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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인생과 더불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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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마치고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인으로 지낸 지 3개월이 되었다.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즐기는 이 생활에 만족하지만,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그 동안 과연 무엇을 이루었는가' 하는 의문이 불쑥불쑥 들기도 한다. 가끔 열심히 살아왔던 지난 시절을 회상해 보기도 하지만 그 속에도 뿌듯함과 함께 쓸쓸함, 공허함이 짙게 배여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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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마치고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인으로 지낸 지 3개월이 되었다.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즐기는 이 생활에 만족하지만,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그 동안 과연 무엇을 이루었는가' 하는 의문이 불쑥불쑥 들기도 한다. 가끔 열심히 살아왔던 지난 시절을 회상해 보기도 하지만 그 속에도 뿌듯함과 함께 쓸쓸함, 공허함이 짙게 배여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나서 일정 기간 살다가 죽어야 하는 우리 인생 자체가 뒤돌아 보면 일장춘몽의 허무한 짓인지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하면 허무함을 덜 느끼고 살 수 있을까? 희망과 선의와 의미가 있는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면 해결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저자는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낼 수 있는 그런 상태를 꿈꾸며, 이를 '허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의 허무가 주제이다보니 죽음과 시체, 해골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허무가 인생의 유한성과 가장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리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터치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해골과 함께하는 중세의 ‘죽음의 춤’을 소개하기도 하고, 때로는 예술을 통한 구원의 방법을 이야기한다. 반복된 노동 속에서도 재미를 찾는다면 그것도 해답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장자처럼 관점을 바꿔 더 큰 시야에서 삶을 들여다보는 방법도 있겠다.

 

소식의 <적벽부>가 허무를 주제로 글을 쓰게 된 모티프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소식이 적벽대전의 장소를 찾아 노래한 '짧고 덧없는 인생의 허무'라는 주제가 되었지만 인생의 허무는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그래서 저자는 허무의 문제를 다양한 그림과 영화, 시와 소설 등을 통해 재구성해 들려준다. 텍스트 읽기와는 별도로 이미지를 통해 허무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결국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허무한 감정이 찾아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삶은 주어진대로 살아가면 그만이지 숙제하듯이, 문제풀이 하듯이 의미를 찾고 아등바등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저자는 이를 '나는 삶을 살고 싶지, 삶이란 과제를 수행하고 싶지는 않다' 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좀 애매한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있다면 허무도 부담없는 인생의 동반자로 될 것 같다.

c******4 2022.12.23. 신고 공감 2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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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인생과 더불어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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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의 글은 그의 첫 산문집인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로 처음 만났다. 아마 제목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다. 하도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그의 글은 거칠었음에도 품격이 있었다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것 같은 그의 글을 찾아 읽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제목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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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의 글은 그의 첫 산문집인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로 처음 만났다. 아마 제목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다. 하도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그의 글은 거칠었음에도 품격이 있었다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것 같은 그의 글을 찾아 읽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제목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 또한 때때로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한 채 귀촌한 지 어느새 7년이 넘었다. 그리고 텃밭을 가꾸며 나름대로 시골살이를 즐기고 있는지는 5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해하면서도 할 일이 거의 없는 계절이 되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따분해지고 마음만 급해진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은 자연스레 옛 기억들을 소환한다.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젊은 날의 기억을 더듬어 가다 보면 뿌듯한 생각도 잠시뿐 곳곳에서 아픔과 만난다. 그럴때면 공상에 잠겨 젊은 날의 시간을 이리저리 꿰맞춰 보지만 종래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해하고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김영민 교수는 현재는 상처없이 주어진 말끔한 시간이 아니라 부서진 과거의 잔해’(34)라며 그런 폐허를 응시할 때 비로소 관성에서 벗어나 간신히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위로하지만 그렇다고 허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이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글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의미를 찾고 희망을 가지고 선의를 발명하면서 인간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허무한 것이라며,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송나라 시대 문인 소식의 적벽부를 모티프 삼아 인생의 허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허무에 직면한 저자 자신의 생각의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면서 찾아오는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우리가 가장 쉽게 허무를 느끼는 순간은 아마 죽음과 관련될 때가 아닐까 싶다. 부귀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인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을 보거나 그 앞에 서게 될 때 우리는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이라는 거품은 꺼지고 꿈은 사라지고 인생의 유한함을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인생이란 유한하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엄연한 사실(속에서), (우리) 모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과 허무의 물결을 이럭저럭 헤쳐 나가고 있음’(77)을 직시하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의 노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람들은 풍요를 누리기 위해 시간을 잘게 쪼개어 자신을 통제하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죽게 되는 필멸자라는 자각은 여러 세속적 가치나 명예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삶이란 미리 정해놓은 목표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 인간은 우연의 동물이며 순간을 살다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때, 삶의 갱생이 시작된다고 강조하는 그는 반복되는 일상을 초조함이나 허탈감없이 지속할 수 있음을 다양한 방식들을 통해 알려준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은 관점의 문제라며 수많은 그림과 영화의 이미지 등을 빌어 우리가 깨닫게 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삶을 살고 싶지, 삶이란 과제를 수행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목적보다는 삶을 원하고, 목적을 위해 삶을 희생하기 싫고, 목적은 결국 삶을 배신하기 마련이므로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우리가 인생을 허무하다고 느끼는 것은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무언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흐를수록 그만큼 초조해하며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시골에 살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느리게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처음엔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일상의 삶이 조금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얽매임이 사라지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다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싶다. 그러나 다시 목표를 세우고 분초를 다투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저자의 말 마냥 희망 없이도, 의미 없이도, 담담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인간은 필멸자라는 것, 인생은 허무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싶다. 시간을 견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인생의 허무를 주제로 한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삶을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

k*****1 2022.11.22. 신고 공감 2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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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허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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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과 함께하는 중세의 ‘죽음의 춤’을 추는 그림을 보자. 해골은 아이 틈에서 손짓하듯 춤을 춘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 곁에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손짓하자 아이는 죽음에게 향한다. 새 생명과 죽음이라, 전혀 상관없는 관계 같지만, 죽음이라는 건 순서가 없다. 누구에게든 갈 수 있고 어느 때고 다가갈 수 있다. 아무도 모른다. 어린아이라고 하여 일찍 가지 않는다고 보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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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과 함께하는 중세의 죽음의 춤을 추는 그림을 보자. 해골은 아이 틈에서 손짓하듯 춤을 춘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 곁에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손짓하자 아이는 죽음에게 향한다. 새 생명과 죽음이라, 전혀 상관없는 관계 같지만, 죽음이라는 건 순서가 없다. 누구에게든 갈 수 있고 어느 때고 다가갈 수 있다. 아무도 모른다. 어린아이라고 하여 일찍 가지 않는다고 보장하지 못한다.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의 희열이 더 생기는 법일까. 삶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건 분명하다. 내 존재가 사라지는 죽음. 타인이나 가족이 나를 기억하고 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기에 삶이 더 소중하지 않은가 말이다. 삶의 유한성 때문에 최선을 다하여 오늘을 살아간다.

 

 


 

 

인생의 허무라는 말에 꽂혀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묵직한 내용의 글이었다. 허무를 바라보는 방법, 사상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삶의 통찰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직장 생활에 지친 사람은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 저자는 지나친 여가는 공허하고 무료하게 만드는 법이다,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고 말한다.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책 속에는 전시장 벽면 가득히 헌 옷들을 걸어 만든 볼탕스키의 설치 작품이 나온다. 삶의 유희를 설명하는 작품이다. 문득 어떤 작가가 올리는 버려진 작품에 대한 사진이 떠올랐다. 목에 두르고 다니는 머플러, 장갑 등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버려진 물건 들이었다. 한때는 소중했으나 버려진 물건들은 더 이상 쓰임새를 갖지 못한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유유자적한 삶을 바랐다. 시골에서 밭을 가꾸고 정원 삼아 사는 것도 바쁜 생활 속에 잠시 취해야 즐거운 법, 시간이 계속된다면 지루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지겨움을 피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고 새로운 일에 매달리게 된다. 현재의 일상을 사랑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지나친 여가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 노동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노동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원이다라고 했다.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일을 하므로써 무료함을 없애고 삶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얻는 것 같다.

 

사상사 연구자인 저자는 고전 시의 문학성, 그림의 예술성이 함께 어우러져 밋밋할 수 있는 부분을 채웠다. 그림을 보며 삶의 허무를, 죽음과 삶의 연관성을 느끼게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최근에 읽은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의 결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든 게 마음가짐에 달렸다. 책의 뒤편에 소식의 적벽부가 수록되어 인생의 허무를 논하게 한다. 차고 기우는 것을 반복하지만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물과 달을 보며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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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2.12.11. 신고 공감 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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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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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의 사전적 의미는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매우 허전하고 쓸쓸한' 상태를 말한다. 허무라는 감정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만이 과거의 경험과 학습을 토대로 미래를 계획한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목적을 위해 현재를 참는다. 목표를 달성하면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나의 행복은 훨씬 커지게 될 거라는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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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의 사전적 의미는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매우 허전하고 쓸쓸한' 상태를 말한다. 허무라는 감정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만이 과거의 경험과 학습을 토대로 미래를 계획한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목적을 위해 현재를 참는다. 목표를 달성하면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나의 행복은 훨씬 커지게 될 거라는 믿음으로 지금의 고된 노동과 시련을 이겨나간다. 역경이 클수록 목표를 향한 순수한 열정은 더 커져 가고, 최후의 순간 맞이하게 되는 성공의 카타르시스는 몇 안 되는 인생의 희열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희열과 감동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목표의 자리에 도달하면 뭔가 더 큰 것을 얻게 되리라 바랐지만 그런 것은 인생에 원래 없다. 스치듯 잠시 머물다 날아가 버릴 뿐이다. 오히려 긴 시간 몰입하며 목표를 위해 내달렸던 그 과정의 감각과 온도, 예기치 못한 경험들에 행복과 비슷한 그 무엇이 깃들어 있다. 목표가 원대할수록 달성 이후 찾아드는 허무와 덧없음도 크다. 인간은 누구나 목적 지향적인 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허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감정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허무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는 목적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 속에 내재되어 있는 특성이기에 완전한 탈목적 삶은 불가능하다. 모든 생명이 공유하는 특성 중 본능이라는 것도 있다. 순간적인 본능에 의지한 채 목적 없이 살고 있는 사자와 토끼를 보라. 존재 자체가 삶이고 적어도 본능 충족 이후의 허무와 덧없음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인간의 삶 속에도 행위 자체가 목적인(달리 말해 목적 없는) 행동이 있다. 아무 생각 없는 명상, 어떠한 목적도 없는 산책, 육체의 감각과 긴장을 팽팽하게 당기는 달리기, 테니스... 이런 목적 없는 본능적 행위를 삶 속에 군데군데 도입함으로써 허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두 번째는 목적을 잘게 나눠서 하루에도 목적을 여러 번 달성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행복과 관련해서 범위 빈도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확천금의 기회와 큰 성공이 한두 번 있었던 인생보다는 꾸준히 인생 전체에 걸쳐서 여러 번의 작은 성공이 반복되어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목적 달성도 이와 유사하다. 인생의 원대한 목표만을 좇아 내달리는 삶은 달성 이후의 공허감이 파도와 같이 남아 있는 삶을 공격한다. 반대로 자잘한 목표는 달성 이후의 허무도 크지 않으며 다른 목표로 쉽게 눈길을 돌리게 한다. 허무는 작지만 새로운 목표 달성의 기쁨에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c****s 2023.01.18.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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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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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을 주제로 한 산문집이다. 저자 김영민은 사상사 연구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브린모어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목차는 ‘1. 허무의 물결 속에서, 2. 부, 명예, 미모의 행방, 3. 시간 속의 필멸자, 4. 오래 살아 신선이 된다는 것, 5. 하루하루의 나날들, 6. 관점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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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을 주제로 한 산문집이다. 저자 김영민은 사상사 연구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브린모어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목차는 ‘1. 허무의 물결 속에서, 2. , 명예, 미모의 행방, 3. 시간 속의 필멸자, 4. 오래 살아 신선이 된다는 것, 5. 하루하루의 나날들, 6. 관점의 문제, 7. 허무와 정치, 8. 인생을 즐긴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1. 봄날은 간다

이 광활한 우주는 마음이 없다. 조물주는 모든 것을 만물에 맡길 뿐, 사사로이 간섭하지 않는다. 이 무심한 세상에서 반성하는 마음을 가진 희귀한 존재로서 인간은 불가피하게 묻는다. 나무의 침묵에 대고 발톱을 날카롭게 가다듬은 뒤,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하러 갈 칠흑처럼 검은 곰을 생각하며 묻는다.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 세상에는 악이 버섯처럼 창궐하고, 마음에는 번민이 해일처럼 넘치고, 모든 것은 늦봄처럼 사라지는데,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이 가능한가.(22)

2. 허무 속에서 글을 쓰다

사람들이 글을 써 남기는 것은 하루살이에 불과한 삶을 견디기 위해 영원을 희구하는 일이다. 훗날 누군가 자기 글을 읽어주기를 내심 바라는 일이다. 불멸을 원하지 않아도, 상상의 공동체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지 않아도, 글을 쓸 이유는 있다. 작가 이윤주는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에서 글을 써야 할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엄습하는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글을 쓸 필요가 있다고. 쓰기 시작하면 불안으로 인해 달구어졌던 편도체는 식고,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고. 쓰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진정될 수 있다고.(28~29)

3. 인생은 거품이다

인간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한 인생은 거품이다. 그러나 거품은 저주나 축복이기 이전에 인간의 조건이다. 적어도 인간의 피부는. 과학자 몬티 라이먼은 피부는 인생이다에서 이렇게 썼다. “한 사람의 몸에서 매일 떨어져 나가는 피부 세포는 100만 개 이상이고 이는 보통 집에 쌓인 먼지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의 규모인데, 표피 전체가 매월 완전히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되며 심지어 이런 흐름이 멈추지 않고 이루어지면서도 피부 장벽에 샐 틈도 생기지 않는다. , 인간의 피부는 가장 이상적인 거품 형태라고 밝혀졌다.”

아침이 오면 거품 같은 인간이 세면대 앞에서 비누 거품을 칠하고, 자신의 오래된 거품인 피부를 씻는다. 또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부풀어 오르지만 지속되지 않을, 매혹적으로 떠오르되 결국 하늘에 닿지는 못할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또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61)

4. 삶의 쳇바퀴를 사랑하기 위하여

꿈속에서 울다가 아침이 되어 깨어나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해야 할 일이 놓여 있을 것이다. 누군가 시킨 일이기에 자발성을 느낄 수 없는 일,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마지못해 해야 하는 일, 인생을 파멸의 구덩이로 밀어 넣지 않기 위해서 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의미도 즐거움도 없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 아름답지 않은 일들이 우리 앞에 길게 놓여 있을 것이다. 이 길에 끝이 있기나 할까. 목표로 할 것은 이 하기 싫은 일을 해치우고 보상으로 받을 여가가 아니다. 구원은 비천하고 무의미한 노동을 즐길 만한 노동으로 만드는 데서 올 것이다.(160) 

5. 인생의 디저트를 즐기는 법

무엇을 제대로 좋아하는 일은 어렵다. 너무 좋아하다 보면 집착이 생긴다. 집착이 생기면 결국 문제가 생긴다. 집착한 나머지 좋아하는 대상에게 무리한 요구나 기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대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기라도 하면, 크게 상심하기도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상책인가. 좋아하지 않으면 집착할 일도 없으리니, 상심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는 인생을 풍요롭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심할 일도 없지만, 기쁠 일도 없는 인생. 그것은 고적(孤寂)한 인생이다.

인생을 즐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좋아하는 대상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환멸을 피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좋아하는 대상에 파묻히지 말아야 한다. 대상을 좋아하되 파묻히지 않으려면, 마음의 중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마음의 중심은 경직되어서는 안 된다. 경직되지 않아야 기꺼이 좋아하는 대상을 받아들이고, 또 그 대상에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268~274) 

6. 목적 없어도 되는 삶을 위하여

나는 산책 중독자다. 나는 많이, 아주 많이 걷는다. 나에게 산책은 다리 근육을 사용해서 이족 보행을 일정 시간 하는 것 이상의 일이다. 나에게 산책은 예식이다. 산책에 걸맞은 옷을 입고, 신중하게 그날 날씨를 살피고, 가장 쾌적한 산책로를 선택한다. 그리고 집을 나가, 꽃그늘과 이웃집 개와 과묵한 이웃과 버려진 마네킹을 지나 한참을 걷다가 돌아온다.

나에게 산책은 구원이다. 산책은 쇠퇴해가는 나의 심장과 폐를 활성화한다. 산책은 나의 허리를 뱃살로부터 구원한다. 산책은 나의 안구를 노트북과 휴대폰 스크린으로부터 구원한다. 산책은 나의 마음을 스트레스로부터 구원한다. 산책은 나의 심신을 쇠락으로부터 구원한다. 동물원의 사자가 우리 안을 빙빙 도는 것은 제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워서라는데, 산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산책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산책에 목적이 없다는 데 있다. 나는 오랫동안 목적 없는 삶을 원해왔다. 왜냐하면 나는 목적보다는 삶을 원하므로. 목적을 위해 삶을 희생하기 싫으므로. 목적은 결국 삶을 배신하기 마련이므로.

목적을 가지고 걷는 것은 산책이 아니다. 그것은 출장이다. 나는 업무 수행을 위한 출장을 즐기지 않는다. 나는 정해진 과업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난 산책하러 태어났다. 산책을 마치면 죽을 것이다.(284~288) 

소식은 적벽부서두에서 인생의 허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어서 그에 대한 다양한 해답들을 검토하고, 마침내 자기만의 결론을 내리면서 마무리한다. 이 책 역시 그와 같은 흐름에 맞추어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적벽부에 대한 저자의 유연한 주석과 허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k*****7 2023.04.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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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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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결말은 뻔한걸 우리는 누구나 알고있는데 지금 나는 뭘 하고 있는가? 늘 생각하는 고민중에 하나이지않을까 싶었습니다. 인생의 끝에 대한 답을 알고있는 상태로 인생을 살아간다는것은 지독한 허무를 경험하게되고 매 순간 열정은 사그라들고 허무감과 무기력이 남습니다. 너무 생각을 많이하지말라, 어느 스님이 말씀하셨어요. 맞아요.태어났으니 살아가는겁니다. 그렇지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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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결말은 뻔한걸 우리는 누구나 알고있는데 지금 나는 뭘 하고 있는가? 늘 생각하는 고민중에 하나이지않을까 싶었습니다. 인생의 끝에 대한 답을 알고있는 상태로 인생을 살아간다는것은 지독한 허무를 경험하게되고 매 순간 열정은 사그라들고 허무감과 무기력이 남습니다. 너무 생각을 많이하지말라, 어느 스님이 말씀하셨어요. 맞아요.태어났으니 살아가는겁니다. 그렇지만 살아가야하기때문에 이 지루한 인생의 허무를 다루는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 책을 선택했고, 이제 그 답을 조금이나마 얻기위해서 읽기라는 여정을 천천히 해보려고 합니다.

j*****4 2023.01.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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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인생의 허무를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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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리뷰를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전자책보다는 책장에 꽂혀있는 종이책에 먼저 손이 간다. 책도 이렇게 실물로 눈앞에 존재해야 더 입체적으로 각인되는 듯하다. 휘리릭 넘기기만 해도 활자들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감흥을 느낀다. 종이책을 사들이다가 감당이 안 되어 이사하면서 거의 정리하고 될 수 있으면 전자책을 읽는다. 전자책이 보관과 사용이 편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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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리뷰를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전자책보다는 책장에 꽂혀있는 종이책에 먼저 손이 간다. 책도 이렇게 실물로 눈앞에 존재해야 더 입체적으로 각인되는 듯하다. 휘리릭 넘기기만 해도 활자들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감흥을 느낀다. 종이책을 사들이다가 감당이 안 되어 이사하면서 거의 정리하고 될 수 있으면 전자책을 읽는다. 전자책이 보관과 사용이 편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건이 허락된다면 종이책이 좋다.

 

이 책은 작가의 전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고 작가에 꽂혀 읽게 된 신간이었다. 읽었던 책 제목은 이것인데 다시 검색해 보니 <인생의 허무를 보다>로 바뀐 모양이다. 목차를 보니 내용은 똑같다. 번역하는 틈틈이 읽었던 책이다. 


*네이버블로그: 책 쓰는 번역가
https://blog.naver.com/translator-writer/223384124371

YES마니아 : 플래티넘 k*******a 2024.03.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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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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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는 달리 읽다보니까 상당히 호불호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게 된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론을 낼수도 있다는 느낌 오히려 그래서 더 재밌고 어쩜 내 삶에서 작은 방향점이 되지 않을까란 상상도 해보게 된다.   결국 삶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기에 그냥 마음 비우고 편하게 읽다보면 오히려 복잡한 감정들이 정리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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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는 달리

읽다보니까 상당히 호불호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게 된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론을 낼수도 있다는 느낌

오히려 그래서 더 재밌고

어쩜 내 삶에서 작은 방향점이 되지 않을까란

상상도 해보게 된다.

 

결국 삶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기에

그냥 마음 비우고 편하게 읽다보면

오히려 복잡한 감정들이

정리되는 거 같아서 그거면 충분하다.

h*******1 2024.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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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by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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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면 재미있고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사실인데, 40대에 읽은 꽤 많은 책들에서 단테의 『신곡』의 첫 부분을 인용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인생을 절반쯤 살았을 무렵,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거칠고, 가혹하고, 준엄한 숲이 어떠했는지는 입에 담는 것조차 괴롭고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죽음도 그보다는 덜 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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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면 재미있고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사실인데, 40대에 읽은 꽤 많은 책들에서 단테의 『신곡』의 첫 부분을 인용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인생을 절반쯤 살았을 무렵,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거칠고, 가혹하고, 준엄한 숲이 어떠했는지는 입에 담는 것조차 괴롭고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죽음도 그보다는 덜 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중년이라는 게 '어두운 숲'의 이미지인가보구나 생각했다. 김영민은 이를 인용하면서 '어두운'애 '허무한'을 대입한다. 그에게 있어서 '어두운 숲'은 '허무한 숲'인 셈이고, 그가 생각하기에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허무인 셈이다.

나도 쉬흔이 되고 보니 사람들이 인용한 단테의 '어두운 숲'이든 김영민이 말하는 '허무의 숲'이든, 내가 그것을 겪거나 경험한 것과는 별개로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가 된다. 

단테가 비유적으로 말한 것을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솔로몬이 쓴 『전도서』일 것이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궁극의 부귀영화를 누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솔로몬은 인생을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평가했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익하다는 것이 솔로몬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이 둘이 허무한 인생을 통해 내린 결론은 결국 신에게로의 귀의라고할 수 있다.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솔로몬은 '창조자를 기억하라'라는 권면으로 『전도서』를 끝맺는다.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뒤에 구름이 닷 일어나기 전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는 것이 허무에 대한 솔로몬의 해법이자, 기독교 사상에서 허무를 다루는(혹은 극복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테가 『신곡』에서 저승 세계를 순례한 후 내린 결론도 대동소이하다.

 

김영민의 사유하고 사색하는 허무는 이런 측면에서 내게 익숙하게 접해왔던 관념론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사상사를 연구한 저자는 중국과 한국의 다양한 고전들을 인용하면서 허무의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데,  그가 우회적으로 돌아 돌아서 마침내 귀결된 곳은 소식의 「적벽부」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적벽부」에 이르는 여정을 담은 여행기라고 봐도 무방할텐데, 그래서 저자가 소망한대로 「적벽부」에대한 유연한 주석으로도 읽히면서 전반적으로는 허무와 직면한 중년의 한 남성의 생각의 기록들을 갈무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과 출신이고 일부러 찾아서 동양 고전들을 찾아 읽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가 이 책에서 인용하는 글들이 대부분 생소했지만, 동아시아 사상사를 연구한 스페셜리스트로서 그가 인용하는 다양한 고전 자료들을 접하면서 나의 DNA에 새겨진 어떤 정서나 감정들의 뿌리와 연원을 찾게 된 듯한 감정들을 종종 느꼈다. 내가 자연스럽게 여겼던 기독교적인 정서나 감정들(위에서 언급한 단테나 솔로몬의 글들 같은) 이외에도 나를 구성하고 있었던 다른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었달까.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비로소 완전한 나와 합일한 듯한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하다.

 

2000년대  초반에 한창 유행했던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책이 있다. 물론 기독교 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들이 있었다. 이것이 과연 기독교적인가에 대한 회의다. 그러나 적어도 자본주의와 프로테스탄트 사이에 선택적 친화력이 있었던 것처럼, '목적이 있는 삶'이라는 것이 기독교와 친화력을 가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이것은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더불어 세계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가치관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이것이 여전히 통용되는, 유용한 가치관(혹은 신념이나 믿음)인가 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이에 대한 비판과 반성들이 꾸준히 제기되는데, 김영민이 허무에 대해 제시하는 해법도 일맥상통하다.

 

가령 김영민은 목적 없는 삶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그가 지향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산책이다. 이 결론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허무를 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마지막에 부록으로 수록된 소식의 「적벽부」를 거듭 읽다보면, 적어도 저자가 추구하는 것, 의도하는 바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진정 나의 소유가 아니라면 터럭 하나라도 취해서는 아니 되오. 오직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 사시의 밝은 달은 귀가 취하면 소리가 되고, 눈이 마주하면 풍경이 되오. 그것들은 취하여도 금함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소. 이것이야말로 조물주의 무진장(고갈되지 않는 창고)이니,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길 바이외다.

 

이것이 바로 김영민이 말하는 산책의  의미, 그리고 목적 없는 삶일 것이다.

 

 

 

 

 

 

s*****n 2024.01.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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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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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작가님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리뷰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책을 먼저 완독하신 후 리뷰를 열람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리뷰는 제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한 것으로 다른 사람과의 의견과는 불일치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김영민 작가님은 특유의 유머로 팬층이 있는 작가님이죠 신간 궁금하여 구매했습니다 ^^ 작가님과 코드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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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작가님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리뷰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책을 먼저 완독하신 후 리뷰를 열람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리뷰는 제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한 것으로 다른 사람과의 의견과는 불일치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김영민 작가님은 특유의 유머로 팬층이 있는 작가님이죠 신간 궁금하여 구매했습니다 ^^ 작가님과 코드가 잘 맞는 분이시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네요
YES마니아 : 골드 p******2 2023.10.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