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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갈고 희망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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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뜨거웠다. 그늘을 드리울 나무라곤 전혀 없는 곳이어서 그런지 땅은 몹시도 메말라 있었다. 사람들은 올 때마다 양손에 물뿌리개를 들기 바빴다. 쏟아 붓는 정성에 감복이라도 한 것인지, 대다수는 풍성함이 무언지 증명이라도 해보이려는 듯한 모습을 뽐내며 성장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들끼리 말문을 텄다. 이럴 땐 무엇이 좋은지 정보를 공유하는 그들에게서는 어느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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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뜨거웠다. 그늘을 드리울 나무라곤 전혀 없는 곳이어서 그런지 땅은 몹시도 메말라 있었다. 사람들은 올 때마다 양손에 물뿌리개를 들기 바빴다. 쏟아 붓는 정성에 감복이라도 한 것인지, 대다수는 풍성함이 무언지 증명이라도 해보이려는 듯한 모습을 뽐내며 성장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들끼리 말문을 텄다. 이럴 땐 무엇이 좋은지 정보를 공유하는 그들에게서는 어느 순간부턴가 서툶이 사라졌다.

 

몇 해 전 구청에서 텃밭을 분양한다는 소릴 들었을 땐 조금 의아했다. 아무리 변두리라고는 하나 엄연한 서울인 곳에 텃밭을 할 만한 장소가 있단 소리 자체가 뜬금이 없게 느껴졌다. 소소하게 개인텃밭을 이용하는 이들이 있단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양 시작과 동시에 경쟁률은 추첨을 해야 할 정도로 치솟았다. 내리 두 번을 떨어진 끝에 드디어 올해 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주로 부모님께서 오가며 농작물을 돌보시지만 나 또한 주말이면 산책 겸 텃밭을 찾는다. 볼 때마다 못 알아볼 정도로 성장해 있는 녀석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아마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텃밭을 보듬으며 새로운 형태의 재미에 푹 빠져 있지 싶다.

정책도 유행을 탄다. 현재는 서울시 대다수의 자치구가 텃밭을 분양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조례 역시 마련했다. 강동구는 여느 자치구에 앞서 도시농업 쪽 정책을 추구했는데, 구에서 정책적으로 도시농업을 펼치기 이전부터 적잖은 가구들이 농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친환경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진정하니 도시농업이라면 단순히 내 먹거리를 재배하는 것에 그쳐서는 아니 된다.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쿠바는 도시농업을 통해 도시 전체에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사실 쿠바의 성공은 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미국의 경제 봉쇄로 인해 자구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도시농업이 추진됐다.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인구가 증가했고, 헐벗은 지역이 푸른색으로 뒤덮이게 됐다. 우리 역시 온몸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에 지금 처해있다. 턱없이 낮은 식량자급률은 미래를 고민하게 만든다. 명칭은 협동조합이나 결코 농민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는 농협의 행태 역시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혹자는 도시 사람들이 모조리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농촌은 어찌 먹고 살라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시농업이 오로지 누군가의 생계를 짓밟는 방식으로만 나아가란 법은 없다.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접한 이들은 경험으로부터 농업의 소중함에 눈을 뜰 것이고, 조금은 비싸더라도 이왕이면 유기농 등 몸에 좋은 제품을 찾게 될 것이다. 도시농업은 공동체의 회복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아무리 평수가 적어도 텃밭을 경작하는 일은 혼자 하기 버겁다. 대부분은 가족 단위의 노동력이 투입되기 마련인데, 조부모와 부모, 자녀의 삼 대가 함께 텃밭을 방문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수확물을 가족 구성원끼리만 나누란 법 역시 없다. 이제까지는 대화 한 차례 하기 힘들었던 위아래 집과 옆집을 챙기고, 나아가 수확물이 지역 내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이즈음 되면 도시농업의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다고 말해도 부끄럼이 없을 것이다.

꼭 노지일 필요는 없다. 집 베란다와 옥상 등에 상자텃밭을 놓아 가꿀 수도 있다. 학교 단위에 도시농업이 보급된다면 생생한 자연체험이 가능할 터인데, 이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은 개개인이 취미 차원에서 텃밭을 경작하는 경우가 잦지만, 이로부터 수익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매대를 설치하고 텃밭에서 생산된 품목들이 지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인데,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이번에도 예산이 문제다. 하지만 예산보다도 중요한 건 신뢰다. 학교가, 텃밭을 경작하는 이들이 지자체를 신뢰한다면 지역단위의 도시농업이 추구되는 건 시간문제다.

대화에 임한 이들로부터 변화에 대한 희망적인 어조를 엿볼 수 있었고, 이미 일군 변화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과거에는 모두가 농부였고, 제 먹을거리는 제 스스로 거두는 삶을 모두가 살았다. 문명의 발달이 인간에게서 땅을 앗아갔다. 지금의 도시농업 열풍은 기분 좋은 후퇴이다. 과거로의 회귀는 곧 미래를 향한 전진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서울 곳곳을 일구는 사람들이 보다 많아지길 바라본다.

 

이달의 사락 q*****2 2014.06.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