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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와 그림자처럼 살거나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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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미발표 유작들과 초기 작품을 비롯해 단편소설 45편을 담은 전집이다. 울프의 초기 소설인 <필리스와 로저먼드>, <V양의 미스터리>, <존 마틴 부인의 일기>, <어느 소설가를 회고하며>는 페미니즘으로 일관한 울프의 시각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 소설들을 통해 울프는 남성 세계와의 비교가 아닌 여성만의 독자적인 세계와 의식을 온전히 담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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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미발표 유작들과 초기 작품을 비롯해 단편소설 45편을 담은 전집이다. 울프의 초기 소설인 <필리스와 로저먼드>, <V양의 미스터리>, <존 마틴 부인의 일기>, <어느 소설가를 회고하며>는 페미니즘으로 일관한 울프의 시각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 소설들을 통해 울프는 남성 세계와의 비교가 아닌 여성만의 독자적인 세계와 의식을 온전히 담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가부장제 사회의 꼭두각시와 그림자처럼 살았지만 어머니로 상징되는 대지에 뿌리내리길 바라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꿈을 그리던 여성, 진정한 자기를 찾기 위해 고독 속으로 침잠한 여성의 모습에서부터 군중 속의 고독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소외의 문제에까지 작품 속의 여성의 삶은 오늘날에도 이어져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초상화는 거의 다 남자의 초상화'라는 언급에서 알 수 있듯 가부장제의 여성들은 남성과 대등한 존재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스스로 춤을 춘다고 믿어온 '꼭두각시들'임을 보여주는 작품이 <필리스와 로저먼드>다. 딸 부잣집의 다섯 자매 중 필리스와 로저먼드는 훌륭한 신랑감을 찾기에 혈안이 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자매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에게 야회장은 놀이터가 아니라 일터'다. 야회장에서 훌륭한 신랑을 찾아 성사시켜야 하는 '결혼'은 그녀들이 어머니로부터 일일이 훈수를 받아 수행하는 '사업'이다. 자유로운 토론이 오가는 트리스트럼 가를 방문한 후 필리스는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들여다 보며 한기를 느끼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우울하게 되물어보지만 어느새 그런 고뇌는 다음 날 예정된 '강변에서의 파티에 대한 생각'으로 묻히고마는 꼭두각시 인생이다. 

 

 '흔히,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외로움만큼 처절한 외로움은 없다고 한다.'로 시작하는 <V양의 미스터리>는 존재감 없이 '잿빛 그림자'로 살다 외롭게 죽은 여성의 짧막한 이야기다. 야회나 음악회, 미술관에서 종종 마주치던 V양의 '익숙한 잿빛 그림자'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게 되자 어느 날 새벽 잠에서 깨어나며 그녀의 이름을 외친 화자가 궁금한 나머지 V양의 아파트로 찾아간다. 결국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며 V양의 이름을 외치던 새벽 무렵 그녀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여자의 삶에서 결혼만큼 중요한 변화는 없다. 아버지 집에서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 같은 존재로 지내다가, 결혼을 하면 갑자기 사람들의 인정과 존중을 받는 존재로 변하는 것이다. 물론 결혼을 잘해야 그렇다.'고 일기에 쓴 15세기의 존 마틴은 아버지 나이와 비슷한 이웃 영지의 아미야스 경과 혼사가 오가는 마틴 장원의 외동딸이다. <존 마틴 부인의 일기>는 중세시대의 장원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생활 모습과 가난한 이웃들의 모습, 떠돌이 이야기꾼의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있다. '언젠가는 세상의 혼란이 가라앉고' '안전하고 확고한 땅으로 만들'기 바라는 어머니의 꿈을 이어받아 책과 글을 통해 자신의 꿈을 그리는 중세시대 여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자연의 오점이 아닐까?"라고 고뇌했던 작가 프랜시스 앤 윌러트의 전기를 통해 그녀의 인생과 그녀의 전기를 쓴 린셋 양의 글을 비평하는 <어느 소설가를 회고하며>는 외모와 친절로 평가받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타인에 의해 꼭두각시나 그림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고심한 윌러트 양의 삶을 추적하고 있다. '천사들이 비난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온 세상에 대해 전율하는 그녀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세상이 '흉측한 괴물' 같았던 자신의 그림자를 극복한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복잡한 정신 세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공상소설, 린다마라>를 쓴 후 영적인 세계에 심취해 살며 '여자 마법사'처럼 살다 죽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이 진정한 자기를 찾는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외로운 싸움인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소개한 네 편의 단편 소설은 버지니아 울프의 초기 소설에 해당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말하듯 나 역시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 길들여진 탓인지 소소한 여성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대체로 감흥이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위로를 받는 부분은 울프가 지닌 여성 중심적 시각을 통해 남성중심 사회의 시각에서 놓치고 있는 인간 생활에 대한 근원적인 긍정을 통해 마음의 평화와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재치 있는 문장들, 다양한 관심사, 박학다식한 울프의 정신세계를 맛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a*******5 2018.01.14. 신고 공감 9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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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 내용보기
여성 문학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빼놓을 수 없지요. 저는 자기만의 방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짧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을 좋아하는데 이 책으로 단편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단편 모음집이라 이동할 때, 잠깐 쉴 때 하나씩 읽기 좋더라구요. 특히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단편이 시대별로 구분되어있어서 버지니아 울프 삶의 흐름을 단편적으로나마 엿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 내용보기

여성 문학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빼놓을 수 없지요. 저는 자기만의 방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짧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을 좋아하는데 이 책으로 단편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단편 모음집이라 이동할 때, 잠깐 쉴 때 하나씩 읽기 좋더라구요. 특히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단편이 시대별로 구분되어있어서 버지니아 울프 삶의 흐름을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r********a 2020.04.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