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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 20세기 초반을 구한말의 시대라고 한다. 구한말이라...그냥 조선 말기라고 해도 되는 시긴데,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했으니, 조선하고 대한제국하고 섞어서 구한말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조선말기면 어떻고 대한제국이면 어떠하겠냐마는, 이 시기에 살던 조선의 지식인들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선 그 무언가가. 이번에 읽은 제목을 [이상의 도쿄행]으로 뽑은 이 책은 그런 조선 지식인들의 유람기를 엮어서 만든 책이다. 책의 제목에 등장한 작가 "이상"은 「오감도」와 「날개」로 유명하다. 30세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이상. 조선 지식인의 비애가 느껴진다. 허헌, 박승철, 이광수, 성관호, 이상, 노정일 등 총 6명의 지식인이 등장하며, 이들의 세계 유람기를 엮었다. 익숙한 이름은 이광수와 이상뿐이다. 그러나 이광수와 이상의 이야기는 총 252페이지 중 30쪽에 불과하다. 제목에 등장한 이상의 글은 고작 10페이지. 안타까운 부분이다. 말 나온 김에 안타까운 부분을 좀 더 보면 성관호에 대해선 교사라는 설명이 끝이다. 어쩔수 없이 네이버를 검색해서 어떤 인물인지 확인을 했다. 이 책의 80%를 차지하는 인물은 박승철 노정일 허헌이다. 구성이 좀 아쉽다. 거의 100년이 지나서 돌아 보는 조선 지식인의 유람기는 새롭다. 개화기에 대다수 국민은 먹고 살기에 바빴고, 일제 강점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생존이었을 것이다. 지식인이라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유람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재산있는(?)지식인들은 조선이 다른 나라들처럼 강해지길 원했고, 가산을 팔아서, 또는 지원을 받아서 세계 선진문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왔다. 그것을 유람...이라고 표현하기엔, 단어가 많은 뜻을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 강대국을 방문하며, 조선의 현실을 돌아 봤을 때, 가슴이 메어지며 눈물이 흘렀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100년전을 살펴 보는 나로서도 가슴 한편이 죄어 오니 말이다. 친일파로, 납북되어 처형당한 이광수의 글을 보면 가난한 지식인의 유람이 유쾌한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책 초반에 나오는 허헌과 박승철은 나름 여유 있는 해외 유람을 했지만 말이다. 이 시기에도 조선의 동포들은 해외에 적지 않은 숫자가 있었나 보다. 숫자로 나오는 동포들은 알려진 사람들일테고, 그렇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었을 듯 싶다. 예를 들면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이병헌처럼 말이다. 역사를 알고 있기에, 이 책은 유쾌함 보다는 우울함을 안겨준다. 만약 조선이 강국이었으면 이시기의 지식인들은 어떤 유람기를 남겼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그랬더라면, 우울하지 않은, 유쾌한 유람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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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외5인 저의 『이상의 도쿄행』 을 읽고 오늘날에 있어서야 북한 등 특별한 일부 몇 개 나라 제외하고는 세계의 어느 나라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직장 시작할 때만 하여도 해외는 쉽게 나갈 수 없었다. 많은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보는 곳은 매우 신비하면서도 기억에 특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사회주의 체제하의 금강산과 베트남 등이었다. 선발되어 나름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 일정노트를 제작하여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보고 적고 하려는 시간들이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다. 어쨌든 나 자신과 내가 생활하는 공간을 벗어나 좀 더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은 넓은 안목과 함께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커다란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래서 예전부터 여행이나 견문을 많이 떠난다. 특히 우리나라가 어려운 여건의 암울한 시대이었지만 앞선 여섯 지식인의 세계 방방곡곡 유람기를 귀하게 대할 수 있어 너무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마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듯 한 느낌이었다. 우리가 평소 그 어디에서도 쉽게 대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허 헌, 박승철, 이광수, 성관호, 이 상, 노정일이다. 물론 눈에 쏘옥 들어오는 인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이 책과 만나는 시간을 통해서 춘원 이광수와 이 상 작가에 대해서 좀 더 관심 깊게 파악해보는 시간을 더 갖는다면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해본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어려운 시기에 그 누구도 쉽게 도전해볼 수 없는 세계 각 지역 여행에 도전했다는 것이고 그 기록을 남겼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도전 정신이 남다른 지식인으로서 또한 그 역할을 독특하게 해냈으리라 확신해본다. 식민지 시대의 차가운 현실과 뒤엉킨 지식인들의 이상이 결국 해외 기행을 통해 당시 100년 전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되리라고 본다. 국내에서 풀 수 없었던 답답한 한을 기행하면서 본 여러 모습을 통해 극복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애국과 애족의 힘을 뭉클하게 느낄 수 있다. 구라파의 대규모 농작과 공장시설, 발전된 철도와 교통 시설, 수많은 교육 시설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거나 아일랜드 의회에 참석해 직접 조선의 현실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의 모습을 기록하기도 했고, 일제의 치하에 있으나 일본을 경험하고 경제, 사회, 국민성을 세세하게 분석하며 장단을 가리어 당당하게 조국의 발전을 도모하자고 대중을 격려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유적지와 예술품에 대한 감상과 곳곳에서 터를 잡는 조선인들의 노력과 성과, 남의 집 고용살이까지 하며 배움을 갈망하는 유학생들의 힘겨움까지 자세하고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는 100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속에 들어간 듯 흥미롭고 생생하다. 참으로 오늘날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의 살아있는 기록으로 그 저력을 볼 수 있어 너무 감개무량하다. 지금의 아쉽고 부족한 것들은 과감하게 바꾸고, 버리고 함께 하나로 만들어 최고의 우리 대한민국 공정한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갔으면 하는 강력한 바람을 제안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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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책의 제목과 표지였다. 이상의 도쿄행. 제목만 봐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작가의 머리말을 보니, 중의적인 효과를 의도한 제목이라고 한다. 정작 제목에서 언급한 작가 이상이 쓴 내용은 전체 페이지 중 5페이지도 되지 않지만, 조선 지식인들의 당시 마음을 생각해보자면 좋은 제목이 아닌가 싶다. 유화 느낌을 내는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간혹 어떤 책들은 표지가 그 책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여 아리송한 느낌을 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의 표지는 표지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표지의 역할이 아닐까. 7명의 조선 근대 지식인이 해외 국가를 방문하면서 느낀 감상을 기록해 정리한 책이다. 원문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인지, 현대 국어에 따라 해석하고 정리한 느낌은 없다. 그만큼 투박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 글을 쓰는 필자의 심경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국어사전에도 등장하지 않는 어휘가 있길래 당황하기도 했지만, 글의 문맥에 따라 어휘의 의미를 유추해보면서 계속해서 읽어내려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의 해외여행객의 규모가 세계 6위에 이른다고 한다. 돈과 시간에 제약이 없다는 전제하에 지금에야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 하지만 백여 년 전 조선은 어땠을까. 비행기는 언감생심, 배를 타고 수십 일이 걸리는 여정을 떠나야 한다. 여정 도중에 풍파를 만난다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도 있음에 말이다. 하지만 다른 세상의 문물을 체험하고 싶은 욕구가 불확실한 여정의 위험성을 넘어선 듯하다. 조선 지식인들의 생각과 생활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예컨대, 선상에서 수십 일을 문을 닫고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근성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선상의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이었을 터인데, 괄시와 신기함을 온몸에 받으면서 지냈을 것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동경과 다른 한편으로는 안쓰러움이 공존하는 듯하다. 외국인들을 대하는 조선의 근대 지식인들의 순박함을 느끼는 부분도 등장했다. 선의를 베푸는 외국인의 등장에 긴장을 하는 장면과 길을 동행해주는 외국인이 지름길로 가자는 것을 못 믿겠다는 이유로 기어코 빙 돌아가는 모습 등말이다. 지금보다는 눈 파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가장 저렴한 숙박만을 고집하는 장면 등은 마음을 짠하게 하기에 충분한 듯하다. 책에서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을 포함한 굉장히 다양한 나라가 등장한다. 서술자와 시선을 같이 하면서 마치 거리를 함께 걷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그만큼 기행문의 느낌이 많이 나는 글들이어서 100년 전의 여러 나라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 글들은 외국에 대한 자료가 지극히 한정적이었던 당시에 유용한 '보고서'가 아니었을까. 당시 조선 지식인들의 백여 년 전의 외국에 대한 생각과 풍부한 묘사를 볼 수 있어서 좋은 작품이었다. 이와 비슷한 작품을 많이 만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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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에세이를 써내야 하는 국제철학올림피아드에는 매년 한국 대표 학생들이 참가한다. 그런데 참가한 한국 학생들이 써낸 에세이에 서양 철학자들만 인용해서 심사위원이 유럽 학생으로 착각했다가 한국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고 ‘왜 한국만의 특징이 없느냐’고 지적했다는 씁쓸한 일화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서양 철학과 유럽 지식인들에 대한 책과 자료는 많아도 한국 지식인들에 대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유럽 지식인들에 대해서 아는 것도 좋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넓은 세계와 단절되어 있던 우리나라가 바깥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알고 싶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시의 시대 상황과 외국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는지, 또 자신들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이상의 도쿄행>을 읽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유화 느낌이 나는 표지였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한국의 서양화가 김용조가 그린 <해경>을 사용해서 만든 표지라고 한다. 표지 그림의 배경과 책의 내용이 맞아떨어지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났다.
<이상의 도쿄행>은 우리나라 개화기의 지식인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서 쓴 기행문을 모은 책이다. 그렇지만 힐링이 주가 되는 여행 에세이보다는 외국의 문화와 국제 정세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 물론 지금 우리가 외국에 가서 하는 것처럼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오거나 학위를 딴 이야기만 하는 글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강대국에 둘러싸인 대한제국의 상황에서 울려 나오는 지식인들의 울분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가끔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대한제국이 주권을 빼앗길 때 아무것도 안 하고 방관하고 있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글을 보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부한 신문물을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애쓴 지식인들의 노력이 보인다(물론 친일 활동을 한 노정일 같은 사람들의 글은 예외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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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조선시대 지식인으로서 변호사나 교사, 언론인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독립운동에도 뜻을 둔 6인의 세계 여행기를 담은 <이상의 도쿄행> 자의적이진 않았지만 개항이 되면서 서구문물을 받아들였던 조선은 밖으로는 전쟁이라는 세계적 불안감 조성과 안으로는 일제탄압을 겪으며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세기를 겪었을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지식인들의 세계 여행기는 대부분 1920년대 여러 나라를 돌며 보고 들은 것등이 정리되어 있는데 요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여행기와 달리 각국을 돌며 그나라의 경제 상황과 풍경, 사람들의 인상, 각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인 유학생들의 수와 숙박에 드는 경비등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행기의 첫장을 여는 변호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허헌'은 일본을 출발해 하와이와 미국에 도착해 미국 유명인들을 만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 당시 조선은 일본에 의해 탄압을 받고 있었던 시대였기에 그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 재판소 등을 보면서 생각한 것들을 글로 담을 수 없는 슬픔과 암담함이 느껴져 무엇을 전하려했음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던 이광수와 이상의 여행기도 볼 수 있었는데 상해임시정부와 관련이 있었던 시절을 떠오르게하는 그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고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난해한 글로 유명한 이상의 동경 여행기는 독특하다기보다는 기존의 그의 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게 됐던 것 같다. 아무리 철도가 놓아졌고 큰 배가 다닌다하여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검색과 언어 번역이 가능한 요즘 사람들이 들여다보기에는 미국 가는 뱃길이 한달이나 걸리고 마지막 차편이 몇시인지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찾아가는 여행은 그 자체로 두렵게 다가왔던 대목이었다. 당시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여행했기에 큰 불편없이 감수했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본다면 불편함 그 자체일 수도 있는데 반대로 그런 모습에서 옛 향수의 느낌도 들게 됐던 것 같다. 글과 말로만 듣던 세계의 다양함과 흥미로움을 직접 보고 경험할 때의 짜릿함, 발전한 나라의 경제와 드넓은 농경지를 보고 감탄하는 그들의 눈을 통해 1920년대를 함께 여행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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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20년대 세계 곳곳을 다녀온 조선인들의 기록들을 엮은 것이다. 긴 역사 속에서 본다면 그다지 오래전도 아니지만, 그 시절에 대해 배운 것도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내게는 아득히 먼 시대처럼 느껴진다. 국사 시간에 비교적 꼼꼼히 배웠던 조선시대가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질 정도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사에 대해 (요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때에는 정말 허술하게 배우고 넘어갔던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금 가볍게 당시의 시대를 보여주는 책들에 가끔 찾아 읽곤 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당시 여러 이유로 세계를 다녀온 이들, 여섯 명이 쓴 것으로 당시 신문이나 잡지에 실렸던 것들이다. 제목 속의 이상은 이 책에 글이 실린 작가의 이름 李箱이면서 동시에 이상적인 삶을 의미하는 理想, 이렇게 중의적인 의미로 쓰인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렇게나 느린 교통수단과 빈약한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세계 곳곳으로 떠났을지, 감히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걸어서만 다니던 근대 이전을 생각한다면 철도와 연락선은 근대를 상징하는 대단한 속도였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들의 대담한 여정을 쫓으며 책을 읽다보면 '속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무엇을, 어떻게 행하고 느꼈는지가 훨씬 중요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하더이다'와 같은 표현처럼 예스러운 어투들이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이광수, 이상과 같이 잘 알려진 이들도 있었지만, 최초의 변호사이자 독립운동가도 활동했지만 북한으로 넘어갔기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허헌, 납북된 독립운동가 박승철 같은 이들도 있었고, '교사'라는 짧은 소개만이 붙어있는 이도 있었다. 서로가 다른 이유로, 조금씩 다른 장소에 다녀온 이들은 당연히 조금씩 다른 스타일로,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사진기 없이 다니는 여행, 당시로서는 너무나도 낯설고 새로웠을 풍경들을 온전히 말로 풀어썼던 여행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보고, 이전에 알고있는 단어들만으로 묘사하는 일이야말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허헌은 샌프란시스코 시가를 소개하면서 이처럼 쓰고 있다. 제법 훌륭하지만 본인은 보이는 것을 더 잘 표현할 수 없는 점이 조금쯤 답답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몇 글들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소재나 감상들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연락선이 출발하는 곳의 풍경에 대한 것이다. 환송하는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고, 눈물로 이별을 고하는 이들의 모습 등등이 묘사되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그렇게 먼 길을 떠나는 일이 드물었고, 아픈 사연을 안고 떠나는 경우도 많았을테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 같다. 또 한가지로는 중국인들을 가여이 여기는 시각이었다. 자본주의 열강의 침략과 모욕 속에서 비참하게 생활하던 중국인들의 모습이 많이 언급되어지고 있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글은 교사 성관호가 일본에 다녀와서 쓴, 길지않은 글이었다. 당시 그가 일본에 가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글들은 예사롭지 않은 예리하고도 정확한 시각으로, 우리가 그들의 어떤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지, 또 어떤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지를 싣고 있었다.
그의 일본 체류기 뒤쪽에 나오는 이 글은 지금의 일본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해설이나 설명을 통해 한 시대를 배우는 일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그 시대를 담고있는 텍스트를 직접 읽으며 스스로 여러가지를 궁리해나가는 일도 좋은 역사공부인 것 같다. 책을 읽어나가며 그 시대의 인물들과 간접적이나마 교감을 나누는 느낌, 그들과 조금쯤이나마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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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도쿄행'은 총 6명의 구한말 지식인들의 세계 여행 기행문 모음집이다. 제목은 시인 그 '이상'을 뜻하기도 하고 이상적인 삶을 의미하는 理想의 중의어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 이상의 도쿄행 여행기라고 소개하기에는 이상의 분량이 너무나 적다. 겨우 6페이지이다. 가장 기대했는데 분량이 적어서 아쉽지만 내용은 또 발군이다.
이상은 잠시 뒤에 다시 이야기하고 여행기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30년대는 다들 알다시피 일제 강점기이다. 그나마 1920년대는 소위 일제의 문화통치라는 민족분열정책 시기(1919∼1931)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문으로 이런 제한적인 글이나마 잡지와 신문 등에 실렸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 6명 중에는 독립운동가도 있고 친일파도 있다. 희한한 게 독립운동가인 허헌의 기행문을 읽어보면 에둘러서 아주 참으면서 전체 기행문 중 몇 줄만 썼어도 국권이 피탈된 수모와 울분, 민감한 정치 얘기를 할 수 없는 아쉬움 등이 행간에 많이 묻어나는 반면, 친일파인 노정일의 기행문에는 그 옛날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여기 저기 대학에서 공부하는 호사를 누렸음에도 순 자기 얘기 뿐이다. 미국 부인의 집에서 스쿨보이로 일하면서 공부하느라 힘들었단 얘기, 장학금 탄 이야기, 미국에 대한 찬사 등으로 고국에 대한 안타까움은 전혀 없다. 분량을 다 읽자 화가 날 지경이었다. 별난 인간이 친일파가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지극히 평범한 이기주의자가 친일파가 되는 것이다. 자기 공부, 자기 고생, 자기에게 잘해준 사람 등 온통 관심이 자기뿐인 사람들이 어떻게 일제시대에 친일을 안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이역만리 타국에 가서 멋진 구경을 하면 뭐할 것이며 거창한 공부를 하면 무슨 쓸모가 있을까? 결국 공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배운 것을 남을 위해 이롭게 쓸 수 있느냐는 고민이 필요하다. 똑같이 미국에 가고 세계 여행을 해도 허헌, 노정일 이 두 사람의 향후 발자취는 굉장히 다르다. 노정일의 여행은 마치 요즘 사람들 여행 같다.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대학 학위를 따고 간간히 기차여행을 하는 등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다. 일제 강점기에 미국까지 가서 그 많은 교육을 받고 돌아와 기껏 한 게 친일. 차라리 못 배우고 무식해서 먹고살기 위해 친일을 했다면 모를까 유학파 지식인의 친일은 더욱 한심하게 느껴진다. 돌아와서 다시 찐빵 속 단팥인 '이상의 도쿄행'을 아껴가며 읽었다. 독자들이 이 글만 곶감처럼 빼먹고 책 안 살까봐 가운데 콕 박아둔 거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난다. 이상은 1936년에 결혼하고 1937년에 폐결핵 악화로 죽었다. 원래 폐가 안 좋은 지병이 있었지만 1937년 사상범으로 옥살이를 한 게 결정타였을 것이다. 폐결핵 악화로 출감했다지만 감옥에서 병이 그냥 악화되었겠는가. 일제가 거의 죽을 때 다 되었으니 놔준 것일텐데 씁쓸한 마음으로 약력을 읽었다. 다른 사람들 중에는 거의 70페이지의 기행문도 있었는데 이상은 겨우 5페이지 남짓한 짧은 글이다. 그러나 시인 이상의 동경 여행기가 다른 이의 70페이지보다 훨씬 강렬함은 왜일까? 시인답게 이상의 글은 다른 이들과 결이 다르다. 어디가서 뭐하고 뭐 보고 같은 일정 나열식의 여행기가 아니고 또 할 말을 억지로 숨기느라 고민한 흔적도 없다. 함축적이고 자유분방하고 도쿄의 주요 거리에 대한 감상이 거의 전부이다. 일기에 가깝지만 요즘 읽어도 무척 세련되었다. 마지막 말은 낭만이란 것이 폭발한다. "이태백이 놀던 달아! 너도 차라리 십구 세기와 함께 운명하여 버렸었던들 작히나 좋았을까." 마치 탄식같기도 한 이 대사 한 줄에 SF소설의 아포칼립스 장르처럼 세계의 멸망, 대재앙을 바라는 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이상이 이런 심정으로 돌아본 도쿄의 거리는 거의 90년이 흐른 지금과도 별 차이가 없어서 놀랍다. 가솔린 냄새, 도쿄에 오고 나서 이튿날 지진, 자동차, 우유에 탄 커피, 후지산을 보고 싶다, 긴자, 택시, 기노쿠니야 서점, 지하철까지. 어떻게 이상이 본 동경과 내가 가 본 도쿄가 이리도 똑같을까? 나는 드라마 '시그널'처럼 이상과 마치 동시대에 살고 있는 심정을 느끼며 그 아까운 달랑 6페이지를 넘겨버렸지만 그동안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귀한 글이었기에 그만한 가치를 느낀다. 편집상 아쉬운 부분은 이상은 곶감이니까 가운데 박았다고 해도 글자 폰트가 너무 작고 상대적으로 여백은 광활하다. 책 판형이 작아도 폰트를 좀 더 키워주면 주석도 없는 쓸데없는 여백도 줄이고 40대 이상의 독자들도 읽기 편할 텐데 갖고 있는 소설 등과 비교해봐도 글자가 다소 작아서 초반에는 눈이 불편했다. 책 표지는 1916년 김용조 작가의 해경이라는 작품이다. 근대 서양화가의 풍경화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화가라 놀랐고 또 멋지다. 확 망해버렸으면 싶은 그 시대의 세계 기행문과 어울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표지이다. 그저 철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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