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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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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프렐류드 / 저 자: 캐서린 맨서필드 / 출판사: 코호북스   삶이란 어찌나 어처구니없는지-그저 웃음만 나왔다. 우습기만 했다. 그런데 왜 이토록 삶에 집착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집착이라고 린다는 씁쓸하게 웃었다. -프렐류드 중-   근래에 들어서 단편소설의 매혹에 빠지게 되었는 데 장편과 달리 독자에게 전달되는 심리와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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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프렐류드 / 저 자: 캐서린 맨서필드 / 출판사: 코호북스

 

삶이란 어찌나 어처구니없는지-그저 웃음만 나왔다.

우습기만 했다. 그런데 왜 이토록 삶에 집착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집착이라고 린다는 씁쓸하게 웃었다.

-프렐류드 중-

 

근래에 들어서 단편소설의 매혹에 빠지게 되었는 데 장편과 달리 독자에게 전달되는 심리와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기에 오히려 장편보다 흡입력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프렐류드>는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지평선을 연 소설로 총 16가지 단편을 담고 있다. 또한, 각각의 소설은 인간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데 억지스러움이 아니라 '그럴수도 있구나' 또는 '의식하지 못한 감정'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결코 복잡한 심리가 아니었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어 읽는 내내 몇 가지의 인생을 만났다. 첫 번째 <어린 소녀>는 늘 자신에게 무섭게 대하는 아버지를 향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웃집 아이들은 자상한 아버지를 두어 늘 자신의 아버지와 너무 비교되는 모습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아버지가 결코 무서운 존재가 아닌 것을 알게 되는 어린 소녀. 초반부터 긴장을 하면서 읽었기에 폭력이 나오 게 아닐까 했는 데 아니었다. 그저, 무뚝뚝한 아버지와 감정이 순수한 소녀, 즉 부녀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어 헤어진 연인이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딜 필크>배려가 없는 옛 연인을 두고 생각이 복잡한 여성의 얘기다. 두 사람의 대화를 읽다보니 도대체가 자신의 입장에서 주구장창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보니 뭔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 헤어졌지....그리고 여자 역시 남자가 이야기 하는 도중에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 버리면서 끝을 맺는다. 이어, 계속해서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헛갈리게 하는 <비둘기 씨와 비둘기 부인>..집을 떠나기 전 마음에 둔 여인에게 고백을 하러 간 남자는 고백을 했지만 차였다. 그런데, 상대 여성은 거절에 미안함이 드니 남자를 붙잡는 데...여기서 여성이 키우는 비둘기를 남성에게 이렇게 소개한다 '비둘기 부인은 비둘기 씨를 돌아보고 웃은 다음에 앞으로 달려나가. 그럼 비둘기 씨가 꾸벅거리면서 쫓아가.' 라고 ..그런데, 딱 위 두사람의 상황이다. 끝은 어떻게 되는지 비둘기 부부를 보면 알테다.

 

그러니깐 우리는 너무 자기 자신 속에 푹 빠져 있어서, 남을 생각하지 못하는 에고이스트였다는 점 말이야.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 한편도 내주지 못하는 거야.

-본문 중(딜 필클)-

 

한 여성의 마음을 지옥과 천국을 경험하게 한 <오락가락하는 마음>은 가난한 형편임에도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부유하게 살기를 바라는 최고급 창부의 삶을 상상한다. 스스로 일어서지 않는 모습에 막상 그럴 기회(?)가 생겼을 때 그 순간을 물리치는 짜릿한 느낌을 만끽하고 오히려 가난한 연인을 향한 사랑이 더 크게 부각된다. 흠, 위기가 없으면 사랑은 단단해지지 않는 것일까? 아님 이 또한 한 순간의 감정일까? 끝이 없는 단편이나 중요한 건 이런 순간의 감정마저 독자들은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캐서린 맨서필드를 대표하는 단편 <프렐류드>한 가족이 시골로 이사를 가는 짧은 일정을 보여준다. 마차에 다 탈 수 없어 두 아이를 두고 먼저 새로운 집으로 향하는 부부. 도심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 데 부인은 더 이상 화려하지 않는 삶에 생기를 잃어가고, 남편은 직장은 멀지만 오히려 이곳을 좋아한다. 이 가족을 따라 온 부인의 여동생 역시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갈 날이 거의 없는 것에 실망스러운 편지를 쓰기도 하는 데 딱히, 어떤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서로에게 어떤 말은 하지 않으나 독자들은 이미 가족들이 새로운 곳에서 갖는 마음을 알기에 앞으로 이 가족은 어떻게 될까? 그럼에도 위안을 주는 부인의 친모로 균형을 잡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성공한 예술가의 삶은 모든 것이 완벽할 거 같지만 딱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 바로 아내와의 대화다. 그렇다고 외도를 하는 것은 아닌데 그저 공감되는 대화를 하고 싶을 뿐인데 그렇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레지널드 피콕 씨의 하루>, 모자 상점에서 근무하는 한 젊은 여성이 그날 하루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상상하면 삶을 낙관하는 <피곤한 로저벨>, 결혼한 아내가 가정을 두고 사람들과 여행을 다니는 <최신 유행 결혼생활>은 마지막으로 남편이 그녀를 떠날 거 같은 편지를 보냈음에도 지금의 자유를 버릴 수 없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굳이 결말이 없어도 왠지 이혼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어, 권위적인 아버지로 인해 아버지 장례식 이후에도 어떤 행동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두 자매의 이야기 <죽은 대령의 딸들>, 애정인지 우정인지 모르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 <미묘한 감정>은 속내는 서로에게 솔직하고 싶지만 선뜻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데 참고 있는 것보다 말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을 알려준 단편이다. 하지만, 단편 중 난 <가든파디>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든파티를 한창 준비중인 어느 부유층...그러나, 그날 근처에 사는 어느 가난한 농부가 사고로 사망을 했다. 장례식일 치뤄지기에 로라는 부모에게 파티를 중단하자고 말하지만 어리석은 짓이라며 반대한다. 소녀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말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모와 같은 반응이다. 오빠에게 물어볼까 하려다 입을 다물고 파티에 전념했고 그렇게 파티를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렇게 농부의 죽음을 머리속에서 사라질 쯤 로라의 친모는 남은 음식으로 조문 바구니를 만들자고 하는 데, 이건 결코 동정하는 마음이 아니다. 소녀처럼 진정으로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곳을 방문한 것도 역시 부모가 아닌 어린 로라였다. 조문 바구니를 들고 들판을 넘어가는 소녀는 그날 하루 아주 완벽한 삶이었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농부의 집...자신의 집과 너무 다른 분위기로 두려움을 느끼고 죽은 자를 바라봤을 때 무서움이 아니라 편안함, 깊이 잠든 모습,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에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삶을 어떤 것인지를 정확한 표현으로 할 수 없지만 두 남매의 대화 속에서 나 역시 공감할 수 있었다.

 

"너무 아름다웠어. 하지만 오빠 -"로라가 말을 멈추고 로리를 올려다봤다.

"삶은 참 -"로라는 말을 더듬었다.

"삶은 참-" 그러나 삶이 어떤 것인지 로라는 설명할 수 없었다.

상관없다. 로리는 이해했다.

"참 그렇지, 동생아?" 로리가 말했다.

-본문 중(가든파티)-

 

마지막으로 엄마가 죽으면서 아버지를 떠나 조부에게 맡겨지는 소녀의 이야기 <항해>는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시작점을 보여주는 단편과 시골에서 처음으로 가게 된 첫 무도회의 설레임을 보여주는 <첫 무도회, 반려 동물이 떠난 자리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카라니아>는 기쁨이면서 슬픔이 될 수 있음을...단지, 애완동물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기에 곁에 있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g*****3 2022.11.09.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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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난해함 속에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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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독자에게도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프렐류드>는 아마 그 시대 독자에게는 더욱 생경하게 다가왔으리라 예상된다. - 옮긴이의 말 中에서    책을 다 읽은 후 '옮긴이의 말' 중에서 와닿는 문장을 발견했다. 이 문장을 보고 위로받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난해하다고 생각하며 나의 독서 수준을 탓했다. 난해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 말에 위로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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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독자에게도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프렐류드>는 아마 그 시대 독자에게는 더욱 생경하게 다가왔으리라 예상된다. - 옮긴이의 말 中에서 

 

책을 다 읽은 후 '옮긴이의 말' 중에서 와닿는 문장을 발견했다. 이 문장을 보고 위로받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난해하다고 생각하며 나의 독서 수준을 탓했다. 난해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 말에 위로받으며 읽은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표제작인 <프렐류드>를 포한한 여러 단편 속 인물들을 이해하는 어려움은 있었으나 점차 작가의 의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상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자꾸 빠져들게 된다. 그들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만. 이해되는 내용도 있다. 

 

'어린 소녀에게 그는 두렵고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어린 소녀>를 읽으면서 걱정했다. 어린 소녀는 아빠를 피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편하게 말하는데 아빠 앞에서는 말을 더듬는다. 어떤 이유로 아빠를 두렵게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들도 아빠를 무섭고 대하기 어려운 존재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렵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걱정된다. 뉴스에서 마주하고 있는 사건들처럼 어린 소녀도 아픔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안도한다. 어린 소녀는 피곤한 아버지를 이해한다. '아버지는 별로 크지 않다….'라 말하는 어린 소녀의 말이 이해된다. 우리들도 아버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처럼 커 보이지 않는다. 다가가기 어려웠던 아버지를 이해하면 그의 커다란 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딜 피클>을 보면서 사람의 기억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예전의 일을 기억하는데 서로 다르다. 식물원에 갔을 때 남자는 꽃 이름을 말하던 여자의 달콤한 목소리를 기억한다. 여자는 말벌을 쫓는 그의 호들갑스러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변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웃게 된다. 여자가 왜 이별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이해된다. 소통이 아니라 불통인 사람과의 만남은 지속되기 어렵다.

 

<프렐류드>의 단편들은 미로 같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길이다. 오해로 시작한 내용들은 이해로 변한다. 처음 읽을 때는 인물들을 오해하지만 읽으면서 그들을 이해한다. 난해함이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n******e 2022.11.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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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 _ 캐서린 맨스필드
"프렐류드 _ 캐서린 맨스필드" 내용보기
체호프에 비견할 만큼 단편에 탁월한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선집이다.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가든파티>와 미완의 <6년 뒤>를 포함한 열여섯 편이 실려 있다.       아버지를 두려워하지만 한편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소녀, 부잣집 남자를 기대하며 고급 창부가 된 자신을 상상하는 바이올라, 잘생긴 용모를 가진 남자의 프러포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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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에 비견할 만큼 단편에 탁월한 캐서린 맨스필드의 단편선집이다.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가든파티>와 미완의 <6년 뒤>를 포함한 열여섯 편이 실려 있다.

 

 

 


아버지를 두려워하지만 한편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소녀, 부잣집 남자를 기대하며 고급 창부가 된 자신을 상상하는 바이올라, 잘생긴 용모를 가진 남자의 프러포즈를 꿈꾸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처한 현실에 파묻힌 기분으로 사는 베럴, 마차를 타고 집을 떠나는 상상을 하는 린다, 고령에도 주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딸의 살림과 육아를 도맡아 하는 페어필드 부인, 어머니를 여의고 낯선 할아버지 집으로 가기 위해 배에 몸을 싣는 어린 페넬레, 죽음을 통해 인생의 기적을 확인한 로라,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꾸지만 눈을 뜨면 녹록치 않은 현실로 돌아오는 모자 가게 점원 로저벨, 일평생 아버지의 권위에 주눅들어 살았던 두 자매  등 각 소설들마다 가부장제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결혼을 통한 경제적 신분 상승 및 화려한 삶에 대한 욕구와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를 꿈꾸는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 그리고 새로운 삶 앞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극복해야만) 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딜 피클>에서 6년 만에 우연히 재회한 (한때 연이이었던) 두 남녀가 추억하는 어느 오후의 기억은 전혀 다르다. 그들이 공유한 기억의 파편에 실려 있는 감정도 다르다. 마지막 그 한마디! 기억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남자, 나도 별로일세... . 당시의 부부 관계와 결혼 생활을 비둘기 암컷과 수컷으로 비유하면서 압축적으로 명쾌하게 보여 준 <비둘기 씨와 비둘기 부인>이 있다면, <레지널드 피콕 씨의 하루>는 권태에 빠진 기혼 남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락가락 하는 마음>에서는 궁핍한 생활과 자괴감에 넌더리가 나 엉뚱한 생각을 하지만, 작은 소동으로 자신감을 얻은 여성이 등장한다. 그러나 잊지 마시라, 현실에서의 강간 위험은 그토록 쉽게 벗어날 수 없음을. 이외에도 일평생 아버지의 그늘에서 살다가 그의 죽음으로 마치 보호자를 잃은 어린애처럼 매사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매 등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그동안 <가든파티>를 가장 좋아했던 이유는 읽을 때마다 여러 생각이 복합적으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연코 표제작 <프렐류드>를 꼽는다. 이 소설에는 여성의 사회적 문제들을 다각적으로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제인 오스틴이나 버지니아 울프가 각각의 작품들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ㅡ가정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전무하고,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임신을 강요 당하고 가정 내 결정권이 없는 등의 문제점들ㅡ를 한 작품에 여러 여성들을 통해 간결하게 녹여냈다. 남편의 실내 슬리퍼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딸들, 허약한 아내의 건강은 염두에 두지 않고 식탁에 미리 마련해둔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의 자리,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한 후 행복을 강요하는 가장.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귀결하는 바는 결국 여성에게 부재한 경제력이다. 오늘날 여성의 경제 활동 비율이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전 연령대를 아울렀을 때 남성의 경제 활동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하물며 19~20세기의 여성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나. 다방면으로 재주가 뛰어남에도 허영과 독립의 욕구를 오가며 타인을 하찮게 여기고 낮잡아 대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올리려 드는 베럴의 낮은 자존감도 연장선에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프렐류드>에서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페어필드 부인인데, 어쩌면 작가는 가장 나이어린 키지어부터 로티, 이저벨, 베럴, 린다까지 결국 이들이 도달하는 삶의 모습은 페어필드 부인이라고 말하고자 했던 건 아닐까. 물론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여성의 삶을 폄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삶이 여성 본인이 원했는지, 그전에 선택의 기회가 있었는지, 그러한 여건이 가능했는지를 따져봐야할 것이다. 어린 딸 키지어에게 알로에가 백 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말을 하면서 짓는 린다의 미소의 의미는 무엇이며, 곧 꽃을 피울 것 같은 알로에는 린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그들이 거울 안에서 발견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이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소설에서 행복한 사람은 가장 스탠리 뿐이고, 퍽퍽한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유일한 사람은 페어필드 부인이다.



짧게나마 <가든파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내용은 각설하고) 다른 가족들과 달리 로라가 가든파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조문 바구니를 남은 음식으로 채우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이유는 사망한 가난한 젊은 마부와 그의 가족이 이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나마 셰리던 부인이 마지못해 조문 바구니를 만들자고 한 이유는 그저 불편한 감정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조시는 조문을 갈 로라의 드레스가 망가질 것을 걱정하고, 셰리던 씨와 아들 로리는 그저 관망할 뿐이다. 하층민의 젊은 마부의 죽음은 이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고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죽은 젊은이의 시신을 본 로라에게 잠을 자듯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은 너무 평화롭게 느껴졌다. 그녀는 같은 시각에 한쪽에서 요란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사이, 다른 한쪽에서는 죽음을 관통해 모든 것들로부터 떠나는 기적이 일어났음에 대해 생각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죽음을 통해 삶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혹은 어떤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가. 후반부에 나타나는 로라의 각성은 읽을 때마다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이번 단편선집에 실린 작품들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마음에 들어온다. 내가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 글들은 19세기를 전후한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성폭력의 위험을 비롯해 현재 사회의 모습과 대입해서 읽어도 큰 괴리가 없다.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는 시대성을 간결하면서도 위트있게 담아낸 작가가 단편의 대가라 불릴만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사족
아주 짧지만 임팩있는 <독일인들과의 식사>. 그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피곤해.

 

 


257.
아무리 그렇더라도, 우울에 집착하거나 추억에 매달리려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삶이 더없이 슬프게 느껴진다는 것을 고백할게요.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어요. 질병이나 가난이나 죽음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슬픔을 뜻하는 게 아니에요. 아니, 이건 달라요. 이것은 우리가 내쉬는 숨결처럼 어딘가 깊은, 아주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몸을 피곤하게 해도 잠깐 움직임을 멈춘 순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것의 존재를 느껴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느끼는지 자주 궁금해요. 영영 알 수 없겠죠. 그렇지만 그 달콤하고 명랑한 노랫소리 아래 결국 이런 것이, 슬픔이 존재한다는 게 놀랍지 않나요? 아, 무엇이었을까요, 내가 들은 그것은.
('카나리아'에서)

 

 

 

♤ 출판사 지원도서

y******n 2022.10.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