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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부재의 경계에서 외치다 - [불타버린 지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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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부재의 경계에서 외치다<불타버린 지도>를 읽고누구나 돌아온다. 떠났던 곳으로 돌아온다.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돌아오는 게 목적인 양, 두꺼운 자기 집의 벽을 더 두껍고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그 벽의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떠난다. 그러나 더러는 떠난 채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21쪽)  보통의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일이다. 큰 마음 먹고 일상에서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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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부재의 경계에서 외치다
<불타버린 지도>를 읽고

누구나 돌아온다. 떠났던 곳으로 돌아온다.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돌아오는 게 목적인 양, 두꺼운 자기 집의 벽을 더 두껍고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그 벽의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떠난다. 그러나 더러는 떠난 채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21쪽)

  보통의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일이다. 큰 마음 먹고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다녀오지 않더라도 평범한 매일의 더께가 쌓여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어떤 연유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사람, 이를테면 소설 <불타버린 지도>에서처럼 여느 날과 같이 출근한 후 여섯 달 넘게 돌아오지 않는 남편도 있으리라. 아내는 한 흥신소에 남편의 행방을 의뢰하고, 탐정으로 일하는 주인공이 사건에 착수하지만 갈수록 미궁 속을 헤맨다. 의뢰인, 의뢰인의 동생, 남편의 부하직원 등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해결의 실마리를 두고 마치 실뭉치를 풀었다 뒤엉키게 만드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미로의 출구를 찾으려고 여백이 많은 지도지만 남편이 갖고 다디던 광고용 성냥갑을 단서로 (불편한) 진실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고자 한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의뢰인의 동생, 남편의 부하직원은 차례로 주인공의 곁에서 사라져간다.


처음부터 내 시야를 가로막는 벽이라고 결론짓지 않고 그 녀석과 눈높이를 맞췄다면······뜻밖에 그 녀석도 벽을 슬며시 문으로 바꿔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줬을지 모른다.(154~155쪽)

  그의 독백을 곰곰이 곱씹어본다. 닫힌 '문'은 일종의 막힌 '벽'과 다르지 않으나, 그 '문'이 열린다면 타자라는 다른 세계가 나 자신이 문지방을 넘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된다. 앞서 언급한,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구해온 재료로 자기 집의 벽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 어쩌면 자기만의 세계를 공고히 하기보단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이려는 준비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존재하지 않는 이들끼리 상대를 찾아 헤매는 우스꽝스러운 술래잡기(280쪽)'를 끝내지 못하는 그를 지켜보면서 나 역시 인생이라는 미로를 탈출하려 애쓰는 존재가 아닐까, 나아가 과연 저마다의 미생(未生)이 완생(完生)으로 거듭나려면 우리에게는 어떠한 지도가, 또 얼마나 필요할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소설에서 의뢰인의 동생과 주인공은 각각 "인생에 필요한 지도는 딱 한 장이면 충분하다", "현실의 거리와 비교하면 우리가 그린 지도는 아무래도 너무 단순하며, 그 지도마저 생략투성이인 약도에 불과하다."고 답한다.


"결국 길을 헤맸을 테죠······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그걸 증명해주는 건 타인인데, 자기를 돌아봐주는 타인이 한 사람도 없다고 했으니까······"(285쪽)

  <불타버린 지도>는 <모래의 여자>, <타인의 얼굴>과 함께 일본 소설가 아베 고보의 '실종 3부작'으로 불린다. 세 작품 모두 독특한 소재, 기발한 구성, 낯익음을 낯설게 바라보는 방식을 바탕으로 '있음과 없음(또는 사라짐)의 경계를 오가는 인간'을 재조명한다. 특히 <불타버린 지도>에는 사라진(도망친) 인간을 놓고 남겨진 자들이 서로 다른 시선, 즉 '뒤쫓을(붙잡을)' 권리와 '내버려둘(숨겨줄)' 의무가 대립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살다가 어느 순간에 내가 어디까지 온 건지 되돌아보게 될 때가 있는데, 나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한 타인을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만일 그순간 거울이 없다면,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거울을 찾아서 떠나거나, 아니면 거울 따위 신경쓰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새로이 개척해나가거나. 그리고 우리는 다시 돌아올 수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k*****o 2024.03.13. 신고 공감 1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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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버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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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문체와 복잡한 진행,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장면전환, 뚜렷하게 내려진 결론이 없어 읽는데 애를 먹었지만 다 읽고 꽤 오랫동안 생각하니 이 책에서 어느정도 말하는 바는 알 것 같았다. 물론 알았다는 착각일 수도 있지만...제목과 글귀가 의미심장하다. 불에 타버린 지도는 존재하나마나인 셈이다. 지도는 내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 아닌가? 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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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문체와 복잡한 진행,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장면전환, 뚜렷하게 내려진 결론이 없어 읽는데 애를 먹었지만 다 읽고 꽤 오랫동안 생각하니 이 책에서 어느정도 말하는 바는 알 것 같았다. 물론 알았다는 착각일 수도 있지만...

제목과 글귀가 의미심장하다. 불에 타버린 지도는 존재하나마나인 셈이다. 지도는 내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 아닌가? 불에 타버리면 지도의 소유자는 길을 헤매고 만다. 글귀는 또 어떤가. 도시 - 닫힌 무한. 결코 헤메는 일 없는 미로라니. 
앞 뒤가 안맞는다. 무한한데 헤메는 일이 없는 "미로"라니.

"나"는 실종자를 찾으려다 습격을 당한 후 기억상실증에 걸려 결국 실종자가 되어버린다. 소설 말미와 앞부분의 수미상관은 마치 나 = 실종자 인것 처럼 보이게 만든다. 게다가 실종자를 찾아야하는데 다른 종류의 실종(죽음)까지 합치면 4명의 사람이 이 도시에서 실종된 것이다. 소설이 진행될 수록 실종자와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 실종자만 생겨날 뿐이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시로다. 소설 후반부에 나와 실종자인 네무로 과장을 거리에서 본 일. 실종자가 내면에서부터 삶의 의욕이 솟구쳐오르는 듯한 발걸음으로 걸어갔다는 이야기. 아침 만원 전철 속에서 짓눌려 있다보면 두려워질 때가 있다는 이야기. 스스로 자살하기 직전에 주인공에게 했던 말. 정말 둔감한 사람이군. 매일 아침 전철 속에서 벽(타인)에 짓눌려 일상을 견디던 다시로는 이 무한한데 헤메는 일 없는 미로에서 버티지 못하고 결국 실종(자살)을 선택한다.

다시로는 네무로 과장을 우연히 봤을 때 의욕이 넘치는 발걸음으로 지나갔다고 얘기한다. 실종자가 되어 이 도시에 없는 사람이 되었는데 의욕이 넘치는 발걸음으로 걷는 중이었다. 마치 일상의 모든 것을 없애고 홀가분한 새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사람처럼.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다이마치 언덕 밑 공중전화에서 커피숍의 여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여성이 그를 찾으러 왔을때 그녀를 피하고 그녀와 반대방향으로 걸으며 스스로 실종을 선택한다. 그 속에는 납작해진 고양이의 시체를 보고도 환한 미소가 지어질 만큼 의욕과 희망을 가지고.
l*********5 2025.01.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