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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실하고 고결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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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요한 밤에 나의 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다. 루이즈 글릭의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었다. 무엇을 겪었기에 무엇을 경험하였기에 이런 마음이 이런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90년대의 그녀였다면 무엇을 느꼈기에 이런 시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인가. 그런 생각으로 하나 하나 읽어 내려갔다. 모든 시들은 운율이 있는 간결한 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간결하게 쓰여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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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요한 밤에 나의 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다. 루이즈 글릭의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었다. 무엇을 겪었기에 무엇을 경험하였기에 이런 마음이 이런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90년대의 그녀였다면 무엇을 느꼈기에 이런 시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인가. 그런 생각으로 하나 하나 읽어 내려갔다.

모든 시들은 운율이 있는 간결한 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간결하게 쓰여진 문장같은 느낌의 시들도 있었다. 이런게 시일까 싶을 정도로 일기 같은 느낌의 시도 있었다. 나에게는 '단축된 여행'이 그러하였다. 오히려 나에게는 어렵게 다가 오지 않아서 좋았다. 글자 그대로 느끼면 되었으니까 말이다. 시는 나의 마음과 감정을 풍부하게 해주어서 좋지만 모든 내용이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읽으면서도 즐기지 못할때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해설 위주로 시를 이해하고 싶지만은 않았다. 시인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읽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게 해주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그런 시들은 오래도록 남았다. 그래서 시를 단번에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루이즈 글릭의 시들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단번에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들은 고스란히 전해지고 감정들의 여운에 나중에 또 읽어 보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그것이 아마도 루이즈 글릭만의 파워가 아닐까 싶다. 그녀가 괜히 수많은 문학상을 탄게 괜히 그런게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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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시집

l****y 2022.11.2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신실하고 고결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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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 루이즈 글릭의 시집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정신을 심어주었다. 또한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시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길고 긴 산문시의 세계에 아마 처음 초대받은 듯하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접하던 시만 접해서 새로운 작품이 마음에 들어올 틈이 없었나 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특히 노벨문학상 작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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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 루이즈 글릭의 시집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정신을 심어주었다. 또한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시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길고 긴 산문시의 세계에 아마 처음 초대받은 듯하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접하던 시만 접해서 새로운 작품이 마음에 들어올 틈이 없었나 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특히 노벨문학상 작가라는 점에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루이즈 글릭의 시집을 읽어보게 되었다.

세 권으로 된 루이즈 글릭의 시집 중 손에 집히는 대로 먼저 읽어본 것이 바로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다.

이 책의 저자는 루이즈 글릭.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1943년에 태어났다. 2020년 노벨문학상, 2015년 국가 인문 훈장을 받았다. 2003년부터 다음해까지 미국 계관 시인이었다. 1968년 시집 《맏이》로 등단했고, 1993년 시집 《야생 붓꽃》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이후 시집 열제 권을 발표했고 에세이와 시론을 담은 책 두 권을 지었다. 예일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저자 소개 전문)

이 책에는 우화, 모험, 지난 날, 신실하고 고결한 밤, 기억 이론, 예리하게 말이 된 침묵, 밖에서 오는 사람들, 시원의 풍경, 유토피아, 콘월, 후기, 한밤, 돌 속의 그 칼, 금지된 음악, 열린 창문, 우울한 조수, 단축된 여행, 다가오는 지평선, 그 새하얀 연속, 말과 기수, 소설 작품 하나, 어느 하루 이야기, 여름 정원, 공원의 그 커플 등의 시가 담겨 있다.

길고 긴 산문시가 수록되어 있다. 한 번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어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여러 번 읽고 음미해야 했다.

옮긴이의 말에서 정은귀 해설을 보면 복화술을 구사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시를 음미하다보면 어렴풋이 그 의미가 다가온다.

시를 읽어나가다 보면 그 속에서 인간의 소리, 신의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음미할수록 맛이 달라지니 복화술을 구사하는 것 같다는 그 의미를 알게 된다.

깊고 심오해서 한 번 읽어서는 그 마음에 다가가기가 힘들다.

이 책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삶과 죽음이 일직선상으로 흘러가서 죽음이 삶의 끝에서 다다르는 휴식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다는 것이다.

본문을 읽으면서 안갯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해설을 보면서 '뫼비우스의 띠' 이야기가 나오니 모든 것이 연결되었다.

삶과 죽음,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끝과 시작, 인간과 신 등등 모든 것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고 있다.

시를 음미하며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인 듯 환상인 듯 헤매다가 깨어보니 한 권의 시집이 눈앞에 있었다.

이 책의 작품 해설은 나희덕의 '무한한 끝들을 향한 영혼의 여행', 옮긴이의 말은 정은귀의 '낮은 목소리로'가 수록되어 있다. 특이 사항은 작품해설과 옮긴이의 말이 따로 별책부록처럼 작은 책자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비매품이라고 적혀 있다.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이 폐허 같은 세상을 견디는 참을성을 길러주는 밤이다. 왜 견뎌야 하는가? 견뎌야만 하기에 견딘다. 어쩔 수 없이 상처와 죽음을 대면하는 우리다. 육체는 하루하루 쇠하고 소중한 것들은 불타고 사라지고 죽는다. 시인은 태어나기도 전부터 상실 위에 자기 존재의 뿌리가 자리 잡은 사람.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언니의 죽음 외, 시인과 닮은 꼴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또 살던 집이 화재로 한줌 재로 변한 사건 등은 시인이 오롯이 경험한 고독한 밤의 전화 같은 사건이다. 우리 또한 이 비슷한 일들을 겪으며 무수한 끝을 대면한다. 그래도 우리는 걷는다. 걸어야 하기에. 죽음에서 출발하여 죽음을 딛고 우리는 나아간다. 그래야 하니까. 시인은 이 고독한 발걸음 속에서 서로 어울리고 의지할 수 있는 이들을 언어로 만드는 사람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루이즈 글릭의 시집은 한 번에 의미가 와닿지 않고, 여러 번 읽어야 그 안에서 고귀한 것들을 건져낼 수 있을 듯하다.

얇지만 글자 크기가 작고, 행간을 읽어야 어렴풋이 알 듯도 한 내용이어서 난해한 느낌이다.

뜻이 하도 깊어서 두고두고 음미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s*****a 2022.11.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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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글릭 - 신실하고 고결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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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릭에 대해 전혀 몰랐었지만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찾아보면서 궁금해졌던 작가입니다. 특히 퍼스트본을 먼저 읽어보고 싶더군요. 작가답게 10대시절부터 본인의 일상적 삶에서 감각적 수용이 남달랐기 때문에 존재적 의미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졌고 이는 단순히 그녀를 `고백적 서정시`라는 분류적 단어 만으로는 설명(표현)할 수 없듯이 그녀 자신도 이 간극을 `감성적 수용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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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릭에 대해 전혀 몰랐었지만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찾아보면서 궁금해졌던 작가입니다. 특히 퍼스트본을 먼저 읽어보고 싶더군요. 작가답게 10대시절부터 본인의 일상적 삶에서 감각적 수용이 남달랐기 때문에 존재적 의미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졌고 이는 단순히 그녀를 `고백적 서정시`라는 분류적 단어 만으로는 설명(표현)할 수 없듯이 그녀 자신도 이 간극을 `감성적 수용체가 많다` 같은, 오히려 지나치게 감정적인 이유에서만 찾지 않고 좀더 세밀하게 이성적 측면과 역사적 측면에서 정신분석적으로 까지 접근한것 같고 이로써 그녀 본인이 가정에서 유년기에서의 사회적 정치적 위치이자 존재적 감성적 위치였던 퍼스트본이라는 중의적 아이러닉한 직위이자 병명을 스스로 부여한듯 보입니다. 이 스스로의 역사적 해체와 존재론적 재규정 및 예술로서의 전시의 과정은 이후의 한동안의 공백기가 소진으로 인한 절필일수도 있지만 이후의 작품들에 비춰보아 아마 그보다는 문학론적 실험과 시도와 더불어 지난 과정을 통해 정립한 존재론을 기반으로 외부세계를 접근해 통찰하는 기간이었을 것으로 유추하게 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야생붓꽃 아베르노를 거쳐 신실하고 고결한 밤에 이르러서는 작가의 시간성에 대한 변화가 더 심화 된 것을 느낄수 있었다. 특히 '단축된 여행'은 완전한 서사성을 갖춘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원문이 병행 수록되지 않아 운율의 유무를 파악할수 없기에 시적 형식이 어디까지 남아있는지 아니면 완전한 단편소설의 형식인지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번역된 텍스트만을 봤을때는 완벽한 이야기, 단편소설 형식으로 보인다. (설령 시의 형식을 갖춘다 하더라도 소설에 가까운 서사시 정도로 봐야할것 같다) 이는 이미 지난 아베르노에서 시도했던 변화이고 그때의 주제 그자체였다. 자신의 시간성의 탐구를 통한 존재론적 정립에 이어 이 과정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서 이후 이를 외부세계로 투사하기도 하고 오히려 외부 세계를 본인의 기억(파편적 서사)로 해체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실행하다가 아베르노 시기에 와서는 자신 외부 인물들의 집단기억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더해 개인의 체험과 이를 통한 인식을 집단적 기억이자 네러티브(신화)와 교배해 보편성을 획득하는 시도를 하려는듯 보인다. 삶에서 죽음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에서 시간성은 그 축을 담당한다. 유년시절부터 죽음에 대해 탐구해온 글릭이 형식적인 면에서 시간성을 염두한다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아베르노에서 초기작들과 다르게 보여준 시간성의 요소들 (즉 일부 네러티브를 구성하는 인물들과 그 연작, 신화라는 소재,전승적 테마)은 신실하고 고결한 밤에와서는 대폭 확장되었고 그중 극단적인 버젼이 이 "단축된 여행"일 것이다. 형식적 내용적 모두에서 시간성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이전 작품들을 읽다가 이 편을 읽으면 확연히 느껴지는 변화다. 그러면서 동시에 밝아지는 글릭을 느낄 수 있다.

h******1 2022.11.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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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실하고 고결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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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루이즈 글릭의 <신실하고 고결한 밤>. 이 책을 읽으며 시집도 인상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루이즈 글릭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어진 이 책은, 시집을 읽으면서도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내게는 너무나 새로운 형식의 시집이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루이즈 글릭은 여성 시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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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루이즈 글릭의 <신실하고 고결한 밤>. 이 책을 읽으며 시집도 인상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루이즈 글릭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어진 이 책은, 시집을 읽으면서도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내게는 너무나 새로운 형식의 시집이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루이즈 글릭은 여성 시인이지만, 이 시집의 화자는 소년도 등장한다. 그러면서 여성의 시선도 담았다.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으면서 화자의 성별을 바꾸어 마치 픽션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루이즈 글릭 자신의 경험이면서도 말이다. 화자가 여성과 남성을 넘나드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 경험은 특별하기도 하면서 보편적이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만한 일이기도 하고, 소소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면서, 루이즈 글릭만의 감정이 담긴 특별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나를 잊어버리지 마세요, 나는 소리쳤다, 이제
많은 묘지들, 많은 어머니들 아버지들 뛰어 넘으며….
(p. 40)


많은 시가 산문처럼 호흡이 길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그의 탄생의 순간도, 아버지의 죽음도, 어머니의 죽음도 오롯이 느끼며, 마치 한 사람의 생애를 압축한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가 느낀 상실감과 상처가 전해졌다. 마치 인생이 저물어가는 사람이 한 생애를 뒤돌아보듯이.
루이즈 글릭의 다른 시집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런 시집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평소에 시집보다 산문과 소설을 즐기는 나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시집이었다. 다시 한 번, 루이즈 글릭에 주목하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d******m 2022.1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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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글릭 '신실하고 고결한 밤' - 과거와 미래 사이
"루이즈 글릭 '신실하고 고결한 밤' - 과거와 미래 사이" 내용보기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00년대 여성 시인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루이즈 글릭'의 시집이 드디어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다. <아베르노>, <야생 붓꽃>, 그리고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 바로 그 산물.   그중에서도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산문시 형식으로(물론 위의 다른 시집들도 그러하지만) 특히나 더 시가 아닌 하나의 연결된 소설책을 읽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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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00년대 여성 시인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루이즈 글릭'의 시집이 드디어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다. <아베르노>, <야생 붓꽃>, 그리고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 바로 그 산물.

 

그중에서도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산문시 형식으로(물론 위의 다른 시집들도 그러하지만) 특히나 더 시가 아닌 하나의 연결된 소설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다. 마치 한 사람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에 함께 온 나희덕 시인의 해설집을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루이즈 글릭이 말년이 된 시점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써내려간 자전적 시들의 모음집이라고 한다.

 

<우화>는 바로 그러한 이야기의 첫 문을 여는 시였는데, 어디로 어떤 여행을 떠날 것이며 어떤 것을 목표로 할지 부산스럽게 고민하다 때론 햇살도 만나고 때론 비도 만나는 그러한 과정을 몇번이고 반복하였다는, 그러나 그 많은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전히 첫 시작에 머물러 있었다는 내용을 통해 그녀가 지나온 인생이 어떠하였는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최근에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한, '나는 어떠한 목표를 향해 인생이란 여행을 떠날 것인가'. 이에 대해 그녀 역시 수없이 고민하였겠지. 하지만 나이가 들어 되돌아보니 여전히 스타트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인생이란 그런 과정의 반복이란 것을. 그녀는 자신이 얻은 이러한 삶의 교훈을 미리 말하고 시작하며 회고의 첫 시작을 멋지게 알렸다.

 

그렇게 화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저 덤덤하게. 어렸을 때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이 겪은 아픔을 말하기도 하며, 이미 돌아가신 화자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그렇게 화자는 '밤'이 찾아올 때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옛 기억도 떠올리며 과거로의 끝없는 여행을 계속하다 다시 낮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시 밤. 또 다시 낮. 낮과 밤이 계속되며 그렇게 화자는 과거와 현실을 오가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런 생각을 했어, 모든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사람들과

뒤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로 나뉜다고.

아니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계속 움직이려는 사람들과

번뜩이는 검에 의해 달리던 궤도에서

멈추어지길 원하는 사람들.

-시 <신실하고 고결한 밤> 中. 나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나? 아니면 뒤로?

한밤중에 누가 전화를 할까?

고민이 전화하고 절망이 전화하지.

기쁨은 아기처럼 잠을 자고 있고.

-시 <밖에서 오는 사람들> 中.

밤이란 시간은 참 신기하다. 수많은 고민이 찾아오는 시간. 그걸 이렇게 표현하다니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느껴진 구절이었다.

 

이 시집에서 화자는 앞으로 나아가 미래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그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버리는 여행을 시작하고야 만다. 시작은 시작인데, 미래로의 시작이 아닌 과거로의 시작을 택한 것. 그렇게 화자는 끊임없이 과거를 그리워하고, 과거로 회피하고자 한다. 시 <시원의 풍경>에서 화자는 시간이 흘러 모두가 세상을 떠나고 자신이 홀로 남겨졌음을 깨닫는다. 이제부턴 자신이 혼자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화자는 소리치며 뛰어가지만 기차 안내원은 말한다.

"여기가 끝이란 걸, 당신 분명 알죠, 선로가 더는 없어요.

나는 내 사정을 더 강조했다. 그치만 선로는 돌아가잖아요.

... 집에 가 그 도시를 다시 보고 싶지 않나요?

여기가 나의 집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 도시- 그 도시는 내가 사라진 곳이다."

선로를 돌려 기차를 타고 고향, 즉 과거로 돌아가려는 화자. 화자는 고향이 그립지 않냐고 안내원에게 묻지만 안내원은 이제 여기가 내 집이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시 <유토피아>에서도 기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는 기차를 타기를 망설여하지만 여인은 말한다. "너는 기차를 타야 해."

 

시집을 읽는 내내 화자의 방황하는 마음이 공감되어, 현재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겪고 있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여 깊이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화자는 계속해서 방황하지만 수많은 의문들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기도 한다. 시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갈수록 화자는 좀 더 발전된 듯한, 깨달음을 얻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침내 과거들 속에서 추억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법을 깨달은 듯 하다. 과거와 미래의 공존. 시집의 제목에서 화자가 과거를 찾아 나섰던 '밤'을 마침내 신실하고 고결하다고 표현하게 된 것도 그러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닐까.라고 내멋대로 해석해본다. (시집 제목의 night는 knight(기사)와 night(밤)의 발음이 동일하다는 것에 착안해 나온 제목)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인생을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작에서 끝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라고들 하지만, 글릭은 조금은 다른 시선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인생이란 게, 꼭 앞, 즉 미래를 향해서만 달려야 하는 것인가? 가끔은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는 게 미래를 향한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과거와 미래의 반복. 시작과 끝의 반복. 인생은 모순된 것들의 무한한 반복으로 이어지며 끝을 향해 나아가지만 끝에 다와갔을 때 문득 이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 결국 시작점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하였구나. 마치 시 <우화>에서 언급하였듯.

이러한 주제에 걸맞게 시집에 수록된 시들도 계속해서 무언가가 반복되는 듯한, 왔다갔다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그녀의 3부작 중 <야생 붓꽃>, <아베르노>에 이어 마지막으로 읽게 된 작품이었는데, 다 읽고 보니 그녀의 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 신이라는 존재가 화자로 등장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된다는 점. 시작과 끝, 삶과 죽음, 낮과 밤, 아늑함과 난폭함 등 서로 양극단에 위치한 모순된 존재를 함께 가야 하는 존재로 표현하였다는 점. 자연이 굉장히 중요한 소재로서 비중 있게 등장하고 있다는 점. 무언가 알쏭달쏭한 흐름으로 시가 이어지지만 그것이 오히려 몰입력을 높여 자꾸 곱씹고 곱씹어보게 된다는 점.. 이 모든 것들이 내게 새롭고 참신하게만 다가왔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들의 연속이었다.

 

더 이상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두려워 우울할 때,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찰해보고 싶을 때, 이 시집을 다시금 꺼내들게 될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c*******4 2022.1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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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끝들을 향한 영혼의 여행, 루이즈 글릭 '신실하고 고결한 밤'
"무한한 끝들을 향한 영혼의 여행, 루이즈 글릭 '신실하고 고결한 밤'" 내용보기
시가 명확하게 와닿을 때 책 읽는 즐거움이 있다. 나의 어떤 마음이 글로 표현된 걸 보며 놀라고, 내가 느끼는 게 이상하지 않음을, 나와 같거나 비슷한 걸 누군가, 그것도 시인이 느꼈다는 거 자체가, 괜찮다는 확인처럼 와닿는다. 아주 쉽고 명확하게 와닿을 때, 그리고, 간혹, 말하기 껄끄럽지만, 싱거움이 뒤따르기도 한다. 정말 뻔할 때 그렇다. 반대로 시에서 느낀 감정이나 드
"무한한 끝들을 향한 영혼의 여행, 루이즈 글릭 '신실하고 고결한 밤'" 내용보기

시가 명확하게 와닿을 때 책 읽는 즐거움이 있다. 나의 어떤 마음이 글로 표현된 걸 보며 놀라고, 내가 느끼는 게 이상하지 않음을, 나와 같거나 비슷한 걸 누군가, 그것도 시인이 느꼈다는 거 자체가, 괜찮다는 확인처럼 와닿는다.

아주 쉽고 명확하게 와닿을 때, 그리고, 간혹, 말하기 껄끄럽지만, 싱거움이 뒤따르기도 한다. 정말 뻔할 때 그렇다. 반대로 시에서 느낀 감정이나 드는 생각이 독특하고 창의적일 땐 감탄한다. 더불어 이를 알아본 성취감, 만족감? 내 안의 보편성의 확인? 같은 일종의 연결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시가 시인이라는 한 개인의 내밀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음을 감안한다면, 시 전체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나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낭만 시나 서정시가 나에겐 그랬다. 루이즈 글릭의 시도 그렇다.

복잡하고 켜켜이 쌓인 세월과 경험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올 때, 선택된 생각과 단어들일 텐데, 그걸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내가 느낀 어떤 점들과 비슷할 때 기쁘고 시원하다. 수많은 감정, 느낌, 기분 단어가 있지만 그 몇 글자가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이나 기분이 얼마나 많은가?

루이즈 글릭의 시는 그런 미묘하고 틈새 같은 불투명한 경험을 차분히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어 얘기하는 것 같다. 무의식의 옹알이 같으면서 끝내 내가 지나쳤던 중요한 무언가를 말해준다.

 

우화 Parable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대로, 우선 속세의 것들을 내버리고,

그래서 우리 영혼이 이익과 손실로

산만해지지 않도록 하고, 또 그래서

산길을 걷듯 우리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해야지, 그러고 나서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여행할지 상의해야 했다. 두 번째 질문은 우리에게

목표가 있는 거냐는 것, 이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이들 주장은 그런 목적은

속세의 것들과 어울린다고, 한계나 속박이 따른다고,

한편 다른 이들은 말했다, 바로 이 단어로 우리가 성화되었다고

방랑자 아닌 순례자로; 우리 마음 안에서 그 말은 꿈으로

번역되지, 추구하는 어떤 것으로, 그래서 우리는 집중하여

그 말이 돌 틈에서 반짝이는 걸 보게 될 것이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각자

남은 문제를 우리는 똑같이 충분히 토의했다, 주고 또 받는 주장들을.

어떤 이들은 말하길, 그래서 우리가 덜 유연하고 더 체념하게 되었다고,

쓸모없는 전쟁에 나간 군인들처럼. 그리고는 눈 내렸고, 바람 불었다,

시간이 지나 바람은 잦아들고- 눈 내린 곳에는 많은 꽃들이 피었고

별들 빛난 곳에는 태양이 나무숲 위로 떠올랐고,

우리는 다시 그림자를 지니게 되었다; 이런 일들 여러 번 있었다.

또 비도 내렸고, 가끔 홍수가 나기도 했고 가끔은 눈사태도, 그래서

우리 중 몇은 죽고, 주기적으로 우리는 합의에

도달한 듯했다, 물통들을

어깨에 달고서; 하지만 그 순간은 늘 지나갔고, 그래서

(몇 년 후에도) 우리는 그 첫 단계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아직도

여행을 시작할 준비를 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변했다;

이걸 서로 볼 수 있었다; 비록 우리, 변하긴 했지만

절대 움직이지 않았고, 한 사람이 말했다, 아, 우리가 어떻게 늙었는지 봐, 낮에서

밤으로만 여행하며, 앞으로도 옆으로도 가지 않고, 그러다 보니 이게 이상하게

신비로워 보이기도 했다. 또 우리가 목적을 가져야 한다 믿었던 이들은

바로 이게 그 목적이라 믿었다, 또 진실을 대면하려면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었던 이들은 그것이 드러났다고 느꼈다.

 

루이즈 글릭 <신실하고 고결한 밤> p7~9

 

'우화'는 앞부분을 충분히 읽어야 마지막 두 문장이 와닿아서 길지만 시집에 처음 나온 시 전체를 인용했다. <신실하고 고결한 밤>의 시 분위기가 거의 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여러 시공간을 넘나든다.

산문처럼 서술되는 장면이 어느 한순간이기도 하고 과거 언젠가부터 이어진 스토리이자, 계속 변화하며 유지되는 화두이기도 하다. 우리 인생이 '우화'같다.

 

모험 An Adventure

3.

당신 이해할 거야, 나는 죽음의 왕국으로 들어가고 있었던 거야,

이 풍경이 왜 그토록 평범했는지 내가

말할 순 없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로, 하루하루는 너무 길었고

한해 한 해는 너무 짧았어. 먼 산 너머로 해가 졌고.

별들은 빛났어, 달이 차고 기울었고. 이윽고

과거에서 온 얼굴들이 내게 나타났어;

어머니와 아버지, 갓난쟁이 언니; 부모님과 언니는 말하고자 한 걸

끝내 다 못 한 것 같았어, 지금은 나

그것들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심장 고요하니.

루이즈 글릭 <신실하고 고결한 밤> p11

 

 

내 심장이 고요해지는 날,

그들의 말을 다 들을 수 있겠지.

내 방식으로 바꿨지만, 이 표현이 위로가 된다.

난 소통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원가족의 소통은 자신의 말만 들어주길 바라는 방식이었다. 내 심장이 고요해지면, 그때는 그 악다구니를 다 들을 수 있겠지. "그래, 힘들었구나~" 할 수 있겠지.

 

'모험'이라는 시의 3번의 후반부는 아프기도 하고 위로가 되는 시인데, 처음에 끌린 부분은

하루하루는 너무 길었고

한해 한 해는 너무 짧았어!

여기였다.

세월을 흐르니 과거에 나에게 중요한 이들의 얼굴이 내게 나타난다. 신비로운 마음의 흐름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신실하고 고결한 밤 Faithful and Virtuous Night

...

봄이네, 커튼이 팔랑팔랑.

부드러운 바람이 방으로 들어오고, 첫 곤충들도 함께.

윙윙 소리가 기도 소리 같아.

하나의 커다란 기억을

구성하는 기억들.

신호를 보내는 것이

유일한 임무인 등대처럼

안갯속, 드문드문 보이는 선명한 지점들.

하지만 그 등대가 가리키는 게 진짜로 뭐야?

....

루이즈 글릭 <신실하고 고결한 밤> p15~16

 

내게도 커다란 기억을 구성하는 드문드문 보이는 기억들이 있다. 내 마음이 향하고 가리키는 게 진짜로 뭘까? 루이즈 글릭의 시를 읽는데, 내 안에서는 나의 기억들이 꼬물거린다.

처음 시집 <야생 붓꽃>을 읽을 땐, 노벨상 작가라고? 하는 호기심이 컸는데,

<아베르노>를 읽고 잠언? 또는 중얼거리는 듯한 필체로 심연을 담아내는 그녀의 시에 빠져들었다.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스토리가 있는 듯한 긴 산문체 형식의 시로

나와 타자,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존재하는 나로 이끈다.

 

* 본 리뷰는 시공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a******t 2022.1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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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사상 수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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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루이즈 글릭의 시집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2014년에 출간된 작품집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전미도서상, 퓰리처상, 노벨문학상까지 유명한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쓴 작가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낯선 이름이었다. 시는 왠지 모르게 다가가기 힘들다. 특히 외국어로 쓰여진 시는 더 그렇다. 그 언어가 지닌 미묘한 뉘앙스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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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루이즈 글릭의 시집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2014년에 출간된 작품집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전미도서상, 퓰리처상, 노벨문학상까지 유명한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쓴 작가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낯선 이름이었다.

시는 왠지 모르게 다가가기 힘들다. 특히 외국어로 쓰여진 시는 더 그렇다. 그 언어가 지닌 미묘한 뉘앙스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문으로 읽는 데도 한계가 있고 번역을 읽어봐도 이해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

루이즈 글릭은 처음이고 영시가 쉽지는 않지만 2020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고 하니 호기심이 가득했다. 호기롭게 그의 시집을 받아들었지만 역시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야생 붓꽃,아베르노와 다르게 이 작품집은 마치 에세이나 일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장시 형식이며 2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여전히 죽음에 대한 탐구가 이어진다.

루이즈 글릭의 생애를 알면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상실과 죽음이 혼재된 삶 속에서 거식증과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그 고통스런 기억을 마주하며 화해와 애도를 통해 치유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작품 해설 중 일부>

이 시집은 전형적인 운율이나 리듬 없이 산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쉬운 단어로 쓰여져 있어 비교적 술술 잘 읽힌다. 그런데 내표된 의미는 훨씬 심오해진 느낌이다. 여기서 역자의 고민도 전해진다. 영어의 리듬을 우리말로 최대한 비슷하게 옮기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여러 명의 화자로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삶의 여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질문에 답을 한다. 시인의 연륜이 묻어나는 원숙미가 느껴지는 시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 지난 기억들과 만나는 경험도 하게 된다

p.70
나의 날들이 얼마나 공허한지 생각해 보라고,
또 끝이 보이는 시간에 대해서도,
또 내 성취의 무의미함에 대해서도,

시에서 인생에 대한 허무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결코 그것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린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루이즈 글릭의 시를 읽으면서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신실하고고결한밤 #루이즈글릭 #시공사 #미국시인 #영시 #노벨문학상 #전미도서상 #책리뷰 #책소개 #책 #시집



g*******s 2022.1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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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느낌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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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번역 시집 중 가장 최근 시집이다. 2014년에 나왔다. 처음 읽었던 <야생 붓꽃>보다 조금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 이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희덕 시인의 해설에 “말년에 이르러 유년 시절의 기억을 반추하며 자전적 에피소드들을 담아낸 작품”이란 설명 나온다. 그 말대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부모에 대한 회상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형식에서도 이전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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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번역 시집 중 가장 최근 시집이다. 2014년에 나왔다.

처음 읽었던 <야생 붓꽃>보다 조금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 이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희덕 시인의 해설에 “말년에 이르러 유년 시절의 기억을 반추하며 자전적 에피소드들을 담아낸 작품”이란 설명 나온다.

그 말대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부모에 대한 회상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형식에서도 이전과 다른 시들이 보인다.

행의 나눔 없이 하나의 긴 문단으로 시 한 편을 적은 것들이 있다.

이런 형식의 시들은 가끔 기존 시 형식보다 더 어렵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 상황에 대한 묘사가 다른 이미지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울한 조수> 같은 시는 읽으면서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이미지의 나열이 아니라 장면과 상황의 묘사가 이야기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시들이 다른 시집보다 훨씬 많다.

서사시처럼 긴 시들도 몇 편 보인다. 긴 호흡으로 천천히 읽어야 한다.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만들고,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나의 이미지가 깨어진다. 어디서 무엇을 놓친 것일까?

 

<후기>란 시에서 “숙명, 운명, 그 계획과 경고들이 / 이제는 다만 내게는 / 지엽적인 균형으로 보인다, / 거대한 혼란 속 환유적인 싸구려 보석들--- // 내가 본 것은 혼돈이었다 / 내 붓은 얼어붙었고 ---나는 색칠을 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거식증과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들이 이 문장을 더 깊이 파고들게 한다.

시인이 본 혼돈 속에 무엇이 있었을까? 쉽게 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돌 속의 그 칼>의 첫 행은 “내 상담 의사가 잠시 쳐다보았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자신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응시한다. 시인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더 이해가 깊어질 것 같다.

 

이 시집에서 형이라 부르는 존재가 나온다.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자전적 시라면 맞지 않다. 시의 화자가 본인이 아니란 것일까?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페르소나 같은 존재일까? 화가로서의 삶이 있는 것일까?

다시 정원이 나온다. “끝이 없어. 끝이 없어 ? 그것이 / 그녀의 시간 개념이었다” (<여름 정원>부분)라고 말할 때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진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회상과 상실감 등이 그려지는 와중에 말이다.

전작들보다 쉽게 읽히는 시들이 많지만 그 이해의 폭은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이달의 사락 f***2 2022.1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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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실하고 고결한 밤 - 루이즈 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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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루이즈 글릭의 시집(야생 붓꽃, 아베르노, 신실하고 고결한 밤)들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집이《신실하고 고결한 밤》이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묘했던 게 옛날 어렸을 때의 추억이 생각이 났다. 아주 어렸을 때 처음 집을 떠나 여행을 갔던 외삼촌댁의 허름한 마룻바닥에서 낮에 잠을 자다가 밤낮이 바뀐 줄도 모르고 밤을 아침으로 착각했던 기억, 혼자 집을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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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루이즈 글릭의 시집(야생 붓꽃, 아베르노, 신실하고 고결한 밤)들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집이《신실하고 고결한 밤》이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묘했던 게 옛날 어렸을 때의 추억이 생각이 났다. 아주 어렸을 때 처음 집을 떠나 여행을 갔던 외삼촌댁의 허름한 마룻바닥에서 낮에 잠을 자다가 밤낮이 바뀐 줄도 모르고 밤을 아침으로 착각했던 기억, 혼자 집을 지키면서 부모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던 모습들, 가족들과 기차로 여행하면서 창밖으로 무수히 지나간 수채화 같은 장면들의 지나침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소중한 기억으로 다가왔다.

 

《신실하고 고결한 밤》에 수록된 시는 24편인데 그 중에서 이 시집의 표제작인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이 시집에서 가장 긴 8쪽짜리 장시(長詩)이면서 서사가 가미된 한 편의 수필을 읽은 기분이다. 작가 자신의 행복했던 이야기를 단순하게 시작해서 묘한 여운을 주며 끝을 낸다. 한 소년의 아주 어렸을 때 사소한 관찰의 기억들을 통해 루이즈 글릭은 자신의 이야기를 살포시 집어넣는 것처럼 보인다. 집 밖의 곤충들이 알을 까고, 새들이 지저귀며, 개와 공놀이하며 놀았던 모습들, 그 기억 속에 큰 나무처럼 존재하던 부모님과 형과 이모가 이제는 옆에 없다는 공허함이, 그리고 이제는 그 위치가 돼버린 내 모습을 보면서 느꼈을 허전함이 이 시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서 묘한 아련함이 밀려왔다. 상대를 떠나보낼 때 ‘완벽한 끝은 없고 무한한 끝만 있다’(본문 29쪽)는 이 시의 마지막 문구를 읽으면서는 어딘지 모를 종착역을 향해 나가가야 하는 우리들의 삶 또한 무한한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에서 나 생각하네, 너를 떠나야겠다고. 보자 하니

완벽한 끝은 없는 것만 같아.

사실, 무한한 끝들이 있지.

아니면 일단 누군가 시작하면,

다만 끝이 있을 뿐.

(본문 29쪽, ‘신실하고 고결한 밤’ 中)

 

루이즈 글릭의 시집 3권을 읽으면서 시(詩) 문학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과 정말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이라는 여정을 통해 끝이 어딘지도 모를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들, 그 달리는 와중에 여러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죽음이 될 수도 있고, 신화가 되기도 하고, 자연과 합일되는 동화 같은 삶을 살기도 한다. 그 가운데 어떤 삶을 살게 되는가의 기준은 바로 나다. 나를 통해 너가 되고, 너를 통해 우리가 된다. 나를 넘어 우리가 되어가는 모습들 속에서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루이즈 글릭이 말하는 삶을 대하는 명료함을 위한 노력들이 아닐까? 상처와 죽음, 헤어짐과 만남을 수없이 반복하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무수한 끝을 대면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는지, 그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사유해야 하는지 루이즈 글릭의 시집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무수한 끝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YES마니아 : 로얄 n*******o 2022.11.17. 신고 공감 0 댓글 0