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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충분조건, 불안과 불만. 『선량한 시민』
"살인의 충분조건, 불안과 불만. 『선량한 시민』" 내용보기
이은주는 살인을 했다. 개천가를 향해 오줌을 누고 있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 강인학의 등을 떠밀었다. 우발적이라고 하기에도, 계획적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상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발각되지 말아야 한다. 완전범죄여야만 한다. 자신의 이름 옆에 살인자라는 또 다른 이름을 새기기는 싫은 거니까. 그때, 누군가 자신을 목격자라 말하며 은주에게 전화했다. 협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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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는 살인을 했다. 개천가를 향해 오줌을 누고 있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 강인학의 등을 떠밀었다. 우발적이라고 하기에도, 계획적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상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발각되지 말아야 한다. 완전범죄여야만 한다. 자신의 이름 옆에 살인자라는 또 다른 이름을 새기기는 싫은 거니까. 그때, 누군가 자신을 목격자라 말하며 은주에게 전화했다. 협박이 아니었다.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단지, 목격자는 은주에게 물었다. 살인의 이유를. 그것뿐이다. 목격자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살인의 내용도, 살인자가 누구인지도, 사건해결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그가 알고 싶은 것은 단 하나, 평범한 40대 주부인 은주가 왜 그들을 살해했느냐 하는 것뿐이다. 오직 그것뿐이다. 그리고 이은주는 또 한 번의 살인을 저지른다. 자신이 목격자로 오해한 택시 기사 박정기의 탁주에 농약을 탔다. 박정기는 죽었다.

 

병든 시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 이은주에게는 의지 약한 백수 남편, 아들과 딸이 각각 한 명씩 있다. 은주의 하루는 단조롭다. 조용하다. 시아버지가 드실 죽을 만들고 시간이 남으면 뒷산을 산책하거나 목욕탕에 가거나 요리 강습에 나가는 게 일과의 전부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그녀가 살아가는 모습 전부인 것이다.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주부 은주는 왜 살인을 한 것일까, 그녀는 살인죄로 잡혀갈까?

 

소설은 처음부터 이은주를 살인자라 말해놓고 시작한다. 누군가의 죽음의 현장에서 시작된 추리가 아니라 살인을 한 이은주를 드러내놓고 그녀의 행동과 심리를 보게 한다. 외모부터 성격, 그녀가 사는 환경까지, 이보다 더 평범할 수 없는 사람이 살인했다는 설정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다. 누구와 척을 지지도 않았으며, 누구에게 미움을 산 일도 없는 그녀가 평범한 소시민의 표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 나를 집어넣는다.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면서 자고 일어나고, 일상을 살아간다. 그런 사람에게 살인이라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살인이라... 어떤 빌미가 제공되면 누군가에게 적의를 가질 수도 있고, 미워할 수도 있고, 급기야는 살인충동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충동’에서 멈추기 마련이다. 충동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만약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쉬워 충동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게 흔하디흔한 일이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쯤 교도소 담장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인식의 기준으로 보면, 그 평범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은주가 그들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금방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였다. 은주의 살인 동기를 알고 싶어 하는 목격자는 그 이유를 찾아야만 했던 거다. 거기에 목격자만의 특별한 목적으로 은주의 살인 동기가 필요했다.

 

뜻밖의 전개에 이들의 동선으로 내 시선도 저절로 따라간다. 살인용의자로 잡혀간 은주의 범죄가 낱낱이 드러날 것인지, 은주는 목격자라고 오해했던 택시 기사가 사실은 목격자가 아님을 어떻게 알아챌 것인지, 은주의 뒤를 캐며 따라다니던 진짜 목격자 윤창수는 그가 원하던 이야기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인지, 무엇보다 은주가 벗어나고자 하던 그 동네를 개운하게 떠날 수 있게 될 것인지...

 

여기까지만 본다면 은주의 일상도, 소설 속의 이야기도 평범함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냥 끄덕끄덕 누군가의 하루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살인자를 밝혀놓고 시작하는 이야기가 이 소설이 처음도 아니니 아주 신선하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이야기 이면의 것들이 이 소설을 읽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묻지 마 살인? 아니다. 선량한 시민 은주의 ‘이해하기 어려운 살인’에 가깝다.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을 뚜렷한 이유가 없이 죽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살인이 너무 쉬웠다. 간단하게 등을 떠밀었고, 마시던 술에 농약을 탔다. 사회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살인자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생활하는 은주의 모습에서 편안함을 전달받고 있었다. 살인을 한 사람도 저렇게 생활할 수 있구나... 한 번이 아니다. 살인이 또 다른 살인을 불러왔다. 그녀는 살인자의 모습도 아니었다. 살인자는 이렇게 생겨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 떠올리게 되는 어떤 이미지나 느낌을 생각해보면 평범한 주부 은주는 그 살인자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그게 맹점이다. 평범해 보이는, 선량하게 보이는 누군가도 살인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다른 주인공 창수는 자신의 과거 기억에 은주를 대입한다. 오래전 과학 선생이 죽은 일이 떠오른다. 창수는 그녀를 죽이지 않았으나, 그녀를 죽였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그녀는 죽었다는 것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애매한 마무리로 그 사건은 희미해져 갔으나 은주의 살인 모습에서 창수는 잊었다고 생각한 그 시간을 기억해낸다.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했던 행동을 은주를 통해 이해받고 싶었으리라. 자신이 찾지 못했던 그 이유를 은주를 통해 듣고 싶었던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는 완성되어야만 했다. 오직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은주의 입을 열게 하고 싶었으나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은주는 창수가 바라던 방향으로 끌려가는 여자가 아니었다.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른다. 두 번의 살인사건이 있었음에도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은주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연쇄살인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동네는 흉흉해졌다. 아이들은 연쇄살인범 잡기 ‘놀이’를 즐기기 시작했고, 시장의 상인들을 시류에 맞게 범죄용품을 파는 장사도 서슴없다. 먹고 사는 문제가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흉흉함도 장사로 이어지게 하는 두뇌 회전을 불러온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범인 은주는 아직 잡히지 않았고, 은주를 통해 바라던 바를 이루려던 창수는 자꾸만 은주의 곁을 맴돈다.

 

창수가 은주를 통해 듣지 못했던 그 이유, 살인의 이유를 내가 찾아야만 했다. 선하고 평범해 보이는 그 얼굴이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봐야만 했다. 찾았을까? 완전하게 들어맞는 이유는 아닐 수도 있다. 내가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만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은주가 가진 현실의 불만이 쌓여있었을 것이다. 병든 시아버지의 수발은 언제 끝날 것이며, 무능력한 남편은 시아버지의 아래서 언제 일어날 것이며, 공부도 안 하고 엉뚱하게 빠져나가는 아들 녀석은 언제 정신을 차릴 것인지. 은주를 둘러싼 현실이 그녀 안에서 불만으로 쌓여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시아버지에게 도움을 얻어 작은 식당이라도 하나 차리고 싶었던 바람은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은주를 둘러싼 현실이 짜증스럽고 여기서 탈출하고 싶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평범한’ 40대 주부 은주의 내면에 깊게 숨어있던 살인 충동이 고개를 든 것이다. 우리가 마음의 불편함을 호소할 때 하는 말. 내 안의 뭔가가 나를 괴롭힐 때 ‘죽어버리고 싶어.’, 혹은 ‘죽여 버리고 싶어.’ 하는 말들이 이해가 될 것 같은 순간이다. 은주를 둘러싼, 은주를 편하게 해주지 않는 일상이 충동적인 살인을 불러온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알 것도 같은’ 마음이 되는 이유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도 모르는데, 오늘 하루 그것도 계획에 없었던 충동이 빚어낸 결과를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간절하게 바라며 믿는 것이 기억이 되고(은주의 아들 기현의 주문 같은 진술), 살인과 자신의 일상이 별개가 되기도 하는(살인 후 은주의 생활),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사실화되는(창수의 알리바이 SOS를 무시하는 은주의 결정) 것도 불사하게 되는 순간순간의 충동이 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아지는 것, 자신의 살인마저 기억에서 지울 수도 있는 것, 내 안의 어떤 것이 튀어나와 그 순간의 나를 만들어 가는지도 모르는 것. 그게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량한 시민인 우리도 살인할 수 있고, 그 살인의 이유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완전범죄를 꿈꿀 수도 있다. 그런 것을 기대할 수도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삶, 그게 우리가 속한 세상이고 현실이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살인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 생각보다 별것 아닐 수도 있다는 게 무서울 뿐.

 

어쩌면 그렇게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고, 정치한 인과관계에 의해 사건이 일어나고 마무리되는지 창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인생에는 복선도 플롯도 없다. 성격은 충동에 의해 무너지고, 기억은 소망에 의해 왜곡된다. 인생은 무질서한데 왜 소설 속 이야기는 그토록 질서 정연해야만 하는가. (76페이지)

 

결말이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살인자는 처벌받았는지, 억울한 이는 누명을 벗었는지, 바라던 내일을 맞이하고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서 인생이라고 말하는 듯한 소설이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선량한 시민 은주가 살인자가 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냥 그 상태로 남겨두고 받아들이자고 결론 내는 은주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연쇄살인이라는 무서운 사건이 관련자가 아닌 타인에게는 ‘놀이’가 되고, 고요히 침묵했던 동네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축제처럼 즐기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아니겠는가. 이해할 수 없어도 보고 살아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선량한 시민이 살인자가 되기도 하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n******i 2014.01.06. 신고 공감 19 댓글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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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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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가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세계는 다시 복원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엄청난 일은 사소한 일상의 분노로 인해 촉발될 수 있다. “우리는 왜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는가.”라는 질문은 어리석다. 인간은 본래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215) 가끔 신문에 ‘묻지마 살인’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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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가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세계는 다시 복원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엄청난 일은 사소한 일상의 분노로 인해 촉발될 수 있다. “우리는 왜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는가.”라는 질문은 어리석다. 인간은 본래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215)

가끔 신문에 ‘묻지마 살인’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왜라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마음속에 어떤 상처가 있었기에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마음속에 어떤 분노가 쌓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죽이는 것인지, 그들은 처음부터 악의 탈을 쓰고 자란 사람일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살인범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평범한 우리네 이웃일 가능성도 아주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벌레하나 죽일 수 없을 것 같은 평범한 우리네 이웃 중 한 명이 어떻게 살인에 이르게 되는지를.

 

평범한 40대 주부인 은주가 경찰에 체포된다. 체포의 이유는 뜻밖에도 살인 용의자. 얼마 전 마을에서 60대 남자가 동네 개천에 빠져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처음엔 실족사로 처리 되었는데 그 장소에 목격자가 있었던 것. 경찰에 불려간 은주는 60대 남자가 누군지 모른다며 완강하게 저항하고 경찰 입장에서도 범행 동기를 찾을 수 없어 은주를 풀어준다. 은주는 남편의 사업실패로 시아버지 집에 들어가 살게 되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 남겨진 돈으로 식당을 차려 학군 좋은 동네로 이사 가는 게 꿈이다. 시아버지는 구순의 나이에도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간다. 그런 시아버지를 보면서 은주는 자신의 삶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날. 사건이 있는 그날. 은주는 동창들과 만난 뒤, 집에 오는 길에 개천에서 오줌을 누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충동에 싸여 그의 등을 밀어 버렸다. 당연히 실족사 처리가 될 줄 알았는데 목격자가 나타나고 은주는 불안해진다. 이후 그 목격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소설가를 꿈꾸는 윤창수를 만나게 된다. 임팩트 있는 소설의 소재를 찾아 헤매던 창수는 선량해 보이는 40대 주부가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광경을 보고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 이후 은주를 찾아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어지는데...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제일 중점을 두고 읽게 되는 부분이 바로 살인 동기다. 살인 동기를 찾는 게 무슨 수수께끼가 되는 양 왜 라는 의문을 갖지만 때론 그에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하다.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면 그만큼 사람을 불안하게 하니까. 소설을 쓰고 싶었던 창수는 그래서 은주의 고백을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선량한 40대 평범한 주부가 왜 이유도 없이 60대의 탐욕스러운 노인 등을 밀었는지... 하지만 은주는 이유를 말 할 수 없다. 자신도 이유를 알지 못했으니까. 이후 시아버지가 병원에 오가기를 몇 번. 그동안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의문, 왜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한 인간을 죽이려 했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274)

 

은주와 창수는 어쩜 이란성 쌍둥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일지 모른다. 고교시절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의문을, 은주를 통해 알고 싶었는지 모르니까. 창수 자신도, 은주 자신도 선량한 시민이었지만 어떤 감정에 휩싸여 살인을 저지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이 세상에 과연 선량한 사람들이 있기는 한 것일까? 어느 날 평범한 우리 네 이웃이 가족의 누군가를 목 졸라 죽이고 자살하는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들이 처음부터 어떤 대단한 동기를 가지고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삶이, 사람이, 그리고 인생의 무게가 그들을 한 순간 살인자로 만들기도 하니까. 우리 주변엔 언제 깨질지 모를 살얼음판을 걷듯 지독하게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선량한 시민이었고, 이 사회를 구성하는 질서정연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때론 누군가를 지옥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에 소름이 끼친다.

 

새로운 작가를 만났고 나는 이 작가가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작가를 만난다는 것. 이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4.01.16.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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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복선도 플롯도 없는 인생, 그보다 더한 소설!!
"《선량한 시민》 복선도 플롯도 없는 인생, 그보다 더한 소설!!" 내용보기
<그것은 누명임이 분명했다. 평범한 주부이자 교통 법규도 한번 위반해본 일 없는 모범적이고 선량한 시민이었던 은주가 어느 날 아침 경찰에 의해 체포된 것이다> 라는 카프카의 소설 <소송>의 첫 부분을 변형하여 쓰인 매혹적인 이 작품의 첫 문장은 사실 시작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거짓말로 인해서 이 작품만의 독특한 색깔이 만들어진다. 우선 이 작품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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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누명임이 분명했다. 평범한 주부이자 교통 법규도 한번 위반해본 일 없는 모범적이고 선량한 시민이었던 은주가 어느 날 아침 경찰에 의해 체포된 것이다 라는 카프카의 소설소송의 첫 부분을 변형하여 쓰인 매혹적인 이 작품의 첫 문장은 사실 시작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거짓말로 인해서 이 작품만의 독특한 색깔이 만들어진다. 우선 이 작품의 주인공인 가정주부 은주는 제목이 가리키는 '선량한 시민' 은 아니다. 선량하다는 의미가 성품이 착하고 어질다는 것이라는 걸 기억한다면, '평범하다'는 것이 '선량하다'의 동의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선량한 시민이 살인 용의자로 오해 받는 이야기도 아니고, 선량한 시민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추리소설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작부터 범인을 밝히고 들어가며 범행의 목적도, 결국 범인이 밝혀지지도 않은 채 이야기가 끝이 나 버린다. 그렇다면 과연,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남편의 사업 실패로 시아버지 집에 들어가 살고 있는 은주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남겨진 돈으로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지만, 구순의 나이에, 치매기도 있는 시아버지는 여전히 정정하시기만 하다. 그녀는 동창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개천에서 오줌을 누던 남자를 보고 알 수 없는 충동으로 그의 등을 떠밀어버린다. 남자의 죽음은 단순 실족 사로 처리될 것처럼 보이고, 은주도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며칠 뒤 경찰에 용의자로 체포되고 만다. 당시 현장을 보았다는 목격자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은주는 자신의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경찰은 그녀와 피해자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고, 무엇보다 그녀에게서 살해 동기를 찾지 못하자 증거도 없이 계속 붙들어 들 수만은 없어서 은주를 풀어주게 된다. 하지만 목격자의 존재는 은주를 불안하게 만들고, 그녀는 자신에게 걸려오는 누군가의 전화를 통해 목격자의 존재를 파악해 그마저 살해하고 만다. 문제는 진짜 목격자가 따로 있었다는 것에 있다. 은주는 엉뚱한 사람을 목격자로 오해해서 살해하고 말았다. 과연 앞으로 사건은 어떻게 전개 될 것 인가.

우리 인생에는 복선도 플롯도 없다. 성격은 충동에 의해 무너지고, 기억은 소망에 의해 왜곡된다. 인생은 무질서한데 왜 소설 속 이야기는 그토록 질서 정연해야만 하는가. 특히 추리소설을 보면 인간은 마치 계산과 논리의 기계처럼 움직인다. 범인은 주도 면밀하게 계획을 짜고, 탐정은 그 계획을 꿰뚫어 본다. 그러고는 창틀에 떨어진 흙덩이 하나 혹은 거꾸로 뒤집혀 있는 책 한 권으로 범행 전체를 추리해낸다. 창수가 보기에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실의 범행은 너무나 우연적으로 이루어지고, 범인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강사를 하면서 소설을 쓰는 창수는 우연히 은주가 살인을 저지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애초에 경찰에 신고해서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 조차 전혀 없었지만, 오로지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40대 주부가 대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너무도 궁금했던 터라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은주는 동기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나고, 그는 그녀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그녀의 집에 전화를 하고, 일상을 관찰하고, 미용실에서 우연히 만나 말을 건네는 등 조금씩 친분을 쌓아간다. 다른 여자보다 머리카락이 좀 길다는 것을 제외하면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사십 대의 여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다니!> 그는 은주를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신비의 영역으로 바라보면서 그녀야말로 자신이 쓰고 있던 소설의 소재가 될 거라고 흥분한다.

한편, 두 건의 살인사건은 은주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기는커녕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동네에는 두 사건이 연쇄 살인범의 짓이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하고, 살인이 일어난 현장에서 게임을 하려는 고등학생들은 우발적으로 친구를 죽게 만든다. 고등학생의 살인 사건 마저 연쇄 살인범의 짓인 것처럼 사람들은 소문을 번져가고, 사건은 점차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은주와 창수를 몰고 간다.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결국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 이런 변수로, 이런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사실 현실에서도 그렇지 않나. 뭐 이런 거짓말 같은 상황이 다 있나 싶은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니 말이다.

동기. 동기가 정말 중요한 것일까. 창수는 의심스러웠다. 어떤 결과에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고, 엄청난 일에는 그만큼 엄청나고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착각일지 모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때로 절박한 심정이 되곤 하지만, 그 절박 함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반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이유가 때로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그것을 동기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살인사건 수사에 있어서 용의자를 선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동기'이다. 살해 동기가 있었냐 없었느냐에 따라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용의자로 몰리기도 하고, 실제 범인이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가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결과를 추론할 때 ''라는 요소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사이코 패스에 의한 무차별 살인,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록 사람들이 공포에 떨게 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바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은 미리 예방할 수도, 방지를 위해 어떤 준비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니 말이다. 현대인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 속에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고 싶어한다. 자신이 믿을만한 스토리라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없다는 것만큼 끔찍하고, 무서운 게 없으니까.

너무도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이지만, 나름의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킨다. 세상 모든 일이 다 말이 되는 것이냐. 나는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어서 나를 애태우는 상황에 매력을 느낀다는 창수, 될 것은 언젠가는 되고야 만다.고 미제 사건이라도 어떤 사소한 계기로 인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고 믿는 최형사, 그리고 너무도 쿨하게, 아무렇지 않게 두 건의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누구보다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은주.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모든 사이코 패스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인물이었다는 걸 말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은주는 평범한 가정주부이지, 사이코 패스의 기질을 숨긴 살인마가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면 왜? 그녀는 누군가를 죽인 것일까.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뻔한 명제를 뒤집는 데서 오는 쾌감은 이 작품을 현실보다도 더 그럴듯한 소설로 만들어준다. 연쇄 살인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무서운 놀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우리 인생에는 복선도 플롯도 없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복선도 플롯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꼼꼼히 따져보면, 시간을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에도 숱한 복선과 뻔하지 않은 플롯이 널려있으니까. 그래서 누구나 비슷해 보이지만, 그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각각의 삶이 존재하는 것이고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14.01.08.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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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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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누명이었어야 했다. 그래야 그녀가 선량한 시민이라는것이 증명될 것이었음으로...   벌써 십수년도 더 된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내가 살던 이웃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저녁찬거리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던길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경찰차도 보이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모양이 평소와는 아주 많이 달라보였었다. 빈집인줄 알고 들어왔던 강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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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누명이었어야 했다. 그래야 그녀가 선량한 시민이라는것이 증명될 것이었음으로...

 

벌써 십수년도 더 된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내가 살던 이웃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저녁찬거리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던길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경찰차도

보이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모양이 평소와는 아주 많이 달라보였었다. 빈집인줄 알고 들어왔던

강도가 집에 있던 노인을 살해하게 된 사건이었는데 나중에 잡힌 범인들의 말로는 의도된 범행이

아닌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한사람은 무고한 목숨을 잃은 후였다.

그 일이 일어나고나서 바로 그 동네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일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아주 기억 저켠에 저장되어 있었는데 이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올랐다. 여기에서

선량한 시민이란 누구를 말하는것일까.

 

행실이나 성질이 착한 것을 [선량]이라고 한다. 행실이 착한 선량한 시민이 살인혐의를 뒤집어쓰지만

그 선량이 바탕이 되어 혐의를 벗고 정의를 이루는것, 처음 이 책을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러나 초반부터 이책은 그런 나의 기대를 배반하고 전혀 선량하지않은 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가슴안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못하던 그녀, 어느 한순간 팽팽하게 활시위가 당겨진것을 느껴진

순간 냅다 화살을 날려버린다. 화살은 정확하게 과녁을 맞추고 그녀는 돌아오지못할 강을 넘었다..

 

중풍에 걸려 수족을 못쓰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은주의 일상은 아주 단조롭다. 시아버지의

병시중을 들고 언제쯤 이 생활에서 벗어날수 있을까를 생각하는것이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지던

은주의 일상에 아주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은주가 살인용의자로 경찰에 연행된것..

한 남자가 동네에서 실족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바로 그 사건의 용의자로 은주가 연행된것이다.

범행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조사하는것이 피해자의 주변관계인데 은주를 연행해온 경찰들로서도

말이되지않는것이 은주와 희생자와의 접점이 도저히 보이지않는것이었다. 처음 실족사건이 접수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단순한 실수로 보여지던 이 사건은 한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범행으로 분류되는데..

은주에게 범행사실을 묻는 경찰과 강력하게 부인하는 은주를 볼때만 하더라도 공연히 엄한 사람을

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오고 노쇠한 몸을 이끌고 경찰서까지 찾아와 은주를 빼내는 은주

시아버지를 보면서 참 별의별 힘이라도 없는것보다 있는게 낫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는데..

은주가 입을 여는 순간 그 모든것이 순식간에 깨져버린다. 은주가 궁금해하는것이다.

왜 혐의를 받았는지가 의문이 아닌 도대체 누가 목격했는가에 대해서, 은주가 저지를 첫번째 살인에

대해서 아무도 모를것이라고 누군가 봤을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저지르지 않았을 살인에 대해서..

 

보통 범죄라는것은 피해자와 가해자간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돈을 빌리고 도망을 쳤던

아니면 삐딱하게 노려봤던 뭐가 됐던 간에 금전적이던지 감정적이던지 어떤 이유로든지 범죄의

원인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언제부터인지 '묻지마 범죄'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이유도 모르고

다만 그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혹은 희생자가 되어버리는것이다. 은주가 떠밀어버린

그 남자처럼. 길가에서 밤중에 노상방뇨를 한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죽음의 이유가 되지는 않을것이다. 이유라면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다는것...

 

은주는 목격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은주를 궁금해하는것은 목격자 역시 마찬가지다.

목격자에게는 어린시절의 안좋은 기억이 있는데 자의였는지 아니면 자신도 예상하지못한 일이었는지

지금도 확신할 수 없지만 죽음과 관련된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은주가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을

목격하자 문득 은주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살인사건을 목격했다는 신고를 하고 은주가 무혐의로

나오게되자 그는 은주의 주위를 맴돌면서 점차 은주를 협박하기 시작하고 그에 맞서 은주는 자신을

지키기위해서 그를 좇으려 하는데..그는 은주를 알고 있지만 은주는 그를 알지못한다.

그리고 벌어진 은주의 두번째 살인, 아마 은주는 두번째 희생자가 그라는 착각을 하고 있을것이다.

사냥감을 물면 재빠르게 망설임없이 처리하는 은주를 보면서 그는 점점 더 은주라는 사람이 궁금해

지고 은주의 곁으로 다가가는데 성공하게 된다.그러나 그가 놓은덫은 은주가 아니라 그를 죄여오는데.

 

두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동네는 흉흉해지고 아이들은 연쇄살인이라는 이 범죄를 놀이에 이용할

생각들을 한다. 그리고 그 놀이에 가담한 이는 바로 은주의 아들..처음 살인사건이 일어났을때

은주에게 초점을 맞출수없었던 경찰들도 연이어 은주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자 수상한 시선을

보내는데,또 한건의 죽음이 일어난다.은주가 범인일수 없는 이 죽음의 주인공은 바로 은주의 남편이었다.

은주의 곁으로 많은 죽음이 지나갔지만 은주의 일상은 크게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에메랄드궁][당신의 파라다이스][[망원동브라더스]에 이어 [선량한 시민]까지 차례대로 읽게되었다.

추리소설의 관습을 깼다는 이 소설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먼저 읽은 [망원동브라더스]와 [에메랄드궁]

이 기대이상의 재미를 주어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치또한 적지않았다.

[망원동브라더스]를 읽었을때 느꼈던 유쾌한 재미에는 조금 못미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작품의

색깔이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은주의 살인이 그대로 은폐되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않아서도 있는것 같다.

보통 추리소설에서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는경우 아주 이상하거나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범인과

희생자간에는 악연의 고리가 존재하는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범행을 저지르고도 범인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은주가 저지른 살인의 경우에는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않는

것이다. 은주가 하려고 마음만 먹었더라면 얼마든지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서 벗어날수 있는것처럼

보였다는것인데..선량한 시민이던 그녀, 그런 극단적인 선택말고는 정말 해답이 없었을까..

 

j******3 2013.12.29.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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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이러한 작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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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이러한 추리소설 작가, 그것도 여류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의 설정이나 주제의 특성상 트릭이 강조된 작품은 아니지만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엄청난 심리묘사는 혀를 내두를 정도. 미야베 미유키나 기리노 나쓰오라는 걸출한 작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본문학계를 부러워하고 질투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추리 독자로서 상당한 안도감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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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이러한 추리소설 작가, 그것도 여류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의 설정이나 주제의 특성상 트릭이 강조된 작품은 아니지만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엄청난 심리묘사는 혀를 내두를 정도. 미야베 미유키나 기리노 나쓰오라는 걸출한 작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본문학계를 부러워하고 질투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추리 독자로서 상당한 안도감을 느꼈달까?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우리는 이 작가의 발견에 응당 기뻐해야 한다. 이제 일본 장르소설에만 관심을 쏟을 것이 아니라 국내 장르문학에도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 이 작가는 그 기수가 될 것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k****7 2014.01.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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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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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다른 작품 2월 30일생네이쳐 보이# 읽고 나서. 아픈 시아버지를 병수발하며, 능력 없는 남편과 시댁에 얹혀사는 40대 주부.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와 그녀가 얼마 전 실족사인 줄 알았던 남자의 살인 용의자라고 이야기한다. 증거도 없고, 시아버지의 호통으로 그녀는 결국 무혐의로 집에 돌아오게 된다. 용의자로 지목된 건 순전히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돌아온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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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다른 작품
2월 30일생
네이쳐 보이

# 읽고 나서.
아픈 시아버지를 병수발하며, 능력 없는 남편과 시댁에 얹혀사는 40대 주부.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와 그녀가 얼마 전 실족사인 줄 알았던 남자의 살인 용의자라고 이야기한다. 증거도 없고, 시아버지의 호통으로 그녀는 결국 무혐의로 집에 돌아오게 된다. 용의자로 지목된 건 순전히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돌아온 그녀는 생각에 빠진다. 대체 누가 봤지. 목격자가 누굴까.

여기까지. 소개를 읽고, 흥미롭다 책을 펼쳤다. 기대했던 미스터리, 스릴러는 아니었다.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책이었는데, 그 질문만 제시했을 뿐, 결말도 해답도 어설프게 끝나버린 듯한 느낌을 받아 많이 아쉬웠다. 

동기. 동기가 정말 중요한 것일까. 창수는 의심스러웠다. 어떤 결과에서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고, 엄청난 일에는 그만큼 엄청나고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착각일지 모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때로 절박한 심정이 되곤 하지만, 그 절박함 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반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이유가 때로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동기 없는 살인. 그래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정말 동기 없는 살인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걸 인정하는 것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는 것을 너무 쉽게 인정하게 되는 게 아닐까. 살인이라는 행위 자체, 그리고 그런 성향(?)으로 자라게 된 배경. 혹은 그 이상. 꺼내려 들면 수없이 많겠고, 이해할 수 없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가진 인간들이 두려움을 없애려 애쓰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가능하면 천천히 집에 도착하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자신이 사람을 죽인 것은. 

호성의 죽음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지, 놀이에 열광하는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제비뽑기>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과거 사건으로 인해 동기 없는 살인에 대해 관심을 품는 창수도 물론이지만, 은주도 열심히 고민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결국 그녀가 도달한 답은 사건을 설명하기에 한참이나 부족하고, 소설을 마무리 짓기에도 한참이나 부족해 보인다.

동기 없는 살인은, 나에겐 미스터리가 아니라 그냥 호러가 되어버린다. 모르겠다. 결말이 맘에 안 드는 게 그냥 내가 찝찝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밑줄 
돈이 많은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 그것은 비록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경험의 축적에 따른 그의 판단이었다.

현실의 범행은 너무나 우연적으로 이루어지고, 범인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과학 선생 사건만 해도 그랬다. 창수는 지금도 가끔 과학 선생의 꿈을 꾸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동기. 동기가 정말 중요한 것일까. 창수는 의심스러웠다. 어떤 결과에서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고, 엄청난 일에는 그만큼 엄청나고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착각일지 모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때로 절박한 심정이 되곤 하지만, 그 절박함 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반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이유가 때로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아닌데, 아빠. 나는 범죄 없는 세상이 아니라 재미난 범죄가 일어나는 세상을 꿈꾸는 거야."
"범죄란 아무리 재미있어도 나쁜 거잖아."
"그렇지만 아빠. 범죄가 없으면 경찰도 실업자가 되고, 형무소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고, 신문기자 상당수가 백수가 될 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잖아.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범죄는 사라지면 안 돼."

"카프카를 좋아하시나 봐요?"
"네, 좋아하죠."
"왜요?"
"이해할 수 없으니까.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고, 너무너무 알고 싶지만, 속속들이 알고 싶지만 절대로 그럴 수가 없어요. 답답하죠."
"답답함이 좋아요?"
"나를 애태우게 하니까."

"형사님, 형사님은 세상 모든 일이 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세상 모든 일이 내 관심사는 아니죠. 나는 범행에 대해 말이 되는 해답을 찾을 뿐입니다."

"나는 항상 큰 흐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아버님께서 현직에 계실 때는, 불가능이란 없다는 정신이 있었거든. 요즘 놈들은 그때가 독재시대였다 어쩌고저쩌고하지만 디테일은 중요하지 않아! 뭔 말들이 그렇게 많아! 흐름이 중요하고, 흐름에 따라가는 게 중요한 거지."

가능하면 천천히 집에 도착하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자신이 사람을 죽인 것은. 

f********r 2018.11.15.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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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 김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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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들을 읽다보면... 천재적인 탐정들과, 천재적인 범인들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그렇지만...삶은 실제와는 많이 다른법... 완전범죄는, 천재적인 범인의 계획보다는...운과 우연의 소산일 경우가 많죠..   '그것은 누명임이 분명하다, 평범한 주부이자 교통법규도 한번 위반해본 일 없는 모범적이고 선량한 시민이었던 은주가 어느날 아침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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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들을 읽다보면...

천재적인 탐정들과, 천재적인 범인들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그렇지만...삶은 실제와는 많이 다른법...

완전범죄는, 천재적인 범인의 계획보다는...운과 우연의 소산일 경우가 많죠..

 

'그것은 누명임이 분명하다, 평범한 주부이자 교통법규도 한번 위반해본 일 없는

모범적이고 선량한 시민이었던 은주가 어느날 아침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카프카의 소송을 패러디)

 

어느날 밤, '강인학'이라는 남자가 술에 취해 실족사합니다.

파출소장은 사고라고 단정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지만..

목격자가 나타나지요..

 

그리고 중풍에 걸린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평범한 사십대 주부 '은주'가 체포됩니다

당연히 그녀는 살인을 부인하고....

경찰 역시 마땅한 증거도 없어 동기도 없기에 결국 그녀를 풀어줍니다.

 

풀려난 은주는 잠을 뒤척이며 생각합니다

자신이 살인용의자가 될줄은 몰랐기 때문이죠?

백퍼센트 안전하다는 확신하에 죽였는데...도대체 누가 날 목격한거지?

 

얼마후...한 남자가 그녀에게 전화를 해옵니다..

목격자라고 하는 그 남자는...협박하는것도 아닌...단순한 궁금중으로

그녀의 동기만이 궁금할뿐이라고 말하고..

'은주'는 목격자가 점점 목을 조여오자, 그를 찾아 나섭니다.

 

명문대생이지만, 현재는 백수가 되어 소설을 쓰고 있는 '창수'

그에게는 기묘한 취미가 하나 있었으니..

고등학교 시절, 삼촌에게 선물받은 망원경으로 남들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마을로 이사를 온후, 자신과 시비를 붙었던 나쁜인간 '강인학'이 소변보는 모습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도중...

한 여인이 나타나 그를 밀어버리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죠...

그러나 그녀는 풀려나고....'창수'는 궁금합니다...그녀의 살인동기가..

 

'창수'는 '은주'를 스토킹하는 가운데..

'은주'의 두번째 살인을 목격하게 되지요...

그리고 직접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생각해보면...'살인'이란 참 쉽습니다...(방법적으로 말이에요)

그러나, 사람에겐 양심과 죄책감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리고 양심이 없는 인간이라도...그후 생길일을 생각하여 함부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체포되니까...)

 

고전추리소설들은 '동기'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이코패스'의 '쾌락살인'이나 '사이코'들의 '무차별살인'이 난무하고

어느순간부터...현실에서는 '동기'란 말이 무의미해지는거 같아요

실제론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가서 눈 흘긴다'는 말이 맞을 정도의 사건들이 많구요..

일명 욱하는 범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미해결사건들도...범인이 대단한거보다 운인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작가는 '플롯이 잘 짜여진 소설'보다는..

'인생에는 복선도 없고, 플롯도 없다'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셨다는데

그래서인지,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형식의 추리소설이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말마져도요...

 

사실 작가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해서 서점에서 그냥 패쓰한 책이였는데

이웃분 서평 보고...급 땡겨서 산책이에요^^ 괜찮더라구요...ㅋㅋㅋㅋ

 



s*****o 2014.02.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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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할 정도로 평범할 따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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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스레인지 앞에서 천천히 죽을 저었다... 이 대목에서 '죽을 저었다'가 '죽을 거였다'로 읽혔다. 당황했다.  인간이 생각하는 흐름이 이렇게 단순한가? 아니면 이렇게 몰리는가?  둘 다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것이 인간이고, 이 책이 그런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데에 공감했다.  한 치 앞도 못 보는 한 줌 마음 속 태풍을 안고 사는 멸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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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스레인지 앞에서 천천히 죽을 저었다...


이 대목에서 '죽을 저었다'가 '죽을 거였다'로 읽혔다. 당황했다. 

인간이 생각하는 흐름이 이렇게 단순한가? 아니면 이렇게 몰리는가? 

둘 다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것이 인간이고, 이 책이 그런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데에 공감했다. 

한 치 앞도 못 보는 한 줌 마음 속 태풍을 안고 사는 멸치들, 같은 인간들 말이다. 


똑똑한 소재를 똑똑하게 풀어냈다. 작가는 한 치도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독자들을 챙긴다. 

아마 자신이 이 분야의 마니아이기 때문에 예우를 지켜주는 듯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이야기 자체의 순조로운 진행과 마지막의 폭발을 방해하진 않는다. 

추리가 풀리는 지점에서는 짧은 탄성이 나온다. 

반전도, 성과도 아닌, 이 이야기에 적확한 마음의 범인. 그것에 놀란다. 왜?

이야기에서 놀라고 내 마음의 어둠에 놀라고.

작가가 건드리고자 한 것도 그것이고, 그걸 이렇게 세련되게 풀어낸 작가의 똑똑함에 경의를 표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히가시노니 미야베니 까불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 장황한 일본 사회의 어두운 텍스트를 읽느니,

이제 선량한 시민들의 비밀들을 읽는 데 독서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우리 이웃의 척박하고 비밀스런 실정, 말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무지x2) 기대될 따름.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기존의 소설은 대부분 엉터리라는 대담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어쩌면 그렇게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고, 정치한 인과관계에 의해 사건이 일어나고 마무리되는지 창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인생에는 복선도 플롯도 없다. 성격은 충동에 의해 무너지고, 기억은 소망에 의해 왜곡된다. 인생은 무질서한데 왜 소설 속 이야기는 그토록 질서 정연해야만 하는가, 



"하나님께서 네가 하는 짓을 다 보고 계신다!"

"좆 까는 소리 하고 있네! 나는 내일 아침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것도 안 믿는 사람이야!"

그 순간에 창수는 웃음이 푹 튀어나왔다. . 아무리 봐도 초등학생 지능을 넘지 못할 것 같은 두 남자가 한쪽은 절대적 믿음을 대표하고, 다른 한쪽은 절대적 회의를 대표하여 치고받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카프카를 좋아하시나 봐요?"

"네, 좋아하죠." 

"왜요?"

"이해할 수 없으니까?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고, 너무너무 알고 싶지만, 속속들이 알고 싶지만 절대로 그럴 수가 없어요. 답답하죠."

"답답함이 좋아요?"

"나를 애태우게 하니까."

"그럼 나는 우리 시아버지를 좋아하는 거네."



"그럴 수도 있죠. 우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연으로 보이는 것이라 해도 그 안에는 필연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걸 찾아내는 사람이죠. 

a*****2 2013.12.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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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 별로 대단치 않았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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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스포일러 : 1장의 반전만 써놨음. 그런데 이 반전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함.  저번주에 부산으로 여행갔을 때 작가가 부산 출생이란 이유로 가져간 소설이다. 4년 전에 읽을 때와 크게 느낌이 다르지 않았는데, 이번엔 우발적으로 살인을 범한 은주보다 은주의 범행을 목격한 창수에 집중하며 읽으니 또 새로운 맛이 있었다. 작가가 은주보다 공을 들였을 창수라는 캐릭터의 무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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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스포일러 : 1장의 반전만 써놨음. 그런데 이 반전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함.


 저번주에 부산으로 여행갔을 때 작가가 부산 출생이란 이유로 가져간 소설이다. 4년 전에 읽을 때와 크게 느낌이 다르지 않았는데, 이번엔 우발적으로 살인을 범한 은주보다 은주의 범행을 목격한 창수에 집중하며 읽으니 또 새로운 맛이 있었다. 작가가 은주보다 공을 들였을 창수라는 캐릭터의 무시무시한 과거사와 그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한 뒷처리는 여러모로 흥미롭게 읽혔다. 추리소설 속에서 작가 지망생은 어딘지 굴절된 인격의 소유자로 등장하는 것 같은데, 그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인물이지만 작가는 나름대로 개성 있게 창수라는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아무리 작가 지망생이라지만 살인의 이유에 관심을 품으며 그토록 은주에게 접근하려는 창수의 모습이 예전엔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이 부분은 창수가 과거에 비슷한 종류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설정을 흘려 읽지 않으면서 많이 해소된 편인데 이처럼 '선량한 시민'이라는 작품의 제목과 완전히 따로 노는 캐릭터 설정들이 제법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제목 자체는 평범한 느낌이 없잖은데, 시민들의 모습이 선량하게 보였지만 실상은 개차반이라는 투의 작가의 집요한 설정은 꽤 마음에 들었다. 재밌는 건 일반적으로 이야기 속에서 악독한 인물로 묘사되는 시아버지가 오히려 가장 정상인처럼 비춰진 것에 비해 은주나 창수를 비롯해 은주의 자녀, 남편과 살해당하는 사람들, 심지어 경찰까지도 사리사욕에 눈이 멀거나 본능에 충실하게 사는 주제에 겉으로만 티를 안 내고 있는 등 다들 어딘가 비정상처럼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은주의 살의에 시아버지의 독선적인 태도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긴 어려우나 실질적으론 시아버지의 됨됨이가 예상과는 다르게 그리 나쁘지 않게 묘사된 건 어떤 의미에선 반전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뭐, 그래봤자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인물인 건 마찬가지지만.


 작가가 후기에서도 인정하듯 후반부의 급전개와 연쇄 살인범의 등장에 패닉에 빠지거나 열광하기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이번에도 아쉽게 읽혔다. 애당초 작중 배경이 서울인지 부산인지 지방의 소도시인지 명확히 그려지질 않아 소동의 규모가 잘 파악이 안 됐고, 그를 차치하더라도 연쇄 살인범이 동네에 살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작중 시민들이 보이는 반응은 다소 과민하고 어색한 데가 있었다. 이 점은 요번에 비교적 덜 작위적으로 읽혔다는 창수의 모습으로도 해소되지 않는데, 살인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처음에 비해 후반부에 힘이 빠졌던 게 크게 작용했던 듯하다. 무엇보다 창수가 그토록 궁금해 했던 살인의 이유가 정말로 별로 대단치 않아 남는 게 없다는 것도 호불호 갈리는 부분이었다. 진짜 별로 대단치도 않은 이유라서 인상적이긴 했지만... 만약 작가가 허무함을 의도한 거라면 대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살인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한 반응이란 측면에선 꼬마비 작가의 웹툰 <살인자ㅇ난감>이 연상됐는데, 그 작품에 비하면 <선량한 시민>은 깊이 면에서 한참 못 미치는 편이었다. 한 소설가는 이 작품에 대해 추리소설의 관점을 깬 것과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을 높이 평가했지만 이보다 기존 관점을 파격적으로 깬 작품을 많이 읽은 나로선 우선 그 소설가의 추리소설 독서량이 의심스러웠고, 또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이란 말도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창수가 그 정도로 허술한 건 물론 예상 밖이었지만 이건 달리 말하면 예정된 결말을 위해 작가가 무리수를 던졌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솔직히 실소가 나왔다.


 이러나 저러나 몰입도는 높으니 여행지에서 가볍게 읽기엔 - 분량이 길지 않아 가벼워서 에코백 속에 넣어다니기 편했다. - 좋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무게감 있는 통찰이 담긴 추리소설로 기대하고 읽으면 실망할 확률이 높은 작품이다. 드라마 작가 출신다운 사건이 끊이지 않는 역동적이고 속도감 높은 전개는 기대해도 좋지만 그와 어울리지 않는 허무한 결말은 미리 각오해야 좋지 않을까 싶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허무한 한편으로 깔끔한 맛도 있는 결말이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독자들한테 대놓고 추천을 하지 못하겠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라.

 

 

인상 깊은 구절

 

우리 인생에는 복선도 플롯도 없다. 성격은 충동에 의해 무너지고, 기억은 소망에 의해 왜곡된다. 인생은 무질서한데 왜 소설 속 이야기는 그토록 질서 정연해야만 하는가. - 76p


나는 연쇄 살인범이나 귀신, 악마, 유혈 낭자한 죽음 등이 왜 무서운지 이해를 못 하겠다. 진짜 공포, 진짜 지옥은 따로 있다. 그곳은 뜨겁지 않고 차갑다. 모든 고통은 디지털로 변환되어 나와는 무관한, 그래서 귀찮고 언짢은 이야기 혹은 짜릿한 소일거리로 정보 처리되고, 급기야 고통은 비명도 없이 하나씩 사라지고 숨어버리는 지점. 침묵과 인내를 내면화한 개인들이 오직 생활의 무게만을 유일한 고통으로 안고 살아가는 곳. 뜨거움이 사라진, 조용하고 질서 정연하고, 지극히 평화로워 보이는 차가운 지옥. 나는 내가 가진 이 공포를 쓰고 싶었다. - 286~287p

j*******g 2020.10.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리뷰]선량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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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은주. 은주는 어느날 경찰서에 체포된다.근처 개천에서 어떤 남자가 실족사했다는 것.그녀는 사망한 남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얘기하지만,경찰은 그녀를 계속 용의자로 지목한다.목격자가 있기 때문.은주는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게 되지만, 목격자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불안감이 늘어만 간다.며칠후, 은주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이 목격자라고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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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은주. 은주는 어느날 경찰서에 체포된다.


근처 개천에서 어떤 남자가 실족사했다는 것.


그녀는 사망한 남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얘기하지만,


경찰은 그녀를 계속 용의자로 지목한다.


목격자가 있기 때문.


은주는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게 되지만, 목격자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불안감이 늘어만 간다.


며칠후, 은주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이 목격자라고 얘기한 것이다.


전화번호를 추적해려했지만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은주는 슈퍼주인에게 부탁하여 자신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택시기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택시기사와 만난 은주는 그의 술에 농약을 타서 죽이게 된다.


그러나 , 은주의 살인을 목격한 사람은 사실 따로 있었던 것이다.



소설 초반까지 읽으면서 나는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결말을 예상했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았고, 목격자인 창수와 전화도 했으니


협박을 해서 돈을 뜯어내는 내용, 혹은 은주가 경찰에 잡히는 결말을 예상했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는 전혀 다른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은주는 여러 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과 거의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목격자인 창수는 그녀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는다.


그저 소설의 이야기거리가 필요해서, 또 그녀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궁금해서 은주를 계속 만나게 된다.


경찰들은 계속 허탕을 치게 되고, 동네 주민들에 의해 소문이 퍼지기는 하지만


범인이 체포된다거나, 허를 찌르는 반전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평온한 일상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반전거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것이 오히려 실제 세계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생각도 든다.


살인이나 강도등의 사건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사건현장이 시끌벅적해지다가, 


금세 거품이 사라지고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 말이다.


소설속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연쇄살인이 일어났지만, 동네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시장 상인들은 연쇄살인이 일어난 동네지만 이걸 이용해야 한다면서 


이걸 장사수단으로 이용해 먹는다. 그러나 손님이 많아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연쇄살인마가 일어났던 동네' 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동네 아이들이 연쇄살인마 놀이를


하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없어질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할수 없었던 것은 은주의 살해동기이다.


은주는 어릴적 강변에서 어떤 남자를 보고 갑자기 살인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40대가 된 지금, 비슷한 실루엣의 남자를 보고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결국 남자를 물속으로 떠밀고 만다.


다른 추리소설이나 만화에서는 살인자들의 동기가 분명히 나오게 된다.


자신의 부모님을 죽게 했다거나, 거액의 빚을 지게 만들었다거나.


그러나 은주가 초반에 남자를 죽인 것은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단순이 살인충동이 일어나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자를?


그렇다면 은주는 범죄심리학에서 주장하는 사이코패스인가?


그것 역시 아니다. 은주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며,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만약 보통의 추리소설처럼 흘러가려면 차라리 시아버지를 죽이는게 더 타당한 동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이것이 더 현실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소설처럼 인과관계가 딱딱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때로는 예상치도 못한 결과를 맞이하다가도


평범한 일상속으로 흘러가게 된다. 


사람들의 호기심이 금방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혹은 일상의 평범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본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은 이후에는 결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리뷰를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작가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느정도는 이해될거 같았다.


이런 작가가 한국에 있다는게 놀랍기도 하다.


여태껏 읽었던 일본의 추리소설과 같은 섬세한 심리묘사도 인상적이였지만,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끌고가는 작가의 역량이 놀랍기도 하다.

s****e 2018.12.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