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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 대한 기대를 배반하다. '요주의 인물'이란 보통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쓰인다. 수사 기관에서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리스트의 인물 내지는 용의자들 중에 주의 해야 하는 인물들을 말한다. 그러니 보통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마련이다. 물론 우스갯소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어감에서 묻어 나오는 이미지부터 수상쩍은 인물의 느낌이 강한 건 사실이다. 따라서 수잔 최의 <요주의 인물>이라는 작품은 제목부터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강해서 호기심을 자극했던 작품이다. 물론 책을 몇 페이지 읽어감에 따라 극이 전혀 예상 밖으로 진행이 되어 당황했지만, 모든 기대란 것은 배반당할 때 더욱 재미있는 거니깐. 하지만 스릴러를 기대했던 나 같은 독자들은, 극 초반에 몰입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긴 하다.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좀처럼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자꾸만 뒤로 뒤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 테니 말이다. ![]()
주인공인 리는 미국의 작은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이다. 이민자로 가족도 없이 외롭게 살고 있는 그는 두 번의 결혼 생활을 실패로 끝냈고, 딸과도 소원한 관계이다. 어느 날 옆방의 젊고 인기 있는 교수 헨리에게 의문의 상자가 배달되고, 별 의심 없이 그것을 열었던 그가 폭탄이 터져 죽고 만다. 리는 스스로 자신은 다른 노교수처럼 젊은 교수를 시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헨리가 죽고 나서야 그 동안 그를 얼마나 질투했었는지 깨닫게 되고 당황한다. 폭탄테러에 대한 매체 인터뷰로 잠시 그가 유명인사가 되고, 갑자기 그의 과거 속 인물에게서 의문의 편지가 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리는 자신이 요주의 인물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폭탄 테러와 범인으로 의심받는 노 교수라는 설정으로 보자면, 이후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누가 범인인가, 범행의 동기는 무엇인가.를 밝히는데 소요되어야겠지만, 수잔 최는 애초에 그런 추리 소설적 전개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빵 터지는 커다란 사건 이후, 바로 주인공 리의 과거와 내면 세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리의 학창 시절, 그와 한 시절을 함께했던 두 명의 부인, 그리고 그와 관계된 여러 주변 인물들의 사연에 대해서 주구장창 이어지는 스토리는 묘하게도 사건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결국 사건과 연결된다. 잃어버린 과거와 마주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떠올랐다. 물론 두 작품은 전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없을 만큼, 명확하게 구조적으로 다른 작품이다. 그런데 나는 하루키의 작품 속 쓰크루 자신의 과거와 마주서기 위해서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순례를 떠나는 것처럼, 어쩌면 이 작품 속 주인공 리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과오에 대해 속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루키는 담백한 어투로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특징인데 반해, 수잔 최는 집요하리만큼 치밀한 묘사가 그 특징인데 두 작품이 얼마나 다른지는 짐작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타국에서 그 나라의 언어로 생활하는 외로운 이방인의 삶에서 시작해서, 친구, 연인, 가족에 이르기까지 행복했던 순간부터 배신당하고 결국 혼자 버려진 노인이 되기까지의 삶의 여정은 스스로 잊고 싶었던, 잃어버린 과거와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니 말이다. 작품 소개에는 심리 스릴러적인 측면이 있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 스릴러적인 긴장감이나 플롯의 긴박감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추리소설, 스릴러소설적인 부분에 대한 기대감만 가지지 않는다면,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얘기이다. 실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던 것이 8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폭탄테러범이 일으킨 사건이라고 하니, 작가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통 이런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라면, 인물의 내면보다는 사건의 서사에 집중할 텐데 말이다. 이방인인 리, 그의 친구였던 게이더, 게이더의 아내였으나 결국 리의 아내가 된 에일린, 그들 사이의 관계는 매우 많은 감정들로 얽혀져 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부분이 잦고, 지나칠 정도로 세밀한 심리 묘사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조금 느릴 수는 있다는 점만 감안하면 두꺼운 페이지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역자는 작품의 후기에 <참을성 있는 독자에게는 충분한 보장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하셨는데, 속도감 있는 서사와 범인 추적에 대한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수밖에 없으니 감안하고 읽으시길. 장담할 수 있는 건, 결코 평범한 작품은 아니라는 것. 그 독특함이 수잔 최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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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A Person of Interest 작가 - 수잔 최 요주의 인물. 이 단어를 접하면 무슨 생각이 들까? 우선 어떤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실질적 증거가 없어서 감시만 하는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아니면 아주 중요하지만 생각하는 것이 남달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일 수도 있다. 하여간 정부에서 요주의인물이라고 발표하면, 그건 곧 심증은 100%지만 물증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 만약에 내 옆집에 사는 사람이 그런 요주의인물이라고 방송과 신문에서 떠들면? 무서울 것이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가던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예사롭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행동이 많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설마 옆집 산다는 이유로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괜히 설날 때 예의상 떡국 나눠먹은 거나 추석 때 식혜 한 그릇 준 걸로 괜히 친하다고 오해받으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걱정도 할 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하루아침에 폭탄 테러 사건의 요주의 인물로 떠오른 남자의 이야기이다. 두 번의 결혼을 실패하고 하나있는 딸과도 소원한 관계인,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지만 다른 교수들이나 학생들과 교류도 별로 없는, 그렇다고 사교성이 있어서 이웃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닌, 노년에 접어든 리가 주인공이다. 그의 옆 연구실에 배달된 소포 폭탄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는 예전에 절교한 친구의 편지를 받는다. 그의 아내를 사랑했고, 결국은 그녀와 결혼한 죄책감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친구 게이더. 리는 그가 폭파범이라 확신한다. FBI 요원에게 게이더에게서 온 편지를 거짓으로 대답했던 리는 그 때문에 도리어 곤경에 빠진다. 그와 얽힌 과거가 부끄러워 숨기고 싶었는데, 그게 발목을 잡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테러 사건의 요주의 인물로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평온했던 생활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미리 말하지만, 이 책은 리가 누명을 벗겠다고 폭탄 테러범을 찾는 액션 스릴러 물이 아니다. 사고에서 살아남으면서, 오래전에 결별한 친구를 떠올리면서 리의 잊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과 자책과 살벌한 현실이 교차하는, 주인공의 고해성사와 같은 책이다. 게이더의 아내인 아일린과 사랑에 빠졌고,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에 그녀를 외면했고, 결국 그녀와 결혼을 했지만 그리 행복하지 못했던 첫 번째 결혼생활. 그리고 자기 마음대로 좌우하고 싶었던 딸 에스더의 어린 시절. 과거를 회상하면서 리는 그제야 자신이 보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어쩌면 그는 평생을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제대로 가족을 돌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그리고 자신은 이방인이기에, 미국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휘둘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연구를 계속했고,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에게서 그는 비록 외모는 동양적이지만, 미국인이라는 동질감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노력은 미디어의 방송 한 번으로 한순간에 허사가 되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단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소문만으로 자신을 외면하는 동료 교수와 대학 직원을 보면서, 자신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이웃을 보면서, 그는 그제야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폭발 사고로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다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현실을 다른 방향에서 볼 수 있게 했다. 그제야 그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외면했던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보지 못했던 생의 다른 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따뜻하고 훈훈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음, 그렇지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메마른 나무숲을 보는 것 같았다. 불을 붙이면 확 타오를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이미 타고 재만 남은 그런 숲 같았다. 문장이나 표현 등이 그런 느낌을 준다. 특히 주인공인 리를 묘사하는 부분은 마치 너무 딱딱해서 잘못 만지면 손이 긁힐 것 같은 나무껍질을 가진, 하늘을 향해 곧게 뻗었지만 나뭇가지는 별로 없는 마른 나무 같았다. 더 다가가면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거기에 아일린의 불안하고 금방 바스라질 것 같은 불타고 남은 종잇조각 같은 심리묘사 부분은 읽는 내내 편하지 않았다. 또한 게이더는 가시가 잔뜩 난 말라비틀어진 선인장 같았다. 편안하게 감싸안아주는 잎이 크고 넉넉한, 물기를 머금은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리의 친구 파사노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초록 잎을 갖고 있었지만, 그리 풍성하지는 않았다. 그런 나무들이 만났으니 불이 붙어 다 타버릴까 조마조마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 책은 액션 스릴러 물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폭탄 테러범을 찾으려는 과정이 나오긴 하지만, 주 요리가 아니었다. 그건 주 요리를 빛내주기 위해 곁들인 부수적인 요리였다. 스릴러가 아닌, 노년에 접어든 한 남자가 자신을 옭죄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심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심리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600쪽 정도 되는 분량이었는데,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세 번에 나눠서 읽었는데, 중간에 책갈피를 꽂아두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12쪽 10번째 줄 ‘나이 든 교수들이 그러하듯이 퍼니 앉아 있었다.’에서 ‘퍼니’가 아니라 ‘편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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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글보다 한국계 소설가인 수잔 최의 작품으로 미국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글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요주의 인물'... 용의자는 아니지만 충분히 용의자로 의심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노교수 '리'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다. 이민자들에게는 꿈의 나라인 미국 사회의 성실한 시민으로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이 위험에 처하자 맞닥뜨리게 된 현실이 실감나게 그려진 작품이다.
리는 자신의 옆방 연구실 헨들리 교수에게 배달된 폭탄이 터지면서 한순간의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서 그동안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던 헨들리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 감정으로 인해 리는 불편하지만 시원한 마음까지 든다. 허나 의문의 폭탄에 대한 요의자로 리가 지목되면서 노교수는 심한 감정의 소용돌이 휩싸이게 된다.
FBI 요원들까지 파견이 되어 폭탄물이 터진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고,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날아 온 의문의 편지 속 옛 친구의 계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편지의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그로인해 더더욱 의심의 골은 깊어진다.
리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이 어떠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겉모습은 늙었지만 젊은 시절의 열정만은 그대로 간직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사람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리가 느끼는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그의 과거,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동양인이지만 미국이란 나라에서 이방인이 아닌 주인으로 살고 싶었던 노교수는 자신을 이방인이란 모습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한 번도 마음 편히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고립되어 갈 뿐이다. 실패한 결혼이지만 아내의 마음을 충분히 알면서도 모른 체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이야기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 여겨진다.
600 페이지가 넘어가는 이야기가 다소 느슨하고 지루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리란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는 심리 묘사가 탁월해 나름 재밌게 읽었다. 인간은 실수를 한다. 실수를 바로 잡고 싶어도 자존심 때문에,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리 역시 친구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아름다운 여인을 얻었지만 전혀 행복하지 못하다. 오히려 아내가 가진 상처의 본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고 자신 안에 벽으로 외톨이와 같은 상항에 빠지고 점점 꼬여가는 관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생각과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폭탄 테러의 용의자이며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신에게 쓰인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리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서인지 사실감 있는 스토리가 흥미롭다.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작가 수잔 최...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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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A person of interest)..이라하면 어떤 사건의 수사선상에서 용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심이 가는 정황이 보여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감시하는 인물이다. 애매한 경계선상에 놓여있는 인물을 의미하는 이 책의 제목에 먼저 호기심이 일었고 폭탄테러를 소재로 한 한 노교수의 이야기라는 점이 호기심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 얼굴의 윤곽이 확실하지 않은, 약간은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공원의 벤취위에 앉아 있는 노교수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와 600쪽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책의 두께가 얼른 책을 읽어야겠다는 맘을 더욱 부추겼다. 책을 읽을수록 처음에 기대했던 그런 장르의 소설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한 대학의 연구실에 배달된 우편물이 폭발을 하고 그 사고로 인해 그 우편물을 받았던 교수는 사망을 하게 된다. 그러한 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 사건의 이면과 범인을 찾기 위한 일련의 동선들.. 그리고 범인과의 신경전과 추격등이 주는 스릴만점의 긴장감... 이러한 것들을 찾아보기는 힘든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의 화자인 리(Lee)교수의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 그의 심리를 그려낸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한 이민자의 내면과 그가 살았던 삶.. 그리고 그 삶속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되돌아보는 그런 시간을 갖게 하는 이야기였다.
미국의 한 내륙지방의 자그마한 대학교의 수학교수인 리(Lee).. 동양인인 그는 이민자였다.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그는 자신을 이민자라기보다는 완전한 미국인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었다. 두번의 결혼, 첫 부인은 딸인 에스더만을 남겨 놓고 세상을 먼저 떠났고 두번째 부인인 미치코와는 결혼생활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채 이혼을 한다. 그렇게 자그마한 도시에 덩그마니 남아있는 그에게는 교류하는 이웃도 친근한 친구도 없는 외로운 삶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자신의 삶에 큰 불만이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러한 삶을 스스로 합리화시키며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그의 삶에 펑.. 하고 터지는 폭발사건이 일어났고 그 폭발사건은 단순히 옆 연구실의 교수를 살해한 사건이 아니라 그의 합리화된 삶에 균열이 오는..그럼으로 인해 그 안에 숨겨져있던 내면의 진실이 들어나는 사건이 되어버린다.
그는 이 사건의 요주의 인물이 된다. 어떤 연유로 그가 요주의 인물이 되었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과거의 한 친구로 부터 편지를 받는다. 리박사는 그 친구가 범인이라고 확신을 하고 나름 혼자 그것을 해결해 보려고 한다. 전부인의 남편이었던 친구 루이스 게이더.. 그의 아내였던 아일린과의 적절치 못했던 관계.. 그렇게 루이스와 아일린은 존이라는 아이를 두고 헤어졌고 그 후 리는 아일린과 결혼을 했다. 전남편과의 불화의 빌미를 던져주었다는 것과 그녀의 아들을 아버지가 데려간 후 아들에 대해 한번도 아일린에게 거론하지 않았던 무심함등... 그 당시는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와 생각해 보면 자신의 무심함이었고 커다란 죄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연방수사요원에게 진실을 숨겨가면서 그 편지의 수신인을 찾고 그 친구를 만나보려던 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왜냐하면 게이더는 이미 10년전에 죽었기때문이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자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에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했던 노력이 모두 허사였음을 알게 되는 그 순간.. 또 다른 단서로 다른 방향의 해결을 찾게 된다.
600여쪽에 달하는 책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매우 간단하다. 그렇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말해 주는 이야기들은 결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은유적인 표현들로 심리를 묘사하는 문장들은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게 했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동안 이 책을 읽게 한 요인이었다. 나의 결백, 진실과는 상관없이 정황과 그럴 것이다.. 라는 추측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인물이 되어버린 리박사.. 그렇지만 그가 느낀 따가운 시선은 타인들의 시선보다 자신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폭발물과 함꼐 터져버린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감사하고 후회하며 화해하는 그의 모습..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어쩌면 리박사처럼 자신이 내린 결정,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합리화를 시키며 자신에게 편리한대로 결론을 내리고 그것에 안주하며 불안한 맘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하지만 그것은 언젠가 이렇게 폭발을 하지 않더라고 작은 균열과 함께 깨질 수 있는 것이라는 것.. 이렇듯 나중에 그것들과 조우하게 되는 힘겨운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다는...이야기를 읽은 듯 하다. 기대했던 장르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세밀한 묘사의 미를 느낄 수 있었던 의외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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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솔직히 그랬다. 왠지 추리와 연관된 긴장감을 주는 장르분야의 소설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분명 내용에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발단이 된 사건의 이야기를 통해 책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던 책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나의 애초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해야겠다. 가끔은 독서가 무척이나 하고 싶어질 때, 문득 느낌만으로 혹은 분명 머리로는 아닌데, 무의식적으로 손이 먼저 가게 되는 책들이 있게 마련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런 선택으로 인해 읽게 된 책들의 내용은, 이상하게도 나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어떤 알지 못한 묘한 기운의 존재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 책은 내게 있어 뜻하지 않은 선택의 대상이 되었지만, 의외로 흥미롭고 의미가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갖게 했으며, 그 내용으로 인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충분한 여지를 주었기에 그런 분류에 집어넣고 싶은 몇 개 안되는 작품으로 남아 있을듯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낮선 작가인데다가 무려 600여 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앞부분의 내용이 테러와 관련한 사건이 모티브가 되어 전개되어 있기는 해도, 보통 장르소설이 주는 대중적인 흥미의 요소들을 찾기에는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다. 더구나 책의 전개 흐름이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반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생각만큼 빨리 읽혀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보통 추리작품을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다소 실망감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지나치고 외면하기에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이 너무 매력적이고,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강렬하지 않나 싶어 가급적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한 대학에서 종신 교수로서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지만, 타인에게 있어 동양인이라는 태생적 외모와 원어민이 아니라는 선입관적인 인식의 틀에 갇혀, 이방인의 굴레를 쓴 채 고통스럽고 고독한 삶을 영유하는 한 인간의 내면을 철저하면서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작품 속 이야기는 학생들로부터 신임이 높고 대학에서 촉망받는 교수에게 누구가로부터 우편물이 보내어지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사제폭탄이었고 이로 인해 해당 교수가 사망하는 테러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그 옆방에는 자신의 연구실을 두고 있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는 당시 사망한 교수를 선망하고 질투했었던 적이 있으며, 더구나 학생들과 이웃 사람들에 의해 좋지 않은 평판을 전해들은 경찰로부터, 불행하게도 사건에 관한 요주의 인물이라는 딱지를 부여받기에 이른다. 결국 처음에는 별 의미 없이 받아들이다가 급작스럽게 발생한 사건의 중심에 자신의 존재가 서서히 부각되고 있음을 깨달은 주인공은, 점점 옥죄어 오는 불안감에 자신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가 예전에는 남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부단한 움직임을 보인다. 작품 속 이야기 흐름의 진행은, 하나의 우연한 사건에서 출발하여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주인공의 왠지 부자연스러운 행동들과, 그의 진짜 속내를 현재와 과거를 쉼 없이 교차하여 들여다보는,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어 작품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바라던 학문적 위치에서는 나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두 번의 결혼실패와, 남들로부터 조그마한 틈도 보이지 않으려는 마치 강박적인 모습을 가슴 속에 숨기며, 이를 기반으로 한편으로는 위선적이며 가식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행위는 스스로가 미국 사회의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감추기 위한 자구책이다. 하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러한 자신의 의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방향에서 자신을 보아주는 것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그를 바라보고 인식한다. 결국 주인공은 타인으로부터 떼래야 뗄 수 없는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히고, 작가는 이러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헤쳐 독자들을 향해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 인지를 의미심장하게 묻고 있는듯해 보인다. 이 책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작품 속 주인공이 겪고 있는 삶의 이야기는,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환경에 간접적으로 대입하여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겨진다. 아마도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고 마치 가면을 쓰고 거짓된 인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가면의 모습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우리를 때로 불편하게 만들기도 해서 언젠가 자신을 옭아매는 피폐한 인생으로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작가의 진정한 메시지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많은 독자들이 나름대로 이유 있는 독서의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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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분량을 자랑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한국계 소설가 수잔 최의 문제작으로 표지마저 음울하게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가라져 있어 누가 요주의 인물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600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라 스토리의 전재가 어떻게 펼쳐지지 혹시나 늘어져서 지루할 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읽어나갔다. 리교수가 소설의 주인공인데 그는 수학교수로 미국으로 이미 온 동양계 교수라는 신분을 갖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교수의 방에서 의문의 폭발 사건이 일어나는데 수사관들이 수사를 펼치다가 리교수가 평소 그 교수와의 질투심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가 사건을 일으킨 자라는 의심을 받게 되고 심지어 요주의 인물이 되고 만다. 평범하게 살아오던 사람이 원치 않는 일로 사건에 휘말려서 심지어 용의자로 지목이 된다면 어떤 심리상태에 놓이게 될까? 이민을 떠나서 이제는 미국인으로 성실하게 살아왔던 그는 용의자로 지목되는 순간 주변 사람들과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었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심리적인 묘사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민자로서의 숙명인지 범죄자가 붙잡히기 전까지는 많은 고통을 받으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한다. 결국 나중에 가서는 진범이 밝혀지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 용의자로 지목되는 순간부터 그를 편견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실한 물증도 없이 심증만으로 의심하지는 않았는지 스릴러보다는 심리묘사의 디테일함때문에 리교수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수잔 최라는 작가는 트렌드를 쫒아서 쓰기 보다는 오히려 정통 소설에 가깝게 하나하나 정성들여서 쓴 흔적이 많이 보인다. 지루하다는 평과 그래도 읽다보면 리교수가 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양 극단의 평으로 나뉘지만 어떤 가정도 허락되는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진정한 소설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던 600페이지의 장편소설이었다. 진득하게 소설을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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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연구실에 어느 날 상자가 하나 배달된다. 그 교수의 옆방에 있던 주인공은 학생들의 인기 때문에 그를 시샘한다. 자신은 문을 열어두고 있어도 학생들이 상담을 위해서 찾지 않는데, 옆 교수실은 항상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도 없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오후 옆 교수연구실에 주인공의 시선은 집중되어 있다. 그 교수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할까? 미세한 움직임까지 듣고 있다. 그런데 우편물이 전달되는 것 같더니 큰 폭발음이 들린다. 주인공은 의식을 잃을 정도로 놀란다. 그리고 주인공의 의식은 아득해져 간다. 사람이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일어나는 질투의 문제를 글은 언급하고 있다. 질투가 얼마나 사람을 추하게 만들며 일을 안타깝게 이끌어 가는가를 보여준다.
주인공 리는 작가의 아버지를 표본으로 했다고 한다. 외형적인 일부분을 아버지 최창 교수의 모습에서 많이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직분을 통해 교수로 생활하는 사람에게서도 얼마나 많은 갈등과 번민이 있는가를 세밀하게 그려보여 준다. 그리고 교수의 삶과 관련된 부분에서 심리적 요인을 당대의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테러와 연결시켜 표현한다. 과학물질 문명이 너무나 거대하게 세상을 뒤덮는 현실 속에서 자연적이고 순수를 추구하는 집념이 만들어낸 세상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가 그 테러에는 담겨 있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고 세상을 순리대로 살아갈 것을 추구하는 자가 획일성의 세상에 대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보내는 서신과도 같은 것이 테러라고 하고 있다. 이 테러를 주된 이야깃거리로 삼아 작가가 하고자 하는 미국사회 속에서의 다민족 문제를 전하고 있다.
이 글은 그것을 대학에 있는 수학자들의 테러를 통해서 보여준다. 서신과 함께 폭발물을 전달하고 그것이 곳곳에서 터진다. 그리고 많은 수학자들이 상처를 입는다. 또 그들이 만들어 내는 현실적 질서가, 실용성 있는 가치가 많은 상처를 입는다. 그것이 테러범이 노리는 일이 되고 수시로 많은 일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폭발물이 한 명에 그치지 않고 선택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이 된다. 그러한 선택을 통해서 범인은 많은 말을 한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가, 어떤 세상이 바른 세상인가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세상이 되어야 하는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분량이 참으로 많은 글이다.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분량이 많은 것은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일 듯하다. 정말 심리의 흐름이 탁월하게 그려져 있다. 죄인을 추적해 나가는 것도 재미를 주나 이 글은 상황에 처한 심리묘사가 정말 흥미를 배가시킨다. 심리의 흐름에 몰입해 가면서 글을 읽어나가면 글쓴이의 의도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주인공 리가 동료의 부인을 자신의 아내로 만들어가는 간단한 내용이 무려 수백 장의 원고지로 그려질 정도로 자세하게 표현된다. 이 글을 그러한 마음의 미묘한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서 읽어나가야 하는 글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그리고 변화해 나가는 인물들의 발전적 성향도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선함에서 악함으로, 악함이 선하게, 동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것이 이런 추리적인 글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이 되기도 한다.
범죄를 추적해 나가는 자에 의해서 리가 용의자로 몰리기도 한다. 자기를 스스로 자책하고 기만하는 심리 때문에 주인공 리가 힘들어 하고 어려워하는 일이 전개되지만 결국은 다른 범죄자가 범인으로 잡히게 된다. 그래도 리는 그 범죄에서 온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고, 제목처럼 요주의 인물의 역할은 그대로 남는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돌림을 당하는 상황, 그리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들이 아프게 흐르는 것도 목도할 수 있다. 글을 읽으면서 사람의 나약함이 어디까지 미치는가를 읽어나가는 것도 글을 읽어나가는 한 부분이 될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사랑은 상실에 항복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칠 줄 모르는 저항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아일린을 잃기 전에는, 리에 대한 아일린의 가차 없는 인식이 외로움의 희귀한 해독제라는 것을 몰랐다. 그에게 딱 한 번만 주어졌던 특권이라는 것을 몰랐다. 아일린이 죽은 이후에 그는 점점 그때는 참아내기 어려웠던 결혼 생활의 면면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아일린이 아직도 살아 있을 뿐 아니라 그와 결혼 생활을 지속했더라면, 그처럼 마음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궁금히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든 아니든 리는 아일린이 멋지게도 두 사람의 오랜 말싸움을 기꺼이 되살리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일린은 지인의 아내에서 주인공의 아내가 된 사람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사망했다. 이 부분은 그들의 관계를 설정해 주는 부분인데, 글의 문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하나의 문제를, 그에 대한 심리의 흐름을 적나라하게 제시해 보여 준다. 섬세하게 많은 기억들을 동원하여 언어를 따라가는 노력이 따라야할 글이라 생각해 본다.
지성 폭탄 테러범이라고 규정 지워진 사건과 그 인물의 이야기를 쫓아가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만드는 글이다. 보편적인 인물들도 주어진 상황에 따라 기묘하게 마음을 바꾼다. 사건 추적자인 연방수사국의 특수요원인 모리슨을 보면 잘 드러난다. 리가 문제점이 조금 있지만 지성인이고 미국사회에서 인정받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결부되니 바로 그를 이방인으로 치부하여 일반화시켜 문제를 부각시켜 나가는 부분은 정말 마음이 아픈 일면이다. 충분히 개인을 존중하고 그 존재의 가치를 인식해 주는 사고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는 모습은 자유사회의 전형화된 사고가 아닌가 여겨진다. 당대 미국사회의 문제가 되는 이방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표현된 부분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미국인들의 그 마음들이 이방인들에게 구분 지어져 다가가는 일예라 볼 수도 있겠다. 당시에 이런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 글의 저자는 그것을 세상에 노출해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 글을 쓰지 않았나 여겨진다. 흥미롭게 읽은 글이다.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궁구가 언어로 세밀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이 이 글을 높이는 계기가 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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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말보다는 영어 원서로 읽었으면 더 흥미롭게
다가왔을 책 같습니다. 책 소개에 잘 나와 있듯, 작가 수잔 최는 한국계 아버지와 유태계 어머니 사이에서 난 미국인 여성입니다.
그녀 자신은 네이티브이므로 미국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고등 교육 이수자의 매
끄러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형편이겠지만, 굳이 "리"라는 이민자의 시야와 처지에서 이 모든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민자의 불안, 이민자 특유의 비소속감, 끝없이 흔들리는 믿음, 주변과의 관계 설정과 성숙 실패 등은 어디까지나 주인공 리의 출신
성분이 주었던 그 모든 한계와 장벽과 연결시켜 보아야 합니다. 몇몇 묘사가 주는 실감은 상당히 빼어나죠. 예를 들어 "40년
동안 몇 가지 구문만 머리 속에 넣어 가지고 왔다가, 현지인이 물어보는 질문에 무력하게 고개만 끄덕인다거나 하는 이민자의 모습"
운운하는 건, 자신은 이민자가 아니면서도 부모의 아이덴티티 일부를 "상속"받을 수밖에 없는 2세의 답답한 처지를, (구태여 그럴
필요도 없을 텐데 싶지만) 잘 말해 줍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 소설이, 예컨대 <앵무새 죽이기>처럼 집단 따돌림 현상에 대한 고찰을 이면에 담았다든가 하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주인공 리가 느끼는 미묘한 소외감이란, 그렇게 표면적이고 두드러져서 진단이 용이할 이슈도 아닙니다. 주인공 리는 그의 커리어 기반 마련을 윌한 첫걸음을 대학에서 시작하는데, 대학이란 기본적으로 학문 탐구의 전당일 뿐 정글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도 아니고, 또 리처럼 다양한 배경과 출신, 동기를 지닌 이를이 몰리는 곳이므로 나이도 적지 않은 그에게 유치하다 할 악몽이 덮칠 위험은 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는 우수한 두뇌, 고상하고 훤칠해 보이는 외모 등이 주는 이점이 있기까지 했죠. 문제는 그의 자의식이었습니다. 그는 이 책 곳곳에서 암시되듯, 지배 계급 출신이라는 신분("양반"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에서, 모국의 정치 사회적 격동으로 인해 평범하고 가난한 처지로 떨어졌다는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의 감정은 대상이 신흥 부유층이 아닌(여기에서, 개발 독재 하의 한국 사회상이 암시되지만, 외국인들은 과연 이 대목이 뭘 말하는지 이렇게 짧은 묘사로 짐작이 가능했을까요?), 과거의 조상들을 향한 것에 불과했으므로 질투 시기 같은 건 아니다."는 묘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만, "상실"이라는 모호한 감정의 덩어리가 그의 일생 줄곧 의식을 지배한 것은 분명합니다. "상실감"은, 무엇인가로부터의 사후적 보상, 회복을 필요로 합니다. 탄탈로스적인 갈증은, 어떤 항구적인 만족과 분명하고 가시적인 대상에 의해 해소될 수 있습니다. 명민한 지성과 (동양인 출신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잘생긴 외모 덕분에, 아주 좋은 자리는 아니라도 그는 대학에서 안정된 강의직을 얻을 수 있었고, 노년에 접어든 지금도 괜찮은 평판을 학내(동료 교수들과 제자 사이)에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실감과 불만, 초조함만 없으면 외형적으로 그리 실패했다 싶은 인생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이민자라는, 그 기반이 불확실한 신원에서 해방될 줄을 모릅니다.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몰입, 집착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대단합니다. 이는 주위의 강요나 부당한 대우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불이익이자 굴레에 지나지 않습니다. 친구 게이더의 아내(애인도 아니고 아내였습니다) 아일린을 향한 불순한 연정, 그리고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 경로도, 알고 보면 그의 이런 불건전한 충동이 더 큰 동인으로 작용했죠. 그는 학원에서 마주치는 후진들, 동료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가늠합니다. 처음에 그는, 첫 대면의 자리에서, 그토록 소문이 파다하던 게이더의 아내가 예쁘지도 않고 에티켓도 없는 거친 여성인 줄 착각하고 야릇한 승리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동행자 루스를 두고 한 자신의 오해였을 뿐, 짧은 시간 안에 "아일린'이란 이름의 장본인을 알아보고 다시 한번 불안에 빠지죠. 대단한 미인에다 매력을 겸 한 여인이었거든요. 아일린과 게이더의 사랑(과 결혼)은, 독실하다 못해 비정상적인 데가 있는 게이더 집안과 양친의 종교적 분위기 때문에 처음부터 방해를 받고 어렵사리 틔워진 것이었습니다. 모상이 어렵게 마련되었으면 각별한 정성이 필요한 법인데, 게이더는 남성에게 요구되는 보편적인 배려와 돌봄의 노력을, 애인도 아닌 아내를 향해 충분히 쏟지 않았습니다. 이런 허점(?)을 리는 놓치지 않고, 대단히 위험한 내연 관계를 아일린을 향해 형성해 나갑니다. 그리 지능적이라거나 인위적인 음모에 바탕을 둔 건 아니었고, 아일린에게도 다분히 책임이 있는 자발적인 것이었지만, 리의 근원적 불안으로부터 이 모든 것이 발단했음은 부인할 수 없죠. 결국 리는, 게이더의 아이까지 배었던 아일린과 부부의 연을 맺기에 이르고, 에스더라는 자식까지 두나, 그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않고 아일린의 죽음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는 아일린의 죽음 후에도 또다시 다른 여인을 깊이 있는 숙고의 과정 없이 만나게 되는데, 이번에는 전보다 더 운이 나빴습니다. 그간의 학문적 활동을 통해 남편이 마 련한 재산 어느 한 구석도 소홀히하지 않은(?) 채, 두번째 아내는 이혼 재산 분배 대상으로 남김 없이 청산해 갔죠. 이런 실수와 좌절 역시, 그의 끝없는 불안감과 고립, 추락에 대한 공포에 기인하며,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끊임 없이 누구 하나를 경쟁과 질시의 대상으로 삼고 자신과 견주는 좋지 않은 악습은 지속됩니다(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더 악화되었다고 봐야죠). 그는 자신의 모습을 실제보다 비하하여 보 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에 자신의 학교로 부임해 온(일종의 스카웃) 옆 연구실을 쓰는 헨들리 교수를 향한 감정이 또한 그러합니다(최악이었다고 봐야겠습니다). 헨틀리 교수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스타일이 세련되고 사명 의식에 가득하며, 흠잡을 데 없는 백인 출신이자 음울한 구석 없이 유머감각도 많은 밝은 성격입니다. 무엇보다 신경이 쓰이는 건 그의 인기입니다. 이런 와중에, (아마 이 소설의 창작 모티브가 되었을) 유나바머 사건(이 사건은 실제 벌어졌던 일입니다)이 터지죠. 이어서 그 사건과 대단히 비슷한 폭탄 테러가, 바로 이웃의 헨들리 교수 연구실에서 일어나고, 문제의 라이벌(?)은 목숨을 잃으며, 주인공 리는 묘한 승리감과 이로 인한 죄의식, 예상치 못한 사건이 준 물리적 쇼크가 범벅이 된 정신 상태에 빠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태가 미묘하게 발전합니다. 당국은 이 테러를 두고, 뜻밖의 용의자를 관찰 선상에 두고 수사 범위를 좁혀 오기 시작한 거죠. 그가 미국에서 커리어를 본격 시작하기 전 이미 학창 시절부터 막연히 심중에 두고, 그 자신이 은근 불길하게 키워오던 악몽은 이제 갑자기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과연 일련의 부당한 불행은 어디에서 일차 원인을 찾아야 할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작가 본인 자신이 애매한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소설이 아닌 실제에서) 적지 않은 그 숙성과정의 피로를 겪었을 수잔 최가, 독특한 결론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질투와 불안은 알고 보면, 폭탄 테러보다 더 드믈고 파괴적인 양상으로 자기과 주변을 좀먹고 있었던 거죠, 비범한 자질을 지닌 이에게도 이처럼 해롭게 작용하는 요소가, 평범한 이에게는 얼마나 치명적인 "폭탄"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요? 뇌관을 미연에 제거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란 걸 깨달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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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뒷 표지에 소개된 대략적인 줄거리가 내 관심을 끌었다.
"리 박사님은 이 사건 수사의 요주의인물입니다."
수학자들에게 배달되는 의문의 폭탄그리고 한 통의 편지 "그 상자를 여는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한다."
두근두근!!!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엄청나게 두꺼운 분량임이었음에도 진도가 꽤 잘 나갈거라 생각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처럼 휘리릭 넘겨질 소설이라 생각했다. 600페이지가 넘으면 어때, 재미있으면 됐지, 시간 빨리 갈거야.나를 다독이면서...
어? 근데 어째 이상하다. 빠른 사건 전개를 기대했었는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서술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진도를 나가기가 힘이 들었다. 아, 어렵다.
사실 기본 줄거리는 간단했다. 중서부 주립대학의 정년 교수로 20년 넘게 근무해 온 리(Lee), 그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육십 대 후반의 나이에도 언제나 당당하고 품위를 지키는 왕자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옆 방에 있는 헨들리 교수가 폭발사고로 병원에 실려 가자 그제야 사실을 깨닫는다. 그동안 자신이 젊고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헨들리를 질투하고 있었음을......
옆 방에 있었다는 사실로 리(Lee)는 유력한 요주의인물로 지목된다. 주변의 수군거림, 방송국에서의 취재 열기. 사건 발생 시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곧 그것은 그가 유력한 용의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게 된다. 경찰은 그가 용의자가 아니라 단지 "요주의인물"일 뿐이라고 발표하지만 사람들은 "요주의인물=용의자"라고 생각을 한다.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리는 거짓말탐지기에도 응한다. 거짓말탐지기상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지만 경찰에서는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잘 맞지 않는다며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게다가 그에게 날아든 의문의 편지, 그 편지로 인해 오해는 더 깊어지게 되고,...
빠른 전개의 책을 원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읽기가 힘들었던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