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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름이라고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거나 클래식 대가들의 인생을 그린 것만큼 격정적이라고 생각하면 이 영화가 영화같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4명의 현악주자를 자리의 특성과 인물의 성격으로 200%싱크로율로 배치해서 배우들의 연기가 실제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은 충분하다.
이 영화는 인생과 기존의 4악장 형식을 벗어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7악장)의 클래식 곡을 병렬구조로 배치하고 사람들의 본성과 이상, 과거와 현실을 교차시켜 흥미롭다.
#. 인생과 7악장의 4중주곡
1. 결성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현악4중주단 '푸가'의 멤버들이 연습한다. 그런데 첼리트스 피터(크리스토퍼 윌켄)의 손이 완벽한 비브라토 핑거링의 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 때 비올리스트 줄리엣(캐서린 키너)이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미안하다고 한다. 그리고 당신의 잘못이 아닌데 왜 미안하냐고 묻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 어떤 경우에든 이런 모습이 그대로 있지 않은가?
2. 피터는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며 병원재활시간에 참여하지만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바라볼 뿐이다. 자신이 머무르기를 바라는 음악동료들의 의견에 반대하며, 자신이 과거 참여했던 4중주단을 지키지 못했기에 젊은 첼리스트 지니 리에게 자신의 자리를 주며 '푸가'를 지키려 한다. 그런데, 제2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가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자신도 1바이올리니스트 자리에 있고 싶다고. 배우고 싶은 작곡이나 솔로로 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고 있던 자리지만 더 이상은 싫다고. 이 갈등은 피터의 옛 연인인 줄리엣에 대한 불신과 부부의 불화로 이어진다.
3. 줄리엣이 독립한 딸 알렉산드라(이모젠 푸츠)의 집을 방문한 날, 그 시각에 1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마크 아이반니)이 함께 침대에 있었다. 사랑과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말하는 알렉산드라는 줄리엣과 모녀갈등의 정점을 찍는다.
4. 조깅친구이자 댄서의 하룻밤으로 집에서 쫓겨난 로버트, 친구의 딸과 사랑하는 다니엘, 남편과 딸 문제로 두 남자에게 화내는 줄리엣, 연습도중 주시하다가 모든 것을 알게 되는 피터. 이 네명은 25년간 3000번 넘는 연습을 하면서도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며 음악과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푸가'를 지켰다. 피터의 집에서 연습하는 장면은 이제 막 회복기운이 싱그러운 그와 갈등하는 세 사람의 긴장감이 피터의 눈동자 움직임과 표정으로 극대화된다.
5. 피터의 수업시간에 파블로 카잘스와의 일화가 등장한다. 자신은 떨려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연주를 카잘스는 2곡을 연이어 좋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화가 났던 그가 세월이 흘러 카잘스와 말할 기회가 있을 때 그때 왜 좋았느냐고 물으니 카잘스가 정확히 피터의 연주를 선보이며 좋았던 점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 장면에서 피터가 하는 대사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가 독자의 반응에 대한 글쓰는 차이와도 같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좋으면 다 좋은 것과 완벽해야만 좋은 것. 그리고, 누군가가 잘못했을 경우에 다그치지 않고 부드럽게 말하는 것.
6. 그렇다면,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이 인생인 이유는 무엇일까? T.S.엘리엇이 이곡에 대해 말한 표현과 슈베르트가 죽음을 앞두고 5일간 이 곡만 들었다는 점, 귀가 어두워지면서도 베토벤이 이 곡을 7악장 구성으로 표현하려 했던 그것. 7악장의 곡이 5악장 쯤 들어가면 처음에 맞았던 악기 사이의 음률은 틀어지기 시작하고, 듣는 사람이 점점 불협화음이라 느낄 정도로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악장과 악장 사이에 쉼없이 연주하라는게 베토벤의 의도다. 결국 인생은 내가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데,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고도 격정적으로 가야 한다. 그 와중에 누군가와는 일치를, 누군과와는 불협화음으로 심리적으로 위태할 수도 있다. 그래도 연주의 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듯, 인생 또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고 베토벤은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 추억과 현실반성이 되는 그들의 인터뷰 영상
1. 이 영화 중간중간에 4명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먼저 그들이 결성하게 된 이유가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로버트와 줄리엣 부부의 처음 만남이 어땠을지, 로버트와 다니엘의 만남은 어떤 스파클이 튀었을지, 피터가 젊은 3명의 음악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려준다. 그래서, '푸가'는 단순히 음악연주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만나서 연습, 리허설, 연주를 하며 자신이 좀 불편해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마음을 맞춘 시간들로 채워진 음악 자체임을 말한다.
2. 알렉산드라가 결정한다. 엄마의 인터뷰 장면을 보고 '푸가'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되는데, 정작 어른인 다니엘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1바이올리니스트가 악보에 표시한 세밀한 부분부분들에 열중하느라 정작 자신이 있는 곳은 어딘지 몰랐을 수 있다.
3. 1+4 레코드 판을 보면서 사랑한 아내 미리암(안네 소피 폰 오터)의 메조 소프라노 음색을 기억하며 자신의 인생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주는 피터. 그에게 사랑과 음악이 무엇인지 소파에 깊이 앉아 음악에 귀기울이며 아내를 보는 장면에서 전달된다.
#. 그들의 마지막 4중주
처음에 등장했던 장면과 같은 장면이 순간적으로 등장한다.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었는지, 서로 어떻게 화해했는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4명은 함께 들어와 함께 인사하고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연주를 시작한다. 7악장이 시작되고 갑자기 피터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한다. 그리고, 핑거링을 중단하고 악기를 내려놓는다. 이때부터 5분 정도가 시선을 끈다.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자신의 자리에 올 첼리스트를 소개하며 무대 뒤로 사라진다.
그리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곡을 분석하던 다니엘이 악보를 덮는다. 처음에 악보에 연필로 적은 많은 것들을 클로즈업 한 장면이 왜 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며. 로버트가 그에게 말한 음악가의 열정이 비로소 이해된 듯. 그리고 차례로 악보를 덮고 서로의 얼굴과 표정, 활의 움직임을 보며 그들은 연주한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곡은 끝까지 연주된다.
함께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로 자신을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배려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 인간이 지닌 인정받고 싶은 욕망, 가족간 갈등과 그리움, 한 세대가 물러나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는 것. 이 영화는 인간의 꿈과 방황, 고뇌와 해법이 동시에 들어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연주자와는 달리 4중주단이 갖는 시간의 의미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무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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