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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 넷이신 우리 할머니는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를 즐겨보시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고미술과 불교문화, 그리고 한국의 자연 시리즈를 좋아하신다. 그래서 나도 할머니 방에 드나들다가 자연스레 빛깔있는 책들을 접하게 됐다. 하지만 고미술, 불교문화 분야는 내 관심권 밖이라 그저 손에 잡히면 대충 훑어보는 정도였는데, '궁중'이라는 단어가 내 공주병을 자극했는지 이 책만큼은 열심히 보았다.
'빛깔있는 책들'이라는 타이틀처럼, 이 책에는 글보다 사진이 더 많다. 1권에서는 어보·어책류, 회화·서예류, 도자기류, 그리고 의상·장신구류를 다루고 있는데, 나는 이중에서 난생 처음 보는 어보(일반적으로 임금님의 옥새를 뜻하며, 넓게는 왕비, 왕세자빈의 인장도 포함한다고 한다)와 의상·장신구류가 제일 흥미로웠다. 특히 영왕비의 대례복, 당의와 남금박 대란치마, 자색금직 대란치마같은 것은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이나 들여다보았고, 국화문 앞꽃이와 떨잠, 진주 뒤꽃이, 소립봉장, 노리개, 주머니 같은 장신구들도 정말 화려하고 예뻤다. 회화·서예류에는 주로 다양한 병풍이 소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품이 있었구나'라고 많이 놀랐다. 우리나라에는 일본, 중국만큼 다양한 미술품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것은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우리나라 고미술에 대해 알게 되고, 또 관심을 갖게 되어 기쁜 마음이다. [인상깊은구절] <영왕비 당의와="" 남금박="" 대란치마=""> 당의는 왕비, 왕세자비 및 대관 부인의 소례복이다. 연두색 문단에 무늬없는 홍색안을 넣어 만든 겹옷인데 앙어깨와 앞뒷길 하단에는 운봉문을 금실로 짜넣었다. 금박 대란치마는 동절기용 겹대란치마인데 위의 스란단에는 부귀다남의 글자와 천도, 불로초, 연꽃 등의 문양을 금직하였다. 당의:79*108.5센티미터. 치마:142*104*324센티미터.영왕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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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유물. 생각이 열리지 못해서인지 단지 취향의 문제인지 아직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던 물건보다는 궁중에서 사용하던 물건에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오는 나. 아무래도 고급품이고 재료도 최상의 것이다보니 그런 것일까. 그림들이 상당히 화려하다. 그러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기품이 있다. 금강산만물초승경도 벽화나 총석정절경도 벽화는 스케일도 크고 마치 선경 같은 느낌을 준다. 백수백복도 자수병풍 같은 경우는 백수백복을 서예로 하기도 힘들텐데 한땀한땀 수를 놓았을 것을 생각하면 현기증이 나려고 한다. 엄청난 정성이다.
옛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정성을 다했을까. 임금을 위해? 아니면 장인정신? 화류화조도 자수 병풍에 이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그 틀과 자수는 화려함을 넘어서 우아함과 기품이... 뭐라 말할 수조차 없다. 다만 이 중에 헤이안시대의 그림이 섞여 있는데 제목에 조선궁중유물이라고 쓰여있는 것은 아니지만...굳이 넣느니보다는 차라리 빼서 일본궁중유물편을 따로 만드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끼어 있는것이 무척 어색하고 이거 뭐지? 하는 느낌을 주니까 말이다. 자기와 의상 장신구류도 있는데 도자와 의상에는 안목도 없거니와 관심도 그리 크지 않아서 뭐... 잘 모르겠다. [인상깊은구절] 현재 궁중유물전시관(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경복궁, 종묘와 여러 능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시대 궁중 유물들은 제작 연대가 올라 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근대의 것이다. 이는 임진왜란, 일제 침략, 한국 전쟁 등의 변란에 의해 흩어지거나 없어진 경우와 외국의 신문화가 급속도로 들어오면서 궁중의 생활 용품들도 점차 유럽풍의 가구들로 교체되면서 우리 전통의 용기들을 별도 보관하지 못했던 점에 그 큰 이유가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격동 속에서도 21종 35,000여 점이라는 귀중한 궁중 유물을 소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