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 부부 혼인신고가 거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헌법상 성별에 의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헌법은 고사하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곱질 않다. 그들의 결혼 사진을 보며 나역시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노골적으로 인격을 비난하고 심지어 정신병자로 몰고가는 분위기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받고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 받아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연인을 떳떳하게 밝힐 수 없고 진실을 밝히는 순간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리라는 두려움때문에 스스로를 부정해야 하는 고통을 어디에 비길 수 있을까?
'리자'는 졸업 과제를 위해 들른 미술관에서 '애니'를 만나게 되고 엉뚱한 매력을 지닌 그녀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수차례나 쓰고 또 찢으면서도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을 부정할 수가 없어서, 애니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어서 리자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아픔보다 서로를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아픔이 더 크기에 리자와 애니는 서로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자신을 마치 괴물처럼 바라보던 샐리의 표정을 잊을 수 있을까? 애니를 매춘부처럼 바라보는 백스터 선생님 앞에서 그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것밖에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포스터 사립학교의 학생회장 리자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청문회에서 밝혀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두렵고 무서울 따름이다. 아들과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사로잡힌 우리 사회의 일면을 새삼 확인한다. 동성애자들이 변태성욕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이성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아픔에 관해 말해주었다. 주위에서 비난하지 않아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겪었을 성정체성의 혼란때문에 가장 많이 아팠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리자와 애니에게 스티븐슨 선생님과 위드머 선생님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리자와 애니를 비난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준 그들이 없었다면 열 일곱의 그녀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었을까? 동성애가 죄가 아님을, 동성애자가 변태가 아님을, 그들도 똑같이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고픈 평범한 인간임을 느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일들이 생겨나지 않길 빌며 한때 금서이기도 했던 <내 마음의 애니>를 통해 차이 속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도서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