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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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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지은이 박남준, 펴낸 곳 걷는사람, 148쪽]를 읽고   삶의 터전.자연 속으로 은둔했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별일까? 바다일까? 시골일까?아니면 숲속인가?알겠다, 알았다. 지리산 자락 심원재였구나.삶의 시작과 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은.근원을 꾸준하게, 꾸밈없이 찾아서.가장 먼저 시인의 말이 가슴으로 와 울림을 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내용보기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지은이 박남준, 펴낸 곳 걷는사람, 148쪽]를 읽고


  삶의 터전.

자연 속으로 은둔했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별일까? 바다일까? 시골일까?

아니면 숲속인가?

알겠다, 알았다. 지리산 자락 심원재였구나.

삶의 시작과 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근원을 꾸준하게, 꾸밈없이 찾아서.

가장 먼저 시인의 말이 가슴으로 와 울림을 준다.

‘... 저만큼 재촉하는 바람의 시간이 탄식으로 눈 내리는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으로 ...... 나를 이끌고 갈 것이므로 신파처럼 낡은 창을 열어 놓고 있네’

또 시집을 구성하는, 작은 제목들은 어떠한가? 옮겨 적는다.

‘1부 동박새의 쉴 자리가 동백의 여백이다’ ‘2부 손목이 지워진 시’

‘3부 어쩌자고 저렇게 대책 없는 별들을’ ‘4부 아랫목이 슬프도록 따뜻했다’

‘5부 파문과 파문과 고요와 고요와’

시인은 눈길은 매우 섬세하다, 시인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이 따로 존재하지

싶어서 부러웠다, 마구마구.


......

잎과 꽃의 여백을 만드는 나무가 있다

동백의 여백을 생각한다

혼자 남은 동뱍은

지독하도록 촘촘하게

모든 여백을 다 지워서

......

그 아래 올 어린 동백의 그늘을 만든다

......

-「동백의 여백」에서


동백이 만드는 여백은 동박새가 찾아와 쉴 자리이고, 어린 동백의 그늘이

된다. 그러므로 여백을 가진 이는 매우 부러운 거다. 넉넉하므로 그렇다.


도심 골목 담벼락 밑 작은 꽃밭

어느 할머니 애지중지 상추와 쑥갓을 키웠으리

......

누가 자꾸 뽑아 가나 그 심사

......

도동년 나뿐연

상추뽀바간연

처먹고 디저라

한두번도 아니고 매년

......

-「상추 도둑」에서


지독한 저주를 퍼붓고야 마는 할머니 마음을 알 듯 말 듯 하다.

할머니는 매우 심각해서, 너무 속상한데, 도동년은 어차피 욕은 처먹었겠다

상추를 또 뽑아 갈 것 같은데, 아러저러 해서 시인은 웃음이 나는 걸 참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시인이 겪은 다양한 일상의 면모를 엿볼 수 있으면서도

시도 이런 잔재미가 있으면 더 읽을 맛이 나겠다.


천년도 훨씬 넘은 일이야

그때 백제의 석공들 왕도로, 미륵사로 모여들었지

......

미륵이 오기를 기다렸지

너무 오래 서 있었을까

......

버림받은 몸은 기우려 금이 가고 있었지

쓰러지기 시작했어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았어

......

다시 천년 만에 미륵산 아래 사람들이 모였어

바뀐 물길을 잡아 돌려 땅을 다지고

......

-「미륵사지탑이 말했다」에서


백제에서 백제까지, 다시 또 백제에서 전라도까지, 한 대 다들 미륵이 오길 기다렸다고 한다. 매우 슬픈 전설이 되고 말았지만.

미륵은 별이 바다를 이룰 때쯤 가만히 오시겠지만, 기다림에 지쳐서 쓰러질

수밖에 없었고. 얼마나 다행인지 다시 미륵산 아래 사람들이 모여 시멘트와

묵은 때를 벗겨주었으니, 어쩌면 미륵사지탑은 미륵의 환생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면 사람들은 둘러앉아 녹두전을 시켜 놓고 술 한 잔 따르겠지.

그래서 시인의 마음처럼 잠깐이라도 세상은 푸근하다.


[뒷이야기]

추천사를 쓴 금강 스님은

‘박남준 시인은 삶이 시다.

산승이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묵묵하고, 움직이고, 고요할 때도

화두를 참구하듯 항상 시를 쓰고 노래한다.’며

‘사물을 볼 때 분별을 뛰어넘어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밝은 빛을 볼 줄 아는 경지를 품은

그의 시집에 찬사를 보낸다.’고 하였다.

고개를 끄덕거려야 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2024.08.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