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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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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희 작가의 중편소설집 <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를 읽었다. <히말라야바위취>를 비롯한 3권의 단편집을 출간한 작가의 네 번째 작품집으로 한 동안 책을 멀리했던 나에게 오랜만에 읽는 재미를 듬뿍 안겨준 책이다.   이 책은 여러모로 신선한 기획이 돋보인다. 우선 세 편의 중편을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장편으로 쓰면 늘어질 수도 있고 단편으로 압축하기엔 아쉬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내용보기

강명희 작가의 중편소설집 <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를 읽었다. <히말라야바위취>를 비롯한 3권의 단편집을 출간한 작가의 네 번째 작품집으로 한 동안 책을 멀리했던 나에게 오랜만에 읽는 재미를 듬뿍 안겨준 책이다.

 

이 책은 여러모로 신선한 기획이 돋보인다. 우선 세 편의 중편을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장편으로 쓰면 늘어질 수도 있고 단편으로 압축하기엔 아쉬움이 남을만한 이야기들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분량으로 담아 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덕분에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 수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이다. 보통 여러 편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을 때는 대표작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내세우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수록된 작품의 제목 모두를 열거함으로써 어느 작품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 준다. 책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세 작품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잘 쓰여진 수작이다.

 

잔치국수는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안고 독일에서 살아가는 세 여인의 이야기다.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인생의 뒤안길에 선 여인네들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지인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서 소설로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노련하다.

 

분천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아비와 그의 아내를 비롯한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딸을 여윈 기억을 떨쳐버리고자 분천을 떠나서 하염없이 흘러간 곳의 지명이 또 다른 분천이고, 딸을 떠나보낸 지 한 달 만에 보름 전 남편을 떠나보낸 낯선 여자와 만난다는 극적이 설정이 전혀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을만큼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어린 농부는 대대로 이어오는 불행의 씨앗을 없애고자 뱃사람 집안의 오대 독자를 농부로 정착시키기 위한 가족들의 분투기다. 어린 사내아이를 농부로 만들기 위한 가족들의 희생과 헌신이 눈물겹고 낯선 곳에서 농부로 자리 잡기 위한 고단한 삶의 모습이 애잔하다.

 

강명희 작가의 작품 속에 일관되게 깔려있는 것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나약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그들이 현실에 부대끼며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에 천착하다가도 그들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외면하지 않는다.

 

서사는 사라지고 난해한 의식의 흐름이나 자극적인 주제가 난무하는 문학계에서 강명희 작가가의 작품은 삭막한 사막을 헤매다 만나는 오아시스와 같다. 억지로 지어낸 허구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를 탄탄한 구성과 맛깔난 문장으로 풀어낸다.

 

강명희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작부터 이전의 작품들을 섭렵한 애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작가의 다음 작품을 고대해 본다.

c********s 2022.10.31.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