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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한국만큼 이 단어가 애증의 의미를 주는 나라가 또 있을까? 흔히 술을 뜻하는 다른 나라의 전통주 개념인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는 적어도 이런 취급을 받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술은 직장생활의 필요악 같은 존재, 언론에서 심심찮게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를 겪으며 그 이미지에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필자도 대학시절 대학가에서 덜 발효된 막걸리에 트림이 끊이지 않고, 막걸리에 각종 물질을 섞어 마시고 심한 음주 문화로 인해 술이 주인공이 되기보다 그 술로 인해 사람이 주인공이 된 적이 많았다고 실토한다. 나 역시 그랬다. 2000년대 초반 학번인 나는 학교 잔디밭에서 막걸리, 맥주, 소주를 섞어 마시며 고통의 봄을 보냈다. 물론 술을 마시다가 학교 최고의 미인을 우연찮게 사귀게도 됐지만, 여하튼 술은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았다. 하루는 술을 먹은 동기가 버스에 업혀서 타다가 돈을 내는 통에 구토물을 쏟아내어 버스 기사 아저씨로부터 호되게 혼난 적도 있었고, 술을 먹고 실수를 했다거나 술로 인한 안 좋은 일이 너무나 많아서 내 기억 역시 좋지 않았다.
그 뒤 재수를 해서 간 대학은 학교에서 아싸처럼 지냈기에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다시 직장에 와서는 술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오늘도 회식을 하고 왔지만 술은 여전히 나에게 힘든 존재다. 술에 너무 힘든 회사생활을 한 적도 있어서 도대체 술은 '어떤 X가 만들었을까?' 그 인간은 지옥에 떨어져야 한다.를 수도 없이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최근 와인 책을 보면서 또 와인에 관한 방송, 이 책을 읽으면서 고대(정확히는 토기가 다량 발견되는 신석기 시대 이후) 인류가 발효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 수만 년전 또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 포도 등의 과일, 그리고 꿀 등에 공기 중의 효모가 들어가 만들어낸 발효 물질(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원숭이를 보면서, 또 인류가 그렇게 하면서 술의 존재를 제대로 알게 됐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에 해당하는 글은 술의 기원이다. 인류가 술을 어떻게 만들었고, 어떻게 구했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역사시대는 물론 신화시대부터 술은 인류의 동반자였다. 인류의 발 닿는 곳마다 항시 술이 있었고, 사회적 관계든 정치적 관계든 술은 빠지지 않고 개입하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당시 인류가 발효라는 개념도 몰랐는데 어떻게 숭을 구하고 양조의 비밀을 풀 수 있었는지 추적한다. 그렇게 우리 상고사에 기록된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부여의 '영고' 제천행사를 설명하면서 음식가무를 즐겼다는 표현이 나온다. 식보다 마실 음을 먼저 넣었다.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맥주가 등장한다. 술은 문명의 세게에서만 즐길 수 있는 향정신성 물질이었다.
글의 두번째는 우리 술 막걸리에 관한 글이다. 주식으로 먹는 곡물을 술로 만드는 것은 물자가 풍부하지 않던 시절에 굉장히 위험하면서도 대담한 행위였다. 유럽은 주로 포도나 사과 등 과실로 발효주를 담근다. 기후상 포도가 안나느 곳은 보리로 술을 빚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은 쌀을 대체할 재료가 없었기에 곡물로 발효주를 빚게 된다. 한국의 막걸리, 일본의 정종은 그 원료가 쌀과 누룩이다. 하지만 조선시대까지 각 지방, 꽤 유서깊은 집안마다 내려오는 가주는 식민지가 되면서 점차 그 설자리를 잃는다. 식민지 시대 말엽에 양곡수탈이 철저해 질때는 결국 만은 곡주가 없어지게 된다. 해방이후 가난한 국가에서 먹을 쌀도 부족한데 넘치게 술을 담아먹기는 힘들었다. 그러다가 최근 가양주를 인정해 주고 누룩도 디딜 수 있도록 법의 제한을 풀고 천편일률적인 공장술에서 특색있는 술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다시 활기를 찾게 된다.
마지막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래준 증류주 소주다. 몽골시절 들어오게 된 소주는 안동소주처럼 매우 강한 도수의 술에서 현재는 20도 아래의 순한 술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술 소주가 식당에서 한 병에 5천원을 넘기면서 그 역할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소주는 독주로 소주로 인해 죽었다는 설이 전해지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장남 진안대군 이방우처럼 독한 소주는 한국 술고래들의 헛헛함을 달래주는 술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이 소주로 인해 공신들이 왕에게 실수를 하고, 성종대 윤호같은 위인은 석잔만 마시랬더니 대접을 들고 다녔다는 등 많은 역사의 일화가 전해지는 술이다. 내가 어릴때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가 있었다. 지금은 전국구 술이 지배하지만 그때는 그런 추억이 있었다.
술, 나 역시 술을 정말 좋아하지 않고 한국의 권하는 음주문화에 매우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끔 와이프랑 와인 한 잔, 맥주 한 잔을 하며 육아의 힘듦을 이겨 낼 때도 있다. 술이 독이 되는 사회가 아닌 좋은 벗이 되는 사회를 꿈꿔본다.
저자는 한국의 발전된 술문화를 위해 다채롭고 흥미로우며 과학적인 전통 제조방법을 전달하기 위해 막걸리와 수제맥주, 그리고 증류소주 등을 배우면서 알게 된 다양한 인연과 한발 더 나아가 왜 그들이 그토록 전통방식의 양조 재현에 헌신적으로 임하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술에 진심인 사람이 진심으로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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