 안도 없고 밖도 없는 허공처럼 이 텅빈 자유, 무한이 뭔지 무변이 뭔지 무극이 뭔지 알지 못해도 최승호 시인의 사유는 시어를 통해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처럼 자유롭고 거침없고 아름답고 슬프다. 비에 젖은 낙엽 위에 떨어지는 초겨울의 비처럼.   

m*****7 2013.11.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