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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문학창작기금이란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문학적 역량이 뛰어난 우수 작가의 집필 활동 및 작품집 발간 등을 지원하여 문학의 새로운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기금이라고 한다. 선정작가 1인당 창작지원금 1,000만원 지원하며 이 소설이 그 기금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지원을 받았으니 그에 부응하기 위해 무척이나 고된 시간을 보냈을 작가의 위치와 입장을 가늠하면서 읽었다.
이소설을 읽으면서 끌려 나오는 장면이 두 가지가 있다. 프리다 칼로가 그린 “상처 입은 사슴”과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굿 윌 헌팅”이 그것이다.
약간 기괴하기까지한 “상처 입은 사슴”을 이해하려면 프리다 칼로의 생애가 어떠했는지 알아야 한다. 소아마비, 심각한 교통사고 그리고 악질 남편과의 만남 등 그녀의 생은 고통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칼로는 그 그림 하단에 카르마(carma)라고 써놓았다. 업보 또는 운명을 뜻하는 단어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도 삶의 일부라 여겼으며 최선을 다해 그 삶을 이어갔다. 침대에 누워 거울을 보며 그림을 그리면서까지 말이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이다. 어린 윌은 양아버지로부터 끔찍한 폭력을 당한다. 이후 분노와 폭력에 함몰된 윌은 소년원을 들락거린다. 안전기지(secure base)를 상실한 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 자신을 버리기 전에 자기가 먼저 손을 놓아버리는 강력한 방어기제를 펼친다. 가장 나쁜 엄마는 먼저 죽은 엄마라고 했다. 윌은 어머니와의 애착은커녕 빈번한 파양과 폭력에 의해 불안하고 미해결된 회피형 인간으로 성장한다.
위 두 가지 장면이 떠오른 이유는 작가 이선우 소설 속 인물들이 영혼의 상처로 회피형 인간이 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배우자, 가족, 이웃, 동료들에 의한 학대와 방치, 상실, 폭력 등 각자 나름대로의 상처를 받고 어두운 그늘 속에 침잠한다. 그들은 가족에게 보살핌과 관심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배반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들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동굴로 숨어든다.
<오후 두 시의 친절한 이웃> 아내가 죽고 딸로 인해 경제력을 상실한 이후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살아가는 노인이 등장한다. 노인은 직업군인으로 방방곡곡 옮겨다니는 인생을 보냈다. 근거지의 빈번한 이동으로 가족 모두 마음 줄 사람이 없다. <토끼마켓> 남편과 별거하고, 실직당하고, 아들조차 떠난 중년 여인은 인터넷 사이트 토끼마켓으로 도피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세뇌 속에 성장했기에 조용히 입 닫는 것에 익숙했고 아픔을 가슴 속에 구겨 넣는 것에 익숙한 인간이 되었다. <빌라로부스 전주곡> 자연재해로 인해 신뢰가 붕괴되는 마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불안과 공포 속에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잊은 듯 타인을 회피한다. <안드로메다은하로 가자> 전 재산을 날리고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로 인해 나이트클럽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아들이 주인공이다. 대공원이 자기 것이라는 꿈은 깨지고 학비와 약값을 벌기 위해 비루한 시간을 보낸다. <한여름 밤의 흑백영화> 농지개량조합 수문관리자였던 남편은 저수지에서 익사하고 자녀 셋은 어머니를 방치하고 소외시킨다. 근무하던 미군부대는 이전했고 기댈 곳 없는 그녀는 남편의 뒤를 쫓는다. <기서리에서 우리는> 어머니가 첩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형제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죽은 본처의 아들에게만 사랑을 쏟았지만 그 아들도 죽는다. 그리고 아버지는 형제의 어머니에게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 밤의 연주>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모, 큰아버지와 살아야만 했던 주인공은 라이따이한인 뚜엔을 보면서 몽골의 마두금을 떠올린다. 마두금을 통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돌아오길 기원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등장인물들이 어떤 상처가 있으며 그로 인해 어떻게 허우적거리는지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마치 프리다 칼로가 “나는 결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그릴 뿐이다.” 라고 말한 것처럼, 이선우 작가도 이 소설을 통해 거의 동일한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독자들에게 근거 없는 희망을 제시하지 않겠다.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겠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굿 윌 헌팅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처럼 너는 아무 잘못이 없으며 행복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비록 자기 스스로 안전기지를 만들 의지도 능력도 부족하지만 세상과 교류하고 연대하여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이다. 물론 현실은 쉽지 않으며 결국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잘 되든 안 되든 계속해서 모색하는 것이 삶이라면 실패도 삶의 일부분이고 그냥 계속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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